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
악녀 번외편. 오늘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엔딩은 역시... 보시면 아시겠죠?
남자주인공 시점입니다.
한없이 부족한 실력 좀더 다듬어
더 나은 소설 나오게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나 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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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딱하루. 딱하루동안 주연이에게 연락이 닿지 않은 날이 있었다.
몇백번을 전화했고, 몇백건의 문자를 보냈다.심지어 집까지 찾아가봤다.
몇번이나 그녀의 집 초인종을 눌러댔지만 그녀는 집에 없었다.
순간 온몸이 저릴만큼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그날, 비가 미친듯이 퍼부어 댔던 날이지만 난 우산도 팽겨치고 정신없이
그녀를 찾으러 다녔다. 우리가 자주갔던 둘만의 장소, 그녀가 좋아하는 장소등등
그녀가 있을만한 곳은 샅샅이 뒤져봤지만.. 그녀는 어느곳에도 없었다.
불안한 예감이 점점 날 압박해온다.
이대로 간다면 이성을 잃을것 같다. 그녀를 봐야할것 같다. 정말 봐야할것 같다.
오늘 못보면 이대로 그녀를 영원히 볼수 없을 것같은 느낌이 든다.
결국 밤새도록 그 시리도록 차가운비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그녀를 찾았지만
...끝내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한계에 도달한 내 몸이 쓰러질때 까지.. ...볼수 없었다.
............
그리고 그 다음날이였다.
여전히 주연이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친구놈들은 틀림없이 날 놀래켜줄려고 숨어있는거라고 날 위로해댔지만
난 그들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전날 하루동일 비를 맞아 온몸이 미열로
달아올라있었다. 몽롱해져가는 정신속에서도 그녀를 떠올렸다.
대체 어디있는거야.. 한주연.
그때였다.
말한번 해본적 없는, 얼굴만 아는 향기의 같은과 친구들이 나에게 우르르 몰려왔다.
난 그들에게 믿을수 없는 말을 들었다. 아니,믿고 싶지 않은 말을 들었다.
"니 여자친구.한주연!! 너 걔하고 빨리 끝내!! 걔 걸레년이야. 향기 남자친구 유혹해서
뺏은 걸레년이야!!! 둘이 뻔뻔스럽게 호텔로 들어섰다드라?
틀림없이 너 말고도 다른남자들한테 몇다리 걸치고 있을걸?"
.
그때 내 심정은, 지금도 말로 표현할수 없다. 잘 기억나지 조차 않는다.
그여자들의 말이 농담이겠지? 장난이겠지? 라는 생각보다는
주체할수 없을만큼 화가 났다. 그래서 그 몰려온 여자들중 제일 시끄러운 한명을
끌어내 그자리에서 뺨을 때려버렸다.
그것만 기억난다.
아, 그때 내 옆에 있던 친구들에게 붙들려 겨우 제어했던 기억까지 난다.
그후, 캠퍼스 내에서 내 별명은 '야만인'으로 통하게 됐다.
여자까지 무차별하게 패는 야만인.
난 그날로 휴학해버렸다.
한주연을 기필코 찾아내 그사건에 대해 추궁할 필요도 없었다.
그녀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녀를 조금이라도 의심하는 순간 난 그녀를 사랑할 자격이 없다.
그래.. 굳게 믿고 있다.
........
주먹이 울부짖는다.
.................
..........
그녀를 그렇게 만든 '그새끼'를 찾는건 어렵지 않았다.
주향기가 그새끼와 사귀게됐을때 귓구멍을 막고다니고싶을 정도로 나불나불댔던게
바로 그새끼의 프로필이였다. 당연히 그새끼가 다니는 대학교이름과 호텔경영학과를
다닌다는것은 기억하고 있었다.
휴학계를 내고 난 바로 다음날.
난 막무가내로 그새끼가 다니는 대학교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캠퍼스내에 지나다니는 학생들중 아무나 붙잡아 강의실이 어디냐고 캐묻고
도착한 무수히 많은 강의실들 앞에서 고민따윌 할 시간이 없었다.
