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이길 때까지 공짜' 이벤트 덕분에 인터넷 게시판이 후끈 달아올랐다. 사상 유례 없는 일이라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데, 특히 평소 한지붕 라이벌로 이름난 LG와 두산이 이벤트 중심에 서 있기에 양팀 팬들을 중심으로 찬반 양론이 거세다. 양팀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등장한 의견들을 소개한다.
"왠지 자존심 상한다" vs "우리야 신날 수 밖에"
LG 홈페이지의 '쌍둥이마당'에선 이번 이벤트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찬반 양론이 있지만 '자존심이 상한다'는 측면에서 쓴소리가 많이 올라와 있다.
아이디 'mymy7245'는 '경기를 선수가 하지 팬들이 하나? 팬들이 좋아할 것 같지만 팬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처사다'라고 비판했다. 'upseok'은 '기분 비참하다. 이기면 돈받고 지면 돈 안받겠다는 말 아닌가? 왜 하필 두산인가? 이번 시즌 한번도 이기지 못한 것이 뭐가 자랑이라고 떠벌리면서 이런 이벤트를 기회하였는가? 3경기 다 패하면 팬들이 3경기를 공짜로 봤다고 좋아할까? 상승무드를 타고 있는 팀이 이런 상업성만이 가득한 이벤트가 과연 필요할 것일까?'라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반면 격려의 글, 혹은 이번 이벤트를 기회로 삼자는 응원성 내용도 많았다. 'artwork'는 '아니 왜 벌써 질 생각을 먼저들 하시는지? 이기면 되는 거 아닙니까? 여지껏 우리(LG) 선수들이 두산전 경기하는 거 보면서 기폭제가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라고 밝혔다. 'timehunt'는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몰려야 하는지 안쓰러움을 느꼈습니다. 전 그런데 구단의 승리에 대한 오기에 그래도 아직 트윈스 죽지 않았구나 긍정적으로 생각했습니다'라고 격려했다. < 김남형 기자 >
두산팬 반응
두산 팬들은 은근히 즐기는 분위기다. 두산 홈페이지의 '곰들의 대화'에선 3연전을 모조리 이겨서 기쁨도 얻고 공짜로 경기 보자는 의견과 함께, LG 팬들의 반응을 전하는 글도 많았다.
아이디 '아자아자두산'은 '김경문 감독님 말씀처럼, 꼭 이겨서 두산 팬들에게 좋은 혜택이 생겼으면 좋겠네요'라고 했다. 'eunsm1' 역시 '1경기 입장권으로 3경기를 볼수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 믿습니다'라며 즐거운 반응이었다. 이번 논란에 대해 LG의 적극적인 자세를 칭찬하는 글도 있었다. 'asa171'는 'LG의 화끈한 저지르기는 모든 언론의 포커스가 삼성으로 맞춰져 있는 것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팬들이 가득찬 야구장에서 선수들이 눈에 불을 켜고 플레이를 한다면 난 좋다'고 평가했다.
'arim'은 '5월21일자 스포츠신문 1면 예상'이란 제목의 글에서 'LG팬 경기 공짜로 보기 위해 두산응원 파문'이란 1면이 나올 것이라며 다소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이밖에 'LG 프런트가 두산에 안 좋은 감정 있는 거 알지만 일을 감정적으로 몰아가지 말라', 'LG팬 입장에선 이겨야 좋은 건지 져야 좋은 건지 통 알 수 없다'는 요지의 글들도 올라왔다. < 김남형 기자 >
두산측 입장 "프로야구 발전위해 모든것 수용하겠다"
돈 연연안해 … 흡사한 이벤트 계획
두산은 초연하다.
LG의 관중 무료입장 방침에 대해 모두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두산 김승영 단장은 20일 오전 "LG쪽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고 합의한 사항도 없다. 하지만 프로야구 흥행을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문제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단장은 이어 "두산이 계속 승리할 경우 입장 수익이 조금 줄지 모르지만 크게 보면 푼돈에 불과하다.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는게 구단 고위층의 생각이다. LG팬 뿐만 아니라 두산팬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두산은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향후 LG와 유사한 이벤트를 마련할수 있다는 입장이다.
두산은 이번 사안으로 라이벌 LG전이 이슈화된 것에 대해 긍정적이다. LG의 패배시 홈경기 관중 무료 방침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관심이 증폭됐고 그만큼 프로야구판이 커졌다는 논리다.
두산 김경문 감독 또한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민창기 기자 >
각 구단들 입장
"단기적 반짝 효과 장기적으론 손해"
거의 부정적 입장
프로야구 구단들은 LG의 공짜 마케팅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단기적인 '반짝 효과'만 있을 뿐 장기적으로는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논리다.
현대 이성만 홍보팀장은 "한국프로야구는 지난 20여년간 돈을 주고 보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구장내에서 팬서비스를 증대시키는 것은 몰라도 공짜 입장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팀장은 "팬들도 돈을 내고 운동장을 찾아야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LG와의 경기때 현대가 똑같은 상황을 당한다면 구단간의 합의사항인 수익금 배분문제에 대해서도 쉽게 합의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
롯데 박웅필 서울 사무소장은 LG의 이번 공짜 마케팅에 대해 "너무 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프로야구 자체를 즐기는 방향으로 관중문화를 이끌어가야지 이번처럼 승패에만 연연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 일시적인 효과를 볼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게 박팀장의 견해.
한화 조남웅 홍보팀장은 현재 한국프로야구단이 처한 상황과 관련해 LG의 이번 공짜 마케팅을 비판했다. 조팀장은 "관중을 모으는데는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90%이상이 적자인 프로야구단이 공짜로 손님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모기업이 여유가 있으면 몰라도 그렇지 못한 구단의 경우 공짜마케팅에 따른 수익의 감소부문을 도외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송진현 기자 >
유사한 사례들
삼성 "공짜 입장 LG완 달라"
2년전부터 백화점과 공동 마케팅
1년에 한 경기 '무료 입장의 날'
대구백화점서 입장권 모두 구입
"만원 사례 … 배당금 평소보다 늘어"
'우리의 무료 입장 서비스는 LG의 경우와는 차별화가 된다.'
LG 트윈스가 20일 서울 라이벌 두산전에서 패할 경우 이날 경기 입장객들에게 앞으로 두산전에서 승리할 때까지 계속 무료 입장을 시키겠다는 방침을 발표해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삼성 라이온즈의 무료 입장 서비스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삼성은 지난 2003년부터 대구백화점과 공동 마케팅으로 팬들에게 무료 입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3년과 2004년에는 각각 한 경기씩을 선택해 무료 입장의 날을 정했고, 두 경기 모두 1만2000석 만원 사례를 이뤘다.
대구백화점이 삼성측에서 입장권을 단체석 가격(약 5000만원)으로 모두 구입하는 형식이며, 백화점 간부들이 시구를 하고 팬들에게 경품을 내놓는 등 자체 홍보 활동도 펼쳤다.
삼성은 지난 5월1일 기아전서도 무료 입장 행사를 했고, 7월에도 한 차례 더 무료 입장 서비스를 실시한다. 이 경우 원정팀의 배당금인 '입장료 28%'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권오택 삼성 홍보팀장은 "단체석 가격이지만 만원 사례를 이루기 때문에 오히려 총 수익은 늘어나 상대팀에게 돌아가는 배당금도 평소보다 늘게 되므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 민훈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