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구망욕(體垢忘浴)
몸에 때가 있어도 목욕하는 것을 잊었다는 뜻으로, 세상사를 잊고 편안히 소요하며 자족하는 모습을 의미힌다.
體 : 몸 체(骨/12)
垢 : 때 구(土/6)
忘 : 잊을 망(心/3)
浴 : 목욕할 욕(氵/7)
출처 : 이학규(李學逵)의 관묘당기(觀妙堂記)
이 성어는 조선 시대의 학자인 이학규(李學逵)의 관묘당기(觀妙堂記)에서 연유한다. 그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권소운(權巢雲)이 이학규(李學逵)를 찾아와 자신의 거처 관묘당(觀妙堂)을 위한 기문을 청했다.
그는 40년간 과거에 응시하다가 만년에 포기했다. 머리맡에 당송 고시 한두 권을 놓아두고 자다 일어나 펼쳐지는 대로 몇 수씩 읽곤 했다. 취하면 두보(杜甫)의 취가행(醉歌行)을 소리 높여 불렀다.
집 이름의 연유를 묻자, 그가 대답한다. "사물의 이치는 깨달으면 묘하고, 묘하면 즐겁지요. 천기(天機)는 날마다 새롭고, 영경(靈境)이 나날이 펼쳐집니다. 묘함을 깨달을수록 보는 것이 점점 묘해집디다. 그래서 관묘당이라오."
대답을 들은 이학규가 벌떡 일어나 그에게 절을 한다. "선생은 깨달으셨구려. 예전 선생이 갓 과거를 포기했을 때, 다른 사람의 급제 소식을 들으면 낯빛이 흔들리고 마음으로 선망함을 면치 못했었소. 이제 바깥과의 교유를 끊고 참되고 질박함으로 돌아와 남은 해를 자연에 의탁하니, 이것은 선생께서 지금 세상에 대해 이미 깨달은 사람이기 때문이오. 선생은 초저녁에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 머리털이 엉망이어도 빗질하지 않고(髮亂而忘櫛), 몸에 때가 있어도 목욕하지 않으면서(體垢而忘浴), 편안히 소요하며 자족하시는구려. 둥지의 참새가 새끼를 치고, 나방이 변화하는 것 모두가 선생의 관묘(觀妙)를 열어주기에 넉넉하오. 자식과 며느리가 나물국에 술을 내오니, 이 또한 선생의 관묘를 보좌하기에 충분하구려. 쩝쩝! 부럽소."
해구상욕(骸垢想浴)은 천자문(千字文)의 한 구절이다. 몸에 때가 끼면 목욕할 것을 생각한다는 말이다. 몸이 더러워지면 목욕 생각이 간절하다.
그런데 권소운은 더러워도 씻지 않고, 봉두난발(蓬頭亂髮)이어도 머리 빗을 생각을 않는다. 가난한 살림에 술 한 잔 걸친 후 사물을 깊이 응시한다.
그러자 지난 40년간 벼슬길을 향한 전전긍긍을 놓지 못했을 때는 알지 못했던 깨달음이 사물들 안에서 일어나 날마다 영경(靈境)이 눈앞에 환하게 펼쳐지더라는 것이다.
세상이 온통 진흙탕이다. 더러워진 몸을 깨끗이 하자고 씻는 물이 또 구정물이다. 씻어본들 뭣하나. 금세 더 더러워진다. 머리를 빗은들 무슨 소용인가.
이가 그대로 바글댄다. 그 꼴을 보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준엄하게 나무란다. 같은 국에 만 밥이다. 바랄 걸 바라야지. 백년하청(百年河淸)!
