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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52
S#1. 연무장 (낮)
위엄 있고, 우아한 자태로 걸어오는 덕만.
백성들, ‘여왕폐하 만세!’ ‘만세! 만세! 만만세!!’를 외치고...
덕만, 그들 하나하나를 보며 걸어온다.
그런 덕만을 감격스럽게 보는 춘추, 마야, 만명, 서현, 용춘.
덕만, 단상에 올라 돌아보면..
백성들, 모두 무릎꿇고.. 호재, 대소신료들, 화랑들, 모두 무릎 꿇고..
유신, 비담, 알천, 월야도 모두 무릎 꿇는다.
그런 모두를 굳은 의지로 보는 덕만.
유신, 비담, 그런 덕만 벅차게 보며...
유신 : (마음의소리 E) 폐하... 아낌없이.. 제 모든 것을 드릴것이옵니다..
비담 : (마음의소리 E) 폐하... 아낌없이.. 모든 것을 빼앗을 것이옵니다...
유신, 비담, 다른 생각을 하며 감격스럽게 덕만을 보고...
덕만, 단상에 올라 왕의 위엄으로 모두를 보며....
S#2. 편전 (낮)
덕만, 용춘, 서현, 유신, 알천, 비담, 주진, 춘추, 호재, 수을부 있고..
덕만 앞에 용춘, 서현이 나와 서 있다.
덕만 : (두루마리 들고 읽으며) 내성 사신 김용춘을 상대등에 제수한다! 신국의 모든 대등을 대표하여, 국정을 총괄토록 하라.
용춘 : (고개 숙이며)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신 김용춘, 신심을 다할 것이옵니다!
덕만 : 또한, 병부 제감 김서현을! 병부령으로 승격시키며, 무관의 최고직인, 대장군으로 삼을 것이니!
신국를 굳건히 수호토록 하라.
서현 : (고개 숙이고 두 손 모으며) 폐하!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덕만 : (두루마리 접고, 대소신료들을 보며) 경들은 들으시오.
대소신료들 : (보고)
덕만 : 비록, 신국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으나.. 모두 지난날의 과오로, 역사에 묻을 것입니다.
대소신료들 : (보고)
덕만 : 이제는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결연하게) 신국의 새로운 꿈을,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할 것입니다.
대소신료들 : (손모아 고개 숙여 예를 취하며) 폐하, 신심을 다하겠사옵니다!
덕만 : (그런 대소신료들 결연하게 내려다보며)......
S#3. 왕의 집무실 (낮)
덕만, 춘추, 비담, 유신, 알천 있고...
유신 : (강하게) 폐하, 새 시대를 연다함이 무엇이옵니까... 덕업일신 망라사방.. 진흥대제의 유지를 이어야 할 때가 아니겠습니까?
덕만 : 예, 물론입니다...
알천 : 헌데 국방의 재정을 늘리지 않으시는 것은.. 어인 연유시옵니까?
덕만 : 더 많은 일품 철의 농기구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알천 : (놀라) 농기구라 하셨습니까?
유신 : 폐하, 폐하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오나...
덕만 : (말 자르며) 마운령! 황초령! 당항성!
모두 : (보면)
덕만 : 진흥제께서는 그 영토들을 어찌 넓히셨겠습니까?
모두 : (보고)
덕만 : 무기로 하신 일입니까.. (의미심장하게) 사람입니다.
모두 : (무슨 뜻이지? 하는 듯 보면)
춘추 : (덕만의 뜻을 알고 있는 듯) 예, 사람... 지킬 것이 있는 사람, 지키고자 하는 꿈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덕만 : 예...신국의 이와, 자신의 이가... 일치하는 사람...입니다.
비담 : (깨달은 듯) 땅을 가진 사람들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덕만 : (미소로) 그래... 그것이다.
춘추 : 소작농이, 노비가... 노예가... 이 신국을 꼭 지켜야할 나라로 여기겠습니까?
백성 모두에게 화랑과 같은 충성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덕만 : 지켜내야 할 자신의 땅... 백성의 대의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신국이 부강해지면, 자신의 삶도 윤택해 질 것이라는
믿음을 주지 않고... 삼한일통의 길로 나아갈 수 있겠습니까...?
유신 : (보며)......
알천 : (보며)......
덕만 : (결연하게) 언젠가는 모든 백성이 지켜야할 땅을 갖게할 것입니다. 반드시...
비담 : (기대와 설레임으로 흐뭇한 미소로 덕만을 보며)......
S#4. 서라벌이 내려다보이는 전각 (낮)
유신, 덕만이 서라벌을 바라보고 있다.
덕만 : 덕업일신 망라사방..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첫 번째가 무엇이겠습니까?
유신 : ......
덕만 : 전.. 가야계라 생각합니다.
유신 : (가야라는 말에 기뻐 살짝 미소지며) 예, 폐하. 오랜 세월, 차별과 핍박을 받아온 가야계를
폐하의 백성으로, 품에 안으셔야 합니다.
덕만 : 예, 그럴 것입니다. 모든 차별을 율령으로서 폐지하고, 가야계의 인재들을 중용할 것입니다.
유신 : (미소로)......
덕만 : 월야와 복야회가 저를 도와, 얼마나 큰 공을 세웠는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기대가 클 것이란 것도 알고 있습니다.
유신 : (보며)......
덕만 : (갑자기 심각하게 고개 돌려 유신 보며) 허나...
유신 : ......?
덕만 : (심각하게) 복야회는... 이제 존재해선 안됩니다. 복야회는 그 이름부터가... 대역입니다...
유신 : (바로 알아듣고는) 예, 폐하.. 월야와도 얘기를 잘 끝냈습니다.
덕만 : (보며)......
유신 : 복야회를 해체하고 병력을 병부에 귀속시켜, 가야의 유능한 인재들이 신국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할 것입니다.
심려치 마시옵소서, 폐하.
덕만 : (심각하게).......
유신 : (덕만 표정 살피며) 폐하,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으시옵니까?
덕만 : 유신공... 월야는 다릅니다...
유신 : 예?
덕만 : 유신공을 포함해서, 나를 도왔던 많은 사람들 중, 월야만은 이해관계가 달라요.
유신 : (무슨 뜻인지 깨닫고 단호하게) 같게 만들 것입니다.
덕만 : (보면)
유신 : 폐하께서 신국의 이와, 백성의 이를 일치시키고자 하듯이..
저 또한 월야를 비롯한 가야계 사람들과, 저의 이를 일치시킬 것입니다.
덕만 : 예, 그렇지 않으면.. 월야랑은 다른 생각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신 : (보면)
덕만 : (결연하게 보며) 모두가.. 같은 꿈을 꾸게 할 것입니다.
유신 : (보고)
덕만 : (서라벌을 내려다보며) 지금은 고작, 나와 유신공, 그리고 몇몇 사람만이 꾸는 꿈을..
신국의 대소신료와 백성은 물론.. 가야계 사람들 모두가 꾸는 꿈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유신 : (그런 덕만을 믿음으로 보며)......
S#5. 궁 일각 (낮)
유신, 월야 있고..
유신 : 폐하께선, 복야회와 가야계 사람들을 진정한 신라의 백성으로 받아들이고자 하시네.
월야 : (고개 끄덕이고) 복야회는.. 이제 폐하와 신국의 군대가 될 것이야.
유신 : (믿음으로 보며) 이제는, 가야라는 작은 틀을 벗어나.. 더 큰 꿈을 꾸어야 하네.
월야 : (보면)
유신 : 삼한이라는 하나 된 땅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할 것 없이.. 모두가 큰 꿈을 꾸게 될 것이야.
월야 : (의미심장하게) 그 꿈의 한가운데... 자네의 이름이 크게 남아야 하지 않겠나...?
유신 : (심상치 않게 보며) ..무슨...... 의민가..?
월야 : 이제 폐하께서 당당히 황위에 오르셨으니... 자네 또한, 다음 일을, 훗날을 도모해야 할 것이 아닌가?
유신 : (심각하게) 월야... 난 다른 마음을 품은 것이 없네.
