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명년에 다시 피는데ㅡㅡㅡ
제가 사는 도촌리 마을은 창1리와 2리가 부채꼴처럼 연결되어 있는 동네입니다.
3개 마을은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면서, 한편으로는 쓰레기 매립장 시설로 인하여 수혜와 피해를 동시에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봄, 가을이면 마을관광으로 꽃 구경을 매년마다 다녀오곤 합니다.
금년에도 벛꽃 시즌을 앞두고 창리는 다녀온다기에 도촌리 마을도 의례히
다녀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말 무렵에 들려 오는 소식이 도촌리는 노인회장님의 건강상 다녀오지 못했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한주가 지난 주초, 식사를 하던 중 아내가 도촌리에 사시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만개중인 읍내 강변길을 드라이브를 하고 점심을 대접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합니다.
좋은 생각이기에 다음날 예정에 없던 벛꽃 나들이를 속성으로 진행했습니다.
읍내 외곽도로를 한바퀴 돌고서 이웃 지역인 인제 내린천에 있는 추어탕 집에서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그리고 인제군 기린면에서 흘러내리는 내린천과 원통 지역에서 흐르는 물이 만나는 지역이기에 일명 합강이라 불리우는 곳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말없이 만개한 벛꽃과 한창 피어나는 들꽃들을 감상하시던 할머니 권사님께서 무심코 내뱉는 한마디를 들으며 순간적으로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저 아름다운 꽃은 명년이면 다시 필터인데ㅡ”라시며 말끝을 흐리십니다.
우리나이로 올해 87세 되신 어르신을 모시고 일년에 한 두 차례씩 지난 세월 나들이를 다녔지만, 그동안은 한번도 그러한 속내를 비춘 적이 없었는데 세월의 흐름 앞에 만감이 교차되시는구나 싶어지기에 마음이 짠해졌습니다.
2014년에 부임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80넘은 어르신들이 한 두분이었는데 이제는 거의 열분 이상 정도로 늘어난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농촌교회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미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 과제가 되어버렸습니다.
내일일을 자랑할 수 없는 것이 인생살이이지만, 사물을 관조하는 사람의 마음은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입니다.
점점 기력과 기억력이 약해져 감을 당신 스스로 느끼기에, 명년(明年)의 봄 바람과 꽃들을 자의(自意)와 몸으로 느끼고 만끽함을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 어쩌면 더 서글퍼질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최근 전직 강력계 형사 출신이면서 교수를 역임한 어느 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보다가, 연세가 드신 분들의 관점으로 쓴“다시 피는 꽃”이라는 이승하 시인의 시를 알게 되었습니다.
<친척 할머니를 뵈러 시골에 간 봄 날/ 뒤뜰 진달래 나무 아래 서 계신/여든 앞두신 할머니/꽃잎 주워 들고 서 계시네/ 꽃잎 들여다 보며 서 계시네/
내가 죽어도 이 꽃은 또 피어나겄제/ 메칠 전에도 할망구 하나 죽었는데.../지난 겨울 동무 하난 이 꽃이 꼭 보고 싶다고/ 명년 봄까진 살았음 좋겠다고 하디만../
교통사고로 안전 사고로 암으로/ 세 자식 먼저 보내고/ 홀로 되신 할머니/ 파란 많은 생을 사신/할머니 하얀 머리 위에/연분홍 잎 떨어져도 가만히 계시네/꽃 잎 들고 오래 서 계시네/꽃 잎 보며 오래 서 계시네>
시인의 관찰력과 표현력이 대단하다 여겨집니다.
가만히 시를 읽다가 보면 앞선 시대를 온 몸으로 살아오신 우리네 엄마가 연상되어 지기에 눈물이 흐르게 됩니다.
우리가 일상으로 당연시 하며 누리는 하루 하루의 삶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하루가 될 수 도 있습니다.
어둠을 밀어내고 산 넘어 로 떠오르는 태양과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 바람의 신비를 느낄수 있고 맛볼 수 있을 때, 마음껏 누리며 하늘의 하나님께 감사의 고백과 찬양을 드려야겠다 싶어집니다.
11. 세상의 왕들과 모든 백성들과 고관들과 땅의 모든 재판관들이며
12. 총각과 처녀와 노인과 아이들아
13. 여호와의 이름을 찬양할지어다 그의 이름이 홀로 높으시며 그의 영광이 땅과 하늘 위에 뛰어나심이로다
(시편 148:11-13)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
# 지난 10년간 매년 마을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 생화를 선물로 어버이 전날에
드렸습니다. 최소한 110개는 준비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혹여라도 이 일에 물질로 섬겨 주실 분은 010-5532-5935(이도형 목사)에게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첫댓글 매년 하늘나라로 이사하는 분들은 늘어나는데
태어나는 아기는 없고
이리저리 사연이 있어서 도회지로 이주하는
주민도 이어지니.......
실감이 나는 농촌 현실입니다
오늘도 고향교회 출신 선배 장로님의 소천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나이 차가 크지 않은 선배의 소천 소식,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일 저녁이라고 찾아온 큰딸 내외와 같이
저녁 식사하면서
나도 나이가 있으니 미리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했지요.
그래야 하는데
마땅히 준비해야 하는데
딸 아이가 하는 말,
왜 그런 말씀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