관묘당기(觀妙堂記)
權巢雲先生。爲應擧業四十秊。不中有司意。乃絶意進取。落拓縱酒。酒後歌老杜醉歌行。音節瀏亮。傍人皆竊笑之。亦不顧也。晩家藍橋之北。槐亭之西。爲舍凡四楹。爲圃一畝有奇。爲桃李桑柘雜樹百餘株。有一子三孫。子擧進士。一女奴僅供薪水。朝晡糲飯一盂。濁醪一杯。醉飽則隱几而臥。枕頭置唐宋古詩一二卷。信手拈閱。外此無所有。乃扁其室曰觀妙。索予爲記。予問先生觀妙之旨。先生笑曰。諸凡事物之理。悟則妙。妙則樂。天機日新。靈境日廓。此其愈涉其妙而愈妙其觀者也。予起而拜且賀曰。先生得之矣。向者先生之始謝公車也。聞人有唱名科甲。則未免色動心豔。有時萟專場。則又未免爲一歆賞詠歎也。此猶大迦葉定中之舞。伯程子觀獵之喜。時猒時中夙習故在者也。迨其閱歷旣久。菁華向盡。則乃反息交絶遊。回眞反樸。托餘齡于菟裘。冀後效于桑楡。此先生之旣了悟當世者也。先生方昬眠晏起。髮亂而忘櫛。體垢而忘浴。逍遙偃仰。意殊自足。杖于圃則覩夫時氣至。而羣匠舒雜英敷木芍。叢鞠之淫巧。窠雀之孶尾。野蛾之變化。皆足以啓先生之觀妙。而返于室則有子若婦具早饍。瀹菜臺剔魚乙。有尊酒佐之。飯訖則有孫一人。挾枕簟請何向。一人捧詩卷請何持。亦皆足以佐先生之觀妙者也。
(이하생략)
▶️ 體(몸 체)는 ❶형성문자로 軆(체)의 속자이다. 体(체), 躰(체), 軆(체), 骵(체)는 통자(通字)이고, 体(체)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骨(골; 뼈)部와 音을 나타내는 豊(풍)이 合하여 이루어졌다. 신에게 바치는 많은 물건을 수북이 담은 것을 나타내는 豊(풍; 체)과 사람의 몸(骨)과 관계가 있음의 뜻이 합(合)하여 몸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體자는 ‘몸’이나 ‘신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體자는 骨(뼈 골)자와 豊(풍성할 풍)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豊자는 그릇에 곡식을 가득 담아놓은 모습을 그린 것으로 ‘풍성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體자는 이렇게 ‘풍성하다’라는 뜻을 가진 豊자에 骨자를 결합한 것으로 뼈를 포함한 모든 것이 갖추어진 ‘신체’를 뜻하고 있다. 다만 지금의 體자는 ‘신체’라는 뜻 외에도 ‘물질’이나 ‘물체’와 같은 완전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그래서 體(체)는 목, 두 손, 두 발 따위 여러 가지 갖추어진 몸 전체의 뜻으로 ①몸, 신체(身體) ②몸소, 친히 ③형상(形狀) ④근본(根本) ⑤격식(格式) ⑥물질(物質) ⑦물체(物體) ⑧서체(書體) ⑨체재(體裁) ⑩체험하다 ⑪체득하다 ⑫알아주다 ⑬생각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자는 물건 물(物),고기 육(肉), 몸 신(身), 몸 궁(躬), 몸 구(軀),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음 심(心)이다. 용례로는 낱낱이 다른 것을 통일한 조직을 체계(體系), 기존의 사회 질서를 체재(體制), 몸소 경험함을 체험(體驗), 몸에 느끼는 감각을 체감(體感), 몸의 성질을 체질(體質), 몸의 힘을 체력(體力), 몸의 무게를 체중(體重), 생물체가 가지고 있는 온도를 체온(體溫), 몸의 골격을 체격(體格), 어느 일을 감당할 만한 몸의 능력을 체능(體能), 몸의 냄새를 체취(體臭), 깊이 생각함을 체념(體念), 몸소 체험하여 얻음을 체득(體得), 사람의 몸을 신체(身體), 실제의 물체로 늘 변하지 않고 일정하게 있는 사물의 근원을 이루는 것을 실체(實體), 물건의 형체를 물체(物體),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결합한 두 사람 이상의 집단을 단체(團體), 사업이나 기업의 주체를 업체(業體), 어떤 작용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매체(媒體), 구체적인 물체로서의 인간의 몸뚱이를 육체(肉體), 일정한 부피는 있으나 일정한 모양은 없이 유동하는 물질을 액체(液體), 우주에 존재하는 물체의 총칭을 천체(天體), 분해되지 않고 몸 안에 그대로 쌓인 지방을 일컫는 말을 체지방(體脂肪), 몸의 힘이 더욱 강해짐을 일컫는 말을 체력증진(體力增進), 궁지에 몰려 살아날 길이 없게 된 막다른 처지를 일컫는 말을 절체절명(絶體絶命), 나와 대상이 일체가 됨을 일컫는 말을 주객일체(主客一體), 바깥 사물과 나와 객관과 주관 또는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한 몸으로 이루어진 그것을 일컫는 말을 물아일체(物我一體), 사람들의 행동이나 의지 따위가 조금도 차이가 없이 한 덩어리가 됨을 일컫는 말을 혼연일체(渾然一體),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의 몸 전체를 일컫는 말을 신체발부(身體髮膚), 몸에 맞게 옷을 고친다는 뜻으로 일의 처한 형편에 따라 적합하게 일을 처리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을 양체재의(量體裁衣), 마음을 하나로 합쳐서 한마음 한몸이 됨을 이르는 말을 일심동체(一心同體) 등에 쓰인다.