월야 : 다른 마음을 품으라는 것이 아니네. 자네가 폐하와 혼인하여, 폐하를 보필하고, 신국을 이끌어간다면,
유신 : (말자르며) 월야!!!
월야 : (지지 않고 바로) 그게 신국과 가야가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유신 : 나도... 폐하도... 그런 뜻이 없네.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시게...
하고 유신, 가면.. 월야, 그 뒷모습을 의미심장하게 보는데...
S#6. 사량부령 집무실 (낮)
덕만, 비담 있는데..
비담 : 칼이라 하셨습니까?
덕만 : (의미심장하게 보며) 그래.. 칼이다.. 나의 칼이 되어야 한다.
비담 : (보며)......
덕만 : 부정하고 부패한 것을 잘라낼 수 있는.. 그런 칼..
비담, 그 말에 덕만을 보는데...
ins.cut>37부 40씬.
문노 : (단호히) 역시 네 놈은.. 손잡이 없는 칼이다. 누구든 잡으려 하면, 자기 손만 베일 것이야.
문노 : 누군가 네 놈의 손잡이가 되어 주길... 그리도 바랬건만..
비담 : (의미심장하게 덕만을 보며) 예, 폐하. 폐하께서 언제든 쓰실 수 있는.. 칼이 될 것입니다.
덕만 : (보고) ..모든 개혁은, 위로부터여야 한다...
비담 : (눈 빛내며) 해서, 매점매석이나 고리대 등.. 귀족세력과 기득권층의 부정을 철저히 단속하라.. 그말씀이십니까?
덕만 : 또한, 나라 안팎의 모든 정보를 통제하는 동시에, 내게 전달하는 일..
비담 : (보면)
덕만 : 그것이 앞으로 네가 할 일이다.
비담 : (진심으로 깍듯하게) 예, 폐하, 신심을 다할 것이옵니다.
덕만 : 믿는다... 네 역할이 중요하다...
비담 : (믿는다는 말이 좋다가 생각난 듯) 근데.. 저는 누가 견제하고 감시합니까?
덕만 : (흐뭇하게 보며) 너는, 내가 항상 살필 것이다. 내가 맡을 것이야.
비담 : (그 말에 특별한 느낌으로 보며, 미소 짓는데)
S#7. 장터 (낮)
수레 가득 가마니를 짊어지고 오는 안강성 백성들.
장터 상인들 우르르 나와서 구경하는데..
상인1 : 이게 다 어디로 가는 쌀이요?
안강성1 : (수레 끌고 가면서 보며 자랑스레) 황실로 가는 겁니다!
안강성2 : (기뻐) 드디어! 황실에 진 빚을 다 갚게 됐어요!
상인2 : (알겠다는 듯) 나라에서 받은 황무지에 농사지었다던, 안강성 사람들이구만!
상인1 : 황무지에 지었으면.. 빚 갚고 남는 것도 없겠네!
안강성1 : 남는 게 없긴.. 개간에 성공만 하면, 그 땅을 하사하신다 했는데..
안강성2 : 예! 오늘 내가 땅 주인이 되는 거라구요!
봉기 : 더군다나 이젠 황무지가 아니라, 비옥한 농토가 됐다니까요!
신나서 가는 안강성 주민들을 웅성거리며 보는 백성들.
S#8. 왕실창고 앞 (낮)
수레를 끌고 온 안강성 백성들 있고..
호재가 가마니를 확인한 뒤, 장부에서 이름을 지워주고 하는데..
‘폐하 납시오!!’하는 소리가 들린다. 납작 엎드리는 안강성 백성들.
덕만, 용춘이 나오고..
덕만 : (쌓인 가마니들을 뿌듯하게 보고 호재에게) 어찌 되었습니까?
호재 : (장부 건네며) 황무지에서 거둬들인 것까지 모두 300섬이 맞습니다.
덕만 : (장부 훑어보고, 용춘에게 뭐라 말하면)
용춘 : (안강성 백성들을 향해) 모두 고개를 들라.
백성들 : (고개 들면)
용춘 : 봉기라는 자가 누구냐?
봉기 : (손들며) 소인이옵니다..
덕만 : (장부를 보며) 네가 황무지에서 가장 많은 곡식을 수확했다면서?
봉기 : (고개 조아리며) 폐하께서 하사하신 농기구가 워낙 좋아, 일이 수월했습니다요..
덕만 : (기쁘고) 너를 공봉개사(供奉開師)로 제수한다.
봉기 : (놀라 보며) 공, 공봉개사라 하시면...?
덕만 : 다른 지역에도 안강성과 같은 개간사업을 확대할 것이다.
백성들이 더 많은 황무지를 일굴 수 있도록, 네가 지도하도록 하라.
봉기 : (놀라고 기뻐, 고개 조아리며) 화,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용춘 : 또한, 매년 수확량을 점검하여, 너희들 중에서도 공봉개사를 뽑을 것이니, 황무지 개간에 더욱 힘쓰도록 하라!
백성들 : (입을 모아)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그 중 한명이, ‘폐하 만세’를 외치자, 모두들, 폐하만세와, 신국만세를 외친다.
뿌듯하게 보는 덕만, 용춘. 무릎꿇은 백성들에서... Dis.
S#9. 서라벌 전경 (낮)
S#10. 장터 (낮)
뒤에 깃발을 꽂은 채, 빠르게 말 달려오는 누군가.
S#11. 궁 앞 일각 (낮)
빠르게 들어오는 말.
S#12. 왕실 창고 앞 일각 (낮)
달려오는 말. 창고 앞에서 멈춰서고, 누군가 멋지게 내려 투구를 벗으면.. 나이가 제법 들어있는 느낌의 춘추다.
춘추 : (늠름하게 예를 취하며) 폐하..!
하면, 그 앞에 서 있는 덕만.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모습으로 변해 있다.
옆에는 용춘, 서현, 죽방 등이 서 있는데, 모두 나이가 들었고..
죽방은 내성 소속의 점잖은 관료 분위기로 복색을 갖췄다.
덕만 : (긴장해서) 어찌 되었느냐?
용춘 : (역시 긴장해서) 어찌 되었습니까?
서현,죽방 : (긴장해서 보는데)
춘추 : (벅차게) ..대승이옵니다!
덕만 : (기쁘고)
모두 : (안심하고 기뻐하며)
춘추 : 상장군 김유신이, 백제 장군 칠경의 대군을 대파하였습니다.
서현 : (감격스러운 듯, 덕만 보며) 폐하! 감축 드리옵니다!
용춘 : (덕만에게) 감축드리옵니다, 폐하.
덕만 : (흐뭇하게 보다가 춘추를 보며) 헌데.. 어찌 네가 전령으로 온 것이야?
죽방 : (덕만에게 작은 소리로) 공께서 요새 말 타는데 재미가 들리셔서 참.. (하는데)
춘추 : (웃고) 김유신의 부대가 지금, 서라벌로 귀환 중입니다.
S#13. 장터 (낮)
장비 수염에 쌍 철퇴를 든 고도, 얼굴에는 큰 흉터가 있고..
고도 : (매우 근엄하고 우렁차게) 물럿거라!!!
하면, 백성들 만세 부르며 양쪽으로 갈라선다. 백성들의 ‘유신군 만세!’ ‘유신장군 만세!’ 소리 이어지는 가운데,
기라성 같은 부대 속에 빛나는 군신 김유신이 나타난다. 투구는 쓰지 않은 상태로, 수염을 기르고, 연륜이 쌓인 장군의 모습.
이어 들어오는 유신의 부대. 월야, 대풍, 곡사흔, 양길 등, 수염이 나고 전장의 흔적이 엿보인다.
백성들, 유신군 만세를 외치며 열렬히 환호하고.. 환하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개선하는 유신군.
월야 : (기뻐하며, 유신에게) 장군의 중망이 날로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유신 : (평정심 유지하며 점잖게) 장수의 명예란, 전장에 있는 것이지.. 장터에 있는 것이 아니네.
