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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자님, 이거 야구아닌 게시판으로 옮기지 마세요.
결국 김병현선수와 관계있는 이야기라니까요 ^^
내가 김경이라는 발칙한 여자의 이름을 뚜렷이 접수한 때는 전국이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들끓던 지난 3월 어느 날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패션 전문가의 자격으로 당시 거대 야당의 대변인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새내기 정치인에게 주는 아주 시니컬한 패션 제안의 글을 모 시사 주간지에 기고했다. 그런데 문제의 그 글이 인터넷 게시판 여기저기에서 꽤 회자가 되었던 모양이다. 나 역시 패션이나 정치와 전혀 상관없는 엄한 게시판에서 그 글을 발견했으니까..
당시에는 '자칭 페미니스트'이며 한때 '테러리스트'이자 '작가'가 되고 싶어했던 그 정치인이 포탈 사이트 인물 검색어 순위에서 1.2위를 다툴 정도로 유명세를 탔던지라 문제의 칼럼 역시 화제가 되었던 기억이 난다. 이쯤되면 나올 수 있는 나의 일차적 반응이란 뻔하다.
"악명이든 명성이든 암튼 유명한 사람하고 맞짱 떠서 그 유명세에 편승하고 싶은 모양이군"
그러나 그 칼럼 안에 번득이는 내공과 재치는 나의 알량한 선입견을 여지없이 부숴버렸다.
패션이라는 코드로 한 유명 정치인의 천박한 사유와 지루한 권위주의 그리고 가증스런 허위의식을 조롱한 대목에서는 "앗!"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나라면 기껏해야 "그 아줌마는 무식하고 용감한데다 부지런하기까지 하다'는 말 한마디로 넘어가고 말았을텐데....
그때부터 나는 바자(Bazaar)의 에디터라는 김경이 칼럼을 연재하는 모 시사 주간지 사이트를 찾아서 수록된 글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후에는 뭐... 대충 이렇다.
나는 그 시사 주간지가 업데이트 되는 금요일 오후마다 순전히 그녀의 패션 칼럼 [스타일 앤 더 시티]를 읽기 위해 사이트에 들를 정도로 팬이 됐다. 물론 (필자 스스로 얘기하길) 경박하게 풀어놓은 모든 얘기에 공감한 것은 아니지만, 패션을 화두로 도시살이, 욕망, 소비, 자본주의의 이면을 훑어내는 안목은 인정할 만 했고, 남성성, 여성성을 이야기하는 방식은 신선했다. (그 정도가 아니라 어떤 때에는 홀딱 깨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때로는 숨죽이고 있던 감각을 마구 충동질하기도 하였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평소 남의 말은 대충 한귀로 흘리던 내가 칼럼에 묘사된 분위기에 혹해서 한동안 살사 댄스를 배우고 싶어했고, 검도를 배우면 좀 뽀대나 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그후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 이게 나의 한계다)
그러면서 나는 김경이 패션지 업계에서는 소문난 글빨의 소유자로 알려졌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그동안 쓴 글들을 모아 {뷰티풀 몬스터}라는 책을 냈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평소 "엣세이집은 잡글의 다른 이름이니 돈주고 사볼 것이 못된다"는 엄청난 지론을 지니고 있던 나는 약간의 망설임 끝에 {뷰티풀 몬스터}마저 사보고야 말았다. 글이야 익히 아는 것이었다만 책날개에 실린 사진과 이력은 역시 나를 배반하지 않았다.
참고로 알라딘에서 훔쳐온(?) 책날개 사진 ^^
그리고 몇 달 간의 팬 생활을 거치며 나는 마침내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음......그게 뭐냐하면.....
30세를 넘긴, 글 좀 쓰고 왠지 한성질할 것같은 패션지 에디터이자 패션 칼럼니스트 김경이 작년 말 '김병현 2003 게시판'에서 화제가 되었던 어느 글의 주인공이었음을........
궁금하신 분은 '김병현 2003' 게시판에 Navyblue님이 올린 13945번 글을 참조하시길.....
'김경숙'이라는 본명을 쓰는 멋진 여자 '김경'이 '진짜 멋진 남자' 김병현에 대해 쓴 글을...
나의 기억이 맞다면 바자 2002년 가을 즈음에 실렸던 글이다.