한창 수업중인 강의실문을 홱홱 열어제끼면서, 별 미친놈 다보겠네 라는 학생들, 교수들의
불만섞인 눈빛을 받으면서, 좀 난폭한 교수한테는 욕짓거리도 들으면서 정신없이
그새끼의 얼굴을 찾았다. 몇번이나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하면서 까지 강의실을 뒤졌을까,
운좋게도 그새끼를 찾아냈다.
하지만 그때 언제 누가 꼬질렀는지 이학교 경비가 나한테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들어서자 마자 순간 쥐죽은듯이 조용해진 강의실안.
난 어리둥절한 표정의 그새끼의 멱살을 한손으로 잡아 강의실밖으로 끌어냈다.
강의실안은 난장판이 됐다.
그 강의실에서 강의중이던 깡마른 연약해보이는 늙은여교수가 눈에 눈물까지 고여서
나를 말려댔지만 미안하게도 난 이미 빡돈상태다.
경찰청장이 와도, 대통령이와서 말려도 날 멈출순 없을것이다.
뭐가 어떻게 되든 이새끼만은 오늘 족쳐버려야겠으니까.
......
"이..이봐!! 말로좀 하자고!! 너 대체 뭔데, 사람을 이따구 식으로 끌어내는거야?!"
질질 나한테 멱살을 잡혀 끌려온 그새끼는 자기모습이 좀 쪽팔렸는지,
아니면 자기한테 닥쳐올 위험의 냄새를 맡았는지 말로좀 하자며 매달렸다.
하, 진짜 웃겨서 말이 안나왔다. 이딴 한심한 새끼한테... 이딴새끼한테..
"..말은 필요없고,조용히 닥쳐.
계속 뭐라 지껄이면 다시는 말도 못하게 니놈새끼 이빨을 다 부셔놓을거야."
한껏 내리깔은 내 압박적인 목소리에 겁이 질린 새하얀 그새끼의 표정.
난 이미 자비심이라는게 마음속에 싹 사라져 버린 상태. 그 얼굴마저 짓뭉개버리고 싶었다.
건물밖으로 이새끼를 끌고 나오고 나서,
먼저 아까부터 나서고 싶어 안달이였던 내 주먹을 그새끼의 얼굴로 날려버렸다.
-빠각!!
"크...크억!!"
내주먹의 힘으로 그새끼의 몸이 멀리 내동이쳐지기 전 얼른 그새끼의 멱살을 잡아
다시 주먹을 올렸다.
"꺄아아아악!! 여기 싸움났어요!!! 좀 도와주세요!!! 어떻해!!"
"싸움났다!! 얼렁얼렁 구경와라!!"
"인구냐? 여기 맞짱뜨고 있다. 졸라 재밌을것 같은데 빨리 와라!"
거슬리는 구경꾼들.
하지만 신경쓸때가 아니다.
벌써 이빨이 하나 나갔는지 그새끼의 입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온몸에 두려움을 머금고 벌벌 떤다. 싸움은 못하는 놈인가.
"..너... 너... 뭔데... 왜.. 갑자기.. 때리시는거에요.."
"....한주연 내여자야.근데 니가 건드렸잖아."
...
그새끼의 눈동자가 커져가는게 보였다.
이걸로 확신할수 있게 됐다. 내가 옳았다는걸. 그녀를 믿는게 옳았다는걸.
분노에 치를 떨던 내주먹이 참지 못하고 다시 놈의 턱주가리쪽으로 질주한다.
-퍼억!!
"끄억!!"
뼈와 뼈가 부딧치는 둔탁한 소리가 난다.
난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까지 사람을 패본적이 없다. 이렇게 까지 빡돌아본적이 없다.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만졌을 그새끼의 더러운 손가락을 몇개 분질러 버렸다.
그녀를 억지로 안아버렸을 그새끼의 팔을 꺽어버렸다.
그녀를 탐했을 그새끼의 입술을 주먹으로 짓뭉개버렸다.