월야 : (유신군 만세를 외치는 백성들을 의미심장하게 보는데)
유신 : (둘러보며) 헌데, 대대감 설지가 어찌 보이지 않는가? 제일 먼저 나왔을 것인데..
월야 : 이번 전투에 함께 가지 못해, 속이 많이 상했을 것입니다.
S#14. 사량부 내 추국실 (낮)
의자에 묶인 채 잡혀 있는 설지.
설지 :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당황한 표정의 설지)
S#15. 사량부 전각 앞 (낮)
검은 옷의 사량부 복장을 입은 관리들이 긴장한 채 사열해 서 있고..
수염을 기른 대남보가 맨 앞줄에 서 있고, 산탁도 함께 서 있다.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들어오는 사량부령 비담. 수염 나 있고 관록이 붙어 있는 모습.
비담에게 절도 있게 인사하는 사량부원들.
보좌하듯 그 뒤를 따르는 보종, 염종, 대남보. 역시 나이든 모습들이고..
비담, 카리스마 있게 들어가면..
S#16. 전각 안 복도 (낮)
비담, 걸어가는데 따르며 보고하는 보종, 염종, 뒤따르는 대남보.
보종 : (보고서 건네며) 지난 흑치국(黑齒國: 필리핀)사신 방문 때,
영객부(領客府: 외국 사신을 응접하고, 외교 업무를 맡았던 관부)령이 제출한 영접보고입니다.
비담 : (보고서 받고)
보종 : 영접 시 들어간 비용과 장소, 참석한 사람들을 모두 기록했습니다.
비담 : 수을부공은?
보종 : 모셔놓았습니다. 헌데, 대등이니.. 사량부령께서 직접 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담 : 좋아, 거기부터 가지. (빠르게 걸어가는데)
S#17. 사량부 내 취조실 (낮)
겁에 질린 얼굴의 수을부 있고.. 그 앞에 두 개의 장부를 탁 내려놓는 비담.
비담 : (예의바르게) 상사서(賞賜署: 국가 유공자에 대한 포상과 상훈 업무를 맡았던 관부)에서,
내용이 다른 장부 두 개가 발견되었는데.. 대정(大正: 상사서 장관)께선, 모르시는 일이다..? 그런 말씀이옵니까?
수을부 : (바짝 긴장) 전사한 병사들의 신원 확인이 어렵다 보니.. 포상 기록에 혼란이 생기곤 합니다.
비담 : 전장을 뒤져 시신을 파내서라도 정황을 파악해야지요. 누구에게 줘야할지 애매하다 하여, 상사서 관리들이 나눠 먹는다..?
수을부 : (발뺌하듯) 나눠 먹다니요! 그런 일은 없소이다!
비담 : (말 끊으며) 명예롭게 전사한 병사는!
수을부 : (바짝 긴장하고)
비담 : 반드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신국에 목숨 바치는 병사들의 충심이 더 굳건해지지 않겠습니까?
수을부 : ......
비담 : (강조) 개혁은 위에서부터, 진휼은 아래에서부터.. 이것이 폐하의 뜻이옵니다... (결연 무섭게) 아시겠습니까?
수을부 : (쫄아서) ..아.. 알겠소이다...
S#18. 왕의 집무실 (낮)
덕만, 유신이 올린 장계를 받고 있다.
덕만 : 이게.. 무엇입니까?
유신 : 상주문(자막)이옵니다.
덕만 : (못 말리겠다는 듯 웃으며) 승전축하부터 받으세요, 상장군. 어찌 오자마자, 이러십니까?
유신 : (말 자르며) 백제의 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병력을 증원하고, 대비하여야 하옵니다, 폐하.
덕만 : (어찌 이리도 변하질 않을까 싶어 바라보고)
유신 : 백제 장수 윤충의 전술은 신출귀몰하였사옵니다. 그를 따르는 병사들 또한,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았사옵니다.
덕만 : (상주문 내려놓으며 한숨과 미소) 예, 알겠습니다.
병력 확충에 대해서, 사량부와 내성에 검토하라 지시를 하겠습니다, 허니..
유신 : (보면)
덕만 : (제발 좀, 하듯) 조금은 좀 쉬도록 하세요. 고생한 휘하 병사들의 공로도 치하해 주시구요. 축하연을 마련해두었습니다.
유신 : (더 보고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 싶어 미소짓고는) 예, 폐하.. 상장군 유신, 물러가겠사옵니다.
예를 취하고 나가는 유신.
덕만, 못 말리겠다는 듯 유신이 두고 간 상주문을 보는데..
이때 들어오는 춘추와 죽방.
춘추 : (인사하고는) 상장군이 다녀갔습니까?
덕만 : 그래. 많은 것이 변하였는데... 한결같은 것은 강산과 유신뿐이구나...
죽방 : 어련하시겠습니까? 안그래도 장안이 떠들썩 합니다.
춘추 : 유신의 중망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덕만 : (웃으며) 해서, 질투라도 하는 것이야?
죽방 : 중망이란게.. 항상, 시기와 질투를 함께 부르는거니까요.
춘추 : 예.. 장수의 중망이 지나친 것은... 위험한 일입니다. 유신에게도 별로 좋은 일이 아니예요...
덕만 : (살짝 불안한 느낌인데)......
S#19. 사량부령 집무실 (낮)
비담, 들어오면.. 염종, 설원, 보종 전원 기립한다.
비담이 자리에 앉으면.. 빠르게 보고하는 설원, 염종, 보종.
설원 : 새로 건립되는 감은사와 봉덕사에 성전(成典: 왕실에 의해 건립된 사찰이나 궁성을 관리하고 보수하는 관청)이
설치됐습니다. 두 명의 상당(上堂: 차관)이 각각 배속되었구요.
비담 : 건립에 들어가는 모든 자재와 물품에 대한 기록을 보고하라 이르세요.
설원 : 예.
비담 : (염종 보며) 고구려에서 전서구는 도착했습니까?
염종 : 예, 고구려 정정이 심상치 않습니다. 대대로 지위에 있는 장수 하나가 있사온대... 정변이 일어날 수도 있겠습니다...
비담 : ! 그 얘긴.. 다시 자세히 듣도록 하겠습니다. (보종에게) 설지 그 자는? 실토한 것이 있습니까?
보종 : 아직 입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설원 : (걱정스러운 듯) 헌데.. 오늘, 상장군 유신이 귀환하지 않았습니까. 허면 바로 알게 될 것인데..
비담 : (무표정한 채)......
염종 : 아직 증좌가 없어, 정확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으니.. (하는데)
비담 : (무슨 생각인지 밝게 미소로)......유신은 어디 있습니까? 대승을 거두었다니... 승전을 축하해야할 것인데. (미소로)
염종 : 폐하께서 축하연을 크게 마련해 주셨으니, 거기 있겠지요.
오늘 유신군이 들어올 때 장터가 아주 떠들썩했답니다. 백성들이 유신군 만세를 외치면서.. (하는데)
비담 : (말 확 자르며, 갑자기 싸늘하고 낮게) 유신군이라니!!
모두 : (심상치 않은 듯 비담을 보면)
비담 : (낮고 단호하게) 신국에 어찌 유신군이 있을 수 있어!
(하고 일어서서 결연하게) 모두... 폐하의 군대일 뿐이다. (하고 나간다)
설원 : (그런 비담을 보며)......
S#20. 궁 일각 (낮)
염종, 보종을 뒤에 거느리고 걸어가는 비담.
지나다가 만나는 병사나 관료들, 모두 비담에게 예 갖춰 인사한다.
비담, 인강전으로 향하는데 유신이 나오는 것이 보이고..
비담 : (반갑게 다가가며) 상장군!
유신 : (보고) 비담...
비담 : (뜨겁게 포옹하며) 고생이 많았네!
유신 : (반갑게) 어찌 지냈는가? 듣기로 자네가 더 고생이 많다 하던데.
비담 : (밝은 웃음으로) 아닐세, 후방에서 내가 고생할 게 뭐있는가. 전선에서 왔다고, 날 놀리는겐가?
유신 : (웃고) 그럴 리가 있나...
비담 : 윤충이 이끄는 백제군은 어떻던가?