읽고 나면 이 소리 절로 나온다.
"역시나 멋진 여자는 멋진 남자를 알아본다. ㅎㅎㅎ"
아울러 그녀의 글은 이런 의문도 안겨주었다.
"여성들이 김병현선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알겠는데 그중에서 특히 드세고, 취향 분명하고, 어디로 보나 똑똑해뵈는 여성들이 김병현선수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
라는 생각..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아래 꽁방울님이 올려주신 GQ의 인터뷰(이건 거의 김병현선수에 대한 헌정 인터뷰라고 할 수 있음 )를 매끄럽게 그러니까 김병현선수가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진행한 분도 한 개성, 한인물하는 사람들이 모인 것으로 소문난 GQ에서도 범접할 수 없는 분으로 알려진 여성 에티터이다.
혹 다른 게시판 찾기 귀찮은 태생적 귀차니스트, 지금까지 내가 한말이 '금시초문'이라며 궁금해하실 분을 위해 김경 아니 김경숙이 쓴 '김병현론'을 올린다. ^^*
아쉬운 점은 이번에 나온 {뷰티풀 몬스터}에는 이 글이 빠졌다는 사실..
김병현선수에 대한 야사를 들려주던 남자친구와 이미 예전에 헤여지셔서 소재가 떨어졌남?
근데 김경숙 기자 이분, 혹 울 카페 회원인건 아니겠지요? --^
저... 김경 아니 김경숙 기자, 괜찮으심 카페 글 좀 눈팅하고 김병현선수 인터뷰 좀 하시죠 ^^ GQ 인터뷰가 부럽지 않게....
<세기의 강심장,김병현>
야구나 메이저 리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박찬호는 더더욱 달갑지 않 다. 그가 미국사회에 빠르게 적응한 것도, 처세에 능한 것도 탐탁치않 고 어떻게해도 촌스러워 보이는 것도 싫다. 심지어 흑인들처럼 말끝마다 'you know? you know?'하는걸 들으면 '아니, 내 알바 아닌데?'식으로 어린애 같은 심통을 내고 싶다.
하지만 김병현에게만큼은 난 늘 맥을 못춘다. 잘난 척 하는 미국놈들을 쓰러지게 만드는 그 대범함, 한 순간 자신의 모든 걸 거는 무모한 승부욕, 결코 돈이나 명예로 길들여지지 않는 반항아적 기질, 그리고 사이코 소리가 무색하지 않은 그 비범함. 게다가 그는 인터뷰를 광적으로 싫어하고, 돈에 별로 관심도 없다. 한국에 왔을 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피해서 아예 잠적해 버렸다. 그런가 하면 그는 궁지에 몰려있을 때 오히려 웃는다. 원정 경기에 나가 마운드에 서서 상대편 팬들의 응원 노래를 따라 부르는 김병현을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는다.
메이저리그나 스포츠 신문을 보지 않는 나는 김병현에 대한 모든 걸 메이저리 그 마니아인 남자친구를 통해 들었다. 남자친구가 김병현 에피소드를 얘기해 줄 때마다, 나는 넋을 잃고 읊조린다. "와, 나이는 어리지만 정말 남자가 느껴진다. 멋지다. 그런 남자한테 사랑받고 싶다." 남자친구 왈,"남자가 봐도 멋진 놈이라 별로 질투도 안 난다."
현재 김병현은 매년 1천3백만 달러를 받는 박찬호보다 미국에서 더 유명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희귀한 투구폼인 언더핸드 투수이면서 박찬호 같은 정통파 투수처럼 시속 150Km(한국 프로야구에서 이 정도 던지는 투수는 2~3명 정도에 불과하고 특히 언더핸드 투수는 보통 130Km대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무튼 그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투수다)를 던지는데 변화구도 일품이다.미국에서는 김병현의 변화구를 닌텐도 변화구라 부른다. 닌텐도는 유명한 일본의 게임회사이름인데, 현실에선 불가능한 게임에서나 나오는 마구를 던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이런 신화적인 평가는 김병현이 가진 사사로운 매력에 비하면 실은 아무것도 아니다. 다음은 내가 김병현에 게 빠지게 된 결정적인 에피소드 들이다.
