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the GREAT pretender, 햇비농원에서
“텃밭부터 간다.”
서율이와 어미 은영이를 데리고 문경에 다 와갈 때쯤에, 내 그렇게 말했다.
막내며느리인 은영이는 내 그 말에 담겨 있는 깊은 뜻을 잘 몰라서 잠잠한데, 유독 아내가 나서고 있었다.
“추운데, 텃밭엔 왜 가요? 아파트부터 먼저 가요. 텃밭 갈 일 있으면, 우리를 아파트에 데려다주고 혼자 가세요.”
목소리에 살짝 가시가 박혀 있었다.
싫다는 이야기다.
춥다는 이유를 내세워, 자기 하는 말을 합리화시켜놓기까지 했다.
그렇게 해서 세 살배기 손자 서율이를 위하는 척도 했다.
날 추운 걸, 내 모르는 바 아니다.
그리고 손자 위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내가 텃밭을 먼저 가려하는 그 진정한 속셈은 따로 있다.
그 속셈을 미리 밝히면, 아내는 또 다른 논리로 자기 말을 합리화 시킬 판이다.
그러니 내 그 속셈은 감추고, 내 이렇게 윽박질렀다.
“텃밭 가자는 이유가 다 있어요. 그냥 따라오기만 하세요.”
내 그 한마디로, 이제는 은영이 입도 막아버렸다.
그렇게 달려간 텃밭이었다.
올 들어 봄 여름 가을을 지나오면서, 그 텃밭에서 나와 아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를 은영이가 알아야 했다.
그래서 나와 아내가 흘린 땀에 대해서 잠시라도 생각해보고,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해야 했다.
그런 마음이 일어야, 서율이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일게 할 것이고, 그 마음은 잇고 이어, 이날 텃밭을 찾지 않은 맏며느리 지영이와 맏손녀 서현이에게까지 물들게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서율이에게 전해줄 말이 또 있어서였다.
물론 아직 말이 서툰 서율이는 당장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다.
그러나 그 말을 옆에서 같이 듣게 될 은영이에게는, 또 다른 감사의 마음을 일게 할 것이었다.
그리고 대를 이어 우리들 그 텃밭을 일구어갈 의미 있는 혈연의 끈이 될 것이기도 했다.
곧 이 한마디였다.
“서율아, 이제는 네가 이곳 농장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