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36:9]
그런즉 네가 어찌 내 주의 종 가운데 극히 작은 장관 한 사람인들 물리칠 수 있으랴 어찌 애굽을 의뢰하여 병거와 기병을 얻으려 하느냐...."
그런즉 네가 어찌...얻으려 하느냐 - 이같은 경멸적인 비교에 근거하여 랍사게는 두 가지를 주장한다. (1)히스기야는 앗수르 왕과는 상대가 안될 뿐더러 심지어 그 밑에 있는 장군들 가운데 가장 못난 자도 물리치지 못한다. (2)히스기야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진데 그가 취할 수 있는 방도는 다른 나라, 곧 애굽에 의존하는 길뿐이나 그럴지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사 36:10]
내가 이제 올라와서 이 땅을 멸하는 것이 여호와의 뜻이 없음이겠느냐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기를 올라가 그 땅을 쳐서 멸하라 하셨느니라.."
여호와께서...멸하라 하셨느니라 - 한술 더 떠서 랍사게는 자신들이 유다를 치러 온 것은 하나님의 재가를 받아서 된 일이라고 강변한다. 이 말은 분명 이사야 선지자의 예언과 일치하는 점이 있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떤 학자들은 이사야의 예언이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서 앗수르인들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고대의 전쟁 기록에서 정복자는 자신의 승리를 동일시하며 정복된 나라의 신들이 자신의 편이 되었으므로 이러한 승리가 가능한 것으로 전공을 자랑한다. 이로 미루어 볼 때, 그의 말은 수호신의 권위를 내세움으로써 유대인들을 더욱더 공포에 떨게 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말인 듯하다.
[사 36:11]
이에 엘리아김과 셉나와 요아가 랍사게에게 이르되 우리가 아람 방언을 아오니 청컨대 그 방언으로 당신의 종들에게 말씀하고 성위에 있는 백성의 듣는데서 유다 방언으로 말하지 마소서..."
우리가 아람 방언을 아오니...유다 방언으로 말하지 마소서 - 랍사게의 주장은 히스기야의 사신들을 크게 당혹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여호와께서 앗수르 왕을 격동하여 유다를 침공하도록 하였다는 앗수르측의 선전이 백성들에게 미칠 심리적 충격과 그 파급 효과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그들은 랍사게에게 모든 백성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유다 방언으로 말하지 말고 당시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외교 언어인 아람 방언으로 말해줄 것을 비굴한 태도로 요청한 것이다. '아람어'는 수리아어를 가리키지만 본문에서는 당시 식자층과 궁중에서 널리 사용되는 고급 언어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 36:12]
랍사게가 가로되 내 주께서 이 일을 네 주와 네게만 말하라고 나를 보내신 것이냐 너희와 함께 자기의 대변을 먹으며 자기의 소변을 마실 성 위에 앉은 사람들에게도 하라고 보내신 것이 아니냐...."
랍사게가 가로되...보내신 것이 아니냐 - 랍사게는 유다 사절들의 요청을 일축하면서 자신의 의도를 한층 공공연하게 드러내 보인다. '대변을 먹으며...소변을 마신다'는 말은 포위 기간 중에 극심한 기근에 시달릴 것을 위협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