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필요한 시간, 지금이 바로 터닝 포인트다.
고 -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이 - 컨디션은 최상이다. 요즘들어 몸상태도 더 좋아졌고 조교를 하고 나서도 지치지 않아 근력 운동을 추가 시킬 정도이다. 다만 이렇게 최상의 컨디션인데도 불구하고 마필에 기승할 기회가 많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기회가 언제 주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들어 생각이 많아진다. 감량이점이 없어진 뒤로 눈에 띄게 기승 두수가 없어졌고 나를 찾는 마방도 줄었다. 수습기수의 감량이점이 없어지자마자 해외연수를 다녀와 그 기간동안 만져오던 마필들이 다른 기수들에게 넘어갔다. 입장바꿔 생각해봐도 감량이점이 있는 기수를 먼저 선호할 것이고 전적이 화려한 기수를 먼저 선택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마필과 잘 맞는 기수가 최우선이어야 하고 꾸준히 호흡을 맞춰오던 기수들에게도 믿음을 가지고 조금 더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눈에 보이는 지금 당장의 경주가 중요하긴하지만 마필도 사람처럼 생명이기 때문에 성장시켜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의 시기가 나에게 기수생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일 듯 하다. 컨디션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잡고도 싶고 앞으로 기수생활을 하는데에 있어 기승술이라던지 정신적인 단련까지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있기 때문에 터닝포인트로 생각을 한다. 어떻게 해야 변화를 주면서 기회를 얻고 그 기회를 살려 지금보다 좀 더 나은 기수가 될지 고민이 많다.
고 - 경마 축산고 출신으로 직속 여후배가 데뷔를 준비중이다.
이 - 많은 분들이 아직도 오해를 하고 계신다. 경마축산고가 가축을 기르고 축산업 관련 교육을 받는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예전의 축산고는 가축 사육을 목적으로 설립되어 운영된 것은 맞다. 하지만 경마축산고로 이름이 바뀌면서 말 관련 위주로 교육이 진행된다. 내가 경마축산고 3기 졸업생이고 1기 부터 기수나 관리사분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경마축산고에서 두명의 여자 후배들이 내가 닦아놓은 기수로의 장래를 희망하고 있다. 경마축산고 최초의 여자기수인 나를 롤모델로 삼고 자신의 장래를 결정했다는 것은 한켠에 부담스러운 것도 있지만 뿌듯하고 행복하다. 누군가 나를 목표로 최선을 다한다라. 내가 누군가의 길잡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보람되고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 열심히 해야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이고 나역시 자극을 받아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시도를 하려 한다.
후배들 소식을 듣고 가끔 찾아가 응원과 조언을 해주며 식사도 함께 하고 있다. 한 후배는 벌써 합격을 해 데뷔를 준비중이다. 여자 후배들이 많이 들어와서 좋은 기량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고 - 국제 여성기수 초청경주가 취소 되었는데.
이 -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 여성기수 초청경주가 있었다. 그 경주에 출주하기 위해 수속을 밟고 있던중 경주 자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고 기승하기로 했던 경주마가 출주 취소 되어 갈수가 없었다. 몇달전에도 해외 초청 경주가 있어 준비하던 중에 갑자기 취소 된적이 있었다. 해당국 시행처의 관리가 답답할뿐이다. 우리나라의 국제기수 초청경주는 취소된적이 거의 없으니 이런 관리는 한국이 좀 나은것 같다.
한국 기수들의 해외 원정에도 마사회측에서 힘을 좀 써줬으면 한다. 선배인 이금주 기수를 보면 해외 기승에서 2승을 거머쥘정도로 한국 여성기수의 실력이 만만치 않음을 직접 보여주었다. 용병들의 기승도 좋지만 한국기수의 해외 진출도 신경 써주길 바란다.
고 - 최근 33조의 '모델라인'과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 - 33조의 '모델라인'은 유난히 애착이 큰 마필이다. 최근은 계속해서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중간 중간 우여곡절도 많았기 때문에 더욱 정이가는 마필이다. 직전경주를 제외한 최근 2연승은 마필이 갑자기 좋아져서 깜짝 우승을 한 것이 아니다. 꾸준히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마필에게 가장 잘맞는 최적의 전개를 펼쳤기 때문이다.
