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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학과 빛의 산책 원문보기 글쓴이: 신의식
지난번 부산 번개 때 다음 장소로 집을 내 주겠다고 약속한 가을바람님 댁에서
약속데로 기꺼이 카페 회원님들을 초대해 주었다.
밥만 두어끼 주어도 감지덕지니 집은 펜션을 잡자고 말했다가
오히려 섭섭해 해서 말도 못 꺼냈을 정도로 옛날 우리들 정서인
집에 손님이 오면 좁은데로 서로 몸을 맞대고 머리를 부벼가며
지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씀 하셔서 그 말을 꺼낸 내가 오히려 무안했다.
그것이 한달하고 벌써 20일 전이니 세월 한 번 빠르기도 하다.
번개에 가려고 남편과 나는 기를 쓰고 일을 했다.
가기 전전날부터 하루에 서너시간을 자면서 일을 했을 정도로
얼른 가고 싶었다.
마치 헤어져 있던 형제자매들을 만나듯 설레여 가며
드디어 오늘 그날이 왔다.
새벽부터 일어나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이 도대체 끝날줄을 모른다.
본래 계획은 기쁨님 딸 주현이 졸업식을 갔다가
좀 일찍 내려가서 일을 도우려고 했는데 이도 저도 못하고 겨우
오후 세시가 다 되어 출발을 하게 되었다.
큰 맘 먹고 시간을 내신 하오님이 승합차로 가자고 하셔서
하오님댁에 차를 세워 놓고 출발이다.
듬직한 하오님 남편께서 이것저것 잘 챙겨 주시고 잘 다녀오라고
배웅해 주셨다.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마음은 먼저 달려 가고.......
들판에 해가 뉘엿거리더니 붉은 달덩이처럼 벌겋게 서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오랫만에 벌판으로 지는 해를 보면서 달렸다.
산골에 살다 보니 늘 산으로 지는 해를 보고 살았다.
시간이나 맞을까
우리동네 해는 겨울이면 한시 반에도 졌다가 요즘은 좀 늦어져서
네시 정도에 서산 너머로 사라진다.
노을을 본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해는 여섯시 10분경에 완전히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사라지고 난 후에 그 여운도 너무 좋았다.
붉고 여유로운 빛이 우리가 장성에 가까이 갈 동안에 계속 되었다.
아쉬워 하며 동편을 보니 어느새 정월 대보름달이 두둥실 동산위에 떠 있다.
우리마을 같으면 아직도 멀었을 광경이다.
가을바람님 댁에 도착한것이 일곱시가 좀 넘었으니 달려 왔지만 다섯시간이 족히 걸렸다.
그래도 오늘은 하오님과 남편이 교대로 운전을 해서 옆에 타고 온 나도
피곤한 줄을 모르겠다.
남편 혼자 운전을 하면 옆에 있는 나도 하는 것 없이 피곤한데 말이다.
여름에 이 댁에 오고 오늘 왔으니 완전 반년만에 온 셈이다.
모두들 와 계시고 먼저 왔어야 할 우리가 꼴찌가 되어 몸둘바를 모르겠다.
그동안 가을바람님 댁은 부엌옆에 부엌을 하나 더 만들었다.
바닥에 불을 넣지 않은 약간은 시원한 부엌이었다.
완전 독립 되어서 설겆이며 가스렌지까지 갖추어졌다.
뿐만 아니라 거기에 들어가는 가구도 새로 짰다.
이 댁은 모두 편백나무로 집을 꾸몄는데 이런 가구까지
편백나무로 다 했다.
집을 맡아서 지어 주신 분이 참 꼼꼼 하신듯 그런 것까지
세세히 신경을 썼다.
모두들 일거리를 맡아서 분주하다.
마치 잔치집 같기도 하다.
지짐질 냄새도 진동한다.
잔치집의 필수가 아닐지......
영월 번개 때 뵌적있는 목포에 요셉피나님과 아후님 자매들은 이번에도
네분이 오셧는데 모두들 전 부치는 것을 담당하고 계셧다.
주인 가을바람님은 편육을 써느라고 얼굴 볼 정신도 없다.
부산의 햇사레님과 무심님도 방금 오셧다 하고
서울에서 흰민들레님과 홍대언니
군포에서 산목련님 포항에서 박정숙님 등
멀리서 직장일을 하면서도 우리 보다도 빨리도 오시고......
그냥 먹는데로 먹자고 하시더니 도대체 이 진수성찬이 웬말인지......
음식을 필히 하나하나 소개해야 한다.
먼저 도토리묵 강원도산 이나 장성에 와 주인을 잘 만나 완전 빛이 난다.