사람도 아닌 그새끼한테 사람취급 해줄 필요도 없어 인정사정 봐줄것 없이 패주고 있는데
경찰차의 싸이렌소리가 가까와져왔다. 경찰차에 내린 경찰들은 그새끼의 몰골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나를 제지하며 내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난 아직까지 분노는 사그러들지 않았지만 순순히 경찰들에게 순응했다.
그제서야 내 눈동자에 비친 그새끼의 모습은 이미 사람꼴이 아니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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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후, 난 다섯달동안이나 교도소에 갇혀지내야했다.
내가 한껏 패버린 그새끼는 전치10주가 나와 얼마동안은 걸어다니지도 못한다고 한다.
덕분에 그새끼의 부모님이 대신 나서 나한테 합의따윈 바라지도 말라며 교도소에
처넣었다. 그러다가 능력이 꽤 되는 삼촌이 어마어마한 합의금을 물어내 겨우
나를 교도소에서 꺼내줬다.
우리집은 형편이 그만큼 좋지는 않았고 발만 동동 굴리던
우리 부모님께서 결국은 삼촌을 부르신 모양이였다.
내가 출소하는날,
우리 부모님과 나를 마중나와 있던 삼촌은
아직 따뜻한 두부한모를 내밀며 "새끼.멋진 복수극이였다."라며 날 격려했다.
하지만 난 두부를 먹을 시간이 없었다.
그녀가 떠오른다. 상처입고 치료도 못한채 혼자 끙끙대고 있을..그 바보같은 여자가.
그리고 내발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지금 이순간 딱 직감이 통하는 장소.
그장소에 그녀가 분명히 있을것 같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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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뛰기만 하던 내발이 목적지를 찾았다.
다섯달만에 와보는 우리만의 장소, 그녀가 즐겨마시는 카푸치노가 있는 장소.
-딸랑.
"어서오세요.. 아, 오랜만에 오셨네요?"
익숙한 은은하게 퍼져있는 커피향.
날 보고 생긋 웃으며 반겨주는 이카페 여주인.
"..사정이 생겨서 못들렀었죠. 그여자.. 지금 여기 있죠?"
"아..맨날 카푸치노 드시는 여자손님 말이시죠? 오셨죠. 이층으로 올라가보세요."
"... 고마워요.그럼.."
난 그 여종업원에서 가볍게 웃어보이고는 서둘러 계단으로 향해뛰어갔다.
점점 이층이 보이고, 커피와 수다를 즐기고 있는 여자들 사이에, 작은 그녀가 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지만 알수 있었다. 그녀라는걸,
"...흡....흐으..."
그녀는 어깨를 파르르 떨며 흐느끼고 있었다.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주먹부터 쥐어진다.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병신."
내말에 그녀는 푹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얼굴은 잔뜩 눈물범벅이 된채. 그녀는 다섯달 동안 작아져있었다.
난 그녀를 안아버렸다. 매일밤마다 그리워했었던 그녀만의 향기가 그녀를 실감나게 한다.
그녀를 오랫동안 꽉 안아주고 싶었지만 그녀는 너무 많이 다쳐있었다.
날 밀어내는 그녀의 손길이 느껴진다.놓아주고 싶지 않다. 난 그녀를 더 꽉 안았다.
"...미안하다. 내가 지켜주지 못한탓이야... 니가 그랬다는걸 난 믿을수 없었어.
향기한테 변명하나 못했다는걸 듣고.. 엄청 충격에 빠졌었어. 향기 남자친구라는 그새끼는
죽지않을정도만 쥐어패도 모자랄판이였지. 많은 생각을 했는데.. 난 이제 상관없어.
니가 과거에 무슨짓을 했든.. 널 받아들일거야. 널 ...너무 많이 사랑하니까."
오랫동안 얼마나 하고싶었던 말인가.
속으로 몇백번,몇천번,몇만번이나 되뇌었던 말.
그말로는 그녀를 감싸주기엔 부족했다.
그녀는 언성을 높여 나한테 잔인한 말을 퍼부어댔다.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드라마 대본 쓰니? 꼭 자기가 대단하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나 그남자랑 잤거든? 왜 잤는줄 알아? 니가 싫증나서 그랬어. 나 원래 이런년이야.