▶️ 垢(때 구)는 형성문자로 坸(구)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흙 토(土; 흙)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后(후, 구)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垢(구)는 ①때, 티끌 ②수치(羞恥), 부끄러움 ③때 묻다 ④더럽다 ⑤나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더럽고 어지러움을 구란(垢亂), 더러운 것이 모여 있음을 구분(垢坌), 수태한 뒤에도 매달 월경이 나오면서 태어난 아이를 구태(垢胎), 때 묻어 더러워진 얼굴을 구면(垢面), 때 묻은 옷을 구의(垢衣), 논밭의 경계를 구단(垢段), 때 묻어 더러움을 구탁(垢濁), 때가 묻고 떨어짐 또는 그런 옷을 구폐(垢弊), 때가 묻어 더러움을 구예(垢穢), 흠이 될 만한 부분을 하구(瑕垢), 쇠붙이에 생기는 녹과 때를 녹구(綠垢), 머리 비듬을 두구(頭垢), 잡물이 섞이지 않고 순수함이나 마음이나 몸이 깨끗함을 무구(無垢), 몸에 묻은 때를 신구(身垢), 죄를 지을 때에 비유하여 죄악이 몸을 더럽힘을 이르는 말을 죄구(罪垢), 더러운 때를 오구(汚垢), 마음에 끼인 때를 심구(心垢), 쑥처럼 흐트러진 머리와 때묻은 얼굴이라는 뜻으로 외양이 그다지 마음을 쓰지 않고 무관심함을 봉두구면(蓬頭垢面), 때를 벗기고 닦아 광채를 낸다는 뜻으로 사람의 결점을 고치고 장점을 발휘하게 함을 괄구마광(刮垢磨光), 마음과 몸이 아주 깨끗하여 조금도 더러운 때가 없음을 순진무구(純眞無垢), 몸에 때가 끼면 목욕하기를 생각한다는 해구상욕(骸垢想浴) 등에 쓰인다.
▶️ 忘(잊을 망)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마음 심(心=忄, 㣺;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亡(망; 숨다, 없어지다)의 합자(合字)이다. ❷회의문자로 忘자는 ‘잊다’나 ‘상실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忘자는 亡(망할 망)자와 心(마음 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亡자는 날이 부러진 칼을 그린 것으로 ‘망하다’나 ‘잃다’, ‘없어지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없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亡자에 心(마음 심)자를 결합한 忘자는 ‘마음을 없애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잊으라는 뜻이다. 忘자를 보니 ‘미망인’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하지만 미망인은 ‘아직 잊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未忘人(미망인)이 아니라 ‘아직 따라 죽지 않은 사람’이란 뜻의 未亡人(미망인)이다. 그래서 忘(망)은 주의하는 마음이 없어지다, 잊다는 뜻으로 ①잊다, 기억(記憶)하지 못하다 ②버리다, 돌보지 않다 ③끝나다, 단절되다 ④소홀(疏忽)히 하다 ⑤망령되다 ⑥상실하다, 잃어버리다 ⑦없다 ⑧건망증(健忘症)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사실을 잊어 버림을 망각(忘却) 또는 망실(忘失), 집안을 망치는 못된 언동을 망덕(忘德), 은혜를 잊음을 망은(忘恩), 잊어 버림을 망기(忘棄), 나이를 잊음을 망년(忘年), 근심을 잊는 일을 망우(忘憂), 보고 듣는 것을 자꾸만 잊어 버림을 건망(健忘), 잊기 어렵거나 또는 잊지 못함을 난망(難忘), 잊지 아니함을 불망(不忘), 잊지 않게 하려는 준비를 비망(備忘), 기억에서 사라짐을 소망(消忘), 잊을 수가 없음을 미망(未忘), 정신이 흐려 잘 보이지 않음을 혼망(昏忘), 어떤 생각이나 사물에 열중하여 자기자신을 잊어 버리는 경지를 망아지경(忘我之境), 은혜를 잊고 의리를 배반함을 망은배의(忘恩背義), 자신과 집안의 일을 잊는다는 망신망가(忘身忘家), 시름을 잊게 하는 물건을 망우지물(忘憂之物), 나이 차이를 잊고 허물없이 서로 사귐을 망년지교(忘年之交),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교제하는 벗을 망년지우(忘年之友) 등에 쓰인다.
▶️浴 : 목욕할 욕(氵/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