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선의 시 명상] 추락 (베라 파블로바) '배움'으로 가는 길
셔터스톡
그토록
높은 곳에서
그렇게
오래
떨어지고
추락했으니,
어쩌면
나는
나는 법을
배울
충분한 시간을
갖게 될지도.
베라 파블로바(Vera Pavlova)는 1963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났습니다. 옥티야브리크카야 레볼류시야 음악학교에서 공부했고 졸업하자마자 시를 출간했습니다. 이어 그네신 아카데미에서 음악사를 전공했습니다.
20여권의 시집을 펴냈고 오페라를 4집 펴냈고 칸타타 가사를 2개 썼습니다. 음악과 시라니, 시는 운율 있는 글이라는 정의에 꼭 들어맞지요.
그녀의 시는 25개의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작품은 The New Yorker지에 발표되고 있습니다. Poetry Foundation은 그녀를 베스트셀러, 작품이 아주 잘 팔리는 시인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파블로바의 시, "추락"을 읽고 있노라니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말똥가리가 날아오르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추운 겨울, 강변의 드넓은 평야였지요. 말똥가리는 제 머리 위에서 빙빙 돌면서 올라갔습니다.
말똥가리는 큰 새입니다. 날개를 활짝 펴면 길이가 거의 1미터에 육박합니다. 사뿐히 날아오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대기에 길이 있고 공기에도 힘이 있으니까요. 그러니 말똥가리는 나선을 그리면서 저항을 적게 한 것이었지요.
시인이 나는 법을 배울 충분한 시간이란 바로 그 부딪히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이 아닐까요. 실상 우리는 모두 추락을 경험합니다. 일이건 관계건 사랑이건 간에.
추락의 끝에 있지만 그래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추락했지만 날개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원래 날개의 용도는 비상을 위한 것, 추락해야 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지요.
대기의 흐름을 잡지 못한 날개는 무겁습니다. 영혼이 사랑으로 충만하면 가볍고, 공허하면 무겁듯이 나는 법을 배우지 못한 날개는 무겁습니다.
추락의 끝에 다다라서야 나는 법을 배울 것이라는 희망, 그렇다면 추락은 배움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요.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