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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작년 오늘 딴지에 올라왔던 기사 입니다.
조금 늦었지만 역시 통쾌하고 짜릿했던 기억이 납니다.
글 읽으시고 기분 업하시어 좋은 주말들 보내시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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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러시아 티비로 본 폴란드전
2002.6.7.금요일
딴지 월드컵 취재반
아하하하하하
내기에 지고도 이렇게 기분이 통쾌하다니.. 음하하하하하
후배한테 졌다. 요넘이 고른 5가지의 점수 중에 정확히 2-0이라는 한국이 이기는 스코어가 있다. 소개팅과 밥을 사야하는 경제적 위기가 닥치겠지만.. 음하하하하.. 이정도 쯤이야..
러시아 국영방송 에르떼에르에서 러시아 시간 오후 3시 20분에 정확하게 한국 부산의 스타디움으로 연결이 되었다. 당근 나는 녹화를 시작했고..
경기 전 어제 소리바다를 통해서 다운 받은 윤도현 밴드의 '오! 필승 코리아' 를 두 번 들으면서 양팔을 벌리고 같이 따라 부르면서 한국의 필승을 외쳤다.
이런 긴장은 예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도쿄 요요기 국립 경기장에서 벌어진(이민성이 후반 역전골이 지금도 머리속에 생생히 살아난다) 경기 전 이후 처음이다.
지난 골드컵때 한국팀의 플레이를 본 이후 러시아에서 하이라이트로만 계속 경기를 봐와서, 그것도 골 넣는 장면만 봤기 때문에 한국 대표팀이 과연 잉글랜드와 프랑스 전에 이어 폴란드를 이길까... 하는 의문이 많이 내 머리에 남아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경기장을 붉게 물든 대한민국 공식 서포터 '붉은 악마', 경기장의 한쪽편을 완전히 덮어버리는 엄청난 크기의 태극기.. 애국가가 울리고 각국의 대통령도 보여주고..
경기 전 소련 국가대표 선수에게 오늘 경기를 예상하라고 했더니 그분은 한국과 프랑스전도 봤고 불가리아와 폴란드와의 경기를 봤는데 당근 한국의 우위를 점쳤다.
한국전 멤버로는 이영표 대신에 이을용이 들어온 것 외에는 프랑스 전과 큰 변화는 없었다.
스타팀 멤버 소개할 때 해설가는 설기현이 프랑스전에서 바르테스를 상대로 뽑아낸 골을 언급하면서 설기현을 요주의 플레이어로 꼽았다.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한국팀의 선전은 지금 여기에서도 너무 유명하다. 마지막에 페날티킥을 왜 안줬는지 모르겠다고.. 아마 주심이 세계 참피언을 상대로 페날트킥을 선언하는 것이 두려워서라는 커멘트를 또 한다.
처음에 한국은 많이 얼어있었다. 조금 답답하고 위험한 초반 몇분간이 지나간 이후, 이번 경기가 10번째 월드컵 본선 경기(홍명보는 10경기 연속 무교체 전경기를 뛴 유일한 선수이다) 인 캡틴 홍명보가 이렇게 경기하는 거라는 것을 알려주듯, 94년 독일과의 경기에서의 중거리슛이 생각나는 슛을 가볍게 함 쏴준다. 비록 수비수의 몸을 맞고 아웃이 되었지만 이 슛 이후 경기의 주도권은 우리나라가 한번도 내준적이 없다고 단언을 한다.
첫번째 골은 이을용이가 좌측에서 올려준 볼을 오른발 잡이인 황선홍이 왼발로 논스톱 슛을 쏜 것이 리버풀의 주전 골키퍼 두덱이 도저히 막을수 없는 각도로 골대로 빨려들어간다.
이 골은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지단이 로베르토 까를로스의 높이 올려진 센터링을 받아서 왼발로 논스탑으로 쏜 슛을 연상시켰다. 물론 거리가 다르고 약간의 슈팅 스타일이 달랐지만 과정은 똑같았다. 역시 황선홍은 우리나라의 대표 스트라이커다. 황선홍의 첫번째 골을 보고 즈도로바.. 라는 말을 계속 한다. 한마디로 끝내준다 아니겠는가. 흐흐흐흐^^
전반전 중계가 끝나고 광고 후에 러시아 모스크바 에르떼에르 스튜디오로 연결이 되었다. 오늘의 손님은 체스 세계 참피언이었다. 축구에 왠 체스 세계 참피언이냐 라고 말 할지 모르겠지만.. ^^ 스포츠는 다 비슷한 거 아니겠는가.. 암튼, 그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이 경기하는 거는 첨 보지만.. 정말 놀라울 정도로 경기를 한다. 체력적으로, 전술적으로 엄청 안정이 되어있다. 기술은 브라질 선수들이랑 비교해서는 좀 떨어지지만.... 엄청 잘한다."
