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배달된 데칸 헤럴드를 뒤적이다보니 눈에 번쩍 뜨이는 기사가 있었다.
그리 많은 분량도 아니고 작은 박스기사로 나와있었는데-의사가 아내죽여 종신형을
선고 받다-라는 제목이 내 시선을 끈 것이다.15년전에도 지역신문에 1주일에 2,3건은
단골메뉴로 올라와 있을 정도로 다우리(결혼 지참금)로 인한 살해사건 또는 자살사건이
많았다.그동안 강산이 한 번하고도 반이 변했을 시간이 흘렀건만 여전히 똑같은 문제로
불쌍한 여성들이 희생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해진다.
오늘 신문에 올라온 내용은 대강 이렇다.1987년에 결혼해서 자식을 셋이나 두고 살았는데
결혼당시에 신랑측에서 요구한 지참금을 다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동생과 함께 부인을
계단아래로 밀어서 죽게하였다고 한다.사건이 일어난 것은 1996년도라고 하는데 부인의 친정
아버지의 끈질긴 법정소송으로 아마 이제야 종신형을 받게된것 같다.이런 경우 뚜렷한 증거가 없기때문에 심증은 있으나 끝까지 밝혀내지 못하고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실제로 더 많다고 한다.결혼해서 근 10년을 같이 살고 더구나 아이를 셋이나 낳아 기르면서 지참금이 문제가 되어 부인을 살해한다는 것은 우리네 보통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야 결혼해서 시간이 많이 흐른 경우이지만 보통 결혼 2,3년내에 다우리로 인한 사망사건이 많이 보고된다.그 수법도 다양해서 타살로 인정받지 못하고 단순 화재사건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예를 들면 시골마을에서는 주로 가스보다는 석유곤로를 많이 쓰기 때문에 기다란 천 하나로 이루어진 사리의 경우 치마끝자락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천을 감아올라타서 위험한 상태가 되기쉽다.이런 사고는 고의로 누군가가 치마끝에 불을 붙였다 하더라도 증거를 찾기가 무척 어렵고 죽은 자는 아무말이 없기때문에 여자 친정에서도 어디다 하소연할 길이 없다.또하나는 시골집 우물에 빠트리는 것-이 또한 시댁식구들만 있는 곳에서 증인 확보가 어렵다.그리고 지참금을 적게 가져왔다고 정신적으로 또는 육체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다 견디기 힘들어서-여기에는 친정부모와 형제자매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까지 포함된다-스스로 목매달아 죽거나 우물에 몸을 던지는 경우 등이 있다.
그럼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다우리를 적게 가져왔다고 죽여버리면 돈이 생기는가?이다.대답은 돈이 생긴다.어떻게? 다시 결혼을 하면 새로운 부인이 지참금을 가져오기 때문이다.물론 이런 사례가 일반적인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사건이 아니라도 내가 보기에 인도의 결혼제도에는 문제가 많은 것같다.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겠지만 결혼제도란 그사회의 기존의 틀을 공고히하는데 이바지한다.인도사회에서는 특히 결혼이란 카스트제도를 튼튼하게 떠받쳐주는 기둥이다.결혼은 반드시 같은 커뮤니티내에서 이루어지고 게다가 다우리로 인해 결혼상대자의 선택폭이 무척 한정되어 있다.결혼시에 많은 지참금을 주고 받아야(신부측에서는 주고 신랑측에서는 받고) 하기때문에 재산을 타인에게 나눠주지 않기위해 친척간 결혼이 의외로 많다.부계쪽은 그나마 피하고 모계쪽 친척과의 결혼이 많은 편이다.우리 아이들이 과외를 받고있는 힌디선생님의 경우는 친정어머니의 오빠-즉 외삼촌의 아들인 외종사촌과 결혼하였다고 한다.그런데 문제가 생겼다.첫째딸은 건강한데 둘째아이가 이상이 있단다.태어난 지 1년반이 됐다는데 걷는 것은 고사하고 제대로 앉지도 못한다.내가 봐도 몸집도 조그맣고 팔다리에 기운이 하나 없이 정상적인 아이가 아닌 것같다.배울만큼 배운사람이 왜 그런 위험한 선택을 하는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또 하나가 겹사돈을 맺는 것이다.예를 들면, 딸을 시집보낸 집에서 며느리를 데려오는 것이다.그러면 딸 시집보낼때 보낸 지참금을 며느리가 다시 가져오기 때문에 (아마 비슷한 액수로) 재산이 축나지 않게 된다.또다른 겹사돈의 예는 자매가 같은 집 형제와 결혼하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형부가 곧 시아주버님이 되는 것이다.물론 이 경우는 2세가 태어났을 때 유전적인 문제는 없다.단지 가족간의 호칭이 다소 혼란스럽겠지만.
