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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지자기(自止自棄)
스스로 멈추고, 스스로 포기한다는 뜻으로, 제 풀에 멈추면 성취가 없다는 말이다.
自 : 스스로 자(自/0)
止 : 그칠 지(止/0)
自 : 스스로 자(自/0)
棄 : 벌릴 기(木/8)
출전 : 노수신(盧守愼)의 소재집(穌齋集) 卷之八 疏箚 청선입지소(請先立志疏)
노수신(盧守愼)이 임금에게 먼저 뜻을 세울 것을 청한 청선입지소(請先立志疏)의 한 대목이다.
夫志, 氣之帥也.
대저 뜻이란, 기운을 통솔하는 장수입니다.
志之所在, 氣必至焉.
뜻이 있는 곳이면, 기운이 반드시 함께 옵니다.
發憤勇猛, 奮迅興起, 乃有用力處.
발분하여 용맹을 다하고, 신속하게 떨쳐 일어나는 것은, 힘을 쏟아야 할 곳이 있습니다.
登山而不志於絶頂, 是爲自止.
산에 오르면서 꼭대기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이것은 스스로 그치는 것(自止)이 됩니다.
掘井而不志於極泉, 是爲自棄.
우물을 파면서 샘물이 솟는 것에 뜻을 두지 않는다면 이것은 스스로 포기하는 것(自棄)이 됩니다.
況爲聖賢大德, 而志不立, 何以哉?
하물며 성현과 대덕(大德)이 되려면서, 뜻을 세우지 않고, 무엇으로 하겠습니까?
등산은 정상에 오를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밟아 올라간다. 우물은 차고 단물을 얻을 때까지 파고 또 판다. 파다 만 우물은 쓸데가 없고, 오르다 만 산은 가지 않은 것과 같다.
목표를 정해 큰일을 도모할 때는 심지를 깊게 하고 뜻을 높이 세워야 한다. 뜻이 굳지 않으면 제풀에 그만두고 제 스스로 포기하고 만다(自止自棄).
목표를 향해 밀어붙이는 힘은 굳센 뜻에서 나온다. 굳센 뜻이 없이는 추진하는 에너지가 생겨날 데가 없다.
하수일(河受一)은 젊은 시절 두 동생과 함께 청암사(靑巖寺)에서 글을 읽다가 절 뒷산에 올랐다. 정상에서 내려오면서 그 느낌을 이렇게 적었다. "사군자는 몸둘 곳을 마땅히 가려야 한다. 낮은 곳에 처하면 식견이 낮아지고, 높은 곳에 처하면 식견이 높아진다. 높지 않은 곳을 택한 대서야 어찌 지혜를 얻으리."
士君子處身宜擇.
處下而見下, 處高而見高.
擇不處高, 焉得智.
꼭대기에서는 시야가 툭 터져서 안 보이는 것이 없었는데, 내려올수록 시야가 좁아져서 답답해졌기에 한 말이다.
조광조(趙光祖)가 말했다. "등산을 하면서 산꼭대기까지 가려고 마음먹은 사람은 비록 꼭대기까지 못 가더라도 산허리까지는 갈 수가 있다. 만약 산허리까지만 가려고 작정한다면 산 밑바닥을 채 벗어나지도 않은 채로 반드시 그치고 말 것이다."
登山期至山頂者,
雖不至頂, 可至山腰矣.
若期至山腰, 則不離山底而必止矣.
이정귀(李廷龜)도 비슷한 말을 남겼다. "등산할 때는 정상까지 이르러야 한다. 한 발짝이라도 끝까지 가지 못하면, 오히려 제2층으로 떨러지고 만다."
登山須到頂上方好.
未盡一步, 猶落第二層也.
정상에 서지 않고는 내려올 생각을 말라는 뜻이다. 차이는 한 발짝일 뿐이지만, 그 차이는 엄청나다.
품은 뜻이 그 사람의 그릇을 가른다. 바라보는 높이에 따라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의 양도 차이 난다. 제 깜냥도 모르고 날뛰는 것은 문제지만, 해보지도 않고 자포자기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 인생속도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이때쯤 되면 시간이 빠름을 실감한다. 일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떠올리다 마땅히 기억되는 게 없어 심란함도 느낀다.
무언가를 하느라 허둥대며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성과물이 없어 후회가 따른다. 연말이 되면 마음이 급해지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누군가는 인생의 나이를 속도와 시계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내 인생의 속도는 몇 킬로미터인지 질문하게 된다.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차들의 주행 속도는 제각각이다. 목적지에 도착할 시간과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주행 속도가 결정된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이 출발을 하면 어김없이 과속을 하게 된다. 과속을 하면 위험요인이 닥칠 가능성은 높아진다. 더구나 과속하게 되면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가 그 만큼 줄어들게 된다.
인생의 속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인생의 방향은 인생의 속도를 결정한다. 세상을 살면서 관리하고 조절할 수 있을 만큼만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내가 지닌 능력을 벗어나면 삶이 버거워지기 때문이다.
