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생인 작가는 1992년 33살 연하의'필립 빌랭'을 만나 1997년 헤어졌고, 헤어지던 그해 빌랭은 '단순한 열정'의 서술 방식을 차용해 이 책의 작가 '아니 에르노'와의 사랑을 다룬 소설 <포옹> 발표했다.
프랑스 현 대통령은 초등 담임이고 같은 반 친구의 어머니를 줄기차게 사랑해, 선생님이 이혼한 후 결혼하였다.(사실은 제자에게 온통 다 넘겨버려서 남편과 이혼)
우리의 코리타분한 이성관(요즘은 방값 , 생활비 아끼려 동거하며 공부한다거나, 동거해 보고 결혼한다는 식으로 젊은 세대에선 세월따라 이성관도 많이 달라졌다지만)과는 다른 서구의 남녀와 그들의 性!
기이한 인생사 하나라 여겨지기에 <포옹>도 읽을 기회가 있기를 기대한다.
=
나는 일기를 쓰지 않으니 자세한 날짜는 기억할 수 없지만, 11월 초쯤이다.
친구의 배려(도서 쿠폰)와 지갑에서 조금 보태서, 1호선 부천역 7층 교보문고에 두 번에 걸쳐 들려서 10권의 책을 샀다.
할배인 내가 처음으로 손녀에게 줄 것 2권도 포함해서.
이어령 대문호가 하늘로 가셨는데 정작 나는 이분의 책을 소화할 능력이 부족한지 단 한 권을 제대로 소화하며 읽은 기억이 없어 이중에서 ‘한국인 이야기’라는 책을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 440쪽 중 50쪽에 머물고 있고 도통 이 책에 손이 가질 않는다.
유명 문학인의 작품도 어찌하여 나와는 인연이 아니 되는가를 생각해 봤다.
내 소양의 부족함 때문일 것이다.
내 삶의 시간에서 문학에 대한 꿈을 품었던 시절은 없었으니 더 그렇다는 이야기다.
내가 10권의 책을 가져온 날 호기심이 살짝 생겼는지 가장 얇은 한 권을 아내가 가져나갔고, 계속 읽고 있는 줄 알았는데, 며칠을 거실 소파 뒤에 그냥 빌빌 돈다.
그러면서 아내가 하는 말이 “이 책 좀 이상한 내용이야!”라는 데서 읽지 못하는 이유가 무슨 뜻인지 감이 왔다.
책을 사기 전에 인터넷 검색에서 프랑스 여성인 작가의 작품이고, 작가는 중등교사(1967')를 거쳐 현대문학 교수 자격시험에 지원해서 합격했다(1971').
그의 작품은 모두 본인의 경험한 사실을 토대로 해서 쓴 것이라는 내용을 인터넷에서 보았기 때문에 아내가 선호하지 않는 글 내용이라는 짐작을 했던 것.
202212.6. 10:00 동네 소아청소년과 의원(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대에는 조용해서 선택했다)에서 코로나 예방주사를 맞고 집에 오니 할 일이라곤 하나 없다.
소파 뒤에 얹힌 ‘단순한 열정’을 잡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노골적인 연애 이야기에 성기, 정액 등, 글이 좀 쇼킹하긴 했지만 저속하진 않아 구미가 당겼다.
이유는 정사 행위의 묘사가 아니라, 동구 출신 유부남과 불륜에 깊이 빠진 이야기지만, 작가 자신의 애끓는 정신세계 그 내면과 그것을 안고 가는 일상을 쓴 것이다.
짐작이 가는 장르를 어떻게 소화했을까?
1940년 출생인 이 여성의 눈으로 발가벗은 남녀 사랑의 어떤 부분을 썼을까? 생각하니, 90쪽 정도니 하루 만에 읽고 독후감을 한번 써보자는 욕심이 생기도 했는데, 게으르고 원래 오래 집중을 못하는 데다 코로나 예방주사 탓도 있는 것인지 하여간 잠시 전에 막 읽기를 끝냈다.
1991년 발표한 이 책, 단순한 열정(passion simple)은 올해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다.
= = =
옮긴이의 말
(앞글 부문 생략)
그러나 이 작품에는 사랑에 관한 여타의 소설들과 다른 점이 있다. 너무나 강렬하고 생생하여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고 심지어 편집증이나 정신병으로까지 느껴지는 광기에 가까운 사랑의 허기가 집중적으로 돋을새김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술방식 또한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읽는 사람은 충격과 전율, 때로는 당혹감까지 느끼게 된다. 그것이 작가 자신이 실제로 겪은 이야기라는 대목에서는 더더욱 충격이다.
지난날의 추억은 세월이라는 체를 통과하는 동안 미화되게 마련인데, 아니 에르노는 소름 끼칠 정도의 냉정함과 자신이 겪은 사랑을 미추의 구분이나 도덕적 판단을 미뤄둔 채 낱낱이 써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처음 발표되었을 때(1991년) 프랑스 독서계에 일대 파란을 몰고 왔었다. 르노도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이자 대학교수인 ''아니 에르노'가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 가진 불륜 체험이 그의 사실 그대로 고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 파란을 일으키기도 어려운 일인데, 이 작품은 몇 년 뒤 또 한 번의 파란을 몰고 온다.
단순한 열정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아 독자로서 작가인 아니 애 르노를 만나고 그녀의 애인이 된, 그녀보다 33세 연하인 '필립 빌랭'이라는 청년이 그녀와 5년간의 사랑을 단순한 열정의 문체까지 거의 그대로 옮겨 ‘포옹’이라는 소설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단순한 열정이 포옹의 모태 역활을 한 셈이다. 두 작품은 내용상으로 긴밀한 짝을 이루고 있다.
함께 읽으면서 사랑에 빠진 남녀의 심리를 비교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어쨌거나 ‘도덕적 판단’은 유보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번역하는 내내 사랑이란 결국 기억이고,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쩌면 기억에 관한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주변의 모든 것이 온통 그 사람을 기억하게 하고 환기시킨다.
하지만 머지않아 모든 게 흐릿해지는 순간이 온다.
아무리 소중했던 사랑의 기억도 세월의 무게를 견딜 수는 없다는 듯이 작가는 어쩌면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잊힐 수밖에 없는 사랑의 기억을 영원히 붙잡아두려 했던 것이 아닐까?
옮긴이 최정수
= = =
< nave에서 가져온> 책 소개, 책 정보
첫댓글 언뜻 들은 이야기다.
나도 우리 손녀에게 글쓰기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한 것을 솔직담백하게 쓸 수만 있다면,
노벨문학상 받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솔직하게 못 쓴다는 거지.
누구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