후반전 계속 허리를 만지는 황선홍 대신에 안정환이 들어온다.
러시아 해설가들은 계속 놀란다. 폴란드 선수들에게 공이 가면 항상 2-3명의 한국 선수들이 붙고 더욱이 공중볼 다툼에서도 한국이 거의 폴란드 선수를 이기는 것에 엄청난 놀라움을 표시한다.
유상철이 2번째 골을 성공시킨다. 유상철의 오늘 활약은 프랑스 월드컵에서 벨기에전의 활약을 생각나게 했다. 그의 힘이 실린 강력한 슈팅은 세계의 가장 비싼 골키퍼 중의 한명인 리버플의 주전 골키퍼 두덱의 손을 맞고도 그대로 골대로 빨려들어갔다.
하지만 황선홍과 유상철은 다 골을 넣은 후 교체가 된다. 유상철의 왼발엔 살색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음.. 유상철 대신에 이천수가 들어왔다. 이천수에 대해서도 러시아 해설가들이 아주 스피디하고 뛰어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 후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한국. 안정환은 역시 페날티 박스 앞에서 수비수를 제낄수 있는 몇 안되는 한국 공격수임이 틀림없다. 그의 놀라운 감각적인 슈팅에 해설가들은 왜 이탈리아 세리에 에이에서 뛰는 저런 놀라운 선수를 전반부터 기용하지 않았냐고 계속 히딩크에게 묻는다. 물론 히딩크는 후반에 조커로서 안정환을 기용한다고 경기 전부터 말했지만 말이다.
한국 공격수들은 지난 월드컵 때만 해도 골 에어리어 앞에서 한명 제낀 다음에는 항상 뻥 이었다. 럭비를 연상시키는 그런 슛들.. 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이제 그런 플레이를 펼치지 않는다. 정말 놀라운 발전이다.
후반전에 유일한 위험한 상황은 폴란드 공격수를 박지성이 밀어서 폴란드가 얻은 프리킥이 유일하다. 벽을 쌓고 있던 한국 선수들. 폴란드 선수가 공을 차기 전에 미리 움직여서 발로 공을 막은 박지성이 옐로우 카드를 받는다. 러시아 해설가들이 이때 하는 말이 너무 웃겼다. " 박지성이 지금 태권도를 경기장에서 보여줬다. 저 발을 보라. 한국 선수들이 쌓은 벽보다 발이 더 높이 올라갔다." ^^;;
마지막에 러시아 해설가들은 송종국이 폴란드 선수 가볍게 제끼면서 앞으로 나가자 저 기술을 보라고. 그러고 캡틴 홍명보가 폴란드 선수가 왼쪽에서 센터링 한 공을 기술적으로 헤딩을 해서 바깥으로 처리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저런 기술을 가진 선수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마지막에 한국 선수들이 논스톱으로 패스를 연결하는 거 보고는 이거는 어제 본 브라질이 터키랑 하면서 하던 거랑 차이가 전혀 없다고.. 그리고 2-0으로 이기고 있는데도 절대 수비에 중점을 둔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공격을 하는 것은 한국은 더 이상 약한 팀이 아니라고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을 했다.
이후 설기현 대신에 차두리가 들어온다. 지금도 젤로 아까운 것은 차두리가 들어오고 나서다. 차두리가 들어올 때 러시아 해설가들은 한국의 가장 인기있는 축구 스타 범근 차 의 아들이라고.. 2세대가 다 월드컵 무대에서 뛰게 된다고, 그러면서 차범금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0년 가까이 뛰면서 98골을 넣었다고 소개를 했다.
