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염·저당·저지방·저칼로리 특집] ①건강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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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산구 동부이촌동‘초록바구니’의 오너 셰프 김기호씨의 주방은 과학실험실 같다. 김기호씨가 염도계로 콩국의 염도를 체크하고 있다.
매운맛, 짠맛, 단맛, 신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잘 모릅니다. 심심한 맛과 담백한 맛 속에 숨겨진 비밀을. 저염·저당·저지방·저칼로리 레시피를 실천해 적당히 심심한 그 집 밥상엔 '건강'이 숨어 있습니다.
■'덜 짜고, 덜 단'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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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칼로리 낮춘 메뉴를 선보이는 강서구 화곡동 ‘닥터로 빈’본점. 2저염 요리를 만날 수 있는 분당구 서현동 ‘내뜨락’한정식.
"음식이란 소금이나 설탕, 간장 등 간 맛으로 먹는 게 아니에요. 각 재료가 갖고 있는 제 맛을 즐기는 법을 알아야지요. 배추도 그냥 먹어야 고유의 단맛이 느껴지지 된장 찍어 먹으면 된장맛으로 먹는 거지요." 분당에 있는 한정식집 '내뜨락'의 주인 강막필(57)씨의 말이다. 내뜨락(031-701-7747, 분당구 서현동 82-10)은 경기도가 지난해 12월 지정한 '건강 음식점' 중 한 곳으로 저염식을 실천하고 있다. "저염식이 좋다고 해서 이를 고집하는 게 아니라 저희는 할아버지 때부터 심심한 맛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5년 전 가게를 처음 열 때부터 '심심한 맛'으로 출발했지요." 강씨는 "양념을 덜 쓴다"고 하지만 이 집 음식은 특별히 심심하지 않다. "음식을 만들 때 소금이나 설탕을 아예 안 쓸 순 없지만, 되도록 비슷한 맛을 낼 수 있는 좋은 재료들로 대체해서 쓴다"는 게 강씨의 말이다. 단맛은 과일즙으로 대신하고, 소금간이 굳이 필요없는 것은 안하는 식이다. 으레 염장을 해 짠 맛이 강한 보쌈의 백김치마저도 소금을 쓴 듯 만 듯 심심하다. 샐러드의 소스 역시 사과, 오렌지, 배를 갈아 만든다. 한정식 코스는 1만4000원, 2만원, 2만7000원, 3만5000원. "젊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1만4000원 한정식의 경우 담백한 녹두죽부터 샐러드, 해파리냉채, 빈대떡, 버섯탕수육, 잡채 등이 차례로 나온다. "된장찌개와 공기밥에 곁들여 나오는 나물반찬들도 맛이 한결같다"는 게 단골들의 평이다.
용산에 있는 초록바구니(02-790-3421, 용산구 동부이촌동 300-267)는 분자요리를 기본으로 한 한식 레스토랑이다. 분자요리란 식재료의 성분, 질감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전혀 다른 형태나 맛의 음식으로 재탄생시킨 것을 말한다. 때문에 이곳의 주방은 마치 과학 실험실 같다. 온도계와 염도계는 기본, 주방 한쪽에는 채소 재배시설이 설치돼 있고 조리대에는 핀셋과 미술용 나이프가 놓여 있다. '분자요리의 첫걸음'의 저자이기도 한 초록바구니의 김기호 오너 셰프는 요리를 만들 때 볶은 메밀 알갱이를 핀셋으로 집어 음식에 장식하기도 하고 음식의 염도를 수시로 체크해보기도 한다. 아이디어 넘치는 레시피에 정교한 요리 솜씨가 더해진 메뉴들은 건강식을 기본으로 한다. 음식에 활용하는 채소류는 옥상 텃밭에서 퇴비와 물만 주고 길러낸 것을 주로 쓰고 식재료의 맛을 살리기 위해 간을 강하게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요리할 때 소금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소금의 미네랄 맛은 들깨에서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들깨를 활용한다거나 짠맛을 내고 싶을 땐 짠맛을 지닌 어성초나 세발나물, 함초 등을 활용하는 식이에요. 소금을 안 써 밋밋할 수 있는 맛은 레몬으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김기호 셰프 역시 천연 재료를 활용한 양념이 가장 좋은 양념이라고 말한다. 김 셰프는 "두부의 경우 별도의 양념이 없어도 두부 자체가 하나의 요리"라면서 "재료의 맛을 음미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건강식을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초록바구니의 일품요리는 8000~3만5000원, 코스는 2만2000~16만원 선이다.
■저지방, 채식으로 칼로리 낮춘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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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염·저당만큼이나 저지방도 화두다. 강서구의 귀뚜라미보일러 본사 1층에 있는 닥터로빈 본점(02-2693-3110, 강서구 화곡동 1094)은 '저지방 식재료를 활용해 맛있는 요리를 다양하게 즐기자'라는 콘셉트로 다양한 요리들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조리 시 생크림 대신 식물성 저지방 생크림을 사용하고 일반 우유 대신 무지방 우유를 사용한다. 기름에 튀기거나 볶는 요리 대신 물에 데쳐 기름기를 제거하거나 굽는 요리들이 많다. 다이어트의 일반적인 요리 공식들을 적용한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설탕은 자작나무 추출액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최지희 닥터로빈 마케팅팀 과장의 말이다. 대표 메뉴는 단호박수프(2~3인분 1만3000원)와 단호박보트&두부샐러드(1만5000원).
단호박수프는 통단호박의 속재료와 식물성 크림소스를 혼합한 것으로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키즈 메뉴의 경우 설탕과 버터,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강황으로 맛을 낸 카레라이스(6900원)가 인기다. 채식뷔페 가로비(02-566-7545, 강남구 역삼동 813-8)에선 신선한 채소와 과일, 콩 등으로 음식을 만들고 육류, 달걀, 우유 등은 사용하지 않는다. "튀김류는 식물성 기름인 해바리기유와 올리브유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게 주인 박혜수씨의 말. 콩불고기나 버섯탕수육, 콩햄샌드위치 등 '고기맛이 그리운' 사람들을 위로할 만한 메뉴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평일 정오~오후 3시에 판매하는 '평일 점심'은 1만5000원, 평일 오후 6~9시에 판매하는 '평일 저녁'과 '주말 점심' '주말 저녁'은 모두 1만7000원이다.
글=박근희 기자 | 사진=이신영 기자, 백이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