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비공개 입니다
여행지 : 일본 간사이 지역 여행
여행일 : ‘17. 3. 15(수)-17(금)
여행지 : 오사카(오사카 성, 도톰보리), 교토(청수사, 산넨자카), 아라시야마(대나무숲, 노노미야신사), 나라(동대사)
일 정 :
○ 3.15(수) : 오사카(먹자골목 도톰보리)
○ 3.16(목) : 교토(청수사, 산넨자카), 아라시야마(대나무숲, 노노미야신사)
○ 3.17(금) : 오사카(오사카 성), 나라(동대사)
여행 첫째 날 : 오사카의 시가지 관광
특징 : ① 일본(日本, Japan) : 홋카이도·혼슈·시코쿠·규슈의 4개 섬과 수많은 작은 섬으로 구성되며, 수도는 도쿄이다. 단일 아시아계 민족이 압도적이고 주요 종교는 신도·불교·그리스도교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하와이 및 필리핀의 미군 기지를 공격했고, 유럽 식민지를 점령했으나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을 투하된 후 연합군에게 항복했다. 전후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여 폐허로 변한 산업기반을 재건하여 놀랄 만한 경제 회복이 이어졌고,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가 되었다. 우리 겨레와는 천 년 숙안(宿案)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러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현해탄을 사이에 둔 일의대수(一衣帶水)의 지리적 관계에서 연유하는 운명적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일본적인 것은 우리 주변에 범람하고 있으나, 그러면서도 우리는 일본인과 그 역사에 대하여 얼마만큼이나 알고 있을까. 앞으로 수세대를 통하여 우리 겨레의 중요한 문제가 한일관계라는 것을 달관하고, 올바른 한일관계의 수립을 위해서도 지나온 한일관계사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② 오사카(大阪, Ōsaka) : 간사이 지역의 도시 중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으며 이 지역의 교통, 산업, 관광의 중심지다. 넓은 태평양을 바로 앞에 두고 있어 예전부터 고베와 함께 간사이 지역의 최대 해양 도시이자 상업·무역 도시로 성장하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오사카는 교토가 과거 수도였을 때에는 주요 지방 도시에 불과했으나 1583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사카 성을 건축하면서 크게 발전하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정권을 잡은 후 쇠퇴하기 시작하였지만 메이지 유신 때 태평양을 낀 해양 도시로 상공업과 근대공업을 육성하여 간사이 지역의 최대 도시로 빠르게 성장하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주변 도시인 교토, 나라, 고베를 1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오사카를 중심으로 많은 외국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2000년 이전에는 오사카의 심장부인 오사카 역 주변과 우메다 역 주변, 그리고 남쪽의 교통 요충지인 난바 역 중심으로 관광지가 형성되었으며 2000년 이후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과 덴포잔에 일본 최대 규모의 수족관 가이유칸이 들어서면서 더욱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③ 도톤보리(道頓堀) : ’난카이센(南海線)‘의 ’난바(難波) 역‘과 ’신사이바시(心斎橋) 역‘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도톤보리는 한국 관광객이 꼭 들르는 관광 명소 중 하나다. 음식점, 기념품 가게 그리고 수많은 술집이 모두 여기에 있다. 특히 온갖 음식점이 다 모여 있어 맛의 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나 사진을 한번쯤 찍는 쿠리코 러너 간판, 쿠쿠루 도톤보리 대형 문어 간판을 비롯해 화려한 간판들도 도톤보리의 즐길 거리다.
▼ 버스는 우릴 도톤보리(道頓堀) 강변에다 내려놓는다. ’도톤보리‘로 들어가는 입구쯤으로 보면 되겠다. 도톤보리 지역은 과거 물자 수송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 수로(水路)였다고 한다. ’도톤보리‘라는 지명도 이 지역의 북쪽을 흐르는 ’도톤보리 강(道頓堀川)‘에서 유래했다. 지금은 비록 오사카 최고의 관광 명소로 개발되었다지만 강까지 옮겨놓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참고로 오사카 여행은 난바·신사이바시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교통의 중심지인 이 지역은 오사카 최고의 인기 상점가인 신사이바시 상점가와 먹거리가 풍부한 도톤보리와 센니치마에, 전자제품·프라모델 전문 상가들이 밀집한 덴덴타운, 복합 엔터테인먼트 쇼핑몰인 난바 파크스 등 오사카 여행의 핵심 명소들이 몰려 있다. 오늘은 그중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를 둘러보는 일정이다.
