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 관람후기를 잠시...
저는 이번 대회를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간에 걸쳐 관람했습니다. 제가 속한 동우회에서는 일요일을 공식 관람일로 잡고 많은 회원들이 김밥을 싸들고 아침부터 집단으로 관람했고요. 토요일은 저와 다른 회원 2명, 이렇게 3명이서 관람했습니다.
관람 결과를 한 줄로 표현하면, “더 이상 행복할 수 없다”입니다.
토요일 기억나는 몇 경기는 이렇습니다.
여자단식 준결승전이 열렸는데요
중국선수들로만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딩닝, 주위링, 류스웬, 천멍....
주위링과 천멍은 선배들을 넘지 못했습니다. 주위링은 그렇다손 치고...천멍은 중국 오픈에서인가 어디서에서인가 류스웬을 이긴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기대를 했는데, 류스웬은 딩닝처럼 그날 완전히 난공불략의 견고한 성이었습니다.
여자단식 결승은 다 아시죠^^
그런데, 일요일 선수권대회의 마지막 경기였던 여자복식 결승전은 이 두 승자의 복식조와 두 패자의 복식조가 다시 맞붙었는데요. 와우....주위링과 천멍은 경이로운 복식 호흡으로 선배들을 이기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현장에서 보는 결승전은 탄성과 감탄이 가득했습니다.
다시 토요일 경기...
남자 단식 경기 16강전과 8강전을 모두 보았는데요.
중국의 마롱은 그야말로 언터처블... 뚜렷한 실력차 때문에 16강전의 마롱 경기는 대충 보았습니다. 16강전에서 기억나는 경기는 김동현 선수 경기입니다. 이란 선수(이름이 잘....분명히 익숙한 이름인데...금방 확인했는데, 알라미얀 노사드..네요^^)와의 경기입니다.
홈그라운드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김동현 선수 놀라운 파이팅을 보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졌는데요. 김동현 선수의 결정적인 패인은 이란 선수의 서브를 몹시 탔다는 겁니다. 연이은 서브 리시브 범실과 높이 떠오르는 리시브로 인해 아쉬움이 많았는데, 관중석에서 보는 제가 보아도 그 서브 정말 까다로웠습니다.
한편 조언래 선수는 큰 고비 없이 올라갔고요. 8강전에서 니와코키 선수에게 4:2로 졌습니다. 8강전의 조언래 선수 경기를 열심히 봐야 했지만, 토요일 남자 개인단식의 백미는 미즈타니 준과 저우위(주유라고 발음하나요? 그냥 저우위라고 하겠습니다.) 선수의 경기였습니다.
단언하건데, 토요일 전체 경기의 백미였습니다. 두 선수가 모두 왼손 전형이라 더 관심 있었고요. 이날 저우위 선수는 5명의 중국 선수 중 겐타 선수에게 져서 탈락한 판쪈뚱 선수와 같이 탈락한 2명 중의 한 명입니다.
미즈타니 준과 저우위 선수는 한 포인트 한 포인트가 그냥 가는 법이 없었고, 미즈타니 준은 놀라운 순발력으로 실점의 위기에서 공을 걷어올렸는데, 그야말로 탁구 묘기와 다름없었습니다.
강력한 양핸드 공격으로 몰아붙이는 저우위... 상황판단이 대단히 뛰어난 미즈타니 준... 지능적인 플레이를 하는 두 선수의 저울추가 기운 것은 미즈타니 준의 경험이었습니다. 승부처에서의 빠른 판단에서 역시 준 선수가 노련하더군요.
판쪈뚱 선수와 겐타 선수의 경기도 여러 경기를 보면서 곁눈으로 계속 보았는데요. 판쪈뚱 선수가 못했다기 보다는 겐타 선수가 이 경기에서 자신의 실력 100%를 발휘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특히 승부처에서 겐타 선수의 주력서브(저는 사무라이 서브..라고 합니다만....^^)가 판쪈뚱을 몇 차례 흔들었는데, 판쪈뚱 선수의 서브는 겐타에겐 매우 무난했다고 보여지더군요.
빠르기와 맞드라이브에서 겐타 선수가 밀리지 않았습니다. 판쪈뚱을 잡은 겐타...공동 3위에 올라 비중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중국 선수 3명과 함께 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마롱...
