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서울,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는 강홍구의 서울》
전시기간 : 2024년05월02일~2024년08월04일
관람시간 : 평일(화–금) 오전 10시–오후 8시
토 · 일 · 공휴일 하절기(3–10월), 오전 10시–오후 7시, 동절기(11–2월), 오전 10시–오후 6시
《서울 문화의 밤》 운영 매월 첫째, 셋째 금요일(오전 10시–오후 9시)
입장시간 :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휴관일 : 1월1일 ,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전시장소 :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 2층 라운지 2,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 1층 라운지 1,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 1층 전시실 2,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 1층 전시실 1
관람료 : 무료
도슨트안내 : 매주 화~일요일 13시, 14시, 15시 현장 도슨트 운영
전시부문 : 아카이브, 사진, 회화, 드로잉, 오브제, 영상
전시장르 : 기획
참여작가 : 강홍구
작품수 : 작품 88여 점, 자료 125여 점
전시 안내
서울 : 서울,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는 강홍구의 서울
강홍구(1956-)는 199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 이미지를 주 매체로 삼아 일상의 시각 환경을 채집해 현실과 허구, 진지함과 가벼움의 자장 속에서 새롭게 재현한 독자적인 작업을 전개해 왔다. 특히 그는 재개발에 따른 도시 공간의 변화에 주목했다. 그가 오랜 기간 꾸준히 관찰한 대상 중 서울의 공간은 중요한 한 갈래를 이루는데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과 은평뉴타운 재개발 지역이 대표적이다. 강홍구는 20년 넘는 기간 동안 이 지역을 돌아다니며 재개발 과정을 기록하고 이를 토대로 작품을 제작했다. 대표 연작 <미키네 집>, <수련자>, <그 집>, <사라지다-은평뉴타운에 대한 어떤 기록>이 모두 이 지역의 재개발 과정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이 전시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소장한 강홍구 컬렉션을 중심에 놓고 강홍구의 작품과 자료 전체를 ‘강홍구의 서울 아카이브’로 해석해 보고자 한다. 강홍구가 구축한 서울을 기록한 사진 이미지는 일차적으로 그의 주요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겠으나 단지 이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강홍구에게 서울은 하나의 도시이면서 모든 도시를 아우르는 대명사이기도 하다. 그에게 서울은 도시 공간의 재편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지평을 넓혀준 창이었고, 그의 도시 공간 탐구는 서울을 딛고 경기도 지역을 넘어 부산과 청주 등지로 확대되어 갔다. 따라서 강홍구의 서울 관련 기록 자료는 그의 작업에서 핵심적인 모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은 하나의 도시이면서 여러 개의 도시이고 여러 개의 도시이면서 하나의 도시이다. 강홍구의 사진이 담고 있는 서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서울인 동시에 지금도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는 도시의 모습이고, 강홍구가 목격한 서울이면서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은 서울이기도 하다. 따라서 ‘강홍구의 서울 아카이브’는 비단 한 개인의 작품을 위한 아카이브의 차원을 넘어 읽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풍부하다. 미학적인 차원을 잠시 유예하면 서울이라는 도시의 변천과 공간의 변모, 이것이 가져오는 삶의 변화, 변화와 보존, 기억과 기록 등 미술의 경계를 넘어 인문, 사회, 도시,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들여다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가 된다. 전시 기간 중 여러 분야의 연구자, 창작자들과 함께 진행하는 강연, 토크 프로그램은 강홍구의 작품과 자료에 대한 두텁게 읽기를 제안하면서 강홍구의 서울 아카이브가 가진 다른 가능성을 실험하고 실천한다. 이 전시가 서울을, 더 나아가 도시와 우리 삶의 조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작품 설명
강홍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 이미지를 주요 매체로 삼아 일상의 시각 환경을 현실과 허구, 진지함과 가벼움의 자장 속에서 새롭게 재현한 독자적인 작업을 전개해 온 작가입니다. 특히 그는 재개발에 따른 도시 공간의 변화에 주목했습니다. 그가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관찰한 대상 중 서울의 도시 공간은 중요한 한 갈래를 이루는데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과 은평뉴타운 재개발 지역이 대표적입니다. 이 전시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소장한 강홍구 컬렉션을 중심에 놓고 강홍구의 작품과 자료 전체를 ‘강홍구의 서울 아카이브’로 해석해 보고자 합니다. 서울을 기록한 강홍구의 사진은 일차적으로 그의 주요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겠으나 서울이라는 도시의 변천과 공간의 변모, 이것이 가져오는 삶의 변화, 변화와 보존, 기억과 기록 등 미술의 경계를 넘어 인문, 사회, 도시,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들여다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자료이기도 합니다. 이 전시가 서울을, 더 나아가 도시와 우리 삶의 조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강홍구의 서울 아카이브
신안의 한 작은 섬 출신인 강홍구에게 서울은 크고 복잡한 도시였습니다. 시각적, 심리적으로 꽤나 큰 충격을 안겨 준 이 도시는 그의 생활의 중심지가 되면서 작업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서울은 작품의 배경으로 슬며시 그 존재를 비치다가 점차 작품의 주제로 전면에 부각됩니다. 사진의 기록성과 허구성을 충돌시키려는 작가의 계획 안에서 불광동, 은평뉴타운을 촬영한 사진과 이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을 서울에 대한 아카이브로 보는 것은 ‘기록성에 반하는 사진’이라는 그의 의도와 사진 매체 고유의 속성이 길항하는 가운데 그가 보지 않았던 면면을 읽어 보고자 하는 시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독법은 작품과 자료 사이를 오가며 현실과 허구를 연결하는 비판적 상상력을 열어 줍니다.
