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우성 사건 담당 검사, ‘증거 위조’ 국정원 협조자 만났다
정유신 | 오대양 | 김남범 2014년 8월 7일 18시 10분 목요일 국정원 간첩조작사건 조회수 : 3400
- 작년 12월 이문성 검사, 검찰청사에서 협조자 김 모씨와 국정원 직원 접촉
– 유우성 출입경 위조 협조자에게 변호인단 반박 조언 구해
– 검찰, 3월에 이 같은 진술 확보하고도 검사에 면죄부…정직 한 달 솜방망이 징계
유우성 씨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가 문서위조 혐의로 최근 구속된 조선족 국정원 협조자 60살 김 모 씨를 지난해 말 서울중앙지검 검찰청사에서 만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초 뉴스타파와 유 씨 변호인단이 검찰 측 증거로 제출된 유 씨 출입경기록의 위조의혹을 제기한 직후 유 씨 사건을 담당한 이문성 검사가 문서 위조 협력자와 국정원 담당 직원을 불러 대책을 논의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유 씨 사건 담당 검사가 문서를 위조한 국정원 협력자를 직접 접촉한 정황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검사들이 국정원에 속았을 뿐이라고 한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다.
▲ 유우성 항소심 담당 검사인 이시원, 이문성 검사
구속된 제2의 협조자, 허룽시에 가지도 않고 출입경기록 위조
지난 2일 검찰에 구속된 제2의 국정원 협조자 60살 김 모 씨는 중국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유우성 씨 북한 출입경기록을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국적의 김 씨는 중국에서 북한을 오가며 수산물 무역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허룽시 공안국에는 가보지도 않고 자신이 머물던 단둥시에서 제3자를 통해 출입경기록을 위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6일 유 씨 변호인단은 국정원과 검찰이 제출한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에 대해 허룽시 공안국에는 이 기록을 발급 권한도 없고, 출입경관리과라는 부서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위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검사-위조 협조자-국정원, 검사실에서 대책 논의
그런데 이 출입경기록을 위조한 협조자 김 씨가 지난해 말 국내에 머물면서 국정원 김 과장과 긴밀히 접촉하며 유 씨의 변호인 측에 대한 반박 자료 수집을 도운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뉴스타파 취재 결과 협조자 김 씨는 지난해 12월 18일 국정원 김 과장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에서 당시 유씨 사건 담당이던 이문성 검사를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검사는 유 씨 변호인단이 제기한 위조 의혹을 반박할 의견서를 작성하기 위해 김 씨와 김 과장을 불러 중국과 북한 출입 시스템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 위조’ 협조자 도움까지 받은 검사가 위조는 몰랐다?
▲ 지난해 12월 18일 이문성 검사실에 모인 증거 위조 협조자와 국정원 직원
이들이 검사실에 모인 지난해 12월 18일은 검찰 측 문서가 위조됐다는 의혹이 나온 직후로 국정원 직원들과 담당 검사가 수시로 대책회의를 하며 다급하게 움직이던 시기였다.
검찰의 증거조작 사건 수사팀은 이미 지난 3월 국정원 김 과장으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고, 최근 구속된 김 씨 조사 과정에서도 이를 재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당 검사가 위조 문서 입수에 직접 관여한 협조자까지 불러 도움을 받았다면 문서 위조 사실과 구체적인 위조 경위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유우성 씨 변호인단 “수사 대상 위조 피의자와 대책회의..상상도 못했다”
유우성 씨 변호인단은 국정원 위조 협조자를 조사해 체포해야 할 검사가 피의자들과 대책 회의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담당 검사가 위조 피의자를 직접 만났을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는 반응이다.
이문성 검사가 지난해 12월 18일과 올 1월 3일자로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추가 위조 문서인 삼합변방검사참 명의의 답변서와 역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난 전직 중국 공무원의 진술서 내용이 담겨있다.
법원 제출 의견서에도 직접 만난 협조자 존재 숨겨… “중국에 있어 공개 불가”
이 검사는 당시 재판 과정에서 유 씨 변호인 측이 출입경기록 입수자 공개를 강력히 요구하자 정보 협력 차원이고, 해당 인물이 중국에 있어 불가능하다며 자신이 검찰청 사무실에서 직접 만난 국정원 협조자의 존재를 철저히 숨긴 바 있다.
이후 협조자 김 씨는 중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고, 검찰의 증거조작 사건 수사 내내 출입경기록 위조 경위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된 국정원 직원들의 공소사실에서도 이 부분은 제외됐었다.
담당 검사는 증거를 위조한 협조자를 직접 접촉하고도 법정에서 존재를 숨겼다
앞서 이 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팀에게 큰 돈이 들더라도 협조자를 통한 증거 입수를 추진하라고 압박한 발언이 드러나기도 했다.
※ 관련 기사: 지난 7월 17일 “검사가 5천만원이 들더라도…”
뉴스타파는 이문성 검사의 입장이나 반론을 직접 듣기 위해 창원지검 공안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 검사를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고, 전화와 문자로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는 끝까지 답변을 거부했다.
‘증거조작’ 수사팀, 3월에 검사-협조자 접촉 진술 확보하고도 숨겨와
유 씨 사건 담당 검사들을 조사한 검찰의 국정원 증거조작 수사팀도 이미 지난 3월 초에 담당 검사와 국정원 협조자가 직접 만났다는 국정원 김 과장의 진술을 확보했으면서도 그동안 이를 숨겨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수사팀은 중국 공문 위조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담당검사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전원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검찰은 최근 내부 감찰을 통해 증거 확인 소홀과 오해를 샀다는 이유만 들어 이들에게 정직 한 달의 솜방망이 징계를 의결했다.
유 씨 사건 담당 검사들이 국정원의 증거조작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정황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검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해당 검사들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더 엄히 조사했다는 입장 외에는 더 말할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