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회 2차 산행기
북한산 둘레길 3구간(흰구름길) ~ 4구간(솔샘길) 6.2 km
글: 김동배
10월 28일, 북한산 단풍이 절정이라고 예보된 날, 우이신설경전철 4.19민주묘지역에 참석 예정된 9명(김동배, 김윤겸, 김종국, 김준호, 박승훈, 석해호, 송혁, 유원재, 임영빈)이 모였다. 산사나이들답게 예정된 11시 정각에 출발하였다.
평일이라 그런지 별로 붐비지 않은 4.19 카페거리를 걸으며 주변에 4.19학생혁명기념탑, 근현대사기념관, 이준열사묘소, 이시영선생묘소 등이 있었지만 누구 하나 좀 들렸다 가자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가을 산이 그렇게도 그리웠던 모양이다. 발걸음을 재촉해 통일교육원을 끼고 도니 곧 흰구름길 입구가 나온다. 숲속길로 접어드니 숲의 그 청량한 냄새에 산행에는 최고의 날씨여서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잘 정비된 코스엔 크고 둥근 자갈로 된 계단, 깔끔하게 깐 나무계단, 편한 데크 길, 그리고 경사가 좀 높은 곳은 그냥 흙 길로 놔두어 여러가지 변화를 주니 지루하지 않았다. 땀은 좀 났지만 흰구름길 내내 오르막 내리막이 재미있고 굴곡도 있어서 나 같은 초보 등산가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었다. 군데군데 빨간 단풍나무가 한껏 멋을 내고 있었고, 전체적으로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깊어 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가 없었다.
이 일대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진 화계사를 패스하고 삼성암 일주문 앞을 통과하였다. 오후 1시쯤 시장끼가 돌았다. 어느정도 오르니 전망이 좋고 좀 평평면서 양지바른 곳이 나타나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가까이 그리고 멀리 펼쳐진 가을 숲을 감상하며 편하게 앉아 꿀 같은 점심을 먹는데 소량이지만 막걸리, 소주, 와인이 다 출현하였다. 몇 잔의 술과 함께 나누는 아재들의 걸죽한 농이 섞인 수다는 맛난 점심의 양념이었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다시 출발하여 얼마 안 가니 3층짜리 구름전망대가 보였다. 망대를 오르니 사방이 시원하게 툭 터져 있다.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덮힌 산과 계곡 너머 멀리 뾰쪽뾰쪽한 도봉산과 흰 자태를 자랑하는 백운대가 보였다.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찬 서울 북동 지역 너머로는 수락산과 불암산이 병풍처럼 둘러섰다. 표지판을 보니 멀리는 양평 용문산까지 표시되어 있다. 고도 200m 지점 밖에 되지 않은 여기에서 사방의 명산들을 한 눈에 감상하니 덤으로 얻은 기쁨이 컸다.
빨래골공원지킴터 근처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걸음을 재촉하니 북한산생태숲 휴식터가 나왔다. 흰구름길이 끝나고 솔샘길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자연생태체험장과 유아숲체험원을 지나니 잘 정비된 데크 길이 연결되어 있다. 흰구름길이 구름을 잡기 위해 등산하는 기분이 든다면 솔샘길은 힐링하는 솔숲 길로 하산하는 기분이 든다. 한 시간도 안된 것 같은데 왼쪽으로 정릉4동 아파트 단지가 보이다가 정릉주차장(정릉탐방안내소)에서 솔샘길이 끝난다.
3~4구간은 도중에 하산할 길이 마땅치 않아 한 구간으로 정해도 무방할 것 같다. 중간 중간에 주민을 위한 운동시설도 보여 제대로 하는 등산이라기보다 경사가 좀 있는 뒷산에 가벼운 산책을 했다는 느낌이다. 둘레길에 이정표가 충분히 많지 않아 약간 헤매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게 더 재미있었다. 마지막 이정표의 오른쪽 화살표에 ‘평창동’’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계속 가면 국민대 뒤로하여 평창동 쪽으로 가는 것 같다. 오늘 실적은 점심식사 1시간을 포함하여 산행 4시간 반, 그래서 걷기 16,000보. 70대 초반 할아버지들에겐 적당한 운동량이었다. 북한산과 좀 더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좀 이르지만 이 동네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는데 저만치 ‘바다마을’ 간판이 보인다. 광어, 우럭, 방어 회가 아주 싱싱했고 얼큰한 매운탕에 피곤한 몸이 스르르 풀어졌다.. 김윤겸이 얼마 전 하늘나라에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며 주정 아닌 주정을 했다. 친구들의 위로와 격려에 고맙다고 하면서도 그는 “밤이 되면 나는 시를 쓴다”고 했다. 깊은 공감이 갔지만 난 적절한 위로의 말을 찾지 못했다. 조금 전 흰구름길 초입에서 봤던 연리지처럼 화목한 부부도 언젠간 헤어져야 하는 게 인생 아니었던가?
3차 산행을 약속하며 조금 걸어서 우이신설경전철 북한산보국문역에 이르니 저녁 6시 반이었다. 여행 분위기를 자아내는 경전철 내부 인테리어 때문인지 철없던 고등학교 시절 소풍을 다녀온 느낌이었다. 우리 마음은 청춘으로 돌아가 있었다.
마당바위를 호위하고 있는 바위덩어리들
칼바위능선 아래 "바당바위" 위에서
원재가 참 오랫만에 나와 정말 반갑고야!
이 꽃이 무슨 꽃? 메마른 가지에 어떻게?
부지런하게 사진 찍고있는 박연서원
동네횟집이지만 가성비에 크게 만족!
맨 앞 오른쪽에 김동배 교수: 입산회의 4水 시대를 맞이하여 活躍이 기대됩니다!
첫댓글 당일수지(천원):
회비: 90
뒤풀이 회식비: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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