그남자가 첫남자도 아니였고, 너랑 만나면서 이미 다른남자들한테 몇다리 걸치고 있었어.
지금 캠퍼스내에서 내 별명이 뭔줄 알아? '걸레년'이야. 나한테 딱 들어맞는 별명이지.
갑자기 지혼자 덜컥 휴학하더니, 또 지금 찾아와서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대체 뭐야?
우리 그냥 끝내버리자~ 우리 질릴만큼 즐겼잖아? 그럼 된거..."
눈은 울고있으면서, 너무 아프다고 울고있으면서 말은 그렇지 않게 보일려고 애쓰고있다.
바보같은 그녀를, 너무 바보같은 그녀의 뺨을 때려버렸다.
눈동자가 흔들흔들 거리던 그녀는 눈물을 참으려는듯 입술을 앙 다물고 있다가 목소리톤을
더 높였다.
"때렸으니까 속이 아주 시원하지?! 그러니까 빨리 내앞에서 꺼져버려!
난 이렇게 질질 끄는게 제일 싫어!! 미련없이 꺼져버리란 말.."
그녀의 말이 뚝 끊겼다.
지금 내눈에서 흐르고 있는 눈물때문일까.
"병신아.. 넌 연기력이.. 꽝이야.. 난 니말은 안들어.니 눈만보고도... 다 알수있으니까."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한다.
그녀는 결국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난 그녀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쌌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는 법이잖아. 너 지금 실수한거 잖아..
이미 돌이킬수 없는 일인데 왜그렇게 혼자 아파해..왜그렇게 병신같은거야.."
-탁!
'다 잘될수 있으니까 우리 예전으로 돌아가자.'
라고 말하려던 내말을 막고 그녀가 내 손을 뿌리쳤다.
"돌이킬수 없는 일이니까!!! 이건 내가 저질러버린 실수니까, 누군가하고 같이
아파야할 일이 아니야!! 니가 꺼질수 없다면 내가 꺼져줄게!!"
가슴속의 고통을 응어리로 만들어 내뱉어 버린것 같은 그녀의 말.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재빨리 계단을 뛰어내려가버렸다.
그녀를 잡을수 없었다. ..대책이 안선다. 내가.. 어떻해야 되는거야.
그녀가 가고난 자리에서는 사람들의 불쾌한 시선과 그녀가 먹다만 카푸치노만 남아있다.
아... 허무하군. 윤경진... 니가 병신이다. ...병신 윤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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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밤 별로 세지도 않은 술에 잔뜩 꼴아버렸다.
혼자 술잔을 기울려 본적은 없는데 지금의 내모습이 어떻게나 처량해 보이는지..
안주도 없이 벌써 소주만 여섯병째다.
하지만 취하지 않는다. 아직까지 마음이 찢겨져 나가는듯하니까.
이딴식으로 그녀와 끝내고 싶진 않은데..
난 아무것도 할수가 없다.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줄수 없어.
...답답한마음으로 비워버린 술잔을 다시 채워보려고 했지만 .. 술병을 집은 내손을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를 손이 붙잡는다.
"...씨발.... 뭐야."
"그렇게 먹다가... 죽을래? 바보야. 찾았어.. 핸드폰도 꺼두고.. 뭐하는거야."
눈동자만 서서히 굴려 그 인물을 확인하니,
이런... 다섯달만에 보는 얼굴이군. 별로 보고싶지는 않았던.. 주향기네.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와가지고 삽질이야. ..너 안보고싶어.너 싫어 죽겠어..꺼져.."
난 주향기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술잔을 기울렸다.
그런데..이여자.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한다. 덕분에 술잔을 입가에 머물고만 말았다.
"알아. 알아버렸어... 내가 못된년이였어. ....흡. ...오늘 그남자가 찾아왔더라.
....다섯달전. 주연이와 내 사이를 완벽하게 갈라놨던 장본인.. 물론 주연이를
안믿었던 나도.. 잘못했지만.. ...그런데... 흐읍."
이제서야 주향기의 말을 듣고싶은 마음이 생긴다.
