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11. 달날. 날씨: 봄 햇살이 좋다. 반팔 입어도 될만큼 따듯하다.
[공립대안학교]
교육부가 다시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일주일 개학을 연기했다. 내일 회의에서 살피겠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연기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13일 개학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참 많이 아쉽다. 어쩌겠는가. 온 나라 사람들이 다 함께 애쓰는 일이니.
저녁에는 노학섭 선생이 챙겨주어 누리샘 아버지들 친목모임에 갔다. 모둠없는 선생이라 누가 불러주지 않으면 회의뿐이니 참 반가운 초대이다. 잠깐 있다 왔지만 사람냄새 가득한 분들 덕분에 한바탕 웃는다.
아침나절 6학년 영어 수업 마친 뒤 점심 먹고 바깥 회의에 참석했다. 교육청에서 여는 회의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공립대안학교를 설립하는 회의에 대안학교 관계자들이 함께 하는 건데, 지난해 경기도 교육정책자문위원회 미래교육분과에서 활동한 인연으로 함께 하게 됐다. 대안교육 종사자로는 이병곤 제천간디학교장, 하태욱 건신대학원대학교 교수, 배움터길 출신 김석윤 선생, 그리고 나까지 넷이다. 이른바 <경기도 교육청의 공립대안학교(가칭 해리포터학교)추진모임>이다. 비인가 대안학교 처지로 보면 공립대안학교 설립이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공간이 또 하나 만들어진다는 것 하나면 충분히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교육감의 의지와 교육청의 계획대로 갈 것이다. 경기도 교육청의 전원형 기숙학교로는 최초의 학교가 될 해리포터학교(가칭)는 예술특성화 학교쯤 된다. 또한 경기도 교육청에서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한 미래형통합국제학교 설립도 같이 추진하고 있다. 이미 혁신학교를 넘어서 미래학교(유형-초중 통합 미래학교, 초등 공립 미래학교, 진로교육 중심 중고통합형 미래학교, 마을협력형 몽실학교, 특성화고와 전문대학 연계 모델, 학습공원형 지역 돌봄센터, 복합문화공간형 도서관, 학교밖청소년 평생교육시설) 설립을 공식으로 시작하고 있기도 하다. 이 흐름과 준비 과정에서 대안교육의 경험이 살아있는 교육기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그대로 대안교육의 역량과 기여로 볼 수 있다.
학교를 세우기 위해 가장 먼저 이야기될 게 교육 철학이다. 그런데 교육 철학이 뚜렷하다 할지라도 현실에서 재정과 제도 안에서 실현해야 하는 게 제도권 영역이다. 민간이 교육의 공공성을 담보하며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해온 비인가 대안교육은 제도와 재정이 주는 테두리를 과감히 뛰어넘는 상상력과 교육 열정, 교육주체들의 헌신으로 행복한 교육공동체를 가꿔왔다는 점에서 한국 교육의 대단한 역량이자 힘이다.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 학습자 중심의 교육 철학을 실현한 대안교육 현장들의 철학과 대안교육 교사들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교육 자산이다. 주관이지만 세계 어디를 가보더라도 한국 대안교육현장 교육공동체는 다른 곳의 부러움을 살만한 교육 현장들이었다. 제도권 교육 안에서 혁신교육과 마을교육공동체를 실천하는 노력 또한 한국 교육의 희망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행복한 배움터를 세우는데 제도권 안팎의 역량이 모인다면 기쁜 일이다. 경기도 교육청이 자랑하는 몽실학교와 꿈의학교 또한 같은 맥락에 있었기에 성공한 교육실험이었다.
지금 우리나라 지역 교육청마다 공립대안학교란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흐름이 있다. 충청북도 교육청의 공립대안학교 설립 모임에 강의를 가기도 하고 그 과정을 조금 알고 있기도 한데, 조금 더 멀게는 과거 경상남도 교육청의 태봉고(2010년), 강원도 교육청의 현천고(2014년) 같은 공립대안학교 설립, 최근 노천초와 가정중 같은 대안학교 출신의 교장을 모시는 민간위탁형 실험이 있었지만( 법정대안학교(각종학교) [41교 : 공립13교/ 사립28교], 대안교육 특성화중학교 [17교 : 공립5교/ 사립12교],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 [26교 : 공립5교/ 사립21교] -2019년 교육부) 여전히 제도권 교육의 입시와 경쟁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교육체제는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 소용없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제도권 공교육의 혁신을 위한 대안교실, 공립대안학교 설립, 사립대안학교 인가 같은 노력 또한 소중한 교육 자산으로 본다.
대안교육계는 그동안 꾸준히 입시경쟁 교육체제에서 벗어나 교육의 삼 주체들이 행복한 교육이 다양한 형태로, 작은 학교로 실현되는 다양한 교육생태계 조성을 주장해왔다. 학교를 넘어 마을과 교육이 연결되는 교육공동체, 자기 속도로 학생들의 기운과 결대로 교육이 이뤄지는 배움터를 제도권 학교 밖에서 구현해오며 혁신교육의 자양분이 되었다. 그러나 인구절벽 시대 학령인구의 감소와 공교육의 혁신교육에 대한 대규모 재정 투입에 따른 착시 현상, 마치 교육이 혁신되어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 현장으로 학교가 바뀌었다는 착시 효과, 크게 증가한 다양한 대안학교의 수, 내부로는 열악한 대안교육 재정과 교사복지에 따른 교사 부족이 그대로 교사 역량의 축적이 아닌 분산으로 이어지는 현실 영향 탓으로 가치중심의 대안학교 학생 모집은 더 갈수록 어렵다. 물론 생각의 차이가 있기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그런데도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교육을 위해 혁신교육과 대안교육 역량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하나라도 행복한 소중한 배움터가 만들어진다면, 그 시작은 작지만 뜻있는 교육 혁신의 보기가 생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사실 경기도 곳곳에 있는 비인가 대안교육기관을 거점으로 연결하고 대안교육 연결망(네트워크)을 활용해 교육청의 교육재정을 투입하고, 대안교육 교사들과 공교육 교사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교육 보기를 만들어내면 지속가능성이나 놀라운 교육 열정이 교육을 살아나게 하리란 바람이 있지만 현실은 쉽지 않은 상상일 뿐이다. 서울의 1년제 전환기 교육체제로 오딧세이 학교와 경기도 교육청이 자랑하는 몽실학교가 있지만 여전히 보기일 뿐 입시체제를 바꾸는 마중물 노릇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미래교육 담론에서 학생들의 행복을 가꾸려는 철학은 같지만 근본으로 교육체제를 바꾸기보다 또 다른 학교 유형을 만들어내는데 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학교를 바꾸면 될 것인데 우리는 왜 바꾸지 않고 왜 못하는가. 왜 학교는 바뀌지 않는가. 미래교육 역량으로 손꼽는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의사소통과 협력능력, 문제해결능력들을 담보할 교육체제로 전환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인가. 사실 우리는 해결책을 알고 있다. 그렇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