▼ 잠시 후 도톰보리 골목으로 들어선다. 예로부터 ‘도쿄는 입다가 죽고 오사카는 먹다가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오사카는 먹거리가 다양하기로 유명하다. 오사카의 먹거리 그 중심에는 '도톤보리'가 있다. 그러니 오늘 여행은 먹거리 투어라 불러도 과히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고 일일이 다 들어가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소문난 음식점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먼저 먹고 싶은 음식을 콕 찍고 난 다음 핸드폰의 앱을 이용해 가고 싶은 곳을 고르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다.
▼ 도톤보리는 좁은 길과 뒷골목을 따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레스토랑과 바들이 즐비해있다. 다채로운 간판과 잘 꾸며진 입구는 눈을 부시게 하는 빛과 디자인의 교향곡을 만들어낸다.
▼ 가장 먼저 손짓을 보내오는 건 ‘길거리 음식’이다. 박스형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다코야끼’.와 ‘오코노미야끼’, ‘쿠시카츠’ 등 온갖 길거리음식들이 총 집합되어 있다. 그야말로 길거리 음식들 세상이라 하겠다. 돌아오는 길에 들러볼 요량으로 그냥 지나치려는데 귀와 코가 발길을 더디게 만든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지글지글 소리와 군침을 돌게 하는 향기가 청각과 후각을 마비시켜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도톤보리를 먼저 둘러보는 게 순서가 아니겠는가.
▼ 잠시 후 오코노미야끼 전문점인 ’본구라야‘가 나온다. 오코노미야끼 외에도 다코야끼와 야키소바를 팔고 있는데, 다코야끼를 밖에서 만들고 있어 그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색다르다. 아니 이 식당의 주 메뉴가 오코노미야끼에서 다코야끼로 바뀌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코야끼 조리대 앞에 늘어선 줄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로 ’오코노미야키‘는 밀가루 반죽에 양배추와 돼지고기, 해물을 섞어 철판에 구워먹는 요리로 한국인 입맛에 꼭 맞는다. 일본 전역에서 즐기는 음식이지만 오사카가 원조라고 보면 된다. 국내에도 진출한 오코노미야키 전문점 후게츠(風月)도 오사카에서 출발했다.
▼ 몇 걸음 더 걷자 게 요리 전문점인 ’카나도라쿠이(かに道楽本店)‘의 게가 엄청난 크기로 소님을 맞는다. 게에 관련해서는 이 음식점을 절대 따라올 수 없다는 입소문이 퍼져있는 곳이다. 가격이 다소 비싼 게 흠이지만 오사카의 특별한 요리를 맛보고 싶다면 눈 딱 감고 들어가 볼 일이다. 그건 그렇고 3대째 내려온다는 이 요릿집은 간판으로 내건 꽃게 조형물이 눈여겨 볼만한 구경거리다. 꼼꼼히 살펴보면 눈과 다리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 다음은 ’타코야키‘의 캐릭터(character)라 할 수 있는 ’문어 간판‘이 여행객들에게 손짓한다. 오사카에서도 알아주는 타코야키 전문점인 ’쿠쿠루(たこ家道頓堀)‘라고 한다.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길게 늘어서있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 부부도 줄을 서볼까 하다가 그만 두기로 했다. 도톤보리의 탐방이 우선이기 때문에 줄을 서있을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따가 돌아오는 길에도 줄이 줄어들지 않을 경우엔 까짓 ’푸드 트럭(Food truck)‘에서 사먹으면 되지 않겠는가. 참고로 타코야키는 일본식 ’문어 풀빵‘이다. 밀가루 반죽 속에 문어를 넣어 지름 3-5cm 정도로 둥글게 구운 요리이다. 1935년 오사카에서 개발된 음식으로 타코(문어)와 야키(굽다)를 합성한 명칭에서 유래됐다. 보통은 타코야키 소스와 가다랑어포, 파래가루를 같이 얹는다.
