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그 경기에서 잇달아 교체멤버로 전락하고만 마이클 오웬. 이날도 후반 시작과 함께 헤스키와 교체투입된 오웬에게 이 경기는 나름대로의 큰 의미를 부여할만했다. 리그 초반의 그 엄청났던 득점력에 대한 팬들의 향수가 여전히 남아있었던데다 자신의 조바심 역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인데, 이같은 기대와 부담이 결국 그의 자신감 상실로 이어져 팬들의 우려를 증폭시키고 만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이날 리버풀의 울리어(Houllier)감독은 네명의 탑 스트라이커중 리트마넨과 헤스키를 선발에, 파울러와 오웬을 벤취에 배정한채 경기를 시작했다. 최고 수준의 포워드를 네명이나 두고서도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를 들어온 울리어 감독에게도 이번 기용은 대단한 모험이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고, 결국 그는 후반전이 되자 이 2명의 선발 포워드들을 모두 교체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벤취에서 뛰쳐나온 오웬 역시 울리어 감독을 구해낼수 없었다. 골키퍼와의 완벽한 1대1 찬스를 무려 두번씩이나 무산시켰던 것. 이로 인해 경기가 끝난뒤 현지에서는 "오웬이 자신감을 잃었다"라고 탄식하며 로비 파울러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울리어 감독이 오웬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끊이질 않는데, 이같은 비난의 주된 근거는 "오웬은 계속해서 선발로 기용해줘야 제 기량을 발휘하는 타입"이라는 추정. 오웬은 지난 유로2000에서도 키건 감독에 의해 "반경기用 선수"로 취급되며 주눅든 플레이를 보였었다. 한편 이날 리버풀의 홈구장인 앤필드 데뷔전을 치른 '핀란드 스타' 리트마넨은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홈팬들을 흡족케 하는 만족스런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후문.
그러나 이날 경기의 가장 큰 스타는 리트마넨이 아니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베나블스[사진]. 미들스부르의 신임감독이었다. 최근 무서운 골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복시치를 최전방에 내세운 미들스부르는 25년만의 앤필드에서 승리를 노리며 하위팀답지 않은 면모를 과시했다.
결과는 0대0. 하지만 보로에게는 흡족한 결과였음에 틀림없다. 특히 베나블스 감독으로서는 자신이 팀을 맡은뒤 단 한경기에서도 패하지 않는 무서운 저력을 과시하며 미들스부르를 어느새 다크호스로 지명되게까지 하는 연금술을 보여줬다.
베나블스의 요술이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최근 프리미어리그를 지켜보는 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얻고 있다고 하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무적 혹은 무재미 - 맨유 vs 빌라
정말 이들의 상대는 없는 것일까. 이날 벌어진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맨유가 차지한 승점고지는 56점. 아직 한 경기를 덜치른 2위 선더랜드와의 승점차가 무려 15점차. 지난 시즌의 여유로운 우승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중이다.
하지만 정말 그들이 무적일까. 그건 아닌듯 싶다. 올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그들의 입지가 국내와 같은 독보적인 것은 못되니 말이다.
때문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독주가 프리미어리그의 전반적 수준 하락의 반증이며, 프리미어리그를 재미없게 만든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누가 막으랴 맨유의 전진을. 어떤 비난과 핀잔도 지금의 그들 앞엔 아무런 장애가 되지 못할뿐이다.
이날 아스톤 빌라를 맞은 맨유는 예상외로 힘겨운 전반전을 보냈다. 관중석을 꽉 메운 홈팬들의 성원에도 불구, 단 한골도 뽑아내지 못한채 전반을 마치고 만 것. 베켐을 쉬게 하며 여유를 부린 퍼거슨의 자만이 위험을 자초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올법도 했다.
그러나 맨유는 달랐다. 무려 22개월동안 득점을 하지 못했던 게리 네빌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팀 분위기를 바꿔놓은것. 이어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세링험이 종료직전 쐐기골을 터뜨리며 힘겨웠던 승부를 승리로 이끌었다.
반면 아스톤 빌라는 어렵게 영입한 앙헬(Angel)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수확이 없었던 경기였다는 평을 들어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반팔의 네빌과 장갑낀 앙헬. 남미 사나이 앙헬에게는 영국이 아직 추운 것일까? -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른 콜롬비아 골잡이 앙헬을 게리 네빌이 마크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정작 골을 뽑아낸 사람은 앙헬이 아닌 게리 네빌. -_-a]
한편 이날 경기는 대표팀 감독 에릭손이 관전해 눈길을 끌었는데, 그는 맨유의 세링험과 빌라의 제임스 골키퍼에게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경기후 인터뷰에서 에릭손 감독은 "장기적 안목에서는 젊은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겠지만, 눈앞에 닥친 월드컵 예선 두경기를 승리하기 위해서는 30세 이상의 노장 선수들을 활용하지 않을수 없다"고 밝혀 세링험의 발탁 가능성을 은근히 내비쳤다.
