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일이었다
30대 중반의 제법세련돼 보이는 여자가 택시에탔다
여행용 끌개 가방과 고급핸드백을 들고 탔다
그리고는 성수동을 가자고하였다
성수동은 도심가운데 공단이다
자동차 정비공장, 피혁공장, 박스제조공장, 구두굽 제조공장, 인쇄공장이 밀집한 곳이다
그녀가 지명한 번지수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하니 성수역 바로 안쪽에 위치한 박스제조공장이었다
제법큰 박스공장이었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대로 따라가니 공장은 바쁘게 움직이고있었다
피자 헛, 맥도날드 햄버거 등의 배달용 박스를 전용으로 제조하고있어 보였다
공장 앞길에는 큰 콘테이너 차가 박스를 실으려고 대기하고있었다
그녀는 잠시 대기할수 있느냐고 하면서 대신 자신의 핸드백을 맡긴다고하였다
나는 그냥 갔다 오시라고하자 그래도 그런게 아니라고하면서 제법 고급스러워 보이는 백을 나에게 맡긴다
그러면서
" 제가 보기에 운전하실분이 아닌것같이 점잖으셔서 믿고 맡기는 거예요 " 하였다.
나는 웃으면서
" 운전은 아무나 하는거지 운전하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까 ? " 하고는 사정이 있어보여서 백을 운전석 옆자리에 놓았다
얼핏보기에 백의 브랜드가 "세리느" 같았다
백을 차에 두고 박스공장으로 들어간 뒤 한참만에 그녀는 돌아왔다
눈에는 눈물이 젖어있었다
그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인천공항으로 가자고하였다
인천공항을 가려면 한참 걸린다
성수동에서는 바로 내부순환도로로 진입하여 성산대교에서 강변북로를타고 인천공항으로 직진하면된다
장장 65 키로미터정도다
요금은 시내요금으로 받아야 합법적이다
공항은 시외 할증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여간에 오랜만에 장거리가 걸려서 기분은 좋았다
그녀는 차가 내부순환을 타자 이야기를 꺼냈다.
" 기사님 지금 박스공장에서 만난 사람은 제 전 남편입니다 "
" 그럼 이혼하셨어요 ? "
" 예 3년 전에 이혼 했어요 "
대개 택시기사에게는 자신의 창피한이야기를 스스럼없이한다
다시 만날 상대가 아니기에 택시기사에게 자신의 속에 부글 부글 끓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정신병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해도 정신병자의 정신상태는 많이 해소된다고도한다
훙악범죄를 저지르는 정신적으로 문제있는 자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라고도 한다
30초간 만이라도 진지하게 상대의 이야기를들어만 주어도 그의 영혼을 위로할 수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 이야기만 하려고하고 상대의 이야기는 건성으로 듣는것이 보통이다
노래방에 가도 노래하는이의 노래를 듣기 보다는 다음에 자기가 할 노래 곡목 찾느라고 보래부르는이의 노래는 건성인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현대사회는 외로운사회이며 정신병자가 많아지는 사회인 것이다
군중속의 고독이라는 사치스런말이 이제는 현실인 것이다
그런 이유로 종종 택시기사가 그런이들의 스트레스 해소의 대상이 되기도한다
택시 기사의 인생을 경험한 인생 역경이 진지하다면 상당히 그들에게 위로를 줄 수도있다
" 8년전에 캠퍼스 커플로 결혼했던 우리는 그남자의 첫사랑이 외국에서 오는 바람에 3년전에 깨졌지요 아이 하나 낳고 말입니다 "
" 아이까지 있었는데.... "
" 그때 전남편이 하는 사업이 힘들어서 부도직전으로 매일 전남편은 술이 떡이돼서 들어오고 밤새 잠도못자고 지옥같았지요 "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의 과거를 회상했다
그 고통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경험하지 않이들은 모를거라고...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쉽게 그냥 부도내고 시골로 낙향하지 그러는냐고 한다
그러나 사업이란 자전거 같아서 자갈 길, 오르막 길을 만나도 페달을 밟아야지 페달을 놓으면 자전거는 쓰러진다
그래서 사업이라는 페달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사업이 인생의 의미이기에 페달을 놓으면 인생도 끝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페달을 놓고보면 별것도 아닌것이 사업인데 그걸 두려워 하는 것이다
" 상당히 힘드셨겠어요 "
" 너무 힘들어서 내가 도울수있는 것이 없는것이 한없이 안타까웠어요 "
" 결국은 돈이지요 돈만이 해결하는 열쇠지요 "
" 그러니 우리 친정도 돈이 많은집이 아니고.....겨우 퇴직공무원 연금받아서 사시는 부모님이신데.. "
" 그럴때는 그저 기도하는 수밖에는 없지요 해결한다고 빚을 지게되면 더 깊은 수렁에 빠지지요, 그렇다고 부도직전의 소규모 회사에 구제금융 주는 바보같은 기관도 없구요 "
" 어려워지니까 친구들마져 등을 돌리고 친척들도 전화도 안받더라구요 "
" 어려워지면 가장 가까운 친척부터 등을 돌리지요 "
" 경험없이 졸업후 직장생활 1년하고 친구들하고 컴퓨터 프로그램회산가 뭔가를 만든 것부터가 잘못이었어요 "
" 그회사들 잘하면 대박 터진다는데 "
" 무슨 게임 인가를 만드느라구 수십억을 투자했는데 그게 참패를했대요 잘은 모르지만요 "
" 저는 잘 모르는 소립니다, 컴맹이거든요 "
" 그때 그남자의 첫사랑이었다는 미국유학하고 귀국했다는 돈많은 집 딸내미가 노처녀로 접근해서 상당히 돈을 지원한 모양이었어요 "
" 캠퍼스 커플이시라면 그여자를 아시겠네요 "
" 아는 여자지요 그여자하고 사귀다가 그여자를 차고 저하고 사귀어서 결혼했으니까요 전남편은 캠퍼스에서 인기가 짱이었거든요 "
" 쟁취하셨군요 그때는 기분좋았겠습니다"
" 그랬지요 그때 전남편은 우리 써클 여학생들의 우상같았으니까요 "
" 그때 사귀었던 그여자가 느꼈던 참담함을 다시 손님께서느끼셨군요 "
" ............................. "
그녀는 말이 갑짜기 없어졌다
나는 내가 큰실수를했구나 깨닫고 당황하였다
손님의 최대의 아픈곳으르찔렀으니 큰 실수를한 것이다
운전기사는 100% 손님편이어야한다는 철칙을 깬 것이다
이 사태를어찌 수습해야하나....