술잔을 천천히 내려놨다.주향기는 내 맞은편쪽 의자에 앉았다.
"..후우.똑바로 말해라.주향기, 뭐가 어떻게 된건데."
"그남자가.. 찾아왔어.왜 찾아왔냐고.. 무슨염치로 찾아온거냐고 하니까.. ..내 오해
풀어주러 왔대. 다섯달..전에.. 오해들.. 그거 다 풀어주러 왔대.
다섯달전에 너.. 그남자 엄청 팻다며.. 그래서 교도소에 있다가
오늘 갓 출소 한거라며.. 훌쩍.
그것때문에 자기도..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양심이 때문에 이대로 입다물고 있을수는 없었대.
어쨌든.. ....주연이.... 주연이 그기집애.. 미치겠어.진짜. 흐흐흡... "
-쨍그랑!
인내심의 한계다.
난 테이블위에 놓여있던 술잔을 주먹으로 깨버렸다.
유리에 베어 피가 뚝뚝 흐르는 내손을 보고
주향기는 그제서야 정신을 바싹 차렸는지 흐느낌을 멈추고
말을 이어갔다.
"..다섯달전. 내가 주연이를 그남자한테 소개시켜줬을때, 그남자..주연이한테 첫눈에
반했었대. 남자친구 있다는 사실 알고도 어떻게든 자기걸로 만들고 싶었대.
..그래서
주연이를 찾아갔대. 이런저런 변명으로 주연이를 호텔에 끌어들이고... ...주연이는
그자리에서 그남자를 거부했대. 화를 엄청 내면서... 그때, 그남자는 갑자기 이기심이
생기더래.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주연이를 ..... 협박했대. 자기랑 안자주면 대신
나한테 해코지 하겠다고 말이야. ...그 바보같은 기지배는 ...그말한마디에 ...."
"...그만."
"...흡.. 나도 어쩔수 없었어!! 나 너 남몰래 좋아했던거 알어?!그래서 배신감이
몇배로 더 들었어!! 주연이가 변명도 못하는걸 보고 확신해 버려서.. "
"그만하랬잖아!!!! 닥쳐!! 좀!!"
.........
술기운이 이제 나타나는건가. 본의 아니게 주향기한테 소리를 질러버렸다.
미쳐버릴것 같다. ..한주연... 진짜 병신이다. 넌.. 진짜 병신이잖아.
내 발악에 잠시 멈칫해있었던 주향기는 얼굴에 범벅된 눈물을 닦고 말했다.
"..그리고 이럴때가 아니야!! 그남자한테 속사정 다 듣고 나서 주연이 찾았는데..
그기지배.. 안보여!!! 어디에도 안보인다구!! 그리고.. 나..나한테 이런문자가 왔어!!"
주향기가 나에게 자기핸드폰을 내밀었다.
아직도 피가 흐르는 손으로 핸드폰을 얼른 받아 문자를 확인했다.
『adieu,
지겠보못는시다
야계한..
줘해서용 서에상세저』
......
"뭐야, 이게.. 이상한 문장이잖아."
"그치...아듀(adieu)는 알겠는데.. 불어로 안녕이라는말이잖아.
그밑에걸.. 모..모르겠어. 뭔가 있는것 같지만."
"..젠장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어질어질한 시야속에서.. ... 얼핏, 뭔가를 발견했다.
..이건... 아니잖아. 이러면 안되는거잖아. 한주연.. 너 진짜,
내눈을 믿기가 싫었다. 분명히 아무글자나 가져다붙인 문장이 아니다.
바싹 말라버린 입술을 적시고 또 눈물을 떨궈낼것 같은 주향기를 바라보며
천천히 문장을 읽어나갔다.
"아듀.. 다시는 못보겠지. 한계야.저세상에서 용서해줘."
"...무슨말이야... 그게, 응?! 설마.. 여기서?!"
"거꾸로... 쓴거야. 다시한번 봐."
-툭.
문자를 확인하던 주향기는 그대로 핸드폰을 손에서 놔버렸다.