▼ 또 다른 ’문어 간판‘도 보인다. 이곳 역시 타코야키 전문점인 ’쿠쿠류‘라고 한다. 가까운 거리에 두 곳이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소문난 음식점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 ‘오사카 명물(大阪 名物)’이라고 적힌 간판에 이끌려 걸음을 멈춘다. 우유와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을 생산하는 유제품업체인 ‘메이지’에서 내건 광고 간판인데, 한가운데에 넣어놓은 모니터(monitor)에서 지나다니는 행인들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비춰진다. 화면에 나타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깔깔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명물이라는 호칭이 맞을 것도 같다. 간판이 매달려 있는 2층에는 오코노미야끼 전문점인 ’보테쥬(Botejyu)’가 들어서있다. 1946년에 문을 열었다니 내놓는 음식만 가지고도 오사카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건 그렇고 이 집의 상호에 얽힌 얘기가 재미있다. 오코노이야키를 요리하면서 뒤집을 때 나는 소리가 ‘보테~ 쥬~’라는 것처럼 들린다고 해서 ‘보테쥬’라는 이름을 붙였단다.
▼ 일본은 식초로 간을 한 밥에다 어패류를 얹은 일본식 요리인 ‘스시(壽司, sushi)’의 본고장이다. 그러니 먹거리 골목으로 유명한 도톤보리에 스시집이 없을 리가 없다. ‘겐로쿠(元綠)’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이 음식점은 '회전초밥의 원조'로 불린다. 오사카에서 작은 생선초밥 가게를 운영하던 ‘히로이시 요시아키’가 1947년 아사히 맥주 공장의 컨베이어벨트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곳이란다. 그래선지 간판에다 원조(元朝)라고 큼지막하게 적어놓기까지 했다. 초밥은 한 접시에 무조건 ‘130엔’, 최상급의 품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아 배낭여행객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니 대기 시간은 기본이라 하겠다.
▼ 대로(大路)를 건넜지만 지명은 아직까지도 ’도톤보리‘로 표시되어 있다. 한참을 걸었는데도 아직도 도톤보리를 벗어나지 못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신사이바시‘는 대체 어디쯤일까? 정보가 부족했던 우리 부부는 이 근처에서 서성이다가 집합장소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우린 신사이바시를 둘러보지 못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했다‘ 아쉬운 일이지만 준비를 덜해왔으니 어쩌겠는가.
▼ 이곳도 역시 음식점들 일색이다. 하긴 오사카는 음식 천국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일본의 부엌’이라 불릴 만큼 먹거리가 다양하다면서 말이다.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멋 내기 좋아하는 교토는 입다 망하고 음식이 맛있는 오사카에서는 먹다 망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오고 갈 정도라니 두말하면 뭐하겠는가.
▼ 이발소도 보였다. 가격은 1,200엔, 며칠 전에 다녀온 내 단골 이발소에서 13,000원을 냈었으니 우리나라보다 조금 싼 편이다. 아니 이곳이 시내의 중심가임을 감안한다면 한참이나 싸다고 봐야 하겠다.
▼ 누군가 인간은 ’먹고, 입고 싸는 것‘을 기본으로 해서 살아간다고 했다. 그러니 먹거리의 천국인 이곳 도톤보리에서 잠자리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캡슐호텔‘, 말 그대로 캡슐 형태의 미니 객실을 갖춘 숙박업소이다. 캡슐호텔이란 게 본디 일본에서 시작되었으니 이처럼 흔하게 보이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캡슐호텔은 땅값이 비싼 대도시의 도심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숙박 아이디어이다. 1인 고객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만 제공함으로써 같은 공간에 기존 대비 더 많은 객실을 만들었다. 실비여행을 즐기는 배낭여행객들에겐 안성맞춤이라 하겠다.
▼ 사찰(寺刹)도 눈에 띈다. 도심(都心)에 들어서 있는 게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라 하겠다. 아니 그보다도 카페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외관이 더 익숙하지가 않다. 생활불교에 가까운 일본 불교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일본에 들어온 불교가 일본의 고유 신앙인 신도(神道)와 절충되면서 특이한 형식으로 민간 속에 깊이 뿌리내린 것으로 알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 대로변에는 ‘HIPS’라는 백화점 건물도 보인다. 첼로모양의 가운데에 설치된 ‘자이로드롭(gyro drop)’이라는 놀이기구가 여행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다. 하지만 안전성을 이유로 지금은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대신 인공암장을 설치해 성업 중이란다.