" 그러나 결혼을 한 사이니까 그여자가 나쁜여자지요 "
주섬주섬 뱉은 말을 주워 담느라고 쩔쩔매고있었다.
한참을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여자는 다시 말을 꺼냈다
차는 영종대교를 지나고 있었다
" 그래서 이혼을 해 주고 그때 3살난 딸내미는 제가 데리고 미국에 있는 이모님한테로 갔지요 여기서는 살수가 없었어요 도저히 창피해서 길을 걸을 수도없었어요 "
" 그런데 어떻게 전남편이 그 박스공장에서 일한다는것을 알았어요 ? "
" 계속 딸 양육비를 부쳐왔는데 양육비를 부쳐주던 회사주소가 없어지고 양육비 송금이 중단한 거예요 그래서 한국내의 동창들에게 수소문을 했지요 남자 동창에게 연락을 해보니까 그 남자동창이 니 전남편이 같이 살던 그여자와 헤어지고 회사 문닫고 어느 박스공장에서 일 한다는 정보를준것이예요 "
" 그래서 찾으셨군요 "
" 예 양육비 문제가 아니라 지금도 저는 전남편을 몹시 사랑하거든요 아직도 남자는 그이 뿐이예요 "
" 그래서 만나셨어요 ? "
" 예 박스 공장에가서 공장장 같아보이는분에게 그이 이름을 대니 한참 일하는 사람중에 한사람을 가르키는데 글세 글세... 골판지를 힘겹게 지고와서 절단기에 넣고 절단기를 작동시키고있더라구요 그 장면이 너무도 기가 막혀서 그냥 돌아서서 왔어요, 남에게 창피한꼴 안보이려고 이런데 숨어서 살 고있는데 내가 나타난다면 얼마나 자존심 상할거예요 "
" 인간이 사는게 별거아닌거 같은데요, 과거에 그가 어떤사람이었느냐는 중요하지 않구요, 지금 무슨일을 하고있고 얼마나 열심히 하고있는냐가 중요한거 아닌가요 ? "
" 암만 그래도 내 마음속에는 핸섬하고 문학을 이야기하는 전남편의 이미지가 영원히 남아있거든요 "
" 글세요 권장생이라는 분 아세요 ? 유명한 동화 작가이신데요 시골마을 교회의 종지기로 평생을 가난하게 살다가 돌아가셨지요"
" 예 알지요 몽실언니라는 동화 쓰신분 말이지요 ? "
" 예 인생이라는 것이 그가 어떤일을 하고있느냐보다는 어떤 뜻을 가지고사느냐가 더중요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의 전남편분이 박스공장에서 박스를 절단하는일을 하신다고 창피하게 생각하지마세요 혹시 압니까 ? 지난과거에 손님과 이혼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면서 참회의 인생을 살고 게시는지 말입니다 "
" 참회하겠지요, 그여자에게 배신당했으니 백번은 참회 하겠지요 "
그여자손님의 말에는 갑짜기 적의를품은 비수같은 언성이 튀어나온다
" 그런뜻이 아니구요 인생이라는것이 미래를 모른다는것 입니다, 인간은 일초뒤의 인생도 알 수가없다는 것 입니다, 일초뒤의 인생은 신의 영역이거든요 인간의 영역이 아닙니다, 지금 현재의 상태를 가지고 그렇게 생각하시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분 전남편분의 미래는 아무도 모르지 않습니까 ? 혹시 다시 손님에게로 돌아와서 잘못했다고 빌면서 딸내미를 끌어안고 울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 "
" ........................... "
갑자기 그여자손님은 심각해지고 입을 닫아버린다
어느덧 차는 인천공항의 디파츄어 랜으로 들어섰다
그여자손님은 카드로 결재를하고 통행료 명분으로 현찰을 2만원 얹어주셨다
그리고 내리면서
" 이왕이면 잘살지 빙신같이..... 야 경숙아 내남편 빼앗았으면 잘살게햐줘야지 이 썅년아 "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울고있었다
첫댓글 시험보고 왔어요. 피로도가 겹쳐서는 잠도 안오고. 방장님 글읽고 잼있어서 피로가 확 풀리는데요. 픽션을 가미하니 더 잼있어요.ㅋㅋㅋ
근데...이런일 보다 더 한 실화가 우리 삶 주변에 널려 있어요...우리 친 언니 경우도 그렇고...
옥의티 발견했습니다. 몽실언니의 작가는 권정생님입니다. '동화읽는 어른모임'을 했거든요.
히히히히 권정생을 권장생으로 잘못 안 나나, 그걸 그대로 듣고 몽실언니 작가라고한 그 손님이나 둘다 바보네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