그 옆은 2년 되었다는 묵은지 ,
완전 입맛 도는 굴 넣은겆절이, 시금치무침-이것도 집에서 키운 것이다.
고 위에 고추무침은 구미의 꽃수기님이 직접 무쳐서
택배로 보낸 것이다.
시금치 뒤에 있는 것은 고비볶음 -이 쪽은 고비도 많이 난다고~
묵은지를 생선과 졸인 것도 있고 나물은 호박곶이 죽순말렸다 볶은 것,
검은 것은 김무침, 그리고 파래처럼 생긴 것은 이번에 처음 먹어 보았는데
감태김치라네 감태는 파래 보다는 부드럽고 매생이 보다는 한단계 위고
그런 바다해초인데 동치미무와 같이 무쳐 김치처럼 두고 먹는다고 한다.
백김치도 직접 담은 것이고, 그 옆에 쌈장 같이 생긴 것이
이번에 인기를 독차지 했던 잡어 젓이다.
지난해 서로 싸워가며 배에서 직접 사와서 종일 담그었다는 그 젓갈~
그 놈을 팍팍 다져서 청량고추와 같이 무쳐서는 고기도 싸 먹고
쌈도 싸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올해는 배추에다 젓갈 싸 먹는 것을 배워서 잘 해 먹는다.
일전에는 옙분님이 사 오셔서 며칠을 먹었는데 짭쪼롬한 이 젓갈이 사람 홀린다.
그리고 저기 접시에 두마리씩 오른 조기도 설명을 곁들여야 한다.
사또님이 영광굴비를 가져다가 손질해서 밖에서 연기에 눈물을 흘려가며
구운 것이라 한다.
뿐만 아니라 냉이도 캐서 뿌리가 표백한 것처럼 하얗게 씻어서
국을 끓인 것이라 한다.
그 외에 직접 담은 장아찌도 몇가지 있었는데 모두 다 인기만점이다.
이 행복한 밥상 앞에서 모두들 마음이 더욱 행복해 졌다.
어렵고 힘들게 왔지만 이미 첫번째 밥상 앞에서 오늘만 즐기고 간다고 해도
후회는 없겠다 싶고.......
두그릇은 먹겠다 싶었는데 내 배는 한정되어 좀 아쉽다.
이럴적에는 배가 좀 늘어나서 소 마냥 두고 두고 새김질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맛있는 저녁상을 막 물리고 나자 부산에 사시는 소산님이 오셧다.
광주에 사시는 언니댁에 들렸다가 형부께서 태워다 주셧다.
소산님은 범초님 제자이신데 어떻게 이번에 시간을 같이 할 수 있었다.
우리집에도 오신 적이 있고 글나라 모임에서도 몇번 뵈었지만 다른 분들은
전혀 처음이다.
소산님이 주인인 사또님에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찻병과 우엉차를 선물했다.
이 찻병이 좋아서 소개한다.
나는 산에 갈적에 차를 우려서 잘 가지고 다니는데 이 병이 제격이다.
예전에 기쁨님이 선물해 주어서 3년 정도 가지고 다녔는데
이것이 젖병 재질이라 삶아도 되고 뜨거운 차를 가지고 다니며 마실 수 있는 것이다.
모두들 처음 보셧다고 해서 여기에도 소개 하는 것이다.
덕분에 우리들도 3일동안 좋은 차를 계속 마실 수 있었다.
이번에 소산님은 차 담당이어서 이것저것 좋은 차를 계속 조달해 주셨다.
이것은 내가 받은 선물인데 특이해서 소개한다.
마치 도토리 같다.
부로우치로도 쓰고 장식용인데 새로 지은 집에 장식하라고 가지고 오셨다.
산에 나는 도토리 껍질 에다가 천으로 감싸서 실리콘으로 박은 것이다.
말 안하면 그냥 도토리인 줄 알 정도이다.
저녁을 먹고 나서 얼마 안 있다가 케잌 커팅식을 했다.
흰민들레님과 홍대언니가 즐거운 자리에 케잌이 어울린다고
마련해 오신 것이다.
남편은 또 생일케잌을 먹게 생겻고 겸사겸사 1월 생일을 다같이 축하하고
햇사레님 아들 제대 축하는 무심님이 대신 받았다.
다같이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끄고 ......
분위기 정말 좋았다.
그런데 정말 축하를 받아야 할 사람은 이 케잌을 사 오신
흰민들레님이었다.
거의 40년 동안이나 교직에서 많은 제자들을 훌륭히 키워내신
흰민들레님이 바로 오늘 명예퇴직을 하고 달려 오신 것이다.
나중에 알게 되어서 다시 축하식을 해야지 하고 서는
해 드리지 못해서 많이 아쉽다.