토요일 마롱은 그야말로 “나 마롱이야!” 였습니다. 찬 카즈히로(맞나?) 선수와의 경기를 보았는데요. 마롱은 코치도 없이 그냥 혼자서 경기를 했습니다. 카즈히로 선수를 4:0으로 가볍게 이겼는데, 빠르기와 파워, 맞드라이브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선점했습니다. 보면서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마롱은 인간이 아닌가벼...’
여자 복식도 열심히 봤는데, 토요일 복식 경기는 생략하겠습니다.
일요일에는 회원들과 함께 전철로 사직 실내체육관에 도착했는데요. 남자단식 준결승 경기에 대해 몇 가지 정리하면요.
쉬씬이 준결승에서 자국의 얀안 선수와 맞붙었습니다. 결과는 쉬씬의 완패입니다. 4:0으로 졌습니다. 얀안 선수... 포핸드와 양핸드 드라이브가 정말 콤팩트 합니다. 빠르고 정교하면서 송곳 같았습니다.
쉬씬 선수... 전체적으로 몸이 무거워보였습니다. 동우회원들은 한결같이 쉬씬이 토요일 밤에 술을 한 잔 했나..하며 농담을 할 정도였습니다.^^
쉬씬은 전진에서 계속 밀렸고, 중․후진에서도 특유의 로빙에 이은 포핸드 맞드라이브는 제대로 작렬하지 않았습니다. 얀안 선수가 철저하게 준비를 했든지, 아니면 쉬씬 선수의 컨디션이 다른 날과는 좀 달랐든지...
마롱 역시 겐타를 이기고 결승에 올라 갔는데요. 겐타가 대단히 분전을 했다는 점은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이 대회를 통해 일본 탁구에 대해 분명히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일본 탁구는 절대로 한국 보다 동급이거나 아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한수 위에 있습니다. 분명히 그렇습니다.
니와 코키, 미즈타니 준, 찬 카즈히로(이 선수는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물론 마롱을 만난 것도 있지만...), 마츠다이라 겐타, 키시카와 세이야(쉬씬 선수에게 졌는데요. 본인은 열심히 했겠지만 아쉬움이 있더군요. 본인의 실력을 절반 밖에 발휘하지 못했다는 그런 느낌)
전력상으로 실력상으로 일본은 우리 위에 있다... 저변과 탁구에 대한 후원에서도 일본이 우리 위에 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중국을 넘을 가능성 전무하고 일본에도 더 많이 뒤쳐질 것이다.... 라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여자 복식...
준결승에서 딩닝 류스웬 조에 맞선 선수는 우리나라 양하은 박영숙 조입니다.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공동 3위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는데요. 박영숙 선수는 혼복 금메달에 이은 두 번째 메달이죠^^. 개인적으로는 특별상인 최우수 선수상까지 받아서 최고의 대회였지 싶습니다.^^
여자 복식 준결승 경기는 분명하면서도 확연한 실력차라고 밖에 말씀드릴 것이 없었습니다. 랠리가 길어지면 조금 과하게 말해서 십중팔구는 실점이었습니다. 파워와 날카로움에서 두 수 아래일 정도였습니다.
다른 복식 경기는 중국의 천멍 주위링 선수와 홍콩 선수(이름이 ...^^)와의 경기였습니다. 이날 보았는데, 홍콩 선수들 코치를 보는 사람이 중국식 펜홀더 선수인 ‘리칭’ 같았습니다. 선수 그만 두고 코치 승격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콩 선수들... 정말 호흡이 좋았습니다. 준준결승에서 싱가폴의 펑티안웨이 유멍유(이름 맞나요?) 선수를 이기고 올랐습니다. 그 경기도 대단했습니다.
이날 여자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건 천멍과 주위링을 맞아 대등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결과적으로는 4:2로 졌지만, 첫 게임과 두 번째 게임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상대 선수의 서브를 손목스냅으로 선제 공격을 잡아간다는 것과 상대에게 공격을 줄 적에는 예상이 되는 공격루트로 몰아서 역공과 수비를 강화한다는 점이 특히 돋보였습니다.
천멍과 주위링이 당황하는 모습이 보일 정도였으니...무명의 선수들(물론 당사자는 억울하겠지만 저에겐 무명입니다^^)이 대담하면서도 훌륭한 경기를 했습니다.
