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ttps://v.daum.net/v/20230515201216557
0.6%가 '종신 집권' 막았다...에르도안, 과반득표 실패해 대선 결선투표로
신은별입력 2023. 5. 15. 20:12
14일 선거 과반 득표자 없어 28일 결선
'불리할 것' 관측에도 1위 기록 에르도안
위기감 '반에르도안' 민심도 똘똘 뭉칠 수
15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전날 치러진 대통령선거 결과를 보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기를 흔들고 있다. 앙카라=로이터 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30년 집권에 제동이 걸렸다. 14일(현지시간) 실시된 대선에서 정의개발당(AKP)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49.4%를 득표해 야권연합 후보로 나선 공화인민당(CHP)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44.96%)를 꺾었지만 당선을 확정하지 못했다(개표율 99%). 튀르키예 선거법상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득표자끼리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한다. 결선 투표는 이달 28일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례 없는 위기를 확인했다. 그는 2003년 집권한 이래 20년 동안 튀르키예를 철권 통치해 왔다. 결선 투표로 가는 것 자체가 체면을 구기는 일이다. 다만 선거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그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에게 근소하게 밀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고도 볼 수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정권을 10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사실상 종신 집권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는 올해 69세다.
그의 걸림돌은 극심한 경제난에 따른 '에르도안 심판론'이었다. 튀르키예 통화인 리라 가치는 2013년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고,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엔 세계 최고 수준의 물가 상승 폭탄을 맞았다. 지난 2월 5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튀르키예 대지진에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많았다. 이에 여론조사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근소하게 밀렸다.
그럼에도 선거 막판에 '샤이 에르도안'이 결집한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냈다. 지진 피해를 입고 다른 지역으로 이주한 남부 지역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낮았던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74세여서 개혁 열풍을 일으키는 데 한계도 있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도 집권여당인 AKP가 주도하는 인민연합이 49.48%를 확보하며 승리를 확정했다(개표율 96.39%). CHP가 주도하는 국민연합은 35.16%를 득표했다.
3위 표는 어디로? '더' 달아오를 선거 운동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15일 앙카라 AKP 본부에서 지지자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앙카라=AFP 연합뉴스
대선 결선 투표의 중대 변수는 득표율 3위 시난 오안 승리당 대표가 얻은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다. 그는 5.2%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격차보다 크다. 오안 대표가 "우리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숫자를 얻었다. 결선 투표까지 '우리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자신의 전략적 위치를 최대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로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흐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싱크탱크인 유라시아그룹의 엠레 페커 유럽국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세한 지지율, 총선 승리로 확보한 의회 권력,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을 이용해 결선 투표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성소수자 반대, 반미국, 서방 등의 메시지를 부각해 핵심 지지층인 보수이슬람의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도 '반에르도안 민심'을 더 자극할 것이다. 그는 "결선 투표까지 우리는 튀르키예를 위해 싸워서 이 나라에 권리, 법, 정의를 가져올 것이다. 반드시 승리해 민주주의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14일 치러진 튀르키예 대선에서 득표율 2위를 기록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가 15일 앙카라에서 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앙카라=AFP 연합뉴스
https://v.daum.net/v/20230515202849740
튀르키예 주식시장, 에르도안 선전에 실망 하락세
김재영 기자입력 2023. 5. 15. 20:28
기사내용 요약
야당 후보 승리로 상궤서 벗어난 경제정책 정상화 기대했으나
[앙카라=AP/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앙카라의 당 본부에서 연설하고 있다. 튀르키예 대통령선거 개표율이 95%를 넘기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과반 득표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나 오는 28일 야권 단일 후보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와 결선 투표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2023.05.15.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튀르키예 주식 및 금융시장은 15일 전날 대통령선거가 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예상밖 선전으로 후속 결선투표가 확실시되자 에르도안의 20년 통치와 그의 상식을 벗어난 경제 정책의 '종료'에 베팅했던 투자 세력의 실망으로 크게 하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기준 주가지수 BIST-100은 오전장 중에 6.7%가 떨어져 일시 거래중지의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었다. 재개된 장은 회복세로 돌았다. 튀르키예 리라화는 대 달러 가치에서 0.4% 떨어졌는데 정부 개입이 없었으면 낙폭은 이보다 훨씬 컸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 직전 여론조사서 야당 연합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에르도안을 앞지르자 많은 투자자들이 총규모 9000억 달러의 튀르키예 경제에 다시 돈을 투자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 속에 선거 결과를 예의 주시했다. 그러다 에르도안이 즉시 당선의 50% 득표에 근접한 49.4%를 얻자 튀르키예 경제에 대한 신뢰를 상실한 분위기가 역연했다.
에르도안은 사위를 중앙은행장과 재무장관 직에 차례로 앉히면서 20%에 육박하는 인플레에도 금리를 오히려 인하하도록 했는데 금리 인상으로 기업 투자가 저지되면 경제 성장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튀르키예 경제는 인플레가 80%까지 치솟으면서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 상황에서 올 2월 대지진으로 5만 명이 사망했고 에르도안의 대선 패배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십 년 최악의 인플레에다 국제 자본의 이탈을 초래한 에르도안의 비 정통적인 경제 정책이 끝장날 수 있다는 기대에서 대선 전에 튀르키예의 국채와 주식에 대한 사자 열풍이 불기도 했다.
그러나 대선 결과는 에르도안의 예상밖 선전이었다. 의회 선거에서 여당 연합이 다수당 지위를 얻을 모양새여서 28일의 대선 결선투표에 에르도안이 한층 유리해졌다고 할 수 있다.
야당의 클르츠다로을루 후보가 승리해 이 후보가 약속한 대로 경제 정책이 정통과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하던 투자자들에게는 대실망인 것이다. 결선까지 2주일 간은 불확실성이 높아질대로 높아질 전망이다.
한편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주식과 채권을 매입 보유한 외국 투자자금은 대선 직전 240억 달러였다. 이는 10년 전의 1520억 달러에서 대폭 감소한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