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
저울에 올라설 때마다
몸무게를 줄여야 한다고 하지만
아버지 큰 손 한 주먹에
바늘이 찰랑찰랑 춤을 추네.
- 한인석
쪽수필/오정순
덤은 물건 값이 아니라 마음을 얹어주는 것, 그래서 훈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언젠가 강화도에 갔는데 고춧대를 다듬으며 덜 익은 고추를 골라내고 있었다. 정품을 사고 그 쪽을 기웃거리다가 2천원 어치를 달라 하니 한 자루를 부어주었다. 먹을 수 있는 것을 버리지 못해 다듬다가 내게 크게 인심을 썼다. 그후
비닐봉지에 몇개 담겨 있는 마트의 고추를 볼라치면 언제나 강화고추가 생각난다. 사람과 사람이 사고 팔며 빚어낸 이야기는를 꺼내 놓으면 끝이 없다.
그래도 젊어서는 정찰제 문화가 참 마음에 들었다. 흥정하는 걸 어려워 하고 물건 값 깎는 걸 싫어해서 정찰제 가게를 선호했다. 다른 사람과 내가 같은 값으로 샀다는게 위로였다. 어머니 따라 장에 가서도 가격을 정할 때면 멀리 가버리기도 했다.
결혼하고 시장 근처에서 살림을 시작했을 때, 묘한 매력을 느꼈다. 작은 것 끼워 줄테니 사가라고 조르기도 하고 파장에 떨이를 해주면서 왕창 부어주는 것도 재미났다. 무엇보다 말이 오가고 주고받는 손길이 정스러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치른 찻값에 비하면 열무 한 단은 너무나 양도 많은데 싸서 놀라고 참기름은 비싸서 놀랐다.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면 박카스병에다 담아주면서 저 새댁을 국회로 보내자며 시장 상인들이 웃었다.
대체로 장사들은 돈을 깎아주는 것보다 덤 주는 것을 선호한다. 흥정을 모르고 부르는 대로 값을 치르면 미안한 듯 덤을 주며 양심적 공정함을 유지한다.
바늘이 찰랑거리는 저울을 보노라면 덤이란 인심이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저울질 하는 지를 알 수 있다.
첫댓글 어지러운 시국에
훈훈하고 따스한 이야기 잘 감상하였습니다. 덤~~마음까지 얹어주는 손길이 그리운 날입니다^^
어제는 댓글을 따듯하게 달았다고 당첨되어 달걀 한판이 날아들었어요
어지나 재미나는지요
세상은 참 흥미롭습니다
@오정순 덤이 마음 값이라는 말씀, 감사합니다.
늘 좋은 시 많이 올려 주셔서 감상하는 즐거움에 행복합니다.
덤 같이 훈훈하고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2천원에 한 자루라니 ㅎㅎ 5천원이라면 두 자루 주었을까요. 참으로 훈훈한 경험담입니다. 그런 정경도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어른들이 주고 싶어 하는 눈치가 역력한데
너도 나도 손 내밀면 골치 아플 것같아
내가 그냥 찌끔만 받으려고 2천원 어치 달라고 그랬지요
그랬더니 자루째 안기는 거예요
인심이지요
너무나 많아서 주체를 못하더라고요 ㅎ
@오정순 순박한 어르신들
@손설강 (귀례) 지금은 아마도 달라졌을 겁니다만 여전히 광에서 인심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