실속없는 한판, 위기의 토튼햄 - 스퍼스 vs 세인츠
결과는 0대0 무승부였지만, 실질적인 승자는 사우스햄튼(애칭 세인츠)의 감독 글렌 호들이었다. 지난시즌 바로 이 장소에서 똑같이 맞붙었던 두팀간 경기의 결과는 토튼햄의 7대2 대승.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그때와 똑같이 맞선 양팀의 골키퍼 이안 워커(토튼햄)와 폴 존스(사우스햄튼)가 뛰어난 선방을 해준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토튼햄의 전력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사실. 하지만, 호들 감독을 기쁘게 할 정도로 뛰어난 경기를 펼친 사우스햄튼 선수들의 선전도 무시할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특히 전반전은 원정팀 사우스햄튼의 독무대였다. 경기후 인터뷰에서 호들 감독이 "전반전은 우리가 3대0으로 앞섰어야 했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을 정도로 사우스햄튼의 공세는 무서웠다. 특히 제임스 비티, 핫산 카쉬라울, 케빈 데이비스 이 세명의 찬스가 모두 무산되고만 순간은 두고두고 아쉬워할수밖에 없을 듯.
[사진/양팀의 키 플레이어. 스퍼스의 솔 캠벨(왼쪽)과 세인츠의 제임스 비티]
그러나 토튼햄이 당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돌아온 수비수 솔 캠벨의 지휘 아래 저력을 보여준 토튼햄은 몇차례 좋은 찬스를 맞았지만 역시 상대편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득점까지는 연결되지 못했다. 특히 앤더튼의 코너킥을 헤딩슈팅으로 연결한 솔 캠벨의 찬스가 무산된것은 상당히 아쉬웠던 장면.
0대0 스코어가 무색하리만치 여러차례 뛰어난 공격력을 과시했던 양팀은 그 이상의 활약을 보여준 골키퍼들의 활약에 가려 결국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 토튼햄의 그레이엄 감독은 주포 레스 페르디난드를 전반 20분만에 잃고 말았다. 레브로프와의 컴비네이션을 맞춰가던 페르디난드가 만일 장기간 결장하게 된다면 토튼햄의 부진은 더욱 길어질 것이라는게 현지의 전망. 따라서 그의 부상 정도에 토튼햄팬들의 관심이 쏠려있다고.
10명의 레스터, 아스날을 울리다 - 레스터 시티 vs 아스날
라치오에서 '차기 대권'을 노리며 코치로 물러났던 前이탈리아 대표팀 포워드 만치니(Mancini). 그가 레스터 시티의 '긴급호출'을 마다하지 않고 영국으로 건너와 출장한 첫 경기였다.
레스터 시티의 필베르 스트리트에서 벌어진 아스날과의 경기. 최근들어 초반의 상승세를 잃어버린채 연패의 늪에 빠져있던 레스터 시티는 자신들의 가장 큰 약점인 공격력을 보완하기 위해 급기야는 이미 선수생활 은퇴를 선언했던 만치니를 불러오면서까지 이 경기에 의욕을 보였다. 이어 더비 카운티의 공격수 스투릿지까지 영입하는등 상위권 사수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사진/제 코가 석자인 감독들 - 테일러와 웽어(오른쪽), 어째 웃음이 껄쩍찌근하다.]
하지만 모든것이 그리 쉽지는 않은 일. 레스터 시티는 얼마전 스코틀랜드로 이적한 팀 미드필드의 핵 닐 레넌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긴급 수혈한 매튜 존스가 전반이 채 끝나기도 전에 퇴장당하면서 위기에 직면한다. 이어 후반 중반에는 팀 공격의 핵 무찌 이젯이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가면서 최대의 위기상황에 봉착했다. 10명이 싸운것도 힘든데 주전이 실려나가다니!
하지만, 문제는 레스터가 아닌 아스날에 있었다. '불운의 남신(?)'은 아스날에게도 은총(?)을 내렸던 것. 아스날은 후반들어 의욕적으로 투입한 에두[사진중 17번 선수]가 투입된지 10분만에 부상으로 실려나오는등 불운이 겹친데다 플라워스 골키퍼의 부상으로 대신 나온 백업 골키퍼 사이먼 로이스의 눈부신 선방에 막혀 단 한골도 뽑아내지 못한채 0대0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고 말았다. 더욱이 앙리-윌토르-베르캄프-피레 등 내로라하는 주전 공격수들이 총망라되었던 경기였기에 이번 경기에 대한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맨유와의 승점차가 이제는 세어보기도 싫을만치 벌어진 상황인데다 챔피언스리그 티켓 획득 가능성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어 여러모로 아스날에게는 비극적인 한판이 아니었나 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이날 경기에서는 아스날 선수들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은데 대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불필요한 파울이 많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주심의 판정이 공정하지 못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후반전에 아스날의 실빙요가 스투릿지에게 가한 파울이나 키언이 새비지[사진중 투명의자에 앉은 선수]를 팔꿈치로 가격하고도 퇴장당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홈구장을 찾은 레스터 시티 팬들이 분노를 금치 못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