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둑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대국자는 대국장을 떠나 피신했다가 지진이 가라앉는 기미를 보이자 자리로 돌아왔다. 일본 북동부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8.9 강진으로 일본 곳곳에 여진이 퍼졌고 그것은 야마나시현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제35기 일본기성전 도전7번기 6국 이틀째 대국이 열리던 11일의 야마나시현 고후시 풍경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적어도 오후 2시 46분 경 전까지는.
여진은 생명을 위협했지만 서열 1위 기성 타이틀을 지켜내려는 장쉬 9단과 이를 싸워 뺏으려는 젊은 사자 이야마 유타 9단은 대국을 속개했다. 간간이 여진은 계속됐다.
비슷한 시각 도쿄 일본기원 본원에서 열리던 여류명인전은 중단되었다. 대국자 씨에이민 5단과 무카이 치아키 4단은 이미 대피했고 중단된 지점은 봉수됐다.
장쉬 9단과 이야마 유타 9단의 기성전을 본원에서 해설하던 프로기사와 스탭들도 철수했고 일본기원 직원들은 귀가 조치됐다. 일본기원 건물이 흔들렸다. 선반과 책상의 물건들은 쏟아져 내렸다.
일본 곳곳의 피해 지역에 있던 지인들의 안부를 묻는 통화량이 증가하면서 휴대폰 통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일도 속출했다. 일본의 주요 방송 매체들은 대부분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속보를 내보냈다. 아나운서는 건물이 흔들리고 종이들이 바닥에 떨어져 흐트러진 보도국을 배경으로 의연하고 침착하게 뉴스를 읽어내렸다. 지진이 많은 일본이지만 매체들이 전국적으로 이렇게 일제히 움직이기는 처음이었다.
기성전을 인터넷 생중계로 전하던 일본 온라인 대국실 ‘유현의 방’ 서버에서는 관전자들이 소식을 주고 받고 있었다. 관전자들은 저마다 지진 피해 상황 뉴스 속보를 전하기도 했다. 기성전의 형세 이야기를 하는 이도 있었다. 안부를 묻기도 했고 자기가 속한 지역의 상황을 다른 이용자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전화 통신이 여러 곳 끊긴 상황에서 인터넷은 살아서 무념하게 위안과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었다.
두 대국자는 간간이 흔들리는 대국실 바닥의 진동을 느끼면서도 사력을 당해 미세한 끝내기 싸움을 벌였다. 좌하귀 패가 마지막 승부처가 되었다. 결국 장쉬 9단이 승리했다. 장장 346수 만에 흑으로 1집반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1국과 3국을 내줬지만 2, 4, 5, 6국에서 승리하며 종합전적 4-2로 장쉬 9단은 첫 방어에 성공했다. 장쉬 9단은 십단ㆍ왕좌ㆍNEC컵도 보유 중이다.
'체감상 일인자'였던 장쉬 9단은 지난기 기성전에서 야마시타 게이고 9단을 4-1로 누르고 서열1위 기성전을 가져오면서 명실상부한 일인자가 된 바 있다. 게다가 이번 방어전도 성공으로 이끌면서 일본 최강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게 됐다.
장쉬, 지진 뚫고 첫 방어
종합전적 4-2로 기성 2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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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대국자는 대국장을 떠나 피신했다가 지진이 가라앉는 기미를 보이자 자리로 돌아왔다. 일본 북동부 앞바다에서 발생한 규모 8.9 강진으로 일본 곳곳에 여진이 퍼졌고 그것은 야마나시현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제35기 일본기성전 도전7번기 6국 이틀째 대국이 열리던 11일의 야마나시현 고후시 풍경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적어도 오후 2시 46분 경 전까지는.
여진은 생명을 위협했지만 서열 1위 기성 타이틀을 지켜내려는 장쉬 9단과 이를 싸워 뺏으려는 젊은 사자 이야마 유타 9단은 대국을 속개했다. 간간이 여진은 계속됐다.
비슷한 시각 도쿄 일본기원 본원에서 열리던 여류명인전은 중단되었다. 대국자 씨에이민 5단과 무카이 치아키 4단은 이미 대피했고 중단된 지점은 봉수됐다.
장쉬 9단과 이야마 유타 9단의 기성전을 본원에서 해설하던 프로기사와 스탭들도 철수했고 일본기원 직원들은 귀가 조치됐다. 일본기원 건물이 흔들렸다. 선반과 책상의 물건들은 쏟아져 내렸다.
일본 곳곳의 피해 지역에 있던 지인들의 안부를 묻는 통화량이 증가하면서 휴대폰 통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일도 속출했다. 일본의 주요 방송 매체들은 대부분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속보를 내보냈다. 아나운서는 건물이 흔들리고 종이들이 바닥에 떨어져 흐트러진 보도국을 배경으로 의연하고 침착하게 뉴스를 읽어내렸다. 지진이 많은 일본이지만 매체들이 전국적으로 이렇게 일제히 움직이기는 처음이었다.
기성전을 인터넷 생중계로 전하던 일본 온라인 대국실 ‘유현의 방’ 서버에서는 관전자들이 소식을 주고 받고 있었다. 관전자들은 저마다 지진 피해 상황 뉴스 속보를 전하기도 했다. 기성전의 형세 이야기를 하는 이도 있었다. 안부를 묻기도 했고 자기가 속한 지역의 상황을 다른 이용자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전화 통신이 여러 곳 끊긴 상황에서 인터넷은 살아서 무념하게 위안과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었다.
두 대국자는 간간이 흔들리는 대국실 바닥의 진동을 느끼면서도 사력을 당해 미세한 끝내기 싸움을 벌였다. 좌하귀 패가 마지막 승부처가 되었다. 결국 장쉬 9단이 승리했다. 장장 346수 만에 흑으로 1집반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1국과 3국을 내줬지만 2, 4, 5, 6국에서 승리하며 종합전적 4-2로 장쉬 9단은 첫 방어에 성공했다. 장쉬 9단은 십단ㆍ왕좌ㆍNEC컵도 보유 중이다.
'체감상 일인자'였던 장쉬 9단은 지난기 기성전에서 야마시타 게이고 9단을 4-1로 누르고 서열1위 기성전을 가져오면서 명실상부한 일인자가 된 바 있다. 게다가 이번 방어전도 성공으로 이끌면서 일본 최강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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