▼ 이번에는 도톤보리 강가를 거닐어보기로 한다. 강변을 따라 산책로가 나있는데 모양새로 봐서는 차라리 운하(運河)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산책로에 만들어 놓은 작은 공연장에서는 아이돌의 공연이 한창이다. 도톤보리 강가에다 거리예술가들을 위한 ‘나니와워터프론트 극장가’를 만든다고 하더니 저곳인지도 모르겠다. 당시 기사에서는 활기차고 생명력 넘치는 오사카의 심벌로 거듭날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하고 있었다.
▼ 산책로를 따라 잠시 걷는데 오사카를 대표하는 캐릭터라는 ‘글리코맨(Glico)’이 활짝 웃으며 맞이해 준다. 결승점에 골인하는 마라토너의 모습인 글리코맨은 식품회사 ‘에자키 글리코’가 1935년에 만든 거대한 네온사인(neon sign)이다. 1년 365일을 두 팔을 번쩍 들고 만세를 부르는 마라토너의 모습이 촌스러우면서도 볼수록 정감이 넘친다. 그나저나 저 광고판은 오사카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찍어오는 인증사진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명소이다. 도톤보리, 아니 오사카를 넘어 일본의 명물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이기 때문이다. 참로고 ‘글리코맨’은 ‘에자키 글리코’에서 판매중인 ‘글리코 캐러멜’의 표지모델이다. 육상 선수가 파란색 트랙 위를 달리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 도톤보리로 다시 돌아오니 이번에는 ‘에비수바시-수지(Ebisu Bashi-Suji)’라는 간판이 눈길을 끈다. 얼핏 ‘패션타운’이라는 얻어들은 풍월이 있었기에 일단은 들어서고 본다. 아치형 지붕을 이고 있는 아케이드(arcade) 안에는 수많은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귀띔을 해준 이가 한국으로 치면 명동쯤 된다고 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명동에는 한참이나 못 미치고 있었다.
▼ 상가 뒤편으로 빠져나가니 아까 걸었던 중심가보다는 못하지만 이곳 역시 음식점 천지다. 오가는 사람들은 좀 뜸한 걸 보면 아직은 덜 알려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선지 상가의 지도까지 세워놓았다. 하지만 나 같은 이방인에게는 그림의 떡일 따름이다. 한글로 까지는 바라지 않겠지만 최소한 영어로는 병기(倂記)를 해놓았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이곳 오사카, 특히 도톤보리는 낯설고 물설은 이방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 아니겠는가.
▼ 기발한 아이디어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식당에서 파는 요리들을 모두 유리박스 안에다 모셔 놓았다. 아래에 가격까지 적어 두었음은 물론이다. 손님들이 손쉽게 메뉴를 선택할 수 있게 했을 뿐만 아니라 식당 측으로 봐서도 테이블의 회전율을 높여줄 테니 ‘누이 좋고 매부 좋고’의 좋은 예라 하겠다.
▼ 한술 더 뜬 풍경도 보인다. 식당에서 팔고 있는 음식의 메뉴들을 자판기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음식물 사진과 함께 가격표까지 붙어 있으니 카드를 넣은 다음 자기가 원하는 메뉴를 누르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는 자판기가 출력해주는 티켓을 들고 안으로 들어가서 선택했던 음식을 받아먹는 시스템이다. 참고로 저런 음식자판기는 80년대의 경제위기 때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주인 혼자서 식당을 운영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단다. 자판기에 돈을 넣고 원하는 음식을 누르면 티켓이 출력됨과 동시에 주방으로 신호가 전해진다고 한다. 주방은 주문된 음식을 만들어 선반에 올려놓으면 손님이 티켓을 주고 음식을 가져다 먹는 시스템이다. 빈 식기를 손님들이 반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소자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도 왜 우리나라에서는 활용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 도톤보리에서는 고깔모자를 쓰고 북 치는 마네킹을 쉽게 볼 수 있다. ‘구이다오레 타로’인데, ‘구이다오레’라는 식당에서 1959년에 천만 엔이라는 거액을 들여서 만든 피에로 인형이다. 가게의 간판이자 마스코트라 할 수 있겠다. ‘구이다오레’는 8층으로 된 대형 ‘푸드 코트(food court)’로 손님에게 500여 가지의 음식을 팔았었다고 한다. 하지만 2008년 7월에 문을 닫았다. 1949년에 문을 열었었다니 환갑을 못 보고 쓰러진 셈이다. 이유는 뻔하다. 음식의 종류가 많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졌을 것이고 식재료와 품이 많이 들었을 테니 경제성 또한 다른 식당들에 비해 뒤쳐졌을 것이다. 시대에 맞는 트렌드(trend)를 쫒아가지 못한 결과는 적자에 이어 식당 문을 닫는 사태에 이르게까지 되고 말았단다. 하지만 ‘구이다오레 타로’는 살아남아 오사카 도톤보리를 대표하는 캐릭터 인형으로 관광객들에게 팔리고 있다.
