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0년대 중반 유럽에서는 몸에 꼭 맞게 옷을 입는 방식이 유행하면서 옷 재단의 혁명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전까지는 옷의 실루엣이 헐렁하고 옷솔기가 직선을 이루었지만, 이 시대부터는 몸을 드러내주는
'피트한' 실루엣이 유행하고, 옷솔기도 다양한 방식으로 재단되기 시작합니다.
또한 리본과 버튼이 광범위하게 이용되기 시작했구요.
사실상 제대로된 '재단'이 이 때 탄생한 셈이죠.
변화는 여성 복식보다는 남성 복식에서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대략 1340년대가 그 무렵이죠.
그럼 먼저 속옷부터~

속옷
상의: 셔츠(shirts)
하의: 브레이(braies)
중세 남성 복식의 기본 베이스. 가장 비천한 신분이라도 셔츠와 브레이만큼은 갖추어 입어야했죠.
흥미로운 점은 속옷이었던 셔츠와 브레이가 현대 복식에서는 겉옷이 되었다는 것ㅡ
셔츠는 말 그대로 오늘날의 셔츠로, 브레이는 수백년의 진화 과정 끝에 현대의 바지로 이어집니다 ㅎㅎ

브레이는 보통 무릎 위까지 내려왔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더 짧을 수도, 더 길수도 있었어요.

더 짧았던 경우

가난한 농부들은 저렇게 속옷 바람으로 일하는 경우도 흔했죠. (물론 연출임!)

겉옷
하의: 호즈
스타킹? 타이즈? 레깅스? 아닙니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재질도 다르고, 무엇보다 당대엔 남성용이었어요.
호즈는 다리를 덮는 겉옷으로서 대개 오른쪽, 왼쪽으로 분리가 되어 있었고,
탄력성이 없었기 때문에 상의나 벨트에 끈을 이용해 고정시켰습니다.
속옷인 브레이는 호즈 안쪽으로 집어넣었구요.

빨간색 호즈 윗부분의 하얀 끈들이 보이시나요?
ㄴㄴ 이 끈으로 호즈를 상의에 연결시키는 겁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호즈가 저렇게 흘러내리게 되죠..

착용중
호즈는 발까지 감싸는데 발바닥 부분은 가죽 재질로 해서 신발을 따로 안신어도 되었죠.
물론 귀족이나 부유한 사람들은 신발을 신기도 했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니었어요.

호즈의 끝모양을 이렇게 길쭉하고 뾰족하는게 하는게 유행이었습니다.

(음.. 사진이 좀..)
암튼 ㅋ 이렇게 양다리가 연결된 호즈도 있기는 있었어요.
그리고 유심히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렇게 호즈 양 쪽이 거의 분리된 형태다보니 '가운데 부분'에선
브레이가 보이기 마련이었죠.. 농민이나 평민은 그냥 이렇게 돌아댕겼고, 귀족이나 부유층에선
후대에 코드피스(codpiece)라는 주머니를 끈으로 호즈에 연결해서 중심 부분을 가리게 되어요..
암튼, 호즈는 1300년대 말, 1400년대 초 전성기를 누리다가 점차 길이가 짧아지기 시작합니다.
속옷이었던 브레이가 겉옷 역할을 하면서 1500년대 이르러서는 브레이(=브리치)가
반바지 같은 모습이 되고, 호즈는 오늘날의 스타킹과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되죠.
그러던게 1800년대에는 .. 지금의 양말이 되버리죠.
네.. 호즈는 양말의 먼 조상격입니다.
반면, 브리치(=브레이)는 점점 길이가 길어져 19세기 초에는 바지가 됩니다.

겉옷
상의: 더블릿 (doublet)
중세와 르네상스의 대표적인 상의 더블릿입니다.
본래 군인 복식 답게 옷감을 여러번 덧대어 두텁게, 그리고 착용자의 몸매에 피트하게 제작되었어요.
그리고 이 사진에선 저렇게 끈으로 옷을 여몄지만, 곧 단추가 등장하게 됩니다.
더블릿은 1600년대 중반까지 서양 남성 복식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하지만, 그 이후엔 더블릿도 점차 모양이 변형되고 축소되어,
1700년대 중반에는 오늘날의 베스트(vest)로 바뀝니다.

기타 다른 상의
코타르디 (cottehardie)

죠플라 (jopula)

모자
커이프 (coif) :
가장 일반적인 모자 형태로 농민부터 귀족에 이르기까지 모든 남성이 착용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훨씬 뒷 시대까지도 커이프를 착용했죠. 턱 밑으로 끈을 이용해 고정시킬 수 있음.

후드 (hood) :
오늘날에도 친숙한 후드.
앞 부분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감싸는 형태며
상의에 끈으로 연결하거나, 상의와 일체화시켜서 모자를 벗을 때 뒤로 넘기기만 하면 되죵.

샤페론 (chaperon) :
중동 지방의 터번과 유사. 주로 세력가들이 화려하게 치장하는데 이용.


펠트 재질의 슈가로프 햇 (sugarloaf hat)
원뿔 모양의 모자로 15세기 초에 대유행.


외투격인 코트 (coat)
코트만큼은 별다른 재단이 필요하지 않았고, 이전의 형태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었어요.
코트가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재단되기 시작한건 거의 19세기 들어와서죠.

케이프(cape) 모양의 코트

변화된 모습: 왼쪽은 1200년대, 오른쪽은 1400년대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