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미산[城山] 417m 충남 보령
산줄기 : 금북기맥성주단맥
들머리 : 보령시 남포면 옥서리에서 웅천읍 두룡리를 잇는 이어니재
위 치 충남 보령시 웅천읍 두룡/대천/성동/수부리/남포면
높 이 417m
# 산명유래
성[城]의 고어 '잣'에 '뫼'가 붙어 만들어진 이름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와전,
'잔미산'으로 변하였습니다.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아기자기 오솔길 걷는 재미가... 보령 잔미산(417m)
뽀송뽀송한 눈이 내려주길 은근히 기대해본다. 아침부터 잔뜩 찌푸리고 있는 하늘이 원망스럽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바람 때문일 것이다. "설마 비가 오는 것은 아니겠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장항선 기차에 오른다. 이번 잔미산 산행에는 일행이 많다. 최근 단출했던 식구에서 대식구가 되었다. 새로운 곳을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설레는 마음을 충만하게 해준다.
철도산행 지킴이 최두열(철도연맹 안전이사)씨와 이현미(한자지도사)씨의 출석률은 언제나 100%. 김재운(한국등산학교 강사)씨와 안행구(종로5가 '솔밭길' 운영)씨는 오랜만에 철도산행에 함께 한다. 최두열씨 직장 동료인 백계원(건교부 철도공안원)씨도 동참했다.
잔미산은 충남 보령시 남포면과 웅천읍에 있는 산으로 성주면에 있는 옥마산(596.9m)과 성주산(677m) 자락과 이어지는 산군이다. 보통 기차를 이용할 경우는 남포역에 내려 읍내리에서 산행을 시작하지만 남포역은 무궁화호만 정차하기에 열차 시간에 맞추어 들머리를 유동적으로 정하면 된다.
이번 산행은 새마을호를 이용하여 웅천역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역을 나서면 바로 읍내다. 작은 시골 장터를 비롯해 자그마한 가게들이 역 앞에 늘어서 있다. 평일 시골 장터의 모습은 한가롭다. 역에서 200m 정도 걸어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 웅천교와 대창교를 지나면 석제 공장들이 길가와 골목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웅천초등학교가 나오고 곧바로 성주산자연휴양림으로 들어서는 골목이 나온다. 골목으로 들어서서 100m만 가면 철로 건널목이 나오고 바로 좌회전을 하면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등산로가 있다.
"416m라고 얕보지 말아요. 서해에 있는 산들은 거의 0m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하는 거 아시죠?" 잔미산을 여러번 올랐던 최두열씨가 산행에 앞서 당부의 말을 전한다. 고도가 높은 산일수록 산행 시작 또한 높은 고도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있지만, 서해의 경우는 해수면과 다름없는 곳에서 바로 산행을 시작하기에 해발이 낮은 산이더라도 만만치 않다. 이를 모르고 산행을 시작하는 등산인들은 낮은 산임에도 산행이 더 힘들다고 느낀다.
연일 계속되는 따스한 기온으로 등산로엔 수북이 낙엽만 내려앉아 있을 뿐 눈이 내린 흔적이 없다. 서울을 출발할 때 잔뜩 찌푸려있던 날씨도 언제 그랬냐는 듯 푸른 얼굴을 내밀어준다. 이듬해 봄, 푸른 싹을 틔우기 위해 영양만점 거름으로 마지막 생명을 다하여 땅에 기운을 북돋아주는 낙엽들이 바스락거리며 잘게 부스러진다.
잔미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외길이다. 지난 10월22일 철도산악연맹에서 잔미산을 산행한 후 나뭇가지에 곱게 묶어둔 노란색 표지기가 등산로를 놓치지 않게끔 해주지만 등산로는 족적이 뚜렷하고 외길이라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등산로 입구에서 안부까지는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험하지는 않지만 잠시의 쉴 여유도 주지 않겠다는 듯 좁고 경사가 꽤 가파른 등산로가 주능선 안부까지 계속된다. 40분 정도 지나면 널찍한 안부를 만난다. 곳곳에 앉기 좋은 바위들이 있어 다리쉼을 하기 좋은 장소다.
