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이사를 하고는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자리에 짐을 다시 정돈해서 넣고 또 김장이란 큰 행사를 하고 며칠 아팠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월 말이라 이 번달 관리비 고지서를 우편함에서 가져왔습니다.
관리비는 통상 한 달 늦게 냅니다.
예를 들어 12월 31일까지는 11월분을 냅니다.
매달 한 달씩 미뤄 내는 것입니다.
11월 관리비 내역을 보니 텔레비전 수신료 2500원이 청구되어 있습니다.
11월엔 이 집이 빈집 상태인데 TV 수신료가 부과되다니 이해할 수가 없어서 관리소에 가서 문의했습니다.
물론 이사 오는 날 집주인으로부터 11월 관리비와 12월 5일 오전까지의 전기료와 가스료를 정산해서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해가 불가한 수신료는 밝혀서 주인에게 반환하더라도 속 시원히 해결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궁금하고 찜찜한 건 못 참는 남편이 앞장섰습니다.
추운 날씨에 남편과 함께 관리소를 방문해서 이해를 구했습니다.
담당 여직원은 우리 말을 듣더니 바로 '소장님'하고 중년 남자를 불렀습니다.
소장님인 듯한 남자에게 다시 같은 말을 되풀이했더니,
"한 달 전기 사용량이 50KW가 넘으면 빈집이라도 TV 수신료를 내게 되어있습니다."
"아니 TV도 없는 빈집에 수신료가 나온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데요.
우린 저쪽 집에서 11월 수신료를 내고 왔는데 또 내라면 중복으로 내라는 말이잖아요."
"이건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준조세 형식이라서요.
이런 경우가 여러 세대있습니다만 억울하시면 직접 KBS에 문의해 보시든가요."
남편과 소장님 사이에서 오간 대화를 듣자니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궁금증을 풀려고 왔는데 더 답답해집니다.
똑같은 내용의 대화가 몇 번 더 오가자 성미 급한 남편의 음성이 높아졌습니다.
"관리비는 왜 냅니까? 관리소에서 주민들을 위해 일을 해결하라고 내는 것 아니요?
개인적으로 알아서 하라고요?"
남편의 언성이 높아지자 나는 바늘방석에 앉은 기분으로 남편을 나가자고 옷자락을 잡아당겼습니다.
남편이 언성을 높인 것이 잘 했다는 건 아니지만 소장님의 대민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추레한 차림의 두 노인네가 와서 귀찮은 질문을 하는데, 한 번만에 알아듣지도 못 하고 계속 같은 말을 하게 하는 것도 짜증스러운데 언성까지 높이니 개인적으로 알아서 하라고 했을 수도 있겠지만, 관리소에서 이런 문제는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지 대뜸 개인적으로 전화하라니요.
결국은 이해불가한 채 소장에게 남편 전화번호만 남기고 나왔습니다.
한참 후 KBS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소장이 전화를 한 모양입니다.
남편은 또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해야 했고 그쪽에서는 이사 오기 전 관리소 전화번호를 요구했으나 금방 생각이 나지 않아 주소만 말하고 끊었습니다.
또 한참 후에 KBS에서 전화가 왔는데 우리가 수신료를 내지 않았다는 겁니다.
분명히 내고 왔는데 말입니다.
전화번호부에서 그전 아파트 관리소 전화번호를 찾아 남편은 한참을 통화했습니다.
11월 관리비 내역에서 수신료를 냈는가만 확인하면 되는 걸 엉뚱한 내용으로 전화를 길게 하고 있길래 옆에서 조언했더니,
"당신은 가만있어."라며 벼락치는 소리를 냅니다.
아침부터 2500원 때문에 전화를 계속하는 남편이 참 못 마땅합니다.
"지금 2500원이 문제가 아니잖아. 이 사람들 버릇을 고쳐놔야잖아."
한참 후에 다시 KBS에 전화하고는 관리소에 다녀와야겠다며 무슨 정의의 투사 같은 태도로 나서는 걸 말렸습니다.
급한 성미에 또 어떤 말이 오갈지 걱정이 되어 서지요.
내 말을 귓등으로 듣는지 휑하니 나가버립니다.
한참 후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편의 표정부터 살펴보았습니다.
성난 표정이 아닌 편안한 표정이어서 안심하고 물었습니다.
"갔던 일은 잘 되었어요? 소득이 있었어요?"
"... "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소장은 없고 여직원이 조근조근 납득이 가도록 이야기를 하더랍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 말입니다.
직접 통화를 하지 않은 나는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남편이 알았다니까 된 겁니다.
전기 사용량이 50KW를 넘으면 수신료 부담이란 이해불가는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11월 빈집 상태에서 전기 사용료가 58KW라는 것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중개인이 집 구하려는 사람을 데리고 집을 보여주러 들어오면 대낮이라도 온 집안의 전기부터 모조리 다 켭니다. 이런 과정에서 사용량이 50을 넘었다는 짐작이 갑니다.
그러나 저러나 이사 오고 한 달도 안돼 관리소 직원에게 미운 털이 박혔으면 어쩌나 걱정이 됩니다.
첫댓글 옥덕아 걱정하지마... 관리실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이 드나들고 ... 보통은 전화로 그런 사실도 관리실에서 알고 지내면 자기들도 업무 보는데
모든것을 문의하고 해결 하는 때문에 관리실에 직접 갈일도 없을꺼야...
이사 나갈 때나 갈련지...
도움이 되지..미운털은 무슨 미운털..걱정 뚝.
남편은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도 잔소리쟁이로 찍혔을 겁니다.도 안되었는데 벌써 수차례 관리소를 들락거린 남편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그대로 지나치지 못 하는 성미라서요.
이사온지 한
보통 이런 일은 그냥 지나가잖아요.
그런데 제 생각은 꼭 집고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무슨일 있으면 관리사무실에 연락도 하구요.안그러면 대충 지나가는 일이 너무 많아요.이렇게 조목조목 따지다 보니 가끔 집에서 별나다는 소리도 많이 듣고있습니다...
이해가 안되는 일은 궁금증을 풀어야하는 건 맞습니다.
성미가 급한 남편은 이런 경우 혈압을 올리니 문제지요.
한전과 KBS가 결탁한 이런 조항은 문제가 분명히 있는데도 개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