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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은 오후에 전화가 울린다. 초등학교 때 아이 친구 엄마다
"어디야? 지금 학교 가야 할 것 같다. 분리 수거 하다 범기가 많이 다쳤대!"
"어? 왜? 어디를?"
"일단 가 봐. 범기가 많이 놀랬 나봐.
준하가 분리 수거 같이 하잖아 옆에서 보고 전화 한거야. 일단 샘한테 전화 걸고 학교 가"
순간 다리가 후들거렸다. 알려준 번호에 전화 하니 분리 수거 담당 선생님이다
" 네. 범기 어머님 놀라셨죠. 많이 다친거는 아니구요..."
선생님들은 원래 그런가 다치는 상황을 일일이 설명한다. 그게 당연하지도 모르지만 일단
병원에 가고 있다고 하면 좋지 않을까? 놀라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분리 수거하면서 다쳤다면 유리병, 혹은 날카로운 것에 찔리는 것 따위가 아닐까
말을 계속 이어가길래 "제가 지금 학교에 갑니다. 병원 데리고 갈테니 아이 병원 갈 준비 해 주세요."
하고 차를 몰고 갔다.
아이와 마주 하는 순간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다. 바지는 찢어지고 핏자국을 보니 다리가 더 떨렸다.
손에는 피가 범벅이었는지 닦았어도 여기저기 피가 묻어있다.
종아리에는 간단하게 거즈에 테이프 같은 것에 둘려 있었다.
양호 선생님이 소독을 잘 해서 응급처치는 한 상태란다.
담임 선생님도 옆에 있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글쎄 나라면 얼른 차에 태워 병원에 갔을것 같은데.
엄마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을까
아이를 데리고 명지병원 응급실에 갔다. 상처를 차마 내 눈으로 보기 어려웠다.
살이 둥그렇게 파이고 속 살이 다 드러났다.
응급실인데도 여기저기 가라하며 왔갔다 했다. 이런 병원도 끔찍하다. 텔레비젼에서 보면 응급실은 환자가 왔다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가 오던데...
걸을 수 있어서그랬던가. 아무튼 구조도 복잡한 명지 병원이었다.
겨우 정형외과 앞에서 10분을 기다려도 간호사가 아무런 말이 없다.
"저기요. 응급실에서 왔는데도 이렇게 기다려야 해요? 얼마나 기다려야 해요?"
힐끔 쳐다 보며 내 모습을 위아래 훓는다.
" 원래는 진료가 5시에 끝났는데 응급실에서 연락와 교수님이 하신다고 한 거예요. 마지막 환자 보고 있으니까 조금 기다리세요."
"응급실에 갔을 땐 급해서 간 거지. 누가 진료 끝난 의사한테 보내 다라고 했어요?"
들은 척도 안한다.
기다리다 또 재촉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가고 있었다.
조금 있다 보니 여자 의사가 그 의사 방에서 나온다.
'에이, 우라질 것들. 그렇지 니네들이. 환자 같은 소리 하네. 진료 끝났다고 해 놓고 무슨 얼어죽을 마지막 환자...' 중얼거리며 들어갔다.
" 어 많이 다쳤구나. 그래도 지금 감염이 안됐으니까 다행이다. 일단 꿰매고 본느데. 이게 둥그렇게 상처가 나서 아물면 검게 될 수 있다. 그땐 피부 이식 수술해야 해..."
꿰맬 때 아이 손을 꼭 잡았다. 아픈 걸 나름대로 눈을 감으며 잘 참는다.
"아플 땐 니가 행복했던 순간을 생각을 해..."
의사가 웃는다. 아이는 아픔을 잊으려고 국사 시험 공부 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무신 정권이 어떻고... 무신들이 정권을 잡으면 정치를 제대로 할 줄 모른다. 그래서 나라가 금방 망한다... 내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계속 한다. 그래도 아이와 손잡고 있으니 좋구나
겨우 끝내고 나오는데 양호, 분리 수거 담당 선생님 두 분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걱정 되어서 온 모양이다. 선생님들도 놀랐나 보다.
병원 치료 끝날때까지 영수증 잘 챙기란다. 학교에서 치료비 준다고.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앞서 약 사는 곳을 놓쳤다.
동네 약국은 처방전을 보더니 약이 없단다. 겨우 찾아 약을 샀다. 아이가 저녁에 약을 먹고 눕더니 늘어진다. 얼마나 긴장했으면 금세 잠이 드나.
울지 않아 고맙고, 잘 참아서 고맙고 누구 원망 안해서 고마웠다. 아직까진 잘 자라 줘서 더 고마웠다.
더구나 일하다 다쳤으니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아이한테 물었다.
"무엇이 니 다리를 그랬니?"
"날카로운 박스 비슷한 거 였어요. 순간 얼마나 아찔하던지. 조용명 선생님 다쳤을 때도
떠 올라 더 무서웠고 덜덜 떨렸어요. 그때도 일주일 넘게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아서 뭐서웠는데..."