▼ 오사카의 명물인 ’쿠시카츠 다루마‘의 간판도 보인다. 식당 사장님을 캐릭터로 했는데 으스스하면서도 코믹한 것이 이색적이다. 쿠시카츠란 돼지고기와 닭고기, 채소 등을 꼬치에 꽂아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 길거리 음식이다. 튀김꼬치라고 여기면 과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 오른편에 보이는 식당은 ’다코야키 크레오루‘이다. 도톤보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다코야키 전문점이라고 소문이 자자한데 여러 가지 토핑을 다양하게 추가할 수 있는 점이 이 집의 장점이란다. 토핑에 따라 가격이 달라짐은 물론이다.
▼ 대형 용(龍) 간판은 해장라면으로 유명한 ‘킨류(金龍) 라면’에서 내건 것이다. 이곳은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라면집으로 알려진다. 밥과 김치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데다 한국의 곰탕 국물과 비슷한 맛이어서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단다.
▼ 날이 저물자 도톤보리가 민낯을 드러낸다. 도톤보리의 ‘낮’은 단순한 먹거리 천국에 불과하다. 하지만 해가 떨어지고 난 뒤에는 분위기가 확 바뀌어버린다. 젊은이들이 몰려들면서 활력과 다양성이 넘치는 거리로 변하는 것이다. 그 속에 퇴폐적인 색깔도 약간 섞여있다는 게 조금 문제지만 말이다.
▼ 어스름이 짙은 강가로 빠져나오자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잡화점, ‘돈키호테’ 건물이 보인다. 화장품부터 식품, 의약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어 쇼핑하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는 곳이다. 하긴 간사이 여행의 백미는 ‘쇼핑’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손재주 좋은 일본인들이 만든, 특히 여심을 홀리는 ‘잇템’들이 그득하다니 찾지 않고 어찌 배기겠는가. 거기다 24시간 문을 연다니 아무 때라도 찾아갈 수 있지 않겠는가. 참고로 돈키호테는 1989년에 설립된 할인 잡화점(디스카운트 숍) 브랜드다. 오랫동안 창고에 보관돼있어 처치가 곤란한 창고정리 상품이나 덤핑 제품들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매장으로 출발했는데, 초창기만 해도 그저 그렇고 그런 숍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그러나 버블 경제가 쇠퇴하고 일본의 장기 경기불황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된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 어떤 경쟁 업체보다도 가장 저렴한 매장’을 콘셉트로 내세워 가뜩이나 근검절약이 상식인 일본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단다. 잡화점을 표방하는 만큼 ‘없는 게 없다’고 느낄 정도로 상품이 많아 한 번에 쇼핑이 가능하다는 점,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그리고 심야(오사카 도톤보리점은 24시간 운영, 점포별 상이)에도 쇼핑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점으로 돈키호테는 승승장구해왔단다.
▼ 대충 한 바퀴 둘러보았으니 이젠 맥주로 목을 축여볼 차례이다. 그렇다고 해서 맨숭맨숭 돌아만 다녔던 것은 아니다. 다코야끼와 오코노미야끼, 아이스크림 등 이동을 하면서 먹을 만한 것들은 거의 다 맛을 보았다. 그러나 ’쿠시카츠‘만은 남겨 두었었다. 맥주로 목을 축이면서 ’도톤보리‘ 투어의 대미를 장식하려는데, 이때 안주로 삼기 위해서이다. 맥주안주로 튀김만한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
출처: 비공개 입니다
첫댓글 4년 전에 다녀온 기록을 이제야 올려봅니다.
DSLR카메라를 생전 처음 사용해본 탓에 사진이 입맛에 맞지 않아 방치해 두다가 여행 기록이 아까워 그냥 올리기로 했습니다.
이번 것은 그저 그런대로 쓸만하지만
다음에 올릴 것들은 아예 엉망인 것들이 많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