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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고양이의 이름은 래리,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에 살고 있다. 오른쪽 고양이의 이름은 프레야, 다우닝 스트리트 11번지에 살고 있다. 주소에서 감이 오시는지?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와 11번지는 전통적으로 영국 총리와 재무장관의 관저로 사용하고 있다. 즉 래리는 현재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런의 고양이이고 프레야는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의 고양이인 것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총리와 재무장관은 늘 아웅다웅 하는 사이여서, 총리가 이런 발언을 하면 재무장관이 태클을 걸고, 재무장관이 저런 발언을 하면 총리가 태클을 걸기 일쑤이다.
캐머런과 오스본은 역대 총리와 재무장관에 비하면 비교적 사이가 양호한 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사의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서 아웅다웅하는 사이인거다.
그런데 그 고양이들이 주인의 사이를 반영한 듯한(게다가 오스본 고양이가 우세!) 장면을 연출해주니 영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웃길 수밖에.
고양이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래리는 영국 총리 관저의 설치류 담당 관리자(Chief Mouser to the Cabinet, 이 사람들 진지해….)라는 공식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작년 초 배터시 개&고양이 보호소에서 입양되었다. 총리 관저에서 생중계 중인 리포터 뒤로 쥐가 뛰어다니는-_- 장면이 카메라에 잡힌 이후였다.
문제는 래리는 쥐 잡는 데는 별 관심이 없는 혹은 별 실력이 없는 고양이었던 것이다. 얼마나 성과가 없으면 ‘여태껏 우리 래리가 쥐를 세 마리나 잡았어요.’라는 캐머런 총리의 말이 기사가 되었겠는가. 더불어 근무 중에 자는 래리,방송 중에 리포터 할퀸 래리, 쥐 쫒다 놓친 래리, 계속 자는 래리, 인근 공원에 여자친구 만든 래리도 기사화되었었다.
잠자는 래리.jpg
이쯤되니 래리는 사임시키고 사냥 본능이 폭발하는 다른 고양이를 임명하자라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지만, 그래도 그동안 언론 노출을 통해서 나름 많은 팬을 확보한 래리인지라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임무를 수행하고자 여전히 다우닝 스트리트 10번지에서 낮잠 자고 있다.
영국에서는 애완동물에게 마이크로칩을 심는 일이 흔한데, 다행히 그 효과를 본 경우라 하겠다.
지난 2년 동안 거리의 생존기술을 몸으로 터득한 프레야가 재무장관이 된 주인 오스본과 재결합한 후, 다우닝 스트리트의 설치류 담당자로 영입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물론 래리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도록 공동 작업 job share이라는 이름 아래서 이루어진 조치이다. (이 사람들 진지하다니까….)
첫댓글 ㅎㅎㅎ..글이 너무 너무 재밌어요..아우 감사해요..이거 찾아서 올려주셔서...으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