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소개>
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소년 시절, 좋아하는 책과 음악만 잔뜩 쌓아 놓고
홀로 섬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책 읽기를 좋아했다. 1997년부터 판사로 일했으며 판사의 일을
통해 비로소 사람과 세상을 배우고 있다고 여긴다. 책벌레 기질 탓인지 글쓰기를 좋아해 다양한 재판 경험과
그때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틈나는 대로 글로 쓰고 있다. 칼럼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로
전 국민적 공감을 불러일으킨 바 있으며,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의 대본을 직접 집필해 다시 한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 함무라비』 『판사유감』 『쾌락독서』 등이 있다.
<책의 시작>
글이란 쓰는
이의 내면을 스쳐가는 수많은 생각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공감을 받을 만한 조각들의 모음이다. 나는 그래서
책이 좋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가장 빛나는 조각들을 엿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서란 원래 즐거운 놀이다. 물론 세상에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독서는 어떻든 나에게 영향을 주는 행위다. 어떤 책이든 자기가 즐기면 그것 만으로 충분하다. 그걸 위해 기억
속의 책들을 찾아간다. 그 한 줄 한 줄을 발판 삼아 위로 받고, 용기
얻고, 나아갈 힘을 얻었으니 그것으로 충분한 게 아닌가. 때론
쾌락을 주기도 하고, 때론 지루함을 이겨내는 고난을 주기도 하며 항상 내 일상의 그림자에 밝은 빛을
전해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쾌락독서>는 작가가 기억하는, 추억하는,
그때 그 시절 그가 머물렀던 작은 안식처다. 그의 어린 시절,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 가는 그 길목 길목마다 새겨진 기억들의 모음이다. ‘독서’가
공부가 아닌 놀이라는 것을, 쾌락으로 자신의 삶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의 삶의 한 장면 장면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
<책 속으로>
독서는 즐거워야
한다. 즐기는 사람에겐 누구도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의무적으로, 어쩔 수 없이 읽어야만 하는 독서는 그래서 해 봐야 별 소용이 없다. 그는
어려운 책, 읽어야 할 책보다는 자신에게 재미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작가는 얘기한다.
“선의(善意)도 탐욕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다. 성찰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면.” - 132p
아무리 대단하다고
평가받는 책이라도 잊혀지는 책이라면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단
한 줄이라도 기억에 남았다면 그것은 분명 내게 어떠한 영향력을 끼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이 한 문장이 가장 좋았다. 하나에 꽂히면, 그것이 옳다고! 그렇게 해야 마땅하다고 느끼면서 돌진하는 경향이 있다. 스님의 책
제목처럼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때로는 몸이 멀어져야 마음도 멀어지고 그래서 멀어진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도 생기기 마련이다.
“인간이란 판단력이
모자라 결혼을 하고, 인내력이 모자라 이혼을 하며, 기억력이
모자라 재혼을 한다.”는 문장은 함축하는 의미가 깊다. 누구나
의무감을 가지고 결혼을 한다. 그리고는 더러 그 의무감의 고통을 인내하지 못하고 이혼한다. 또한 뼈저리게 느꼈던 의무감과 인내심의 고통을 저버리고 다시 재혼하기도 한다.
그러나 독서에는 의무감도 인내심도 절실하지 않다.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는 책은 버리면 된다.
꼭 책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하는 걸까? 작품의 시대적 배경, 주제, 사상을 다 꼭꼭 씹어
삼켜 내 것으로
만들어야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책은 창작자를 떠난 후에는 어차피 독자의 것이 아닌가? 결국 명작이든 고전이든 책은 독자의 선택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 게 아니겠는가?
인간은 타인에게서
그저 삶을 바라보는 어떤 한 ‘태도’에 본능적으로 매력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집착하지 않으며, 가장 격렬한 순간에도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고, 놓아야 할 때에는 홀연히 놓아버릴 수 있는,
삶에 적절한 거리를 둘 수 있는 그런 ‘태도’. 그렇다고
아무런 열망도 감정도 없이 죽어 있는 심장도 아닌데 그 뜨거움을 스스로 갈무리할 줄 아는 사람. 상처받기
싫어서 애써 강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삶이란 내 손에 잡히지 않은 채, 잠시 스쳐가는 것들로 이루어졌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눈부시게 반짝인다는 것을 알기에 너그러워질 사람. 그런 사람에게 본능적으로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런 태도가 느껴지는
줄거리의 책은 수없이 많다.
책을 고르는
가장 성공확률이 높은 방법은 일단 30페이지를 읽어보고 정하는 방법,
특히 문체(문장)가 내 취향인지를 확인하여 결정한다. 명료하며 간결하고, 솔직하며 위트 있고 지적이되, 과시적이지 않으며 적당히 시니컬한 글, 소소하고 귀여운 문장이 잘
읽힌다.
인문학의 아름다움은
무용(無用)함에 있다. 꼭
써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궁금하니까 그걸 밝히기 위해 평생을 인문학에 몰두하기도 한다. 실용성의
강박없이 순수한 지적 호기심만으로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인문학 학문의 기본이다.
첫댓글 "독서는 즐거워야 한다."는 말씀이 독서의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일조 선생님처럼 독서에 일가견을 가진 분에겐 맞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
저의 책읽는 태도를 살펴봐야갰습니다.
답답하기는 하지만 코로나정국에 책 읽기는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맙습니다.
독서는 절실하지 않는 것이기에
꾀를 피우나 봅니다 ㆍ
책을 보며 그 속에서 안식처가 되기도 하고
위로, 용기, 나아갈 힘을 얻지요ㆍ
선생님,
저는 시집을 고를 때 10 페이지를 읽어보고 선택합니다ㆍ
올리신 글~~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ㆍ~
아마도 시를 읽을 때는 10페이지 정도 음미하면 시인의 성향을 알 수 있겠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