등산로가 낙엽으로 덮여 있지만 길 잃을 정도는 아니다. 울창하게 늘어선 소나무 군락 사이로 이어지는 일행들의 발걸음이 평탄한 등산로 마냥 가볍다. 안부에서 15분 정도 가면 왼쪽에 작은 돌무지가 있다. 무너진 성곽의 일부인 것 같기도 하지만 어떤 이유로 세워졌다 무너졌는지 모를 만큼 본래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돌무지를 지나 오르막을 오르고 10분 정도 더 가면 헬기장이다.
"어머 어머! 바다가 보여요. 해수욕장인가봐. 대천해수욕장 맞는 거 같죠? 팔만 뻗으면 닿을 것 같아. 산에서 바라보는 겨울바다가 더 환상적인 것 같아요."
뿌연 대기 탓에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길게 이어진 해안선과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작은 섬들이 시원스레 조망된다. 맑은 날에는 멀리 지평선까지 보일 것 같다. 오른쪽으로는 채석장으로 쓰이는 산과 웅천읍의 논, 밭이 자로 잰듯 반듯한 바둑판 모양을 하고서 내년의 농사를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헬기장에서 평탄한 능선길을 따라 30분 정도 오르면 잔미산 정상이다. 커다란 봉수대와 봉수대에 대한 설명이 기록된 안내판만이 정상석을 대신해 정상임을 지레짐작하게 한다.
오솔길 같이 이어진 내리막길을 10분 정도 내려가면 갈림길 안부에 닿는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이어니재와 충혼탑을 만나는 등산로이며, 오른쪽으로 가면 봉화산을 지나 말재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일행은 봉화산 방향으로 향한다. 안부에서 25분 정도 오르면 봉화산이다. 우거진 잡목으로 조망이 좋지 않다. 마을청년회에서 잔미산 등산로를 정비해 서해 낙조 명소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만큼 대천해수욕장이, 서해바다가 가깝게 조망되는데도 불구하고 등산인들의 발길이 뜸한 편이다.
봉화산에도 정상석이 없다. 다만 철도산악연맹에서 만들어 걸어둔 종이 한 장이 정상석을 대신할 뿐이다. 말재 너머에 있는 옥마산과 성주산 자락은 보령시의 활발한 홍보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봉화산과 잔미산은 아직 고요히 숨죽어 있는 산이다.
멋진 조망이 있거나 기암괴석이 우뚝 솟아 있어 장엄한 멋을 뽐내는 산은 아니지만 높이 뻗어나가는 소나무 군락과 오솔길 같이 이어진 아기자기한 등산로가 산행에 잔잔한 재미를 주는 산으로 손색이 없다.
봉화산에서 말재까지는 두번의 깔딱고개를 넘어야 한다. 평탄한 등산로만 걷다가 가파른 고개에 일행들은 커다란 한숨부터 내쉰다. 거리도 얼마되지 않는데 엄살을 부린다.
첫번째 깔딱고개를 넘어서고 다음 고개를 향해 오르는데 등산로 한켠에 연분홍빛 꽃봉오리가 수줍은 듯 살짝 웅크리고 있다. 진달래다.
"이놈 성미 한번 급하네. 너무 성숙한 거 아닌가. 아직 12월일세. 조금 더 쉬다가 꽃을 피우게나. 아님 얼어 죽네."
두번째 깔딱고개를 오른 후 내려서면 송전탑이 나오고 조금만 더 가면 돌탑이 말재에 거의 다 왔음을 알린다. 커다란 느티나무가 말재 터줏대감 노릇을 한다. 마을에서 당제라도 지내는지 느티나무 아래에 터가 마련되어 있다.
말재에서 능선을 따라 계속 오르면 옥마산으로 오르는 능선길이고, 왼쪽으로 내려서면 읍내리다. 말재에서 읍내리까지 1.2km, 20분 정도 내려가면 읍내리에 닿는다.
아직 장작불을 지피는 집이 있는가 보다. 짧은 굴뚝에서 저녁 연기가 피어 오른다. 시골 외할머니 품을 떠오르게 하는 구수하고 포근한 향이 마을을 뒤덮고 있다. 해는 이미 지고 어슴푸레한 해의 실루엣마저 어둠 속으로 사그라진다.
*산행길잡이
웅천역-(20분)-등산로 입구-(40분)-205봉 안부-(25분)-헬기장-(35분)-잔미산 정상-(10분)-충혼탑, 봉화산 갈림길 안부-(20분)-봉화산-(50분)-송전탑-(5분)-돌탑-(5분)-말재-(25분)-읍내리
유명하지 않지만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아기자기한 등산로를 산책하듯 오르며, 손에 잡힐 듯 조망되는 대천해수욕장을 보는 재미까지 더해지는 산, 잔미산은 서해 보령에 있다.
