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포럼]갈수록 좁아지는 학교운동장
( 강원일보 2007-11-17 기사 )
김광기/한림성심대 교수
정부가 현행 교사(校舍) 기준면적의 3분의 1 범위 안에서 시설기준을 완화해 다양한 유형의 학교 설립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개정안을 내놓음으로써 앞으로 운동장 없는 학교, 콩나물시루 같은 빌딩형의 학교가 속속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운동장이 협소해 정상적인 체육 활동이 지장을 받던 터에 또다시 시설기준을 완화한 개정안이 발표됨으로써 학교 운동장의 축소가 더욱 우려되고 있다.
현재 전국의 1,300여개 고등학교 가운데 운동장이 없거나 학교용지시설 기준에 미달인 학교는 전체의 14.1%인 187개교로 나타났다.
교육인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2004년 현재 전국의 5,541개 초등학교 가운데는 7.8%인 430개 학교가, 2,888개 중학교 가운데 8.9%인 256개 학교가 운동장이 없거나 규격 미달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장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전체 학교의 비율이 10%에 육박하고, 고등학교의 경우 15%에 가깝다는 것은 우리의 열악한 교육시설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리고 전국 초·중·고교 중 100m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운동장이 있는 학교는 전국 1만494개교 중 54%인 5,697개교에 불과하며, 강원도는 51%로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고 있다.
100m 달리기가 가능한 운동장을 보유한 학교비율이 전체의 54%밖에 되지 않는 이유는 학급당 인원수를 무리하게 줄이려고 교사를 늘리고 다목적교실,강당, 학교급식시설, 주차장 등의 부대시설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체육교사를 대상으로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의 운동장의 크기가 정상적인 체육수업을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는지를 물어본 결과, ‘비좁다’라는 부정적인 응답이 51.1%였다.
즉 좁은 운동장으로 인해 정상적인 체육수업이 지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운동장이 협소해 운동회조차 이틀에 나눠 시행하는 학교가 늘고 있는 실정이며, 장기적인 학생들의 체력 저하와 국민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협소한 운동장에서 체육활동을 하면서 안전사고가 늘어날 확률도 높아졌다.
웰링턴 장군이 이끄는 영국군이 워털루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이튼(Eton) 교정에서 이루어진 스포츠활동 때문이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이처럼 운동장은 정규 체육학습은 물론 학생들의 놀이나 신체활동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물적 조건으로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학교시설이다.
그럼에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운동장의 축소를 허용하는 것은 운동장의 가치 및 중요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밖에 이해할 수 없다.
최근 신설되는 초·중·고등 학교를 보면 부지 확보의 어려움으로 갈수록 운동장 면적이 좁아져 학생들의 활동반경 축소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그나마 특성화 등 각종 교육 수요에 따른 건물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운동장 활용 면적 축소가 가중돼 학생들의 운동량이 감소되면서 비만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학생들이 마음껏 뛰놀고 꿈을 키워야 할 초·중·고교의 운동장이 갈수록 줄어들고 마치 사설학원이나 다름없는 환경이라면 더 이상 교육의 내용을 구구하게 따져볼 필요조차 없다.
학교 시설은 단순히 교육의 수단을 넘어 공공재의 성격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국가는 물론 교육당국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개선책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