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0일 수요일 조선일보 최순호 기자
음식 모양의 술 '분자 칵테일' 전문가 폴 트바로 방한
물리·화학 원리로 제조 생김새는 캐비아·국수… 만드는 데 2주 걸리기도
나뭇가지에 보송보송한 솜사탕이 달렸다. 접시에는 탱탱한 계란 노른자. 숟가락에 담긴 매끈한 국수는 방금 물에서 건져낸 듯하다.
하지만 속지 마시라. 달콤하거나 쫄깃할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모두 술이다. 솜사탕을 한겹찢어 입에 넣으면 보드카가 목을 타고 넘어가고, 노른자는 혀끝에서 터지며 술기운을 퍼뜨린다. 겉과 속이 판이한 이 술들은 '미래의 음료'로 불리는 분자 칵테일이다.
-
- ▲ 접시 위에 계란 노른자? 사실은 보드카가 들어간 술이다. 분자 칵테일 전문가인 폴 트바로가 선보인 분자 칵테일 ‘아마레티 비스킷’은 술 맛과 단맛이 묘하게 얽히면서 독특한 미각을 선사한다./최순호 기자 choish@chosun.com
재료 분자의 속성을 연구해 새 맛과 형태를 창조하는 분자 요리 기법을 음료에 적용했다. 알코올에 액화 질소·알긴산·클로라이드(염화물)를 조합하면 촉촉하고 알싸한 '위스키 마시멜로'나 뿌리면서 마시는 '안개 모히토'가 탄생한다.
최초의 분자 칵테일은 2005년 분자 요리 창시자인 프랑스 화학자 에르베 티스(This)와 세계 최고 바텐더 8명의 손에서 빚어졌다. 9인의 대가는 당시 네덜란드 양조업체 볼스가 주최한 음료 심포지엄에서 '취하는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분자 칵테일에는 여러 물리·화학적인 원리가 쓰이다 보니 소형 발염(發炎) 장치부터 진공 조리에 쓰이는 수비드(sous-vide) 기계까지 갖가지 도구가 동원된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정식으로 내놓는 곳이 없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 호텔에서 만난 분자 칵테일 전문가 폴 트바로(Tvaroh)는 "처음에는 분자 칵테일이 과장된 유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숨겨진 감각을 깨우고 규정된 맛의 경계를 넘어서는 도전을 즐기게 됐다"고 말했다.
-
- ▲ 보드카로 만든 쫀득한 국수(가운데)와 고추냉이를 넣은 분자 칵테일을 즉석에서 선보인 폴 트바로./최순호 기자
세계 최고 칵테일 전문가를 뽑는 '월드클래스' 대회의 한국 예선전(8일~6월 8일)에 시연자로 초청받아 한국을 찾은 트바로는 2007년 11월 영국에서 분자 칵테일 전문 바 '라운지 보헤미아'를 열었다. 트바로는 "신기한 칵테일을 보고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이 재미있다"면서 "런던 술집에서 솜사탕 기계가 자랑스럽게 전시된 곳은 내 바가 유일할 것"이라며 웃었다. 솜사탕 칵테일은 제조에 2주가 걸린다. 단맛이 강한 식전주(食前酒)인 캄파리를 실온에서 증발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알코올이 날아간 후 잔여물을 빻아서 솜사탕 기계에 돌리면 솜털 같은 칵테일이 된다.
트바로는 인기 분자 칵테일인 'CC'를 만들어 보여줬다. CC는 '신용 붕괴(Credit Crunch)' 시대에 주머니가 얇은 사람이 마시는 가짜 '샴페인과 캐비아(Champagne& Caviar)'라는 뜻이다. 재료로는 엘더플라워코디얼, 바닐라 시럽, 바닐라 함유 보드카, 망고 함유 보드카, 카다멈(향신료), 장미 시럽, 망고 주스가 들어간다. 분홍빛 캐비아는 장미 시럽과 망고주스, 알긴산, 망고 보드카를 혼합한 시럽으로 만든다. 플라스틱통에 담긴 시럽은 가느다란 구멍을 통과해 칼슘클로라이드가 녹아 있는 물에 떨어진다. 알알이 응고돼 투명한 분홍빛이 된 알들을 깨끗한 물로 씻어 나트륨의 짠맛을 없앤다. 가짜 샴페인은 체에 거른 진저에일 소다수와 엘더플라워코디얼 혼합액이 한 몸이 되면서 태어났다.
계란 노른자 칵테일은 노르스름한 비스킷이 섞인 보드카에 알긴산을 넣어 동그랗게 응고시킨 것이다. 혀에 닿으면 자글자글 터지는 '톡톡 캔디'를 뿌려 먹는다. 심각한 표정으로 칵테일을 완성한 트바로는 기자에게 "원샷하라"고 권했다. '계란 동동 쌍화차'를 털어 넣는 기분으로 꿀꺽 삼기자 말캉한 노른자가 터지면서 진한 알코올과 달콤한 사탕이 경쟁하듯 미뢰를 자극했다. 트바로는 12일까지 리츠칼튼 호텔에서 분자 칵테일쇼를 선보인다. '미래의 음료'는 1잔에 2만~2만5000원이다
☞모르는 용어
˚월드클래스-세계 바텐더 대회
<고찰> 101A25박소영
술에기가 나오길래 봐는데 좀 신선한 것 같아서 이걸 골랐는데~이 기사를 읽으면서 난생 처음듣는 용어부터 노른자를 날로 먹는다는게 신기했다. 더욱 처음 듣는 것은 '분자 칵테일'이었다. 칵테일은 들어봐는 앞에 분자가 들어 가니까 왠지 모르게 어렵게 느껴졌다.
한편 으로는 술은 못먹지만 맛있어 보여서 한번정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