그랬구나. 몇 년전 선생님들이랑 썰매를 만들다고 전기 톱으로 손을 다친 선생님이 계시다. 지금도 손가락이 자유롭지 못하고 후유증도 겪고 있다. 아이가 놀랄 수밖에 ...
'분리 수거' 일은 아이들이 한다. 다 하기 싫어하는 것 중 하나다.
우리 아이는 집에서도 늘 일을 하는 처지라 서슴없이 한다 했겠지. 아무도 한다는 사람도 없고.
사실 교무실에서 나온 쓰레기가 제일 분리수거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언젠가 오래 전 일이다. 화정 초등학교 일인데 아이들 문집에 교감 선생님 쓰레기통에 대해 쓴 글이 실렸다. 아마 어떻게 해서 본 모양이다.
나한테 전화가 왔다. "선생님을 인신 공격하려는 의도라고..." 기가 막혀서 그렇게 꽉 막힌 선생들이
아이들 가르친다고 생각하니 참 웃으웠다. 우리나라 교육 수준이 그정도구나 싶었다.
어찌 그리 변하지 않을까. 그래도 전교조가 있으니 그나마 이만큼 변한거라 본다. 여전하지만...
그만큼 자신을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다. 자신 안에 갇혀 아이들만 가르치려다 보니 눈을 뜨지 못하는지 모를 일이다. 교무실에서 분리 수거를 제대로 하고, 그 방식을 아이들에게 전달한다면 어제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아이들 분리 수거 쓰레기는 그다지 커다란 물건들이 아니다.
아이 말로는 굉장히 큰 물건이었다 한다. 나 같으면 그 물건 꺼내 어디서 나온건지 밝혀 볼 일이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한마디도 안 했다 도 잘난척 떤다고 할테니까.
이젠 지쳐서 무엇을 따지고 싶음도 없다. 아이나 잘 다독거려야지 할 뿐이다. 오늘 부터 시험인데
제대로 볼 수나 있을런지. 이제 막 시험지를 받겠구나
범기야! 편하게 시험 잘 보고 오렴. 엄마가 점심에 시원한 냉면 해 줄께 홧팅!
아침에 담임 선생님한테 편지를 보냈다. 처음으로 보낸 편지인데 좋은 내용이 아니라서 영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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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어제는 무척 놀라고 당황스러워 인사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날씨도 더운데 선생님 마음 쓰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이한테 학교생활 할 때 늘 조심하고 또 조심 하라고 이르지만 일이란 것이 순간에 생기니 어찌 할 도리가 없지요. 더구나 일을 하다 다쳤으니 아이나, 선생님도 놀라셨을 겁니다. 아무튼 그만하길 다행입니다.
살갗이 아물면 찢어진 부분이 검게 될 수 있는데 그땐 피부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답니다. 꿰맨 바늘 수가 꽤 많습니다. 아픈거야 참는다고 하지만 아이가 놀라서 걱정입니다.
몇 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그때 모습도 함께 떠올라 힘겨워 하고 있습니다. 모임 선생님들과 겨울 방학을 함께 보내는데 썰매를 만들다가 한 선생님이 전기톱으로 손을 다쳤습니다.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손가락을 제대로 쓸 수가 없습니다. 후유증도 심하고요. 아이가 옆에서 그 광경을 다 보았기에 어제도 자신이 다치는 순간 더 놀라고, 그때가 떠오른다며 몸을 떨었습니다.
아픈 정도는 잘 참아내는 아이라서 씩씩하게 잘 견뎌 내 고마웠습니다. 저녁에 약 먹고 머리가 아파 한참을 누워 있다가 잠들었습니다. 저나, 아이나 긴장이 풀린 탓인지 저도 몸에 힘이 죽 빠졌습니다. 시험인데 어찌하나 걱정만 하다 아이를 참아 깨우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한참을 자다 일어나더니 다시 눕고 반복하다 공부해야 하는데’중얼거리며 또 눕는 모습을 보니 안쓰럽고 속상하기도 하고 여러 마음이었습니다.
오늘 시험 볼 때 부탁이 있습니다. 다리를 아래에 내려놓지 말라 합니다. 피가 아래로 내려가면 다리에 무리가 온답니다. 다리를 의자에 올려놓고 있어야 한답니다. 그래서 걱정이 앞섭니다. 시험인데 다리를 의자에 올려놓고 시험을 본다는 것이 선생님들 눈에는 편한 자세가 아닐 겁니다. 일일이 선생님들한테 설명 한다는 것도 어렵겠지요. 그것을 곱게 봐 주는 선생님들이 얼마나 될까. 그거 정도 갖고 그러나.’혹시 비아냥 거리는 선생님들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염려를 합니다. 선생님들을 못 믿어서기라보다 엄마가 아이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서 그런거라 여겨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자존심 상하는 말이나, 상대방을 이해하지도 않으면서 함부로 상처주는 말들을 가장 힘들어합니다. 그런 선생님들을 가장 신뢰하지도 않으려 하고요.