'모델라인'은 구간별로 힘안배나 폭발력있는 탄력의 마필이 아니다. 부드럽게 꾸준히 뛰는 마필이다. 초반부터 끝까지 부드럽게 놔주며 순발력이 좋기 때문에 스피드를 이용한 도주성 각질로 뛰어야 가장 알맞다.
직전경주의 꼴등은 너무 아쉬웠다. 초반에 약간 무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끝걸음이 이렇게 설 정도의 무리는 아니었고, 코너에서 약간의 힘싸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부드럽게 가다 살짝 잡아주며 발을 바꾸고 다시 살짝 놔주면 되는데 놔주는 타이밍에 조금 더 놔줬더니 확 물고 튀어서 급하게 잡으며 힘을 써버렸다. '모델라인'은 예민한 마필이라 제어하거나 놔줄때 힘조절이 강하면 안되는 마필이다. 그순간이 패인이다.
직전의 도주이후 경주력 때문에 재결실에 불려갔다. '모델라인'의 각질과 성격에 대해 설명했지만 경주 흐름과 상대성에 상관없이 화롱타임의 기록만 가지고 제재를 가하려 했다. 도주마를 가지고 도주를 하지 말라는 것은 부당한 처사이다. 시간이 걸렸지만 재결위원을 이해시키기 위해 마필과 경주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고 이번의 제재는 없었지만 다음번의 이런 경주결과는 큰 제재를 가한다는 말을 뒤로한채 발걸음을 돌렸다.
고 - 최근 아쉬운 경주가 있다면.
이 - 모든경주가 아쉽지만 최근 경주중에는 '모델라인'이 가장 아쉽고, 다음으로는 4조의 '미라클축제'가 아쉽다. 직직전 경주에서 4착하며 컨디션이 상승되고 있었고 직전경주는 상태가 더 좋아져 은근히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다. 순발력이 좋은 마필이라 선행을 마음먹고 있었다.
'미라클축제'는 까부는 마필이라 게이트 안에서 가면을 쓰고 있다가 출발 직전 가면을 벗겨야 한다. 7두 출주한 경주였고 모든 마필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간뒤 출발 직전 가면을 벗겼다. 그 찰나에 옆게이트에서 잠깐 하는 소리가 들렸고 불과 1~2초의 순간이지만 '미라클축제'는 가면을 벗기자 뛰는줄 알고 고개를 내밀다 게이트의 차갑고 딱딱한 쇠의 느낌에 뒤로 빠지는 순간 게이트가 열려버렸다.
발주가 늦었다. 선행 작전이었기 때문에 밀고 나가 선두권을 장악했다. 늦은 발주와 초반에 힘을 써서 종반 힘소진으로 버텨낼 수 없었다. 마필의 당일 컨디션도 좋았는데 너무 아쉬웠다.
고 - 기승 자세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 하다.
이 - 한두한두 기승할때마다 경주가 끝난 날 밤에 동영상을 보며 기승자세를 체크한다. 갈수록 기승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유독 기승자세에 많이 신경 쓰는 이유는 기수 데뷔 초반에 성적이 좋은 편이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당시의 기승 자세가 지금보다 훨씬 낮고 안정적이었던 것이다. 어느때부턴가 부진마에 자주 기승하면서 결승선을 지나기 전까지 온힘을 다해 마필들을 몰았더니 자세가 흐트러지고 있었다. 기승자세에 큰 변화를 줄 수는 없어도 자그마한 것 하나부터 다시 고쳐나갈 생각이다.
고 - 앞으로 기수로서 계획이나 목표는.
이 - 지금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지금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미래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마음가짐이 가장 먼저일 것이고 체력이나 기승술이 다음 순서이다. 많은 고민을 하면서 계획은 뚜렷해졌다. 체력도 좋아졌고 더 좋아질 것이다. 기승 자세부터 기본에 충실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기회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놓치지 않을 것이다.
고 - 검빛팬들에게 한마디.
이 - 성격이 긍정적이고 잘 웃는 편이다. 많은 분들이 질책도 하시고 응원도 해주시지만 기왕이면 응원을 해주셨으면 좋겠고 응원의 힘은 경주력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날씨가 더워지고 있다. 짜증나는 일들이 많더라도 웃으려 노력하신다면 좋은 일들이 더 생길 것이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한주 보내시길 바란다. 감사합니다.
[취재기자: 고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