유신 : 그 자가 실로 명장이네... 백제전선이 심상치 않아...
비담 : 음....폐하는 뵈었는가?
유신 : 지금 나오는 길이네. 뵈러가는 건가?
비담 : 응. 내 조만간 승전축하주를 살 테니, 다시 보세.
유신 : (웃으며) 그러지. (하고 가면)
비담, 미소띠고 인강전으로 들어가려다 뒤돌아, 가다가 미소가시며 유신을 심각한 눈빛으로 본다.
S#21. 왕의 집무실 (낮)
덕만, 비담 있고.. 사무적으로 빠르게 보고하고 지시하는 느낌.
비담 : 백제왕 부여장의 병세가 심상치 않은 모양입니다. 이번 전투에 친정했던 태자 의자가, 왕위를 이을 것이 확실합니다.
덕만 : 유신공도 그걸 염려하고 있어... 전선에 보강할 수 있는 병력의 최소량과 최대량. 늘어난 병력의 병참을 확보할 방안...
모두 입안해서 올려.
비담 : (한 번 보고는) ..예, 다음은 감찰사항입니다.... 수을부공과 좌연공, 이찬 수문 등에게. 횡령의 조짐이 있습니다.
덕만 : 증좌는?
비담 : 아직은 못 잡았습니다. 하지만 주의를 주었으니, 멈추겠죠.
덕만 : 녹봉의 1할까진 문제삼지마. 대신 그걸 넘으면 바로 추포하거라.
비담 : 예. (하고는 의미심장하게 보며) 그리고 다음은...
덕만 : (보면)
비담 : (덕만을 살피듯 보며) 그 문제...입니다... 어찌.. 할까요?
덕만 : (고민하는 얼굴로 보는데)......
S#22. 병부 일각 전각 (낮)
긴 술상이 놓여 있고, 유신, 고도, 대풍, 곡사흔, 양길, 찬기 등이 모여 앉아 술 마시고 있다.
곡사흔 : 영종산 까마득한 절벽에서! 끝도 없이 돌덩이가 떨어지는데!
대풍 : (고도의 넓직한 등을 두드리며) 다 막아내, 다! 방패가 따로 없더라니까!
양길 : 맞아. 안 그랬으면 우린 다 깔려 죽었을걸.
유신 : (고도에게 술을 따라주며) 고도 대대감(자막)의 노고가 컸어. 한 잔 받게.
고도 : (깍듯이 받으며 근엄하게) 황공합니다, 상장군.
유신 : (그런 고도 보고 피식 웃으며) 아무리 세월이 흘렀다지만, 사람이 어찌 이리 변했을꼬..? (하는데)
죽방 : (E) 그 날 이후로 변한거지요!
모두 보면, 오는 죽방과 산탁(사량부 관원복장).
유신 : (웃으며) 왔는가?
죽방 : (유신에게 인사하며) 예, 상장군. 승전을 감축 드립니다.
대풍 : (죽방에게 깍듯이) 앉으십시오, 대사(大舍: 내성의 세번째 관등)님.
산탁 : 대사님만 보이냐? (자신을 가리키며) 사량부는! 어? 사량부는! 어?
곡사흔 : 사량부 뭐요?
산탁 : 사량부! ..말단께서도 오셨다 이거지! 그래두 사량부잖아. (고도 보고 못마땅하게) 넌 아는 척 좀 해라.
고도 : (진지하고 근엄하게) 병부 대대감이 사량부 말단에 먼저 예를 갖추란 말이냐?
산탁 : (어이없다는 듯 죽방보며) 이 놈 어찌 이리 됐냐?
죽방 : 그 날 이후라니까.
대풍 : 그 날이라뇨?
죽방 : 이 놈이 원래 힘은 무식하게 셌거든. 겁이 많아 그렇지.
고도 : (딱 보며) 이 놈..?
죽방 : 근데 이놈이, 그 날 이후로 눈빛이 싹 변했어. 힘 한 번 써보더니, 이제 된다 이거지! 그러더니 겁이 싹 없어지더라구.
양길 : 그니까 그 날이 언젠데요?
죽방 : (고도 보며) 야, 그 날 널 각성시켜준 게 누구냐? 폐하 궁에서 탈출시키던 날, 통나무 휘두르게 해준게 누구야?
고도 : (괜히 그 얘기 듣기 싫어 진지하고 근엄한 척) 어허... 거 참.. 쓸데없는 얘길...
죽방 : (흉내내며) 어허... 어허는 무슨... 어흥이라고 해라. (어쩌구 저쩌구)
고도 : 어허!!!
유신, 그런 죽방, 고도를 보면서 웃다가는..
유신 : (곡사흔에게) 헌데 월야는.. 어디 있기에 보이질 않아?
곡사흔 : 설지 대대감께서 보이지 않으신다며.. 찾으러 가셨습니다.
유신 : (설지가..? 하는 느낌인데)
S#23. 왕의 집무실 (낮)
덕만, 비담 있다. 덕만, 심각한 얼굴이다...
덕만 : (고뇌에 젖은 채, 한숨 내뱉듯) ......유신을.. 의심하는 것이냐?
비담 : (결연하게) 저는 폐하를 제외한 모든 이를 의심해야 합니다. 제 자신까지도 매번 의심하고 있습니다.
의심이 제 일이지 않습니까...?
덕만 :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는데)
비담 : (결연) ..재가 해 주십시오.
덕만 : (어둡고 심각하게) ...그 문제는 신중히 해야 한다.
비담 : 사람을 판단하고 의심하는 일에 어찌 신중치 않겠습니까.
덕만 : 정확한 증좌가 있느냐?
비담 : 아직 없습니다.
덕만 : (단호) 허면 재가할 수 없다.
비담 : (보는데)
덕만 : 단.. (의미심장하게) 조사는 계속하거라.
S#24. 미실의 방 (낮)
하종, 미생 술을 마시고 있다. 희끗한 수염을 기른 두 사람.
미생 : (하종을 말리며) 그만 좀 드세요, 조카님.
하종 : (비꼬듯) 숙부는 속이 편하신가 봐요? 편하셔야죠.. 예부령도 계속 하시고, 뭐 달라진 게 없으니..
미생 : (달관한 듯) 나라고 좋아서 이럽니까? 자식이 백 명이니, 죽지 못해 사는 거지요.
하종 : (자조적으로) 산 사람은 살게 돼 있나 봐요.. 오늘 우리 아버지 기일인데.. 뚫린 입이라고, 이렇게 술도 마시고..
미생 : (보는데)
하종 : (한숨)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한심해 죽겠습니다!
미생 : (보면)
하종 : 생각해 보면 그렇잖아요! 비담, 보종 그 놈들보다.. 내가 제일 형인데!
미생 : 화무십일홍이라 했습니다..
하종 : 에이..! 암튼 간에 다 내 발 밑에 있던 놈들이.. 유신 그 놈도 상장군인지 뭔지, 아주 기세가 등등하답니다!
미생 : (하종의 잔에 술 따라주고, 자기도 따라서 쓰게 마시는데)
S#25. 사량부 앞 일각 (밤)
대남보를 포함한 사량부 관료들 사열해서 있는데..
비담 : (비장하고 은밀하게) 전원.. 추포할 것이다.
모두 : (보고)
비담 : 각기 맡은 자들을 점검해 놓았느냐?
모두 : 예!
비담 : 혹시 정보를 듣고 숨을 수 있으니, 전원 같은 시각에 추포해야 한다.
모두 : 예!
비담 : (비장) 시행한다.
비담, 손짓하면 뒤에 서 있다가 나오는 염종. 들고 있는 함을 열면, ‘司量(사량)’이라고 쓰인 나무패가 들어있다.
한 명씩 줄지어서 패를 절도 있게 받아가는 사량부 관료들.
비담, 비장한 눈빛으로 그들을 지켜보는데...
S#26. 왕실 서고 안 (밤)
선열, 필탄, 율령박사들, 책을 읽거나 율령 작성 중인데..
들어오는 대남보와 사량부 관료1.. 박사1에게 다가간다.