1. 미국 남부 애리조나를 연고로 한 피닉스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팀에 소속된 그는 요즘 감독과 별로 친하지 않다. 김병현은 자기보다 돈을 무지하게 많이 받는 다른 주전 투수보다 훨씬 더 잘 하고 있지만 문제는 감독이 김병현을 100%믿지 못하다는 데 있다. 이것에 김병현은 자존심이 아주 많이 상했나 보다. 아무튼 그래서인지 김병현은 최근 매니저(제프 무라드라고 영화<제리 맥과이어>에서 톰 크루즈가 맡았던 역할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아주 인간적인 스포츠 에이전트 매니저다)를 통해 아주 중요한 시기에 하루 휴식을 요구했다. 김병현 같은 신인이 휴식을 요청하는 건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애리조나 언론에선 신인 김병현이 노장들도 가만히 있는데 너무 날 뛴다는 투의 비난 기사가 주를 이뤘다.
2.또 한번은 현재 미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홈런타자 베리본즈와 대결하게 되었 다.김병현은 그렇지 않지만 원래 언더핸드 투수는 왼손 타자에게 약하다는 공식이 있어 감독은 포볼로 그냥 내보내라고 사인을 보냈다. 이럴 때 작전권은 감독에게 있으니 투수가 자존심이 상해도 무조건 따르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김병현이 잠시 동안 공을 안 던지고 가만히 서있었다. 베테랑 투수라도 이러지는 않는다. 그때TV에서는 김병현과 감독의 얼굴을 번갈아 계속 비춰주었다. 아주 드문 일이다. 웬만한 기 싸움 정도야 있을 수 있지만 선수가 주도해 나가는 기 싸움은 동양인 선수에겐 처음 있는 일이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박찬호가 끝없이 미국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김병현은 나름대로 그만의 스타일로 미국 야구를 길들이려 하는 것이다. 무모하지만 아주 신선하다. 아니 무모함이야말로 김병현의 매력이다.
3.이런 류의 강심장 에피소드는 또 있다. 김병현은 시합중에 투구폼을 테스트한다. 그런데 야구는 스킬게임이다. 한마디로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몸이 기억하게 만드는 기술 게임이란 얘기다. 그런데 시합 중에 그것도 한두 게임차로 팀이 리그1위를 달리고 있는 급박한 순간에 그런다는 건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김병현은 한다. 그리곤 하는 말이, 어차피 미국야구엔 언더핸드 투수도 얼마 없어 자기를 가르치는 사람도 없고 자기만큼 아는 사람도 없으니 자기가 알아서 테스트하고 좋은 것을 찾는단다.
4.LA 팀엔 캐빈 브라운이란 역사적인 위대한 투수가 있는데 그 팀과 경기한 날 김병현은 캐빈 브라운의 투구폼을 보고는 그날밤 밤새 연습을 하고 라커룸에서 잠을 잤다고 한다. 이것도 정말 말도 안되는 얘기다. 미국의 메이저리그 선수는 귀족이다. 옷도 함부로 입으면 안 되고 햄버거도 먹어선 안 된다. 귀족의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어기면 벌금을 문다. 그러나 김병현은 캐빈 브라운의 투구에 감동한 나머지 그날 밤새 그 투구폼을 연습하고는 다음 경기에 등판해서 갑자기 캐빈 브라운의 투구로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버렸다.
5. 다음은 김병현이 다음 카페에 남긴 글이다.
"언론매체에서 나가는 말들이 내 생각과 일치하지 않아서 몇 자 적는다. 내가 여기 미국에 야구를 하러온 이유는 돈도 명예도 좋지만 주위에 야구를 하는 사람들이 너는 미국에 가면 안 통한다. 너같은 투수 는 거기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해서 왔다. 그게 아니다 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이 미국땅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6.마지막으로 김병현의 진면목 중 하나는 끝없이 선발투수가 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는 것이다. 김병현은 이미 말했다시피 언더핸드 투수다. 미국에서 언더핸드 투수가 선발로 성공한 예는 한 번도 없다. 물론 김병현 같은 수준급 언더핸드도 없었다. 그리고 현재 김병현은 미국에서 마무리 투수 중 다섯 손가락 안에드는 인정받는 투수다. 이제 곧 1년에 1백억에 가까운 돈을 벌 날이 머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선발투수가 되고 싶다는 심중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에서 마무리 투수는 별로 인정받지 못한다.난 선발이 돼서 매주 한 번씩 한국에 중계되는 경기에 나서고 싶다."