이런 편지 쓰는 저도 마음이 불편하고 죄송합니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학교를 믿고 서로 즐겁게 생할하며, 선생님이기는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배워가는 공간이 된다면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지금 현실에서는 이런 것들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듯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전 학교를 믿습니다. 윽박지르는 선생님들도 있지만 사랑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좋은 선생님들도 있겠지요. 제 염려가 앞서 심하게 말씀드려 죄송합니다.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든 잘 하든 그 삶 자체는 소중하고 귀 합니다. 그 안에서 부대끼며 아이들은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시험 끝날 때까지 부탁드립니다. 시험만이라도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요. 저도 아이에게 되도록이면 선생님들 불편하지 않게 잘 하라고 이르겠습니다.
그리고 시험 감독은 제가 못 할 것 같습니다. 저 자신도 아직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학교에 몇 시간 서 있기가 어렵겠습니다. 아이가 다친 상처와 찢어진 바지, 핏자국 보니 그 순간 아이가 얼마나 아프고 놀랐을까, 어제 병원에서 보낸 시간들도 쉽게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학교가야 좋지 못한 마음이 일까봐 차라리 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싶습니다. 2학기 때 해 보도록 애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7.6.27)
첫댓글 범기의 상처가 어서 아물기를 바랍니다. 에휴~ 넘 속상하네요. - 시훈맘 -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놀란 마음도 빨리 진정이 되어야 할텐데... 여러 가지로 속상하네요.
아~~~ .......
뭐라 말할수 없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카페만 들랑달랑 하다 갑니다.
뭐라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엄마 입장에서 아이가 아픈것이 가장 마음 아픈일이라~ 범기야 힘내!
에고 걱정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답답해서 아침에 쓴 글 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보다 더 한일도 있습니다. 이 정도는 좋은경험이라 여깁니다. 몇 년전 친구가 6학년 담임이었는데 아침 일찍 학교에 왔는데 교실문이 잠겨 옆반 교실에 들어가 창문으로 자기반 교실로 넘어가다가 사고가 났습니다 13살에 그 아이는 이 세상과 이 할 틈도 없이 헤어졌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아이지만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학교란 곳이 안전하지만 때론 도처에 위험이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조심, 또 조심하며 생활 할 수 밖에요. 범기도 괜찮아요^^ 모두 염려 더거분에 더 빨리 나을 듯 합니다 . 시험이야 자신이 한 만큼 나오겠지요. 충격도 조금
가라 앉는 듯 하고, 잠도 잘 잡니다. 밥도 잘 먹고요. 얼른 아물기만을 바랍니다. 방학 전에는 완쾌돼야 할 텐데 그 뿐 입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아이가 고 1 이고 건강해서 금세 나을 겁니다^^
많이 놀라셨겠어요....어서 상처가 잘 아물었으면 좋겠습니다. 얼굴은 모르지만 범기야 힘내!
네. 오늘도 병원 잘 다녀왔어요. 덕분에 제가 정신이 없네요. 시험 끝나고 일찍오니 밥먹여 병원가야하고, 수업해야 하고... 수업 하는 일이 제일루 즐겁고 쉬운 일이네요^^ 서영이도 씩씩하니까 ^^
얼마나 아프고 놀랐을까 .. 애써 누르고 있던 아픔과 학교에 대한 불신,범기가 혼자 감당해야 했던 시간이 넘 속상합니다 종찬이가 정글짐 꼭대기에서 떨어져 두다리가 부러져 양호실에 겨우 갔을때 파스를 붙혀주고 교실로 보낸 양호선생님, 참을만 하다는 아이말에 수업을 다 하고 보낸 담임선생님, 아픈발로 절고 절어 집에와 쓰러지듯 잠이들었던 종찬이가 흘리던 식은땀이 생각나 다시 분노하게되네요..그덕에 지금도 재활치료 하고있잖아요.. 내 아이를 대하듯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는 선생님을 바라는건 욕심일까요...범기가 빨리 나을수 있기를 ..고마리 힘내세요
그러게요^^ 그래서 그런지 자꾸 자꾸 담을 치게 돼요. 일 관계 외에 맺는 인연들 안에서는 자폐아 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구요 종찬이도 어서어서 나아야지요. 우리 아이야 컸으니까^^
어째요....어떻나요...상처가 깊나요 정말 학교에서 일하다가 그런일이 생겼다는게 정말 속상하네요... ...재현인 2학년때 집에서 화상을 당해서 거의 3주를 학교에 못 갔었지요....타들어가는 발을 붙들고 울며 병원으로려 갈때가 다시 생각 납니다........재현인 아직도 그때 얘길 꺼내면 힘들어 하는데....범기는 지금 얼마나 힘들까요....빨리 나아야 할텐데...우리 아이들 모두모두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범기 어서어서 나으라고 힘내라고 전해 주셔요...
네. 고맙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며 자랄수록 단단해 지니까 괜않아요. 순간이야 힘들지만 지나면 자신에게 힘이 되는 순간이 또 오니까 어려움들을 겪다보면 오히려 희망으로 가는 길일지도 몰라요^^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 스러운지 개달아 가는 중이니까요. 다만 어서 건강하게 바랄뿐이죠. 재현이도 그런 큰 일을 겪었다니 재현이도 씩씩하니까 잘 이겨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