난 지갑을 꺼내 술값을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벙쪄있는 그여자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그리고 술집앞에 주차해놨던 오토바이에서 헬멧을 꺼내 주향기에게 던져줬다.
"...너 술 꽤마셨잖아. 음주운전이야..택시를 타고 가는게.."
"..그딴건 걸림돌이 안돼.시간없어... 빨리 타.안타면 나혼자라도 갈거야."
내말에 주향기는 얼른 헬멧을 쓰고 치마차림으로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일초가 급하다.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
..............
-부아앙~~
술은 이미 깨버렸다. 어질어질하긴 하지만 상관없어.
오토바이의 속도는 최대속도.
오늘안에 대한민국을 다 뒤져서라도 찾아내겠어.
...찾아낼거야.한주연.. 이대로 혼자 가버리면 평생 용서안해.
하지만 전혀 알수가 없다.
그녀는 어느곳에서라도 있을수가 있다.
예상할수 있는건.
오늘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시간으로부터 지금까지 약 일곱시간이 지났다.
주향기한테 그녀의 문자가 온시간은 세시간정도 밖에 안지났다.
서울에서 그렇게 멀리 못빠져나갔거나, 서울에 있을지도 모른다.
제발.. 서울에 있길. 제발 빨리 찾을수 있는곳에 있길.
"주향기!! 한주연이 있을만한 곳 없어?!"
"모..몰르겠어!! 이미 있을만한 곳은 다 뒤져봤잖아!! 설마.. 늦은건 아니겠지?!"
"...그냥 입다물고있어.
미친듯이 질주하는 내 오토바이는 이제 여의도구에 들어섰다.
지금은 한강다리를 질주하는중. 한강이 시야에 펼쳐진다.
이제 이곳이 예상할수 있는 마지막 장소. ..이곳에도 없으면 죽기살기로 아무데나 다
찾아봐야 한다. 제발 있기를..생애처음으로 기도하며 한강다리를 지나 한강시민공원으로
오토바이를 몰았다.
-끼익.
난데없는 오토바이 출현에 사람들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뛰어다니면서 찾을 여유따윈 없다. 매너없는 짓이지만 오토바이를 몰으며 그녀를 찾기로
했다. 빌어먹게 넓기도 한 한강. 정말.. 정말 늦어버린게 되면 안되는데!!
"..한주연!!!! 어디있어!!!!!"
"...겨..경진아!! 저기!!! 저 뒷모습!! 한주연!!!"
묵묵히 내허리에 간신히 매달려만 있던 주향기가 듣던 중 가장 반가운 소릴 했다.
난 바로 주향기가 가르킨 곳으로 오토바이를 몰았다. ... 한강물과 근접한 거리에
위태롭게 서있는 그녀는... 분명히 한주연. 한주연... 하늘이시여.
그녀의 구두를 벗은 맨발이 물에 닿을까, 말까 한다.
심장이 너무 뛰어 숨이 막힌다. 내허리에 매달려있던 주향기는 생각도 못하고
질주하는 오토바이에서 뛰어내려 그녀에게 내달려갔다.
"한주연!!!"
".... ?!"
간발에 차이로 그녀의 앞에 도착해서 그녀를 안을수 있었다.
될수 있는대로 최대한 그녀를 물에서 멀리 떨어뜨려놨다.
어리둥절한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윤..경진. 어떻게.."
"병신아!! 너 진짜 미쳤어?! 나 뒤지는꼴 보고싶어서 환장했냐고!!"
"놔!!! 죽는것도 내마음대로 못해?! 왜 계속 날 찾아내는거야!!
찐득이같이!! 귀찮아 죽겠어!!끝내자고 했잖아!!"
"지금도 눈에 눈물고인 주제에!! 그런 약한 여자랑 어떻게 끝내!!
말 필요없댔잖아. 니말따위 안듣는다고 했잖아. 다 알수 있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이제좀 그만하란말이야!!"
"...."
떨리는 그녀의 손이 내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녀는 나에게 안겨있었다. 드디어 안겨있었다.