정말 정말 수고 하신 흰민들레님에게 이 일기를 톨해서
다시 한번 축하와 감사를 ......
<자신을 위한 멋진 시간들 이어 가세요>
하여튼 분위기 내는데는 케잌이 최고이다.
이어서 각처에서 생긴 막걸리와 사람들 보다 먼저 도착한 과일들
그리고 목포에서 온 맛있는 엿까지.....
파티가 이어졌다.
모두 모여 건배하고 ~
오늘의 건배제의는 아무렴이 하였는데 집주인 사또님을 위한 구호
<사또~ 사또~ 사또~>
그렇게 하하 호호 즐거운 시간이 이어져 갔다.
밖에는 보름달이 두둥실 높이 떠 있다.
보름달이 밝아 빛은 좀 잃었지만 동편 하늘에 오리온자리별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왁자지껄 한 웃음소리가 밖에까지 간간히 들린다.
이댁이 개 쫑쫑이는 들락날락 사람이 많으니 좋아서 어쩔줄을 모른다.
마당이 워낙 넓어서 차가 대여섯대나 들어 찼는데도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다.
산책 나갔던 팀이 돌아 올 즈음에 부산에서 범초님 내외분과
김해의 아이들님이 오셧다.
일을 마치고 오시느라 좀 늦어서 열한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저녁은 드시고 오셧다고 하여 다과와 약간의 술을 드시며
서로간에 소개도 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별히 소개하여 이 사람이 누구다 하고 말하지 않아도 이틀이나 같이
있을 것이기에 자연스레 알아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새벽 한시가 다 되어 가서 이제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오늘 모인 인원이 열 아홉명
남자가 네명에 여자가 열 다섯이다.
방 분배를 어찌 할 것인가
일단 여자분들 여섯명이 안방으로 들어 가시고
우리내외는 새벽에 밀린 일기를 쓰기 위해 식당용으로 만들어 둔 작은방을 차지~
그러고 보니 거실 옆방에 남자분들 세분이 주무셔야 하는데
그러고 나니 너무 많은 공간이 남았다.
이럴 때는 부부끼리 한 팀이 되어 자는 것이 제일이다.
낙찰~
각자 자리를 잡았는데 주인 부부는 바로 현관문 앞이 되었다.
에구나 미안하여라~
나는 여전히 새벽 네시에 잠이 깨었다.
어둠속에서 보니 밖에 달빛이 환하고 먼 지평선 가까이로
새벽별들이 반짝인다.
왼쪽으로는 동쪽이라 소나무 사이로 간간한 달빛이 비춰들고
남쪽의 큰 창으로는 마을에 있는 가로등 빛이 마치 별빛과 같다.
고요하여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보통 이렇게 여럿이 모여 자면 코 고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보통이 아닌데 아무도 코를 골지 않는다.
뒤척임도 느껴지지 않는다.
편백나무 덕분이다.
편백나무 베개만 비어도 코를 안 고는데 온 집안을 다 편백으로 했으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겟다.
뽀시락 거리지 않으려고 노력 햇는데 한사람 두사람 화장실을 간다고
일어나더니 일곱시도 안되서 모두들 일어났다.
뜨게질을 하는 사람, 아침 체조를 하는 사람, 산책을 하는 사람 등등
그 외의 사람들은 아침 하는 일을 도왔다.
흰민들레님이 머리에 마는 구루쁘(우리말로 무엇인지 모르겠음)를 말고 있으니
너도 나도 서너개씩 얻어서 머리에 하고는 아침 차리는 모습이
나에게는 참 재미있고 즐거운 모습이었다.
자매가 없기도 하고 이런 멋을 낼 줄 모르는 나에게는
약간 낯선모습이면서도 뭔가 색다른 즐거운 모습이기도 하다.
어제 처음 만났으면서도 서로 서로 챙겨 주는 모습이 친자매들 같다.
아침은 어제 많이 해 놓은 나물이며 전 등이 있어서 김치찌게만 새로 해서
먹기로 했다.
냉이가 많아서 냉이는 새로 무치고......
이 식탁을 오늘 처음 맞는 범초님은 눈이 휘둥그레 지셧다.
조기 대신 역시 숯불에 구운 고등어가 올라 오고
이 고장의 명물인 모싯잎 떡도 새롭게 올라왔다.
아침을 또 여느 때 점심처럼 푸짐히 많이 먹고는 배가 불러 식식 거리고 있었다.
차를 마시고 과일을 먹고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아홉시 정각~
우리가 처음 계획 한데로 함께 가기로 한 담양의 금성산성을 향한다.
첫댓글 오순도순
재미있게 살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