무궁화호를 타느냐 새마을호를 타느냐에 따라 산행들머리는 달라진다. 보통은 무궁화호를 이용해 남포역에서 하차, 읍내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새마을호는 남포역에 정차하지 않으므로 새마을호를 이용할 경우는 웅천역에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다. 웅천역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경우는 열차를 내린 후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
등산로가 험하거나 봉우리의 고도차는 많이 나지 않기에 산행이 힘들지는 않다. 오솔길을 산책하듯이 걷는 기분이다. 조망을 즐길 수 있는 곳은 헬기장과 잔미산 정상 뿐이다.
웅천역에서 산행을 시작해 충혼탑,봉화산 갈림길 안부에서 충혼탑으로 내려섷 수도 있지만 봉화산을 지나 읍내리로 내려서는 코스도 3~4시간이면 충분하기에 안전상의 이유가 아니라면 봉화산을 지나 읍내리로 내려서는 코스를 추천한다. 좀 더 길게 산행을 하려면 말재를 지나 옥마산을 오른 후 패러글라이딩장을 지나 성주암이나 대영사로 내려서는 코스가 좋다. 산행 후 대천해수욕장을 찾아가보는 것도 추천한다. 대천해수욕장까지는 읍내리에서 20분에 한대씩 운행하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다.
*교통
서울 영등포역에서 웅천역으로 가는 무궁화호와 새마을호가 있다. 무궁화호는 하루 7회 운행하며(05:38, 07:03, 08:02, 12:02, 12:47, 18:02, 19:03, 20:57) 2시간50분 걸린다. 요금은 12,100원. 새마을호는 하루 8회 운행하며(09:05, 10:03, 11:02, 14:02, 15:02, 15:47, 17:03, 20:03) 2시간40분 걸린다. 요금은 17,700원.
산행 후 읍내에서 남포역까지는 버스나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택시 요금은 10,000원.
*잘 데와 먹을 데
대천해수욕장 근처에 숙박시설이 많다. 한화콘도(041-931-5500), 대천리조텔(933-1311), 궁전콘도모텔(932-5581), 산호비치모텔(931-1020) 등이 있다.
서해인 만큼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대천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횟집을 이용해도 되고 대천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는 대천항에서 직접 생선을 사다가 회를 떠먹는 방법을 이용해 저렴하게 생선회를 먹을 수도 있다. 회센터가 밀집되어 있어 가게마다 비슷한 가격으로 회를 먹을 수 있다.
*볼거리
대천해수욕장 사계절관광휴양지인 대천해수욕장은 우리나라 서해안 제일의 해수욕장으로 길이 3.5km, 폭 100m에 달하는 백사장은 단연 일품이다. 모래 짙은 동양에서 유일한 패각분으로 조개껍질이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잘게 부서져 모래로 변모한 것이다. 규사로 된 백사장은 몸에 달라붙지만 패각분은 부드러우면서 물에 잘 씻기는 장점을 갖고 있어 더욱 높은 명성을 지키고 있다.
석탄박물관 석탄산업의 산 교육장으로 내부전시관 및 외부전시관으로 구분되어 조성된 석탄박물관에는 각종 탄광시설 및 광물 표본류 외 2500여 점의 표본이 전시되어 있다.
내부전시관은 모두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은 그 특성에 따라 비치되어 있다. 관람안내 및 기념품을 판매하는 안내의 장, 석탄의 생성과정을 보여주는 탐구의 장, 석탄 및 암석의 종류와 석탄이용의 역사를 설명하는 발견의 장, 그리고 참여의 장은 탄광 및 갱도의 모션이 전시되어 있는데 실제 탄광에 와 있는 듯 사실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또한 확인의 장에서는 석탄이 생산되는 과정이 영상물로 방영되며, 체험의 장은 2층에 마련되어 있는데 각종 화석과 석탄박물관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모의갱도가 설치되어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생산된 석탄을 옥마역까지 운반했던 갱도 입구, 압축기, 광차 등 탄광에서 이용했던 대형장비가 전시되어 있다. 글쓴이:배현영 기자
참고:월간<사람과산> 2007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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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