"...바보야... 바보같은놈아... ..왜 안놔주는거야... 왜... 사람마음 약해지게 만들어.
왜... 왜... 나같은 년을... "
그녀가 흐느끼고 있다.
나한테 안겨서 흐느끼고 있다. 거짓얼굴의 탈을 벗고.. 진짜 한주연이다.
"..병신. 너 원래 약한여자야. 그러니까.. 넌 나 없으면 안돼. 나도 너 없으면 안돼고..
한주연.. 그래서 내가 너란여자한테 미쳐있는거잖아."
그녀는 날 더욱 힘줘서 안았다.
어깨가 들썩이는걸 보니 정신없이 울고있는거겠지. ...나도 그녀를 더 꽉 안아줬다.
"야! 윤경진!! 너때문에 죽을뻔했잖아!!
몰아본적도 없는 오토바이 세우느라 얼마나 힘들... ....아."
이런, 불청객이 한껏 분위기 잡고 있는데 다 망가뜨려버렸다.
하지만 아직 더 풀어야할 오해가 있으니까..
난 그녀를 안은팔에 힘을 빼서 그녀의 몸을 주향기쪽으로 밀어냈다.
"....."
"....."
두여자 모두 뻘쭘모드다.
아무런말도 하지 않다가 서로만 물끄럼히 쳐다보다가 결국엔 주향기가 먼저
주연이를 안아버렸다.
"나쁜년아!! 날 탓해야지, 왜 니가 죽을려고 그래!! 이 나쁜년아.. 너 이대로 갔으면
나도 너 따라 갔을지도 몰라..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어. 그새끼한테 몹쓸짓 당했다고!!
왜 안말했어!! ...흐엉... ..다행이야. 그래도.. 다행이야!! 이 나쁜년아!"
주향기는 이미 퉁퉁불어버린 눈으로 펑펑 울어댔고
그녀도 주향기한테 안긴채 조용히 울며 사죄했다.
"..미안...미안해...미안해 향기야... 정말 미안해....."
"널 믿어주지 못한 내가 더 못된년이야... 니가 왜 미안해... 내가 미안해야지.
미안해. 주연아.. 믿어주지 못해서.. 매정한 친구라서 미안해... "
"그럼... 오해... 다 풀린거야? 이제... 화 다 풀린거야?"
"...빨리...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마침내 두여자는 서로 부둥켜안고 엉엉 울어댔다.
그럼 이제... 우리 다시 행복해 질수 있는거지? 예전처럼 돌아갈수 있는거지?
..아까는 거의 미쳐버린 상태여서 몰랐지만.. 역시 소주여섯병의 압박과
오랜시간 최고속력으로 몰아댔던 오토바이.. ...몸이 온전할리가 없다.
난 그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어느새 눈물자국을 말끔히 다 닦고 난 두여자도 손을 꼭 맞잡은채 나한테 걸어와
내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펑!! 펑!!
"아, 어디서 불꽃놀이 하는가부다. 이뻐라~"
우리의 해피엔딩을 축하라도 하는듯 어디선가
불꽃이 올라와 펑펑 터졌다. 여러빛깔의 불꽃이 한강으로 사라져간다.
그녀가 살짝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왔다.
..이런게 행복이라는 거겠지.
난 그녀의 어깨를 안았다.
"얘들아...고마워.... 이렇게 나 찾아내줘서.. 실감이 안난다.
나 지금 너무 행복해. 제일 소중한것들이 돌아와줘서.. 이젠 바랄것이 없어."
살짝 수줍은듯한 그녀의 말에 나와 주향기는 아무말없이 그녀에게 웃어보였다.
그렇게 우린 큰 전쟁에서 해피엔딩이라는 승리를 얻어냈다.
...............
그리고.
난 바로 대학교에 복귀했다.
캠퍼스내에서는
주향기의 의도로 그동안의 오해들은 몽땅 풀려버렸고,
아직까지 몇몇여자들은 주연이를 씹는 재미가 쏠쏠한듯 했지만,
대부분은 그녀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우리를 피튀기는 전쟁터로 밀어넣었던 '그새끼'는 스스로 자신의 죄값을 치르기 위해
'강간죄'로 경찰에 자수했다.주연이는 이제 괜찮다며 쉽게 합의를 해줬다.