옷차림을 보고 놀라는 박사들.
박사1 : (긴장) 무슨 일이십니까?
대남보 : (패를 보여주며) 잠시 함께 가셔야겠습니다.
선열 : (무슨 일인가 싶어 놀라서 보는데) 사량부 아닌가?
필탄 : 그런 듯 하네. 또 어찌.. 저러는 것이야?
S#27. 연무장 (밤)
덕충, 임종, 왕윤, 병사들과 무술수련하고있다.
병사1, 열심히 수련하다가 숨차서 고개 숙이며 헉헉거리다가 다시 일어나는데, 앞에 서 있는 사량부 관료들.
병사1 : (긴장) 무, 무슨 일입니까?
사량부2 : (말없이 패를 보여주고)
병사1 : (헉! 하고 놀라는데)
병사1을 끌고 가는 사량부2, 3.
일각에서 이 모습을 보며 놀라는 덕충, 임종.
덕충 : 어찌 된 게야? 사량부에서 무슨 일로..?
임종 : (불만스레) 아무리 사량부라지만 우리에게 말도 없이 저리해도 되는 겐가?
왕윤 : 무슨 사건이 있긴 있는 모양이네만...
S#28. 병부령 집무실 (밤)
놀란 유신. 고도, 곡사흔, 양길 등이 급히와 있고...
유신 : (놀라) 뭐라? 설지가 사량부에?!
대풍 : 예, 무슨 일로 잡혀간 건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고도 : (불만스레) 사량부 놈들이 사람 잡아가는데, 이유 대는 거 보셨습니까?
곡사흔 : (역시 불만스레) 예! 기고만장해서는 무조건 패부터 들이밀고 말입니다.
유신 : (나무라듯) 그런 말 말거라. 폐하의 직속부서가 아니냐? 죄가 없다면 풀려나겠지, 너무 걱정말아라...
양길 : 그래두... 병부 사람이 아닙니까? 상장군께서... 비담공과 말씀을 좀 나누시지요...
유신 : (생각하며)......
다들 무슨 일이지 하며 웅성거리는데,
뒤늦게 들어오는 찬기. 심상찮은 분위기를 깨닫고는..
찬기 : (양길에게 조용히) 무슨 일이에요?
양길 : (조용히) 설지 대대감이 사량부에 끌려가셨다는군!
찬기 : (일순간 사색이 되는데) !! 설지... 대대감께서요?
유신 : 왜 그러느냐? 뭐.. 알고 있느냐?
찬기 : (표정 수습하고 웃으며) 아닙니다. 뭐.. 오해가 있었겠죠.
S#29. 병부 외곽 궁문 앞 (밤)
좌우를 살피며 불안하게 오는 찬기, 모퉁이를 돌자, 뛰기 시작하는데.. 다시 급히 멈춰 선다.
보면, 앞에 사량부 관료들이 오고 있다.
찬기, 급히 뒤돌아 뛰려는데 뒤에도 오고있는 사량부 관료들.
놀라는 찬기, 꼼짝없이 잡히는구나 싶어 사색이 되는데...
S#30. 사량부 앞 일각 (밤)
한 명씩 잡혀 들어오는 복야회 회원들의 모습. 모두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나 불안하고 당황스러운 모습이다.
그걸 지켜보고 있는 염종.
그 중, 박사가 염종을 보고 망설이다가 용기를 낸 듯,
박사1 : (끌려들어오다가 염종을 보고) 이보시오! 대체 무슨 일입니까? 무슨 죄목인지 말씀은 해주셔야 하지 않겠소!
염종 :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소로) 아 예... 조사를 해봐야지요.
죄가 없으시다면, 아무 일이 없을테니, 심려치 마시고, 협조해주십쇼.
불안하게 끌려들어가는 복야회 회원들과 염종의 차가운 미소.
S#31. 사량부 복도 (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취조실들이 옆으로 보이는 복도.
들어온 복야회 회원들을 각각 방에 넣는 사량부원들. 불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들어간다.
ins.cut>각 방에 들어가 불안해하는 각 인물들의 모습.
S#32. 사량부령 집무실 (밤)
유신과 비담이 있다.
유신 : (차분하게 미소로) 설지는 자네도 잘 알지 않나? 무슨 죄를 지었길래... 잡아간 것이야?
비담 : (보지 않고 무표정하게)......
유신 : 이보게, 비담...
비담 : 미안하네.. 허나 난 사량부령일세. 사량부령은 폐하외엔 그 누구에게도, 보고할 수 없도록 되어 있네.
유신 : (약간 뻘쭘).....
비담 : 하지만 괜한 걱정은 하지 말게. 억울한 사람은 결코 만들지 않을 것이야. 그런 적도 없고...
유신 : 그건 알고 있네...
비담 : 더구나, 사량부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문초도 하지 않네. 조사가 끝나고, 죄가 없다면 자연히 풀려날 것이야.
유신 : (듣고보니 다 맞다, 일어서며 너털웃음) 내가 괜히 사적으로 월권을 할뻔 했군. 내 수하이다 보니, 그런 것이네. 이해하게.
비담 : (너털웃음지으며) 나도... 난처하고 답답할 때가 많네. 허나.. 나랏일이니... 어쩌겠는가...? (미소)
유신 : (이해한다는 듯 고개 끄덕이며).......
S#33. 궁 일각 (밤)
유신이 걸어온다. 괜한 일을 했나 싶다가도, 뭔가 찜찜함에, 뒤를 돌아본다.
앞쪽에서 알천이 온다.
알천 : 상장군께서 여기 계셨군. 한참 찾았네.
유신 : (보며) 나를...?
알천 : 비담을 만나고 가는 것인가?
유신 : 어.. 설지가 사량부에 추포되었다길래...
알천 : 설지? 설지대대감 말인가?
유신 : 비담이 일을 허투루 하지 않으니... 이유가 있을 것인데... 걱정이네...
알천 : 음...... 죄가 없으면 곧 풀려나지 않겠나.
유신 : 헌데 날 어찌 찾았는가?
알천 : 폐하께서, 들라하시네... 하사주를 내리실 모양이야.
유신 : 폐하께서?
S#34. 궁 일각 (밤)
유신과 알천 걷고 있다.
유신 : 자넨 어떤가? 시위부는 할만한가?
알천 : (정말 따분하다는 듯) 따분하긴 하네만, 어려운 것이 뭐 있겠나?
유신 : 전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모양이군.
알천 : 이를 말인가! 백제와의 전선이 꽤 급박한 모양인데, 경비나 서고 있으려니, 피가 끓어 견디기가 힘드네.
유신 : 시위부령이 불만이 가득하니, 조심하시라고 폐하께 진언을 드려야겠네.
알천 : 어허! 이 사람이!
하고 호탕하게 웃는 두 사람.
염종 : (E) 모두 추포하였고, 준비가 끝났습니다.
S#35. 사량부령 집무실 (밤)
비담, 테이블에 작은 종이를 놓고 뭔가를 그리고 있다.
비담 : (고개 숙인 채 그리며) 한 놈은 옥사에 넣어뒀지?
염종 : 예. 헌데.. 어찌.. (하다가 그리는 것을 보며) 무엇을 그리십니까?
비담 : 이게.. 오랜만에 해보려니까, 가물가물하네.
하고 보면, 비담 종이에, 예전 노방골을 밝혀낼 때 쓰던 가야인 암어를 쓰고 있다.
비담 : (생각이 난 듯 계속 쓰고는 미소지며) 됐다... (염종 보여주며) 이게 뭐 같애?
염종 : 암어가 아닙니까?
비담 : 응. 암어지. 옛 가야인들이 쓰던 암어...
염종 : 사량부령께서 그걸 어찌 아십니까...?
비담 : 나도 쓰던거니까.
염종 : 예?
ins.cut>***** 가야촌에서 ‘노방골이네’ 하는 그 부분.
비담 : (미소로) 자.. 그럼 시작해볼까?
S#36. 궁 내 전각 (밤)
전각에 테이블이 있고, 주안상이 차려져있고, 덕만과 유신, 알천이 앉아 있다.