피처에디터/김경숙
첫댓글 이 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분이 이 분 이었군요!^^
잘 봤습니다....병현 선수를 좋아하는 이유가 모두 있네요.....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안 나와요. 전에 한겨레21에서 뵈었던 분이군요...이 분 글 정말 재미있고 독특해서 저도 유심히 봤답니다...근데 병현 선수에 대한 단상이 있었군요.
디여라님 잘봤습니다..저에게 있어 병현선수 매력은 인상 쓸때 ..페드로 미소보다 더 좋음.^^
병현에 대한 그 글 넘 마음에 들어서 제 홈에도 올렸엇는데.... 김경이란 분 같은 여자로써 넘 멋지네요.....
디여라님 잘봤습니다2..
정말 잘 봤습니다..미처 몰랐던 내용도 많구..더욱더 감동~ㅠㅠ 병현님이 더 멋찌구..ㅎㅎ 벅차여 벅차~
멋진분이시군요.~ 글을 보니까 생각이 납니다. 디여라님 글 잘봤습니다.~
너도 이거 읽고.. 대단하시다고 생각했는데.. ^^;; 다시 봐도.. 글에서 내공이..
이분도 참 비범하신분 같네요..많이 와닿구요..사실 "모"님이랑 안오기루 약속했다가 괜히 실없는 사람으로 되버렸네용..ㅎㅎ암튼 잘보구 갑니다....^^
잘보구 갑니당..^^ 원래 멋진사람이 멋진사람을 알아보는 법!! 멋진 병현선수의 매력에 푹 빠져있는 울 까페회원님들도 다들 멋진분들이에요~ ^^
캐빈브라운 촘으로 삼진 잡는거 보고 싶다 역시 김병현은 깊을수록 진국이란 말이야 ㅋㅋ
캐빈브라운 촘으로 삼진 잡는거 보고 싶다 역시 김병현은 알수록 진국이란 말이야 ㅋㅋ
어찌 병현선수를 알고 안 빠져들수가 있겠어요~^^ 이분 사람 보실줄 아시네요~ㅋㅋ 어기여님 잘 봤습니다~^^
잘봤습니다.. 일단은 부럽군요... 바로 제가 하고 싶던 말들 안에 있는 생각을, 병현 선수에게 매니아처럼 빠져 있는 이유를 이렇게 속속들이 잘 쓸 수 있는 분이 있다는 것이...야구를 비롯 온갖 스포츠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좀더 덧붙일게 있겠지만.... 글구보니 전에 대변인 관련 글을 본 기억이 나는군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운영자님 병현선수에 대한 좋은글들이 게시판에 파묻혀서 새로 가입하는 회원님들이 찾아보기가 어렵네요..따로 명문게시판을 만들어서 최근에 가입한 회원이나 앞으로 가입할 회원들에게 쉽게 볼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앞으로 8만명은 더 가입할거 같은데..^^
디여라님 덕분에 좋은 글 또 보네요.. 제 생각으론... 디여라님도 이 분보다 병현선수에 대해 잘~ 아시고.. 필력 또한 이 분에 버금가기에.. 디여라님이 한 번 나셔주시는게 좋을듯한데요...^^* 저뿐만 아니라 이 곳 많은 분들이 병현선수에게 찾았던 매력을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챘음 좋겠어요.. 진솔하고 멋진 청년!
잘 봤습니다.. 이 글 기억 나네요.. 그때도 무지 감명깊게 읽었는데... 다시봐도 감동이네요... 정말 이분 사람 볼줄 아네요~^^
"김병현은 나름대로 그만의 스타일로 미국 야구를 길들이려 하는 것이다." 뿌듯합니다~~!!ㅎㅎ 그리고 꽁방울님 말씀에도 오링이구요^^
역시,, 다들 알아보신다니깐,, ^^
글쎄요..디여라님이 이분에 대해서 필요이상 미화를 시켰다면 이분은 김병현 선수의 단편적인 모습으로만 과대평가 한 듯 싶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