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공무원과 교수들 그리고 언론인들이 첫번째 숙청 대상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김일성 3대를 조상처럼 추앙하며 살 자신이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월명(회원)
한국인들의 통일에 대한 정서중에 베트남식 통일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베트남식으로 통일을 하더라도 옛날에 비해 경제 발전도 하고 잘 먹고 잘 살지 않느냐는 식이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독일식 통일에 대한 얘기를 하면 꼴통 취급을 받고 베트남식 통일을 해야 진보 대접을 받는다. 독일식 통일이란 자유 진영이 동독을 흡수하여 통일 독일이 된 경우이고 베트남식 통일이란 월맹이 자유 월남을 무너뜨리고 통일 공산국가로 출발한 것을 말한다. 베트남식 통일을 선호하는 사람은 한국이 공산화되어도 통일만 되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월맹은 자유 월남을 수중에 넣은 직후 1백만에서 1백50만에 해당하는 공무원과 지식인들을 수용소로 보냈다. 명분은 재교육이었지만 그 곳에서 많은 수용자들이 죽어 나갔다.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자유 월남을 탈출하였다. 탈출에 성공하여 다른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들도 있지만 무작정 배를 타고 탈출하다가 목적지에 도착도 하지 못하고 망망대해에 수장된 숫자도 엄청나다. 사실상 베트남전은 전쟁 중에도 우리의 남과 북처럼 월맹과 월남 사이의 주민간의 적개심이 첨예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뀌자 피바람이 불었던 것이다. 베트남은 통일을 성취한 후 중국과 전쟁을 치르고 캄보디아를 침공하는 과정에서 인민들의 생활은 지상의 국가중에서 가장 참담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도이 모이. 공산주의를 하면 뭘하나 우선 인민이 살고 보자. 완전한 공산주의는 일단 경제부터 살려서 인민 생활 수준을 향상시킨 다음이다. 베트남은 헌법을 개정한다. 자유시장경제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 내용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다. 인민 생활이 어느 정도 향상이 될 때까지 일시적으로 시장 경제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적어도 문헌상으로는 그렇다. 물론 국가 계획경제 체제로 되돌아갈 가능성에 현실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지만 적어도 헌법상의 시장 경제 제도 도입은 일시적인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그대로 공산주의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들이 허용하는 자유중에서 경제 활동의 자유와 거주 이전의 자유는 허용하지만 아직도 집회의 자유,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같은 것은 엄격하게 통제되고 있다.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자유를 억압받는 5개국 중에는 베트남도 들어 있다. 한국인들이 베트남의 속살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마치 베트남식 통일을 하면 남북이 함께 어울려 잘 살 것 같은 꿈을 꾸고 있으나, 그 꿈을 실현하기 전에 공산화되자마자 피난 보따리를 챙기거나 수용소에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할 사람들의 숫자는 엄청날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공무원과 교수들 그리고 언론인들이 첫번째 대상이 될 것이다. 이들 직업군이 1차적 숙청되는 것은 공산화 이후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서 하나의 공식처럼 굳어져 있다. 이들 중에 그동안 북한에 호의적인 활동을 했다고 공산 정권하에서 더 좋은 위치에 진입할 것이라는 헛된 꿈을 꾸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정말 멍청이들이다. 한반도에서 베트남식 통일이 된다면 아마 국민의 70-80% 정도는 자유를 억압당하면서도 견디며 살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백화제방의 무질서와 방종 수준의 자유는 꿈에서나 누릴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김일성 3대를 조상처럼 추앙하며 살 자신이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이 세상 일의 대부분은 원하는 방향으로 되는 경우는 오히려 예외다. 원하는 대로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피와 땀과 희생과 지혜가 총동원되어도 될까 말까 하는 것이 상례다. 위험을 엄격하게 점검하지 않거나 치밀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낭만에 취해 진도 아리랑이나 부르면서 자신들의 생사 문제를 무슨 이벤트 쇼를 하듯이 몰고 가다가는 우리 국민들이 언젠가 땅을 치고 가슴을 쳐도 회복할 수 없는 불행의 구렁텅이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