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연은 참으로 오묘하다.
특히나 결혼은 하늘이 점지 해준다고 하지 않던가?
오래 전 태풍이 사진빨 쪼까 받던 총각 시절이다. 전혀 준비되지 않았고, 꿈에도 상상하지 않았던
직업군인(현재 부사관)을 운명적으로 하고 있었다.
신분 상승을 위해 몸부림 치던 중,
헬기 준사관(조종사) 모집이 있어 지원을 하였고, 당당히 합격을 하여 항공학교에 입교를 하였다.
까다로운 신체검사까지 다시 받고
교육에 들어 갔는데, 아뿔사 담당 교관이 하는 말, 총 27명 중 2주간의 가입교를 통해 적성 등 여러가지를 평가해서 21명만 조종사가 된다네~~
이건 또 뭔 시츄에이션?
그때부터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 해온다! 하지만 운동신경도 괜찮은 난 예비 테스트를 충분히 패스 하겠지? 하면서 자위 해본다.
막상 교관과 함께 헬기에 올라 조종관을 잡았는데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다. 이럴줄 알았으면 사회에 있을때 오락게임 이라도 좀 많이 해볼껄 하는 아쉬움이 가득~~ 역시 2주 후,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하고, 전 부대로 복귀하여 실의에 빠진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창피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무척 상했다~~ 정말이지,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지...
한데 어느 날, 한줄기 서광이 비추지 않는가? 인사처에 근무하는 선배가 김중사 미8군 카튜사 선임하사 모집 하던데, 지원해봐!
평소 영어에 관심이 많았고 조금은 자신이 있어, 전 주저없이 지원 하였고 미 8군 근무를 시작하였다.
당시 80년대 초, 미 8군은 전방 부대인 의정부. 동두천을 제외한
나머지 비전투 부대는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었다.
태풍의 전성기가 시작된다.
춘천 근무 1년 후, 드디어 용산으로 입성하여, 금요일 일과 후부터
이태원, 명동, 종로를 넘나들며 젊음을 불태우고 있었는데,
비오는 토요일 오후 어느날 싱글 룸에서 티비를 보고 있는데 막사 공용 전화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 오늘 저녁에 시간있어?
-응. 있어. 왜?
-오늘 미팅이 있는데, 남자 한명이 펑크 나서 대타로 뛰어라!
-알았어
- 그럼, 7시까지 종로 YMCA다방으로 나와라
5:5 미팅이었는데, 흔히들 하는
방식으로 남자가 소지품을 하나씩 꺼내고, 여자들이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첫눈에 호감이 갔던
짙은 청색의 투피스 입은 여인이 내가 꺼내놓은 열쇠고리를 덥썩 잡는게 아닌가?
순간,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너무 기뻤다. 애써 기쁜표정을 감추고 태연한 척 하면서 있었지만,
정작 걱정은 있었다!
내 친구와 이 여인이 미팅 주선자였거든~~
막간을 이용해 친구를 밖으로 불러내서 물었다. 야, 너희 둘 미팅 주선잔데 왜 뽑기를 했어? 나 부담스러워! 순간 친구는 " 야 아무 걱정마! 나도 오늘 두번째 본 사이야." 어제 지하철 막차 타고 오다가 우연히 이야기를 나눴고 오늘 미팅 한번 하자고 해서, 이 자리가 만들어진거니 전혀 부담감 갖지 말고, 마음에 들면 잘해보라며 오히려 내 어깨를 툭 치면서 씩 웃는다~~
이런 해프닝을 갖고 두사람의 만남은 시작되었고, 만남의 횟수가 더할수록 점점 가까워졌지만,
그때까지 손한번 잡지 못했던 순진아 들이었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늦가을 어느 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거닐며 데이트 중에 이 여인이 갑자기, "아이 추워요" 하면서 나의 팔장을 끼고 몸을 기대는게 아닌가? 이날 이후로 두 사람은 급격히 가까워지고, 결혼에 대한 간접 표현을 하기에 이르렀다.
한데, 청천벽력 같은 소설 속에서 나올법한 사건이 발생한다~~
오메, 어째스까나!
그녀와 난 김해 김씨, 동성동본이 아닌가? 하늘이 무너질것 같은 마음이었지만, 난 내색하지 않고
조용히 시름에 빠져든다!
이후, 난 이대로 더 깊이 사귀다간 서로에게 크나큰 상처가 될 것같아 그녀에게서 조금씩 멀어지기로 마음 먹고, 서서히 이별 준비를 하였고, 마침내 안녕이란 말 한마디 건내지 못하고 사랑의 마침표를 찍었다~~
어느 하늘 아래서 잘 살고 있을
그때 그 사람, 전라도 순천산 순이!
미안하다~~ 이제 고백하지만 그땐 내 본심이 아니었고, 나름 아픔이 있었다오^^^
첫댓글 와우!
안타까운 러브스토리네~~
눈 딱 감고 확 낚아채지 그랬어?ㅋ
그땐 동성동본 혼인이 불가했잖아~~
@김태풍 알~~아~~
그속이 짠해 보여서...
짠한 러브스토리네...
당시 종로.명동이 눈앞에 선하네~~ㅎ
그렇지? 강남 세대들은 잘 모를꺼야~~
삭제된 댓글 입니다.
다행이네! 느낌이 좋으면 70%이상 성공~~ 나도 자신이 없으면 소개 못하는데, 회사 동료들이 수술 안하고 좋다고 하니, 믿음이 가더라~~
걷는 운동 등 필요한 운동 좀 해서 허리 근력 열심히 키워! 아쟈^^
@김태풍 이런 좋은 정보를 공유하는건
참 고맙고 좋은 일이다~
요런 사랑없음 재미 없지
첫사랑은 안 이뤄진데서 난 엄청 노력했는데
ㅎㅎ~~ 원래 첫사랑은 이루어지기 힘들지~~ 서로가 부족한 점도 많구! 첫사랑은 짝사랑이 좋지?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6.09 23:29
아쉬운 이별이였지만 사랑은 진실했었네요...
예. 순수한 순애보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