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절 사성의 기원
1 "바셋타여, 먼 옛날에는 인류가 이 땅 위에 자연생인 향기롭고 맛있는 과일과 버섯을 거두어 먹고 땅에서 솟는 단 생물을 마셨는데, 오랜 뒤에 인구가 번식해서 그것이 부족하여 짐승을 잡아먹고 풀 열매도 먹었는데, 다음 그것도 부족하여 벼와 그 밖에 곡식을 심어 먹게 되었다. 그래서 농작하는 토지를 서로 많이 차지하려고 경쟁하고, 다음에 서로 그 농작의 영지를 다투어 빼앗고자 서로 치며 싸우게 되었다.
그 뒤로 도둑이 나타나고 거짓말하는 버릇이 생기고 그리고 그것을 형벌하는 법칙이 생기게 되었다. 그때에 여러 사람은 어떤 우두머리를 선정하고 잘잘못을 가려 잘하는 것을 권하고 잘못하는 것을 벌주게 했다.
바셋타여, 그때 마하삼마다라고 함은 '여러 사람에게 뽑힌 이'라는 뜻이다. 곧, 여러 사람을 위하여 법을 맡은 이, 통치자인 대왕大王이라는 말이다. 이것이 마하삼마다라는 말을 쓰게 된 시초다.
다음, 크샤트리아라는 계급이 일어났는데, 크샤트리아는 농장주農場主라는 뜻이다. 그 뒤 크샤트리아가 법으로써 백성을 다스리게 되자, 왕자라는 뜻으로 옮겨지고, 그때부터 일반적으로 통치자 ㆍ왕자라는 말로 쓰이게 된 것이다.
바셋타여, 이 이름은 여러 사람에 의해서 불려진 것이고, 다른 것이 만든 것은 아니다. '법에 의하여 사람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2 그런데 그 사람들 가운데 이렇게 생각하는 이가 있었다. '이 세상은 좋지 못하다. 도둑질하는 이, 남을 비난하는 이, 거짓말하는 이, 형벌하고 귀양 보내는 것 등, 여러 좋지 못한 것을 모두 없애 버려야 되겠다'고. 그들은 이런 세속살이를 미워하고 그런 좋지 못한 것을 없애 버리기 위하여 집을 떠나 산에 들어가 나뭇잎으로 집을 만들고, 농사짓고 밥 지어 먹는 일을 폐지하고, 아침 저녁으로 마을에 나가 밥을 얻어가지고 숲 속 나뭇잎으로 만든 집에 돌아와 고요히 생각했다. 이것을 일러 바라문이라고 했다. 곧, '나쁘고 좋지 못한 법을 떨어버리는 것'이라는 뜻이다. 또는 '산속에 머물러 생각하는 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이 사람들 가운데 고요한 곳에 머물러 나뭇잎으로 만든 집에서 생각만 계속할 수가 없어, 마을 가까운 곳으로 나가 집을 얽어 놓고 경전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런 바라문을 가르켜 학습자學習者라고 했다. 저들은 고요히 생각하기를 싫어하고 여러 가지를 배우고 익히기를 좋아한 까닭이다.
그리고 이 학습자 가운데는 결혼생활을 하며 산업에 힘써서 재산을 많이 쌓으며 실업에 종사하므로, 사람들은 이것을 바이샤라고 했다. 곧, '가정생활을 하며 산업에 종사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이샤라는 말이 생긴 유래다.
바셋타여, 저 사람들 가운데 혹은 사냥질하며 가축을 기르고 그 밖에 여러 가지 천업을 하는 이를 수드라라고 하였다. '사냥질과 잡된 업을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세간의 네 가지 계급의 기원이니라.
3 바셋타여, 크샤트리아 가운데 자기의 법(세속살이)을 싫어하고 집을 떠나 머리를 깎고 수도생활을 하게 되면 비로소 사문이라는 이름이 있게 되었다. 바라문이나 바이샤나 수드라도 세속살이를 싫어하고 머리 깎고 수도하면 다같이 사문이 되는 것이다.
바셋타여, 법은 이 세상에서나 다른 세상에서나 가장 높은 것이니라.
바셋타여, 크샤트리아 중에서 어떤 사람이 몸이나 말로나 마음으로 갖은 악업을 지었다면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나게 되리라. 바라문이나 바이샤 ㆍ수드라도 그 같은 악업을 지으면 또한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나게 된다.
바셋타여, 크샤트리아 중에 어떤 사람이 몸이나 말로나 마음으로 갖은 선업을 닦으면 그는 죽은 뒤에 인간ㆍ천상의 선취善趣에 나게 되리라. 바라문ㆍ바이샤ㆍ수드라도 그러하니라.
바셋타여, 크샤트리아 가운데 어떤 사람이 몸 ㆍ말ㆍ마음을 스스로 자재하여 칠보리분(七覺支)법을 닦으면 현세에서 열반에 이르게 되리라. 바라문 ㆍ바이샤ㆍ수드라도 마찬가지다.
바셋타여, 왜냐하면 어떤 사성四性이라도 비구가 되며 아라한이 되어 모든 번뇌를 다 없애고, 할 일을 다 해 마쳐서 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완전한 지혜를 갖추고 해탈자가 된다면, 이 사람만이 이들 가운데 가장 높은 분이라고 할 수 있다. 바셋타여, 법은 이 세상에서나 다른 세상에서나 가장 높은 것이다.
가계를 자랑하는 모든 족성 가운데 크샤트리아가 가장 높다네.
지혜와 덕행을 온전히 갖춘 이만이 인간ㆍ천상에 가장 거룩하니라.
이 노래는 상동형범천이 부른 노래로 까닭 있는 노래며, 이로운 노래이므로 나는 애송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