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대출은 독이나 연남과 성수동 급매 빌딩은 노려볼만하다.
매일경제, 박준형 기자, 2022.09.16.
서울 강남 아파트 호가가 수억 원씩 떨어지는 등 최근 주택 시장 하락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과 금리 인상 여파로 시작된 주택 시장의 빙하기는 최근 그 여파가 빌딩 시장에도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주택 시장에 비해 대출 비율(통상 담보물의 80~90% 가능)이 높아 이자 상환 부담이 크고, 빌딩 시장 역시 몇 년간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또한 주식, 코인, 주택 시장의 급락으로 이들 시장에서 빌딩 시장으로 옮겨오는 수요가 급감했다는 게 빌딩 중개인들 전언이다.
토지·건물 정보업체 밸류맵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상업·업무용 빌딩 거래건수는 1468건으로 전월(1792건) 대비 18.1% 감소했다. 거래 후 한 달 내에 신고하면 되기 때문에 8월의 경우 9월 말까지 거래량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이달 5일 기준 860건으로 전월 대비 거래가 41.4% 줄어든 상황이다. 토지평단가는 지난 5월 2315만원에서 7월과 8월에는 각각 2002만원, 1563만원으로 하락했다.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강남3구 상업·업무용 빌딩 역시 토지평단가가 지난 6월 1억6116만원에서 8월 1억67만원으로 두 달 만에 37.5%나 하락했다. 매일경제는 급변하는 빌딩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고 향후 어떤 지역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긴급 전문가 설문을 진행했다.
1. 투자 문의 줄고 매각 문의 늘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빌딩 투자 전문가 6인 모두 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부터 전했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매수 문의자가 확실히 줄고, 기존 보유자들도 어려움을 호소하며 매각을 고려하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서울 시내 자산가들을 주로 상대하는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연초에 비해 투자 문의는 계속 감소하고 매각 문의는 조금씩 늘고 있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 매입한 물건의 경우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나오는 매물들"이라고 설명했다.
빌딩 전문 중개법인 빌사남의 윤상연 상무는 "신규 매입을 하는 고객이 줄고, 급매를 문의하는 사람이 많지만 아직 급매가 나올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 대부분은 연말과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는 거래량 감소와 비핵심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가격 하락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 매물가의 50% 이상 자기자본 있어야 한다.
작년과 연초에 비해 확실히 냉기가 흐르는 빌딩 매매 시장에서 새롭게 투자에 뛰어들고자 하는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자산가 대상 컨설팅을 많이 하는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10억원 이하 소액 투자금인 경우 무리하게 대출을 얻어 매입에 나서는 것은 고금리 부담으로 한계가 있다. 내년 초 정도까지는 금리 인상 추이를 지켜보며 시장을 관망하라"고 조언했다. 빌딩 전문 중개법인 노블레스코리아의 배준형 이사는 "신축이나 잘 완성된 건물을 구입하는 것보다는 시장에서 저평가된 허름한 구축을 매입해 리모델링이나 신축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며 "서울 시내 꼬마빌딩 가격이 대략 30억원 이상이다 보니 최근 금리 인상 등 위험 요인을 감안해 15억원 이상의 자기자본금은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매물 자체는 가격 상승기 때보다 많이 볼 수 있지만 (보유자들의 버티기로) 기대만큼 매매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기보다는 원하는 지역에 손해를 보지 않을 정도의 매물이 있다면 이를 매수하는 것도 좋다"고 밝혔다. 단 "임대 수익, 공실률, 대출 가능 금액, 대출 이자, 세금 등을 면밀히 따져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투자해야 한다"며 "이자 부담이 있고, 향후 몇 년간 높은 시세차익도 과거에 비해 쉽게 기대하기 힘든 만큼 본인 자본 비율이 60~80% 되는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자산가들 상담이 많은 김성연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 역시 "과거보다 매입을 위한 자기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환석 센터장은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큰 만큼 매입 시기를 내년 하반기 이후로 잡고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가격 고점에 대한 부담과 높은 가격으로 인해 진입장벽을 느끼는 투자자라면 무리한 직접 투자보다는 환금성과 안정성을 갖춘 리츠(REITs)를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주식 시장에 주식처럼 소액으로 사고팔 수 있는 리츠가 20개 상장돼 있는 만큼 금리 상승기에 무리한 대출을 일으켜 위험을 높이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상연 상무 역시 "침체기에는 고객들의 결정이 상승기에 비해 빠르지 않은 만큼 상당 금액의 현금을 보유했다면 때를 기다리며 투자 공부를 하면서 매수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여유를 가질 것을 주문했다.