전각 주위로, 양길을 비롯한 시위부 무사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이 보인다.
덕만 : (유신을 향해 잔을 들며) 승전을 치하합니다. 상장군.
유신 : (두 손으로 잔을 들어 보이며) 모든 것이, 폐하의 홍복이 아니겠사옵니까,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하고 술을 들이키는 덕만과 유신.
알천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보고만 있다.
유신 : (그런 알천을 보고) 자넨 들지 않는가?
알천 : (덕만의 눈치를 살짝 보며 어색한 웃음을 짓고) 난...마실 수 없네.. 실은 지금도 공무 중이라네.
유신 : 시위부가 참... 이럴 때는 못할 노릇이군. (덕만보며) 폐하, 실은 시위부령이 자신의 임무에 대해 불만이 많사옵니다...
알천 : (급히 당황하여) 이 사람이! (어색한 웃음으로) 아니옵니다, 폐하. 상장군께서 괜한 농을 하시는 것이옵니다.
유신 : 아니옵니다, 폐하. 아까도 어찌 불평불만을 해대시던지...
알천 : 자네, 왜 이러는겐가!
덕만 : (미소를 지으며) 상장군께서 이렇게 개선을 하시니, 시위부령께서, 부러우신가봅니다.
전선으로 달려가고 싶은 시위부령의 마음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알천 : 아니옵니다. 폐하.. 당치 않사옵니다. 폐하 곁을 지킬 것이옵니다.
유신 : 어허, 아까 얘긴 그게 아니지 않은가?
덕만 : (웃고)......
S#37. 사량부 내 취조실1 (밤)
암어를 쓴 종이가 병사1에게 던져진다. 비담이다.
암어를 보고 당황하는 병사1.
비담 : 찬기 알지? 아... 니들 점조직이니까, 잘 모를 수도 있겠구나...
병사1 : 왜... 이러십니까.....
비담 : 그거... (암어 가리키며) 그거.. 찬기가 쓴거야.
병사1 : (놀라) ! (당황했으나, 아닌 척 하며 괜히 웃음으로) 이게.. 뭔데요...?
비담 : (씨익 웃고) 너 읽을 줄 알잖아? 왜 이래...? 읽어봐...
병사1 : (당황하여 눈치보며)......
S#38. 사량부 내 취조실2 (밤)
찬기, 벽에 귀를 대고 무슨 소리가 들리나 들으려 하는데, 잘 들리지 않는 듯 하다.
찬기 : (혼잣말로) 아이.. 뭐라는거야...
하다가 인기척이 나자 급히 자리에 앉는다. 비담이 들어온다.
비담 : 종금(병사1의 이름)이가 다 불었다. 아! 점조직이니까... 이름을 모를 수도 있겠네... (하고는 암어 종이를 펼친다)
찬기 : (암어 종이보며 놀라) !!!
비담 : 그거 종금이가 쓴거야.. 다 끝났어. 불어라... (미소지며) 응?
찬기 : (놀랐지만 짐짓 모른 척 하며 웃음으로) 무슨 말씀이신지...?
비담 : (암어 쓴 종이 다시 집어 보며) 이게.. 종금이가 뭐라 그러더라.. 그런 뜻이라며?
가..야..일..존(자막: 伽倻一存, 가야는 하나다)
찬기 : (정말 불었구나 싶어 놀라) !!
비담 : 가야는 하나다...? 응? (미소)
S#39. 궁 내 일각 (밤)
덕만과 유신이 나란히 걸으며 담소하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알천이 걷고 있고, 시위부령 병사들이 4방으로 떨어져 호위를 하며 걷고 있다.
그 가운데서 걷고 있는 덕만과 유신.
덕만 : 대단하십니다. 모두들 유신공을 또, 유신군을 칭송하지 않습니까?
유신 : 낭도시절부터 함께 해온 동지들이, 군의 주축이 되어, 워낙 잘해주고 있습니다. 제가 대단할 것이 없습니다.
덕만 : 모두들 참 많이 변했습니다. 특히 고도 형님이 그리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유신 : 예, 저도 가끔 놀라곤 합니다. 고도가 전장에서 활약이 대단합니다.
덕만 : 화장군 월야와 설지 대대감은 어떻습니까?
유신 : 그 둘은 이제, 일군을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상장군으로 삼아 별동대를 만드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덕만 : (걷다가 멈추어 보며 미소로) 모두를 굳게 믿으시는 모양입니다.
유신 : 예! 전우를 믿지 않고, 어찌 전장에서 목숨을 맡길 수 있겠습니까?
덕만 : (약간 슬픈 미소로) 그렇습니까...?
유신 : (슬픈 미소가 걸려) 폐하께선... 아니십니까...?
덕만 : ......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미소로) 덕만은... 유신공을 굳게 믿습니다!
S#40. 사량부 내 옥사 (밤)
잡혀온 박사1, 불안하고 초조한 듯 두리번거리며 있는데..
이때, 문이 열리며 복야회원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떠밀려 들어온다.
사량부원1 : 얌전히 기다리고 있거라!
하고는 문을 잠그는 사량부원1.
묶인 채 들어온 복야회원, 박사1을 보고, 박사1도 복야회원을 본다.
박사1, 눈치를 살피다 뭔가 말하려 하는데 복야회원, 조용히 하라는 듯 쉿! 하고는 바닥에 육란거북이를 그린다.
(꼭 정확히 표현안해도, 약속된 표시라는 느낌으로 간단히)
박사1 : (육란거북이를 보고는 안심하고 작은 소리로) 대체 어찌된 일이랍니까?
복야회원 : (은밀히) 어느 지부에 계시오?
박사1 : 동시에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모르시오?
복야회원 : 모릅니다. 아직 잡히지 않은 회원들에게 빨리 알려야 하는데..
박사1 : 한 명이라도 빠져나가야 하니.. (생각해둔 것이 있는 듯 은밀히) 이리 해 보면 어떻겠소?
복야회원 : (보면)
박사1 : (뭐라 속삭이고)
복야회원 : (듣고는 고개 끄덕이며) 그리 해 보겠소.
복야회원, 일어난다.
박사1, 긴장한 채 지켜보는데..
복야회원 : (문 밖에 대고) 여기 끝났습니다! 열어 주십쇼!
박사1 : (놀라는데) !!
문 열리며, 들어오는 비담과 염종.
경악하는 박사1.
염종 : (복야회원으로 위장한 사량부원에게) 잘 했어. (하고는 비담 보며 씩 웃고)
비담 : (박사1에게 싸늘하게 미소지며) 아무것도 모른다며? 다시 시작해야겠네.
S#41. 궁 내 일각 (밤)
가는 유신의 뒷모습을 복잡한 심경으로 보고 있는 덕만.
떨어져 있던 알천이 덕만에게 다가온다.
알천 : (함께 유신의 뒷모습을 보며) 얼마나 믿음직하십니까? 폐하. 유신이 저리 성장하여, 군의 주축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덕만 : ......
알천 : (미소로) 아막성 전투를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 드시지 않습니까?
덕만 : (말자르며 차갑게) 사량부로 갈 것입니다.
알천 : (놀라) ! 사량부를...? 침소로 드시지 않고... 어찌...?
덕만 : (심각하게) 비담공을 만나겠습니다.
S#42. 사량부 내 취조실 앞 복도 (밤)
걸어 나오는 비담, 염종.
염종 : 어디로 이동하십니까?
비담 : (심각하게) ..폐하를 봬야겠다.
S#43. 김유신의 집 전경 (낮)
S#44. 유신의 방 (낮)
서현, 만명, 유신 있는데..
서현 : (근심) 궁 안팎으로 사량부에 대한 말이 많이 들리는구나.
만명 : 요사이 더욱 그렇습니다. 주로 불만들이지요.
유신 : 애초에 폐하께서 비담을 사량부령으로 제수하신 것은, 미실 세력을 활용하고 또한, 견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서현 : 견제가 되고 있는 것인지, 그들이 전부 비담의 사람이 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유신 : (걱정인데) 일의 성격상, 오해가 있을 순 있으나... 비담에게 다른 마음은 없을 것이니, 너무 심려치 마시옵소서.