여기서 예를 든 사례는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알고지내는 인도사람들의 실제 상황이다.위에서 겹사돈을 맺었다는 집안에서 두달전 결혼식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겹사돈이 되었다.자매중 언니되는사람의 딸이 이번에 결혼했는데 그 상대가 외숙모의 남동생이란다.이런 경우는 반드시 지참금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본인들도 썩 밝힐려고 하지않아서 꼬치꼬치 물어보기는 곤란했는데 다음에 기회있을때 들어볼 작정이다.
남의나라의 혼인제도에 대해서 왈가왈부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왜냐하면 어느나라나 민족도 각기 자기가 처한 사회 문화적 환경에 역사의 흐름이 덧붙여져서 자신들만의 관습과 제도가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외형만을 보고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자기중심적이고 주관적일 수 있다고 본다.허지만 이 제도가 갖는 폐해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얼마전 신문에서 해마다 수 십만의 생명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생명을 빼앗기거나 아니면 태어나자마자 버림받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도 남아선호사상이 강해서 임신중 양수검사를 통해 태아의 성별을 알아본뒤 낙태하는 것이 한때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인도에서는 여아를 낙태하거나 버리는 것이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고 한다.우스개소리로 인도사람들끼리 자녀의 성별을 물어볼때 +-로 물어본다고 한다.아들하나 딸하나인 사람은 +1,-1 아들만 둘인 사람은 +2,딸만 둘인 사람은-2 가 된다.아는 인도인에게 물어봤더니 다우리의 최소 액수는 2.5랙(25만 루피)-우리돈으로 약625만원-로 얼마 안되는 것 같지만 인도의 급여수준이나 물가를 감안한다면 어마어마한 액수이다.게다가 최소한의 액수가 그정도이니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참고로 인도의 교사월급이 한달에 3000~5000루피이고 쌀값이 10kg에 170루피(보통품질의 쌀)
중산층에서는 굳이 딸 아들을 구별하지는 않는것같다.날로 높아지는 교육열로 인해 교육비부담이 크다보니 아들 딸 구별않고 둘 정도 낳는게 대세다.
그나저나 더이상 신문지상에서 다우리로 인한 사망사건을 보지 않았으면 싶다.
다우리로 인해 희생된 고인의 넋에 삼가 명복을 빌면서 긴 글을 접는다.
첫댓글저희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인도의 어두운 다면을 접합니다. 중국은 인도와 달리 남자들이 지참금 없이는 결혼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남자의 비율이 여자보다 훨씬 큰데도 여전히 남아를 원한다는군요. 세계의 급 변화에 맞춰 그 나라의 악습도 빨리 바뀌기를 바랄 뿐입니다. 좋은 글 고마워요.
첫댓글 저희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인도의 어두운 다면을 접합니다. 중국은 인도와 달리 남자들이 지참금 없이는 결혼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남자의 비율이 여자보다 훨씬 큰데도 여전히 남아를 원한다는군요. 세계의 급 변화에 맞춰 그 나라의 악습도 빨리 바뀌기를 바랄 뿐입니다. 좋은 글 고마워요.
우리나라에도 있지요. 지참금은 아니지만 예단으로 인한 폐해가 가끔씩 기삿거리가 되잖아요. 슬픈 일입니다. 자식 장사가 왠 말이냐!!! 현자샘 건강하지요?
샘..정말 반가워요.. 잘지내시죠? 여기 우물안 개구리로 살고 있는데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하는 샘이 부럽슴다^^ 늘 가족모두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