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8cm / 임경순</p><p> </p><p> </p><p>단단한 바닥이라고 믿는 지금</p><p>겨울 땅 납작 엎드린 개망초</p><p>일어나야지 다짐할 낯선 직각이 보인다</p><p> </p><p>한밤중</p><p>택배 포장을 뜯어 모자를 쓴다</p><p>이리저리 불면을 덮어도 삐져나오는 것을</p><p>막을 수는 없었는데</p><p>딛고 오를 높이를 가늠하는 시간</p><p> </p><p>온몸 조각내어 반듯하게 받쳐주는</p><p>새살고리 두툼한 나무 흉터를 밟으면</p><p>찌그덕 신음 소리 들린다</p><p> </p><p>밖에 놓인 것은 누구나 만만하다</p><p>안으로 들인 것은 높이를 더할수록</p><p>밥그릇 소리 요란하다</p><p>둔탁한 발자국 숨이 차다</p><p> </p><p>계단은 수저계급을 만들지 않는다</p><p>단지 또 하나의 바닥을 내어줄 뿐</p><p>내려올 때를 준비하고 있을 뿐</p><p>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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