하인 : (밖에서 E) 고도 대대감께서 오셨습니다.
유신 : (돌아보며) 대대감이? 들라하라.
문 열리면, 다급하게 들어오는 고도와 곡사흔, 대풍. 만명, 서현, 유신에게 예를 취하고는 자리에 앉는다.
고도 : (흥분해서) 상장군! 소감(少監: 무관조직 중 가장 낮은계급) 찬기가 사량부에 잡혀갔습니다!
유신 : (놀라) 뭐라?
서현,만명 : (놀라는데)
곡사흔 : (억울하다는 듯) 전장에서 방금 돌아왔습니다, 헌데 이런 법이 어딨습니까!
고도 : (흥분) 사량부가...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대풍 : (간곡히) 장군, 보고만 계실 겁니까?
곡사흔 : 병부 뿐 아니라, 조부, 예부, 식척전, 대도서 말단까지.. 가리질 않습니다.
서현 : (유신 보며, 위기감에) 아무래도 등청해,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유신 : 예. (하고 뭔가 이상한 듯, 어찌 된 일이지 싶은데)
S#45. 궁 내 일각, 건물 모퉁이 (낮)
월야, 놀란 표정으로 관복을 입은 복야1을 은밀히 만나고 있다.
월야 : 찬기, 도건, 일주, 종금... 용하... 모두 말이냐...?
복야1 : (은밀히) 예, 모두 사량부에서 취조를 받고 있습니다.
월야 : (심각하게)...... 무슨 죄라더냐?
복야1 : 알 수가 없습니다.. 허나... 잡혀간 면면들이...
월야 : 설지가 잡혀갔을 땐, 그냥 오해라 생각했는데...
복야1 : 예, 이쯤되면... 뭔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월야 : (심각하여) 알겠다... 조심하거라.
복야1 : 예.
하고는 주변을 살피고, 아무렇지 않게 가는 복야1.
심각한 월야.
S#46. 다른 일각 (낮)
월야, 가는데, 누군가가 앞을 막아선다. 사량부다. 뒤를 돌아보는데, 염종이 미소를 짓고 서있다.
낌새를 알아채고 심각한 월야.
S#47. 대등 집무실 (낮)
용춘, 서현, 호재, 수을부 있고..
용춘 : (심각하게) 어젯밤 병부와 대도서(大道署: 사찰관리 관부)의 관료들이 사량부에 잡혀갔다 들었습니다.
호재 : (불만) 조부에서도 두 명이나 끌려갔습니다.
수을부 : (호재 보며) 조부령께서도 모르게 벌어진 일이지요? 상사서도 마찬가집니다!
서현 : (용춘 보며) 아무래도 폐하께 진언을 드려야 할 듯싶습니다.
각 부서의 업무에 차질을 주고 있는데, 연유라도 알아야 할 것이 아닙니까?
호재 : 예, 상대등께서 진언을 좀 드려 주십시오.
용춘 : (심각해지는데)
S#48. 춘추의 방 (낮)
춘추, 죽방 있고..
죽방 : 어젯밤 새, 각 부에서 잡혀간 자들이 속출하여.. 궁 안이 떠들썩합니다!
춘추 : (심각하게 들으며)
죽방 : 특히 병부에서 끌려간 자가 많다 보니.. 사량부와 병부, 양쪽 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모양입니다.
춘추 : (결국 터지나 싶어, 심각해지며) 정확한 연유는 모르겠으나, 폐하의 재가 없이 사량부에서 독단으로 그리 했을 리는 없다.
죽방 : 예, 재가가 떨어졌단 뜻이지요.
춘추 : 허면, 사량부는 이에 맞지 않는 것이 없다는 얘긴데.. 문제는, 유신도 마찬가지 입장이라는 것이지.
죽방 : (보면)
춘추 : 불의한 자가 아무도 없거늘, 어찌 이리 분란이 생긴단 말인가..
죽방 : (심각) 폐하께서는.. 무슨 생각으로 재가를 내리셨을까요?
춘추 : (골똘해지며 혼잣말처럼) 비담과.. 유신.. 어느 쪽에 더 신의를 두고 계신단 말인가...
S#49. 병부령 집무실 (낮)
임종, 필탄, 덕충, 선열, 왕윤이 유신을 찾아왔다.
필탄 : 논의 드릴 것이 있어 왔습니다.
유신 : (짐작이 되는 듯) 사량부의 일 말인가?
선열 : 예, 사량부령의 전횡이 심각한 지경입니다.
임종 : (유신 보며) 아마도, 상장군의 위세가 날로 높아지니.. 이를 견제하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유신 : (심각해지는데)
덕충 : 폐하께서도 이 정황들을 아셔야 합니다. 상장군께서 진언을 드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유신 : (어찌해야 되나, 고민이 깊어지는데)......
S#50. 궁 일각 (낮)
유신, 가다가 소란스러운 소리에 보면, 월야를 둘러싸고 있는, 사량부와 염종의 모습. 놀라서 다가간다.
염종 : (사량패를 내밀며) 사량패를 거부하시는 것이옵니까?
월야 : 난! 병부의 화장군이다. 날 추포하려면, 사량부령이 직접 오라 이르거라!
염종 : (예를 취해 고개를 숙이며) 협조해주시옵소서, 장군.
유신 : (오며) 대체 무슨 일인가!
염종 : 사량부로 압송하라는 사랑부령의 명을 수행하고 있사옵니다.
유신 : 화장군 월야가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염종 : 소인은 말씀드릴 권한이 없사옵니다.
월야 : (유신에게) 장군!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염종 : 국법이옵니다! 저항하신다면, 폐하께 누가 될 것이옵니다.
유신 : !
월야 : !
염종 : 사량부에서 억울한 사람이 나온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조사를 한 후, 죄가 없다면 무슨 일이 있겠사옵니까?
유신 : (심각하게)......
S#51. 다른 궁 일각 (낮)
유신, 결연한 표정으로 사량부로 걸어간다.
S#52. 병부 내 집무실 (낮)
고도가 흥분해 있다.
고도 : 그게 무슨 소리인가! 누가 잡혀가!
대풍 : 화장군께서, 사량부로 압송되셨다고 합니다.
곡사흔 : 임종공!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임종 : (심각하게) 상장군께선 어디 계시는가?
대풍 : 사량부령을 만나러 가셨습니다.
고도 : 우리도 사량부로 갑시다!
곡사흔 : 예! 가서 야무지게 한 번 따져봅시다!
임종 : 그래, 가자!
하고 나서는데, 고도, 씩씩대며 철퇴를 들자,
대풍 : 에이.. 이건.. 놓구가...
고도 : 그.. 그럴까...? (하고 놓는다)
S#53. 사량부 앞 일각 (낮)
월야, 긴장된 표정으로 사량부원들에게 둘러싸여 가고 있다.
염종, 미소를 띠며 가고 있는데,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면,
임종, 고도, 곡사흔, 대풍 등와 다수의 병부 장교들이 씩씩대며 몰려온다.
염종, 놀라고 심상치않다.
염종 : (사량부 쪽에 대고) 얘들아!!!!
하니, 사량부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순식간에 대치 분위기.
임종 : 어찌하여 화장군을 잡아가는 것이오!
염종 : 사량부의 일을 방해하겠다는 것이오? 임종공!
임종 : 무슨 영문인지 말이라도 하란 말이오! 어제밤에 끌려간 병부의 장교들. 그리고 설지 대대감에... 이제 화장군까지!
무슨 음모를 꾸미는 것이오!
염종 : 음모라니요!
고도 : 그러니까! 말을 해달라고! 무슨 죄냐 말야!!
염종 : 야, 돼지.. 너 말 깠어? 지금?
고도 : 나두 대대감이야! 품계를 따지자면 비슷해!
염종 : 네 이 놈!!
유신 : (E) 그만하거라!!
모두들 보면, 유신이 와 있다. 모두 물러서며 예를 취한다.
