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통문 14]內亂을 바라보는 오일장 시골할매들의 말씀
한 달여만에 고향집을 찾으니 툇마루에 놓여 있는 <전라도닷컴> 1월호. 기획특집 <앞으로 봄>이라는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발행인 황풍년의 권두칼럼은 숫제 눈물투성이면서도 글의 말미를 장식한 “그리하여 위대한 빛의 혁명은 승리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결론만큼은 명쾌했다. 과연 그러한가? 눈 밝은 분들은 금세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제 맘대로 ‘미치광이 王’이 된 자의 ‘지랄발광’이야기라는 것을. 전남지역 오일장을 순례하며 이름없는 할매들에게 ‘한 말씀’을 들으려 바쁘셨을 여기자(남신희 남인희 임정희) 세 분과 사진기자(박갑철)의 발품도 애잔했다. 內亂이란 게 무엇인지 한마디로 그 본질을 꿰뚫어버린 전라남도의 할마씨와 할아씨들의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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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한심(70. 강진장)
“지비(집)만 가믄 뉴스를 보제. 틀기만 하믄 뉴스 나오등가. 비상계엄 선포한 날 밤에는 날이 새도록 한숨도 못자고 뉴스만 보고 있었제. 첨에는 전쟁날지 알았어. 우리 손지(손자)가 군대가 있응께 젤 먼차 손지가 걱정됐제. 우리 손지도 저닉내 잠 안자고 비상이었다 그래. 짠하고 걱정되고 아조 죽겄드랑께. 그 사람 한나 때문에 나라가 이라고 엉망이여. 당장 끌어내려야제. 찍은 손목아지가 나쁜 것들이여. 처음부터 늑대가리가 없드만. 무슨무슨 죄를 어떻게 지었는지 끄터리까지 다 밝혀야제. 장사가 되겄소? 시상이 시끄런께 짐장(김장)도 안한다고 허고. 트랙터로 서울까지 간 사람들도 있는디 우리는 마음적으로라도 나서야제. 열 사람 입이 모여서 ‘저놈 나쁜 놈’ 그라믄, 기운이 모아져. 이길 것이여. 꺽정하지 말어. 죄라는 것은 짓는 대로 가는 것이여”
2.김오님(78. 강진장)
“잠이 싹 달아나불었제. 대통령이 계엄령 내린 그날, 저닉내 날 새기 했어. 어찌고 될란고 걱정돼서. 광주 오일팔이 생각나더만. 그날 뒤로는 날마동 뉴스만 봐. 오매매! 어떻게 하든지 물러나게 해야제. 얼매나 날도 춘디 국민들이 거리에서 고생하잖애. 국민들을 이러코 성가시게 하까잉. 대통령이 국민을 이겨불라고 허믄 못써. 국민이 이겨야 나라가 핀(편)하제. 농민들의 트랙타를 몰고 가갖고 스물야답 시간을 그 추우 속에 버툼서 길바닥에서 고생한께 눈물나데. 근디 사람들이 커피야 닭죽이야 묵을 것을 얼매나 보내준께, 오매 시상에 저러코 맘씨 좋은 국민들이 많구나 하고 또 눈물나데. 국민들이 모다 훌륭한께 존 나라 될 것이네. 그럴라문 높은 자리 앙거서 나쁜 짓만 하는 패거리들을 없애불어야써”
3.박선희(62. 장평장)
“안 그래도 심든 판에 이런 일이 일어났으니 더 힘들어. 대통령이 물러나야지. 벌도 받을 만치 받어야 되고”
4. 조야임(83. 강진장)
“요새 뭐이 살고 자프겄냐. 날마동 저 지랄을 하고 있는디. 애초에 사람을 못뽑아논께 나라가 이라고 시끄럽냐 안. 우리들은 다 살았은께 괜찮헌디 똑똑한 울 애기들이 이 시한에 그 추운 질바닥에 땡땡 얼어갖고 저러고 있는 것이 나는 질로 가심 아파. 그 군인들은 어쨌겄냐. 총 들고 나가라고 헌디. 지그 어매아부지는 속이 어짜겄냐. 그것이 짠합제. 근디 윤석열인가 그 인간 봐봐라. 지금도 꿋꿋해갖고 있디야. 잘못을 해놓고도 잘못을 못느낀께 그라제. 한숨시럽더라. 거그 마느래 봐봐라. 암만 꺼죽을 뜯어곤쳐봐야 아무 소양 없어. 속을 고쳐서 살아야제.”
5.임영애(84. 함평장)
“그런 사람을 대통령 만들어준 사람들이 궂제. 속에서 열불나. 대통령이 돼갖고 맨나 거짓말이여. 허고도 안했다 그러고. 징역 안갈라고 버투고. 자유, 자유를 외쌓더니 저만 혼자 자유할라고 즈그 거시기들만 다 갖다 세와놨어. 인자 그 사람은 대통령에서 내려앉고, 야물고 생각이 바로박힌 사람이 해야써. 사람이 사람다와야 가치가 있어. 무조건 높은 자리에 앙겄다고 가치가 있가니. 국민이 인정을 해줘야제. 경오(경우)에 틀린 짓거리 하고 살문 아무리 많이 배우고 아무리 높은 자리 앙겄어도 가치가 없어. 경오가 발라야제.”
6.이이순(85. 영암 독천장)
“어찌 나라 걱정이 안되까. 잠이 안오더만. 국민이 잘못했다글문 내가 잘못했는갑다 하고 자기를 돌아봐야제. 근디 굽힐 줄을 몰라. 배운 사람도 앞도 뒤도 안다. 근디, 그 사람은 잘못 배왔제. 일자무식도 자기 잘잘못을 안디, 그 사람은 자기 잘잘못을 몰라. 거짓깔도 잘하더만. ‘그 사람은 거짓깔 헐 사람이 아녀’ 그 말 한자리 들을라고 다 얼매나 노력하고 사는 것인디. 내가 산을 댕게 본께, 아무리 가차와(가까워) 보여도 길이 없으문 못가. 빨리 가겄다 허고 길도 없는 디로 가봐. 갤국 다 못가고 도로 돌아나와. 길로 가야써. 옳은 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