차두리는 결정적인 찬스를 하나 맞이한다. 최후방 수비수 캡틴 홍명보가 최전방으로 길게 찬 공이 벨기에 수비수 머리 맞고 안정환 앞에 떨어진다. 안정환은 허둥대는 폴란드 수비수 가볍게 제끼고 강력한 왼발 슛을 쏘지만 역시 리버플의 주전 골키퍼 두덱은 놀라운 순발력으로 슈팅을 막아낸다. 하지만 너무 센 슛이라 공을 잡지 못한다. 이때 달려들던 차두리가 공을 찼는데.. 공을 골키퍼 몸을 향해서 찬 것이다!!! 이거만 가볍게 툭 차서 골키퍼 넘겼으면 3-0! 아.. 이 스코어 였으면 정말 엄청난 건데 말이다.
슛을 쏜 안정환의 얼굴이 화면에 잡혔다. 안정환이 하는 말.. ' 미치겠네..' 음하하하하.. 다들 보셨는지 모르겠다.
나는 너무 너무 아쉬워서 이 부분을 약 10번 정도 반복해서 봤다. 두덱이 안정환 공을 완전히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두덱이 넘어진 상태에서 손을 뻗쳐 다시 공을 잡으려고 하지만 공은 이미 두덱이 넘어진 상태에서 잡기에는 약 30센티 정도 모자랐다.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 차두리.. 공을 가볍게 차면 툭 차면 되는데.. 그걸 달려들면서 두덱 몸통에다가 그대로 차 버린다. 그러면서 두덱의 머리가 차두리 축구화에 약간 닿아서 결국은 옐로우 카드 까지 받게 된다.
2-0! 이 스코어는 아마 한국 역사상 길이 길이 이어질 것이고 아마 축구라는 스포츠가 존재하는 한, 월드컵이 존재하는 한 항상 언급이 될 것이다.
경기 후 난 너무 기뻐서 다시 오! 필승 코리아를 따라부르면서 열심히 외쳤다 (사실 지금 글을 계속 쓰고 있으면서 오! 필승 코리아 계속 듣고 있다).
갑자기 지난 겨울 부산에서 한 조 추첨이 생각난다. 그때 우리나라 대표팀을 맡은 적이 있던 비쇼베츠는 한국팀을 아주 높게 평가했다. 패널들이 4개의 조로 나눠서 각자 가장 이상적인 러시아조 편성을 생각해 보자고 했는데.. 비쇼베츠를 제외하고는 전부 한국이 있는 D 조가 일본이 있는 H조 보다 좋다(물론 한국이 일본보다 약하다는 의미다)고 야그한 기억이 난다. 지금 러시아축구 관계자들은 한국이랑 같은 조에서 경기 안한 것이 다행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비쇼베츠의 말이 맞았음을 느낄 것이다.
네델란드 토탈 사커는 히딩크의 조련에 의해서 한국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외국 언론들의 평가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폴란드는 이번 유럽 조 예선에서 스코틀랜드, 벨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체코(요거는 잘 모르겠다. 체코는..)를 제끼고 당당 조 1위로 올라왔다. 더욱이 예선을 치루면서 1번밖에 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한번도 이미 조 1위를 확정짓고 난 담에 벨라러시아에게 진 것이다. 이런 강팀을 맞아서 운동장 전체를 자신들의 무대로 사용하고 전 후반 쉴 사이 없이 공격수와 수비수들이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서 볼을 향해서 달려들고 더욱이 브라질이 가끔 보여주던 경기 템포조절까지 전반 끝 무렵 보여주는 것을 보고.. 8강이상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히딩크는 공동 개최국인 일본보다는 당근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했다. 일본은 벨기에와 2-2로 비겼다. 하지만 일본은 약점을 너무 드러냈다. 특히 공중볼 다툼에서는 거의 벨기에한테 쨉이 안되었다. 러시아나 튀니지 모두 이 점을 파고 들것이다.
이상 대한민국 국가 대표팀의 첫번째 경기 관전평을 마친다.
Be the reds!^^
쥬콥스끼에서
대륙엠쓰다 _.M
(miptchoin@hotmail.com)
첫댓글 감동의 눈물이....흑...
'우리는 강팀이다' 시리즈도 보고싶어여~~~
그건... 이태리를 이기고 나서 나오기 시작한 시리즈에염. ㅡ.ㅡ ;;;
오래간만에 다시봐도 감동..흑
머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