강홍구 컬렉션
강홍구 컬렉션은 작가 강홍구가 2002년부터 2021년까지 20여 년 동안 생산한 약 21,000여 점의 디지털 자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자료들은 2000년대 초부터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이미지를 토대로 일상의 풍경을 재조직해 온 그의 작업 여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1999년 이후 디지털카메라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강홍구는 주변 세계를 관찰하고 기록해 왔는데, 2001년 서울 은평구 불광동으로 작업실을 옮기면서 불광동과 은평구 일대를 촬영하기 시작했는고 이를 바탕으로 그의 대표작들이 탄생했습니다. 컬렉션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불광2, 3, 4, 5, 6구역 및 은평뉴타운 1, 2, 3지구의 변천을 기록한 사진과 이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된 완성, 미완성 작품 및 관련 자료, 그리고 이 작품들의 전시 자료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가 무엇을 보고 다루고자 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화하고 전시로 소개했는지를 풍부하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서울 1985>, 2024
작은 섬 출신인 강홍구에게 서울은 크고 복잡한 도시였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시였습니다. 1985년 대학교 2학년 때 제작한 이 작품은 초창기 작가의 서울, 도시에 대한 관심의 일면을 보여줍니다. 서울을 누가 갖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서울 지도에 잡지에서 오린 대기업과 브랜드의 로고를 붙여 만든 콜라주 작업으로 작가 특유의 이미지 조합 기법과 더불어 도시에 대한 관심의 오랜 연원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물고기가 있는 풍경>, 2002
사진과 이미지 편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996년 이후, 강홍구는 서로 다른 이질적 이미지를 합성해 만든 상상의 풍경 사진인 ‘가짜 사진’ 만들기에 집중합니다. 그중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물고기가 있는 풍경>은 골목길, 시장 등 지극히 평범한 일상 풍경 안에 물고기를 배치해 만든 디지털 합성 이미지입니다.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장소와 사물의 조합을 통해 대수롭지 않은 주변 풍경을 낯설게 만들고 주위 환경 전체를 새롭게 환기해 보길 바랐던 강홍구의 연출된 풍경 사진은 2000년대에 이르러 재개발 지역과 오브제를 병치해 제작한 연작 <미키네 집>과 <수련자>로 이어집니다.
<황학동 2>, 2004
<황학동 2>는 불광동을 비롯한 은평구 일대의 재개발 지역을 찍기 시작하던 무렵에 제작한 작품으로, 곧 철거 예정이었던 청계8가의 한 건물과 그 현장을 지켜보는 할머니의 씁쓸한 뒷모습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나의 풍경이나 대상을 부분적으로 촬영해 프린트하고 이를 조금씩 어긋나게 이어 붙인 자국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강홍구가 디지털카메라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2000년 전후 기술적으로 대형 프린트가 어려웠던 탓에 하나의 대상을 부분적으로 촬영하고 이를 프린트하여 이어 붙인 것에서 시작했으나 이후 강홍구 특유의 작업 기법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미키네 집>, <수련자>, 2005-2006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어 철거가 한창이던 은평구 불광 2,6구역을 돌아보던 작가는 노란색 벽과 분홍색 지붕의 이층 양옥집 형태를 갖춘 장난감 집, 이른바 ‘미키네 집’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이 장난감 집을 폐허가 된 철거 현장 곳곳에 올려놓고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폐허가 된 현실의 집과 집에 대한 이상이 투영된 허구의 장난감 집을 포개어 놓은 연출을 통해 현실과 허구가 중첩되며 가벼움과 진지함이 충돌합니다. 같은 시기 제작된 <수련자> 연작 역시 게임 캐릭터 인형을 활용해 유희적이고 가벼운 허구의 장난감과 결코 유희적일 수 없는 무겁고 거친 현실을 대비시키고 이 긴장 관계를 통해 현실을 비틀어 보는 비판적 거리감을 만듭니다.