쓸데없이 착하기만 한 여자다.
나와 주향기가 옆에서 교도소에 처넣어야 된다고 악랄한 말을 지껄여댔건만
이제와서 그런들 무슨소용이겠냐며, 그리고 이사람. 충분히 자기 죄를 뉘우치고 있다며
그만 용서해주자고 우릴 달랬다.
"세상에 완벽하게 나쁜사람은 없어."
그녀의 그 말 한마디에 난 조용히 있을수 밖에 없었다.
뭐.. 내가 봐도 그새끼. 정말 자기가 저지른죄를 후회하며 뉘우치고 있는것 같았으니까.
이젠 우린 당당하게 '지금 정말 행복합니다!!'라고 말할수 있다.
내가 봐도 이건 정말 완벽한 '해피엔딩'이니까.
카페 게시글
인소닷단편소설
[단편]
[김여자님] 악녀(惡女) -번외-
김여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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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711
06.08.09 18:01
댓글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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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진짜 슬퍼요... 잘보고 갑니다^^
^^끝은 해피엔딩이니 슬퍼말아요(막이래;) 감사합니다.^^이안네님 언제나 행복하세요^^
해피엔딩인데 눈물이 흐르는 이유는 뭘까요?
아아 해피엔딩인데 왜 눈물이 흐르실까요; 마지막엔 다 웃으면서 끝났으니 귀여븐희야님도 웃으시길.울지마세요~^^ 언제나 행복하세요.
우와!! 해피엔딩이라서 너무너무 다행이예요!!!!! 우와!!우와!!우와아아아!!! 김여자님 좋은소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소설 기대할게요~~~!!!!!
결국엔 해피가 더 끌려서 해피엔딩으로 해버렸어요^^; 빙룡님 감사합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더 분발하겠습니다. 언제나 행복하시길^^
우악 잼있어요 흐흐흐......
현아님 번외편도 봐주셨나보네요^^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아너무재밌잖아ㅠㅠ-_-ㅎㅎ
번외편도 봐주셨군요. 보드레님 감사합니다.^^ 언제나 행복하시길
정말 잘봤습니다.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새드엔딩이였으면 너무 비극적이였겠죠; 역시 해피가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 ^^언제나 행복하시길
정말 잘봤어요.. 제 친구가 추천해줬는데..^^ 재미있게 잘봤어욤^^
추천.. 방금 가슴이 짠하고 울렸답니다 ㅜㅜ* 부족하기만 한 제소설을 추천해주신 친구님 감사합니다.그리고 내사랑님 감사합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
아, 진짜 최고입니다!!!! 여자주인공 너무착하다 진짜. 나같으면 한10년~ 아니 평생 썩게 해줄터인데!!! 진짜 이런일도 있겠구나. 라는생각이 문득들었어요. 요즘 정말 무서운 일들 많잖아요. 부모를자식이 자식을 부모가 죽이는 일까지 있는마당에...휴우. 갈수록 세상이 험해가는군요..ㅠㅠㅠ <-쓸데없는 주절주절. 시간이 벌써이렇게 됐네요ㅠㅠㅠ 헤헤- 그만 자야겠다!!! 매번이쁜소설 감사!!!
슬퍼지자님 안녕하세요^^ 역시 번외편도 읽어주셨네요. 여주인공으로 인해서 소설이 완전 해피엔딩이 되었죠.^^ 여주인공, 정말 아끼는 캐릭터랍니다. 저도 실제로 이런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소설을 썻는데요. 슬퍼지자님 말씀대로 정말 험한 세상이잖아요.. 하지만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가슴 따뜻해지는 일들이 있기에 우리는 오늘도 그 세상을 살아가는 게 아니겠어요?^^ 새벽 두시 오십일분. 시간이 정말 늦었네요. 늦은 인삿말이지만 예쁜꿈 꾸세요^^ 매번 저를 감동시키시는 감상글. 감사합니다. 언제나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