아마도 대회 전체를 통틀어 일요일의 관중이 제일 많았을 것인데요. 제가 봐도 부산 지역 탁구 동우회원들이 거의 모두 관람하러 왔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많은 분들이 관람을 했습니다.
남자 단식 결승전... 마롱과 얀안이죠!
마롱...결승전은 정말 마롱스러운 경기였습니다. 얀안이 절대 못한 경기가 아닙니다. 전체 경기를 통틀어 마롱이 가장 마롱스럽게 풀어간 경기였습니다. 컨디션이 최고조일 때 보여 준 마롱스러운 경기 ...2011년인가요? 아시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마롱이 장지커를 4:0으로 이기고, 장지커가 악수도 하지 않은 채 가버린 대회...딱 그 대회가 떠올랐습니다.
경기 이미지는 그때의 장지커만 얀안으로 바뀐 상황이었습니다. 얀안은 최선을 다했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전술과 전략을 십분 발휘한 시합이었습니다.
여자 복식 결승전은 앞서 언급했구요^^ 남자단식 결승에 앞서 특별 이벤트 경기를 했는데요. 우리나라 국대 선수와 당일 관람한 분들 중 몇 분을 뽑아 5점 내기 경기를 했는데, 보기에 좋았습니다.
특히 국대 막내인 김동현 선수의 퍼포먼스는 많은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경품(경승용차 모닝...^^)인데요. 역시 운이 좋은 분은 늘 있더군요. 아이와 함께 오셔서 모닝에 걸리신 초면인 아주머니...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상으로 허접한 관림기를 줄입니다. 느낌은 만고 저의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이니까 이해바랍니다.
아참! ^^ 저는 토요일에 운 좋게도 준비해간 두 개의 라켓에 딩닝과 천멍 선수 사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첫댓글 정말 좋으셨나봐요.글에 현장감이 묻어나네요.저도 보고 싶은데 부산은 너무 멀어서요.ㅎㅎ
^^...내가 살면서 이런 국제대회를 현장에서 언제 또 경험할까.. 하는 그런 마음으로 이틀 갔습니다. 결론은 정말 잘 다녀왔다는 겁니다. 사는 곳이 부산이고..더군다나 부산 사직에서 하는데... 전철로 20분만 가면 되는데 말입니다^^
판젠동 →판쪈뚱. 슈신 →쉬씬 주유링 →주위링 입니다. 저우위는 맞고요.
그런가요? 아무래도 짜이청 님이 중국어를 잘 아시니까요. 감사합니다.
기회닿으면 탁구한수 가르쳐 주세요..ㅎ
아..생생한 직관후기 감사합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ㅎㅎㅎ
저도 부산에서 대학을 다닌지라 정이 가는 곳인데...이번에 가볼 계획이었지만...집안행사와 겹쳐서 정말 아쉽네요.
그래도 홍성훈님의 관람기를 보며 위안 삼아야겠습니다.
마롱와 얀안의 결승전 경기는 정말 마롱이 왜 마롱인지를 보여준 한판이었다고 봅니다~ㅎㅎ
그렇죠. 그리고 못오신 거..정말 안타깝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저도 직관했는데..선수들 관중들에 호응하고 쇼맨쉽도 보이고 해서 재밌었습니다. 숨막히는 드라이브렐리에 탁구선수들이 정말 멋있어보이더군요, 마롱이 우승하고 환호하니 관중들도 기립박수....쉬씬,마롱 실물이 훨씬 건장해보이고요..첸멍선수 복식우승하고 퇴장하면서... 관중들이 환호에 토끼 점프해서 하이파이브하려고 장난까지 하고,,귀엽더군요..
저는 주위링 선수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여자복식 결승전에서 이기고 그 좋아하는 모습이라니...^^ 더군다나 관람석과 경기장의 높이가 주위링 선수 키의 두배는 더 될 것인데...결승전 이기고 퇴장하면서 관람석의 관중이 주위링 선수에게 사인을 요청했더니 발 뒤꿈치를 한 자세로 종이와 펜을 받아서는 예쁘게 사인을 하고 건네주더군요. 그 환한 얼굴...^^ 그날 밤 주위링 선수 정말 행복했을 겁니다.^^ 정말이지 결승전은 그야말로 혈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