<그 집-불광3구역>, 2010
연작 <그 집>은 재개발로 사라진 집들을 기념하는 작업입니다. 작가는 북한산 족두리봉 산언덕 아래 자리잡고 있던 집들을 촬영했는데, 건축가가 짓지 않은, 철저히 생활의 필요에 따라 지어지고 꾸려진 이 집들이야 말로 ‘생존의 건축’으로 개별성과 진솔함이 살아 있는 건축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집-불광3구역〉은 각기 다른 모양의 집들로 이루어진 경사진 언덕 마을을 조각, 조각 나누어 촬영한 후 프린트해 이어 붙이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덧칠하여 완성한 작품입니다.
<사라지다-은평뉴타운에 대한 어떤 기록>, 2009
은평뉴타운은 서울시 은평구 진관내,외동과 구파발동이 있던 서울 북쪽 외곽 끝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강홍구는 2001년 은평구 불광동으로 작업실을 옮긴 것을 계기로 이 주변 지역을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는 농촌과 도시가 접한 기묘한 공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였지만 때마침 이 지역이 뉴타운 시범사업 지역으로 발표되면서 공간의 변모를 기록하는 사진의 성격이 강화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그의 사진은 우리 삶의 무엇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은평뉴타운 개발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따라서 2001년부터 시작되어 20년 넘게 이어진 이 작업 역시 진행 중입니다.
<한강 시민 공원>, 2001
한강고수부지에서 여가를 즐기는 일상의 풍경을 흑백 파노라마로 펼쳐 보이는 이 작품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여러 장의 사진을 이어 붙여 만드는 강홍구 특유의 기법의 초기 단계를 보여주는 대표작입니다. 이 작품은 2000년 이후 본격화되는 작가의 파노라마 풍경 연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었습니다.
기록에서 기억으로
<미키네 집>, <수련자>에서 시작해 <사라지다-은평뉴타운에 대한 어떤 기록>에 이르기까지 강홍구의 사진은 점차 기록으로서의 성격이 짙어지는 궤적을 그려 왔습니다. 하지만 연작 <그 집>과 <녹색연구-서울-공터>는 다소 결이 다른 변주를 보여 줍니다. 전시에서는 사진과 회화의 경계에 놓인 매체적 특성을 공유하면서 서울의 서로 다른 공간을 주제로 한 이 작품들을 병치함으로써 재개발로 사라진 집과 아직 재개발의 손이 닿지 않은 빈터가 갖는 공통의 운명, 즉 도시의 모든 공간은 잠재적으로 재개발 지역이고 권력과 자본의 사회적 욕망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작가의 비판적 시각을 환기합니다.
<그 집>, 2010
연작 <그 집>은 사라진 집과 그러한 집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사람들에 대한 존경의 뜻을 담아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나뭇잎 사이사이를 거쳐 마당을 비추고 있는 햇빛, 집 앞 골목에 자란 꽃, 살림살이의 흔적이 남아 있는 옥상과 담벼락, 갖가지 가구 등 아주 사소해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주변의 것들을 사진으로 포착하고, 사진 프린트 위에 흘러내리는 물감, 두꺼운 붓질 자국 등의 회화적 요소를 더했습니다. 사진과 회화를 결합한 이 같은 작업 방식은 2007년부터 실험한 강홍구 특유의 작업 기법으로, 객관성을 담보하는 기록으로서의 사진에서 한 발짝 물러나, 사진과 회화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 하나의 ‘이미지’를 마주하게 함으로써 작가가 경험했던 구체적인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키고자 합니다.
<녹색연구-서울-공터>, 2019-2020
<녹색연구-서울-공터>는 서울에 아직 남아 있는 공터와 그 공터를 덮고 있는 녹색을 주제로 한 연작입니다. 용산, 한강의 섬, 은평뉴타운 등 서울 남은 공터는 값비싸고 넓은 부지이지만 아직 개발이 진행되지 않아 녹색의 푸르름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이 지연된 이 장소들 역시 언젠가는 개발되어 사라지고 휘황찬란한 건축물과 시설이 들어서게 될 운명을 피할 수 없습니다. 작품은 겉으로는 도시 공간 중 가장 무심해 보이는 녹색으로 덮인 이 장소들이 실은 자본과 권력, 욕망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곳이라는 역설을 드러냅니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