3. 구축 사들여 리모델링도 검토해볼만하다.
기존 꼬마빌딩 소유자들의 경우 대출 이자 부담이 크지 않다면 일단 버틸 필요가 있다는 충고가 많다. 하지만 비강남권에 입지가 좋지 않은 경우는 처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처분 후 상급지로 갈아탈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도 나온다.
배준형 이사는 "서울 비강남권과 경기 지역 건물 소유자들의 경우 현재 발생하는 임대 수익이 대출금 이자 상환액보다 적거나 비슷하다면 합리적인 금액에 매각해 유동자금을 확보하는 것도 좋다"고 밝혔다.
윤상연 상무는 "비강남권 소유자라면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건물을 매각하고 상급지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다. 단, 기존 건물 매각 기간에 새 건물 매입 기간을 더하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므로 이 기간 금리 동향을 잘 파악하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추이를 보면서 잔금 기간을 미룰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창동 팀장 역시 "늘어날 이자 부담액을 예상해 대출액을 줄이거나 일부 정리하는 등 임대료 대비 지출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위험 관리를 먼저 강조했다. 또 "강남, 성수, 용산, 마포 등 핵심지에 있는 건물일 경우 단기 적자를 감수할 만하지만 비핵심지의 경우 임대 수익률을 감안해 적자가 예상되면 매각하는 것도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박합수 교수도 "강남권의 경우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있으면 보유에 비중을 둬야 하고, 비강남권은 입지적 장점 등 경쟁력이 있는 물건은 보유해야 하지만 적정 가격에 매도할 수 있다면 강남 등 상급지로 갈아타는 것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기권에서도 요지에 상가 건물을 소유한 경우는 급하게 매도할 이유가 없지만 입지가 떨어지는 것은 매도 후 갈아타기를 고려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최환석 센터장은 "핵심 지역과 비핵심 지역, 우량 자산과 비우량 자산으로 구분해 비핵심 지역, 비우량 자산들은 매각해 현금 보유력을 높이는 것이 좋다"며 "점차 부정적 환경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매각을 희망하는 경우 (희망) 가격을 고수하기보다는 이른 시간 내에 매도하는 것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기를 감안해 임대료 인상 노력을 요구하는 조언도 나온다. 김성연 팀장은 "기존 임대 기간 만기 후 리모델링을 하거나, 가능하다면 매출이 높은 임차인을 유치해 임대료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4. 50억원대 전후 연남동·성수동 골목상권 눈여겨봐야 한다.
하락기에 투자할 만한 지역으로는 여전히 서울 강남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하지만 강남의 경우 가격이 100억원을 훌쩍 넘어가는 빌딩이 대부분이라 현금 여력이 있는 이들, 금리 인상기에 대출을 많이 얻지 않아도 되는 이들 위주로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김성연 팀장은 "강남의 경우 임대료를 높이기에도 유리하고, 향후 건물 가치 증대가 가능하며 수요도 많아 환금성도 뛰어나 단연 1순위"라고 설명했다. 배준형 이사는 "운용 수익이 아닌 매각 차익이 목적이라면 수요자가 많은 강남, 마포, 용산, 성동 지역 중심으로 찾는 게 환금성 측면에서 여전히 좋다"고 말했다.
최환석 센터장은 "거래 금액을 기준으로 30억원 전후라면 강서, 강동, 마포 등의 재건축 아파트 상가들을, 50억원 전후라면 강북 주요 역세권 이면 상가들과 연남동과 상수동 골목상권 빌딩, 100억원 전후라면 홍대, 건대 등 강북 주요 상권 지역에 있는 빌딩을 노려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윤상연 상무는 "서울 연남동 휴먼타운의 경우 최근 서울시에서 카페와 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 용도를 허용하는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통과시켜 일대 상권의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합수 교수는 전통적 선호 지역인 압구정 로데오, 이태원, 용산역 일대의 빌딩을 꼽았다. 압구정 로데오의 경우 청담동과 함께 고급 상권의 중심지가 될 전망이며, 이태원은 한남뉴타운 일대 배후 수요를 품을 수 있고, 용산역 인근은 국제업무지구 등의 개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동 팀장은 "최상급지 외에는 성수동 상권이 확장될 수 있는 광진구나 4호선 연장 이후 관심도가 올라가는 남양주 진접역 인근을 노려볼 만하다"고 밝혔다.
매일경제 박준형 기자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