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울음소리
나란히 아기들이 누워있다. 꼬물거리는 손으로 병을 잡고 우유를 먹고 있는 모습을, p기업 회장이 엎드려 사랑이 가득 찬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얼마 전에 티브이 모(某)방송국에서 방영된 네쌍둥이 가족이다. 27살인 아기아빠가 출산휴가를 내고 아기엄마와 함께 육아를 하고 있다. 네쌍둥이 아빠 회사의 사장님은 사원인 아기아빠의 집을 방문하여 애국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네쌍둥이가 함께 탈 수 있는 물 건너 온 유모차를 선물하며 앞으로 장학금지원도 약속했다. 사원을 생각하는 사장님의 배려에 훈훈한 인간미가 느껴졌다.
식량이 절대 부족했던 1970~80년대 ‘둘도 많다.’ ‘한아이만 낳아 잘 키우자.’고 하는 현수막이 마을 전봇대에 걸려 있었다. 당시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산아제한에 참여하면 동원훈련 면제라는 특혜가 주어졌다고 했는데, 불과 반세기만에 인구정책에 불똥이 떨어졌다. 국가적 차원에서 ‘인구가 미래다.’ 라며 위기를 극복하고자 지원특별법 개정안까지 발의하기에 이르렀으니. 국가 존립의 3대 요소는 영토 국민 주권인데, 그중 국민인 인구는 국력의 가장 핵심이다. 중국과 인도가 경제대국 반열에 올라 선 것도 많은 인구 덕이다.
지난시절 농경시대에는 대가족이 한 울타리 안에서 살면서 아기는 태어났고, 호박넝쿨이 담장을 타고 넘어가듯 어우렁더우렁 건강하게 키워졌다. 어느 동네에서나 집집마다 아이들 뛰어 노는 소리와 아기 울음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려왔다. 우리 집 아기가 이웃집에 가서 놀기도 했고. 옆집 아기가 우리 집에 와서 놀기도 했다. 인도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내가 어렸을 적에는 쉽게 볼 수 있는 정경이었다. 젊은 아낙은 아기를 맡기고 일을 했고, 할머니 등에 업혀 새근새근 잠이 들었던 아기모습이 동화 속 그림처럼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러나 이제 해마다 출생아가 줄어 어린이집 휴교가 늘어난다. 2006년부터 시작된 저 출산 대책의 실효성은 더디고, 대한민국은 OECD 37개 국가 중에서 인구감소가 가장 빠르다고 한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8%까지 떨어졌다니…. 저 출산의 원인 90%가 결혼을 안 하는데서 기인하는데 정책적 지원은 양육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있다. 벚꽃 피는 순서로 학교 문을 닫는다는 지방의 인구감소는 심각하고, 일부 의과대학에서는 소아청소년학과가 폐과 되는 사태까지 왔다. 현대사회의 병폐 가족의 해체, 핵가족 시대인 요즈음 일과 육아를 병행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아기는 다루기 힘든 선택의 대상이 되었다. 어린 아기가 성장하기까지 (평균18세) 들어가는 비용이 3억 원 정도라고 하니 한 생명을 키워내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다. 그래서일까. 현대인은 개인생활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의 윤택한 삶을 위해 소중한 생명은 부담이 된다고 생각했는지, 독일학자 벡게르스 하임은 출산은 ‘삶의 리스크’라고 까지 말하고 있다.
가족적 인구문제는 지구촌사회의 공통된 관심으로, 우리나라처럼 중국에서도 높은 생활비와 교육비가 젊은 층의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만든다고 했다. 61년 만에 인구가 감소하고 출산율은 7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레이머 미국 시카고대학교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 해결책을〈이민정책〉으로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별로 인구감소를 막기 위한 차별화 된 다양한 시책을 마련하고, 맞춤인구 정책으로 G지역에서는 쌍둥이를 낳았다고 정착자금으로 1억 원을 주기도 했단다.
지난해 결혼한 딸이 출산을 했다. 한 달에 두 번 산모에게 지원 해 주는 의료와 교통, 영양을 위한 사회적인 배려가 세심하고 다양하다. 새 생명의 탄생은 희망의 움이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교교한 집안을 깨워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