유신 : (병부쪽에 대고) 모두 물러가거라.
임종 : 하오나.. 상장군...
유신 : 내가 사량부령을 만나 여쭐 것이다. 이럴 일들이 아니다. 물러가거라! 어서!
유신의 명에 물러가는 임종, 곡사흔, 대풍, 고도 등. 장교들.
가면서 서로 눈을 흘기는 고도와 염종.
S#54. 궁 일각 (낮)
비담과 유신이 앉아 있다.
유신 : 궁 안과 밖에 사량부에 대한 원성이 자자한 것을 알고 있는가?
비담 : 사량부는 감찰기관이네. 원성을 듣는 것은 당연하네.
유신 : 대체 무슨 죄를 지었는가?
비담 : 어느 기관이든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네. 자네와 친분이 있다하여, 병부를 특별히 봐달란 말인가?
유신 : 전선에서 방금 돌아온 장군과 병사들이네. 군의 사기는 감안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비담 : 군의 사기? 유신군의 사기가 아니고?
유신 : (버럭) 뭐라!
비담 : 폐하의 재가가 난 일이야!
유신 : (쿵) !!
비담 : 폐하께 직접 여쭙게. 그러면 되지 않겠는가?
유신 : (심각하게 보며)......
S#55. 서라벌이 내려다보이는 전각 (낮)
덕만, 자리에 앉아, 서라벌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심각한 표정으로 눈을 감는 덕만. 이때 알천이 다가온다.
알천 : 폐하, 상장군 유신이 알현을 청하고 있사옵니다.
덕만 : (눈을 뜨며) 예... 들이세요.
하니, 올라오는 유신. 덕만에게 다가가 예를 취한다.
덕만 : ......오셨습니까...?
유신 : 폐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화장군 월야가 사량부에 추포되었사옵니다.
알천 : (듣다가 놀라 보며) !!
덕만 : (말없이 서라벌만 보며)......
유신 : 사량부령은 폐하의 재가를 받았다고 하옵니다. 상장군 유신, 감히 아뢰옵니다. 월야가 무슨 죄를 지은 것이옵니까...?
덕만 : (말없이 서라벌만 보며)......
유신 : 휘하의 장수가 죄가 있다면, 응당 상장군인 저에게도, 책임이 있을 것이옵니다.
월야의 혐의를 알려주시고, 소신에게도 함께 책임을 물어주시옵소서.
덕만 : (말없이 서라벌만 보며)......
유신 : 월야는 방금 전선에 돌아온, 신국의 무장이 아니옵니까... 어찌..
덕만 : (슬픈 표정으로 천천히 말 자르며 한숨뱉듯) 월야를...버리셔야 합니다....
유신 : (놀라) !
덕만 : (따듯하고 간곡하게) 아니... 가야를.... 가야를... 버리세요...
유신 : (쿵) !! 어인 말씀... 이시옵니까...?
알천 : (놀라 보며) !!!
덕만 : (일어서서 유신 반대쪽으로 천천히 뒤돌며 차분하고 어둡게) 유신공... 저는 가야계 사람들의 차별을 금지하는
율령을 반포했고, 가야계를 요직에 등용하였습니다. 원래의 땅을 돌려주고, 그간의 고초를 감안하여,
세를 경감하여주었습니다. 모르십니까?
유신 : 잘 알고 있사옵니다. 헌데... 어찌.. 그런 말씀을...?
덕만 : 같은 신국의 백성으로 평등하게 대하였습니다... 제 치세동안 앞으로도 당연히 그리 할 것입니다. 헌데.. 왜...
유신 : (뭔가 짚이는 듯) 서.. 설마.. 설마......? 폐하...
덕만 : (얼굴 찡그리며 힘주어) 헌데 어찌 복야회가 활동하고 있는 것입니까?
유신 : (쿵) !!
덕만 : 분명 해체하고, 군에 편제되었다 하지 않았습니까?
유신 : 허면... 어제밤 사량부에 압송된 자들이 모두...?
덕만 : 예... 점조직으로 암약하고 있는 복야회의 간자였다 합니다. 그 수장은 물론 월야구요...
유신 : (놀라) 폐하....
알천 : (놀라 보며)......
덕만 : 유신공... (슬프고 간곡하게) 가야를... 버리세요...
하종 : (E) 정말 버리면요?
S#56. 하종의 방 (낮)
하종과 설원, 미생이 있다.
설원 : 유신은 결코 가야를 버리지 못합니다.
미생 : 유신을 예까지 키운 것도 가야였으니, 이제와 가야를 버리는 것도.. 월야가 잡혀간 것을 방치하는 것도...
유신의 성정으로 보아, 힘든 일입니다.
설원 : 예, 가야는 유신의 무기였으나, 이제부턴 자신을 베게 될 겁니다.
하종 : (설원에게) 복야회가 남아있는 줄 어찌 아셨소?
설원 : 핍박받은 세월이 얼마입니까? 지금은 대접받고 있으나, 항상 불안할 겁니다...
헌데, 불안을 이기고 조직을 해체한다... 어려운 일이지요.
하종 : 비담두.. 참 무섭네... 복야회 문제란 곧, 안보의 문제이니, 대의에 어긋남도 없고... 정적인, 유신도 치고...
(웃으며)... 누구 닮았네... 그리운 사람 하나 닮았어... (슬픈 미소로 웃는다)
설원 : (보며) 예에... 참으로... 닮았습니다... 닮았어요.
미생 : 설원공, 이 책략이 성공할까요...?
설원 : 유신이 가야를 버리지 못한다는 전제 위에... 비담은 이 책략을 세운 것입니다...
(차가운 미소) 유신이 어찌할지... 지켜봐야지요.
S#57. 서라벌이 내려다보이는 전각 (낮)
유신, 덕만, 알천이 있다. (앞씬 연결)
덕만 : 아시겠습니까... 유신공...
유신 : (당황하다가 무릎꿇어 예를 취하며) 폐하... 그것이 사실이라면... 월야는 대역의 죄를 지은 것이옵니다. 허나...
덕만 : (슬픈 표정으로 서라벌을 바라보며)......
유신 : 오랜 세월동안 핍박을 받아온 가야계가 아니옵니까? 그 불안감에... 그랬을 것이옵니다...
다른 불순한 뜻은 결코 없을 것이옵니다.
덕만 : (미동도 없이 어두운 시선으로 서라벌을 보며)......
유신 : (간절한 마음으로) 폐하, 폐하... 감히 아뢰옵니다. 가야의 백성들은...
덕만 : (차갑게 말자르며 낮은 톤으로 버럭) 가야의 백성!!!????
유신 : (놀라보며) !!
알천 : (놀라보며) !!
덕만 : (휙 돌아 유신을 보며) 세상 어느 천지에!! 가야의 백성이 있단 말이냐!!
유신 : 폐..폐하...
덕만 : 모두가 신국의! 백성이다! 모두가 나의! 백성이야!!!
알천 : (덕만 저렇게 화내는 거 처음 본다)......
덕만 : 비담!!!
하니, 비담과 사량부원들이 올라온다. 놀라서 보는 알천과 유신.
비담, 덕만에게 예를 취한다.
덕만 : (차갑고 낮게 떨리는 목소리로) 어찌.. 되었느냐...?
비담 : 복야회의 새 강령을 입수하였고, 월야가 그 수장임이 드러났사옵니다.
각계에 파고든 복야회 간자들을 발본색원하고 있사옵니다.
유신 : (그런 비담을 보고)......
덕만 : (그런 유신을 보고)......
비담 : 폐하, 사량부령 비담, 간하옵니다. 월야가 수장으로 드러난 이상, 월야와 상장군 유신의 연계도 조사해야 할 것이옵니다.
덕만 : (유신을 슬프게 보며)......
비담 : 상장군의 조사를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유신, 무릎꿇은 채 비담을 보다가 덕만을 본다.
비담, 윤허를 기다리듯, 덕만을 무표정하게 본다.
덕만, 무릎 꿇은 유신을 원망과 슬픔으로 본다. 떨리는 눈가에 눈물이 그렁한 것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