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 월요일,
오늘은 ‘아주 작은 비석’ 모습부터 전해드리겠습니다.
부엉이바위 아래 정토원으로 올라가는 산 입구에 비석이 세워집니다.
큰 롤러차가 땅을 고르고 바닥돌을 깔고 있더군요.
유홍준 前문화재청장과 임옥상 화백이 오셔서.
비석 주위에 쓰일 돌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이 나무들은 무엇에 쓰일까요?
49재를 맞아 마을을 꾸밀 ‘솟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나무를 깎아서 새의 형상으로 만드는 것인데요
솟대는 마을 사람들의 소망이 하늘에 전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새를 올려 놓은 것이죠. 장승도 일종의 솟대라는군요~
솟대로 만드는 새는 나라마다 다양하지만
한국에서는 주로 오리모양이 많이 쓰입니다.
오리농법을 하는 봉하마을과 잘 맞는 솟대네요.
봉하에 오셔서 솟대를 보시거든
‘사람 사는 세상’의 소망을 떠올려 주세요.
부산 민예총 회원들이 오셔서 열심히 땀흘려 주셨습니다.
솟대의 머리 부분 만드는 일을 도와드렸습니다.
“마, 잘 쫌 해보이소~ 남자가 그래밖에 못하노.”
오랜만에 해보는 톱질이라;; 능수능란한 언니들께 많이 배웠습니다.
오후에는 마을 아버님의 논일을 도왔습니다.
8월까진 김매기가 한창이지요.
나락이 튼실하게 자라려면 영양분을 빼앗아먹는 잡초를 잘 뽑아줘야 한대요~
“봉하쌀은 오리랑 우렁이로 키우니께 농약 안치제.
그러면 밥맛이 달라, 밥맛이.”
잡초를 뽑는 동안 오리농군들은
열심히 돌아다니며 벌레를 잡아 먹습니다.
봉하마을 오리농군들 부르는 법을 알려드릴까요?
“구구구구~”
“쪼쪼쪼쪼~”
논 가까이 와서 저렇게 오리들을 불러보세요.
그럼 밥을 주러 온 줄 알고 부리나케 달려옵니다 ^^
(하지만 먹이는 주지 마세요~ 벌레를 안 잡습니다;;)
못되게 생긴 잡초...
뿌리까지 뽑아 줘야 합니다~
6일째 마을에 살고 있는 한 자봉자에게
봉하마을에서 자봉을 하니 좋은 점을 물어보았습니다.
“서울에 있을 때는 답답하고 슬프기만 했는데
마을에 내려와서 손발로 일도 돕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니 즐거워요.”
“옷은 넉넉히, 특히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게
모자와 얇은 긴팔옷을 꼭 챙기시라”는 팁을 덧붙여 주었습니다.
이번주 49재를 앞두고 마을에선 여러가지가 준비되고 있는데요,
그 모든 준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사람!!!입니다. 자원봉사하실 분들~
49재인 10일(금)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8일이나 9일에 일손이 많이 필요할 것 같네요.
밤10시가 넘은 시간까지 추모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습니다.
49재까지 화,수,목,금
이제 4일 남았습니다.
아까 논일을 마치고 아버님이 주신 막걸리를 한잔 두잔 받고나서
취기와 졸음을 물리치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ㅠㅠ
그래도 노짱 덕분에 자연 속에서 기분좋게 땀흘리고
막걸리 한잔 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어 좋지요 ^^
'사람 사는 세상'이란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소박한 삶'이 살아있는 세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밤은 권양숙 여사께서 37년 전에 살던 집에서
하루 묵게 되었습니다. 봉하마을 곳곳엔 이런 사연들이 있네요.
'촛불소녀 코리아'에서는 내일도 봉하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