삶이 버거워지면 빨리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주변에 잘 나가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그런데 잘나가는 것이 부러운 것만은 아니다. 잘 나간다는 것은 과속하고 있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진홍 작가도 "스스로 잘나가고 있다고 자만할 때 삶의 위기는 자객처럼 엄습한다."고 말한다.
속도가 빠르면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보지 못하고 그냥 스쳐 지나게 된다.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행복이 왔는데도 보지 못하고 행복을 찾아 달리는 것과 같다.
삶의 속도가 느리다고 꼭 손해를 보거나 나쁜 것은 아니다. 남보다 느리다고 기죽을 필요도 없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고통 받을 필요도 없다.
오히려 속도를 늦추면 풍경을 얻게 된다. 조금씩 천천히 느리게 사는 법을 깨달아야 한다. 눈앞에 매달린 당근만 보며 내달리는 것은 삶에 대한 무례이다.
인생은 지나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런 이유로 그칠 데를 알아서 그쳐야할 때 그치라는 뜻이 담긴 지지지지(知止止止)가 필요하다.
지지(知止)는 노자의 도덕경 44장에 나온다. 그칠 수 있을 때 그쳐야지 그칠 때를 놓치고 나면 그치고 싶어도 그칠 수가 없게 된다.
살다보면 그쳐서는 안 될 때도 있다. 제풀에 멈추면 성취가 없다는 뜻이 담긴 자지자기(自止自棄) 때문이다. 살면서 빨리 달리는 것보다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세상을 살면서 최고의 매력은 끝까지 하는데 있다는 얘기이다. 이기고 지는 것이 따로 있지 않다. 한 장 남은 달력이 끝까지 하는 것이 진짜 이기는 것임을 알려준다.
삶의 과속은 세상살이의 과정을 무시하는데서 시작된다. 삶의 과정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 때 인생의 과속을 막을 수 있다.
앞으로 내달리는데 방해가 된다며 삶의 언저리로 밀려났던 것들을 다시 끄집어내어 보듬으며 동행하면 어떨까 싶다. 그 안에 삶의 소중한 것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영복 교수는 "먼 길은 영혼과 함께 가야 한다. 영혼은 우리말로 얼이다. 얼을 빼놓고 가면 안 된다."고 말한다. 영혼과 동행하고 싶다면 인생의 과속은 금기다.
▶️ 自(스스로 자)는 ❶상형문자로 사람의 코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사람은 코를 가리켜 자기를 나타내므로 스스로란 뜻으로 삼고 또 혼자서 ~로 부터 따위의 뜻으로도 쓰인다. 나중에 코의 뜻에는 鼻(비)란 글자가 생겼다. ❷상형문자로 自자는 ‘스스로’나 ‘몸소’, ‘자기’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自자는 사람의 코를 정면에서 그린 것으로 갑골문에서는 코와 콧구멍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었다. 그래서 自자의 본래 의미는 ‘코’였다. 코는 사람 얼굴의 중심이자 자신을 가리키는 위치이기도 하다. 우리는 보통 나 자신을 가리킬 때는 손가락이 얼굴을 향하게끔 한다. 이러한 의미가 확대되면서 自자는 점차 ‘자기’나 ‘스스로’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自자가 이렇게 자신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되면서 지금은 여기에 畀(줄 비)자를 더한 鼻(코 비)자가 ‘코’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自(자)는 어떤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부터, ~에서(~서)와 같은 뜻을 나타내는 한자어. 시간이나 공간에 관한 낱말 앞에 쓰임의 뜻으로 ①스스로, 몸소, 자기(自己) ②저절로, 자연히 ③~서 부터 ④써 ⑤진실로 ⑥본연(本然) ⑦처음, 시초(始初) ⑧출처(出處) ⑨코(비鼻의 고자古字) ⑩말미암다, ~부터 하다 ⑪좇다, 따르다 ⑫인하다(어떤 사실로 말미암다) ⑬사용하다, 쓰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몸 기(己), 몸 신(身),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를 타(他)이다. 용례로는 제 몸을 자신(自身), 남의 구속을 받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함을 자유(自由), 제 몸 또는 그 자신을 자체(自體), 저절로 그렇게 되는 모양을 자연(自然), 제 몸이나 제 자신을 자기(自己),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어서 죽음을 자살(自殺), 스스로 자기의 감정과 욕심을 억누름을 자제(自制), 스스로 그러한 결과가 오게 함을 자초(自招), 스스로 움직임을 자동(自動), 제 스스로 배워서 익힘을 자습(自習), 자기 일을 자기 스스로 다스림을 자치(自治), 스스로의 힘으로 생계를 유지함을 자립(自立), 자기의 능력이나 가치를 확신함을 자신(自信),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기 몸이나 마음을 스스로 높이는 마음을 자존심(自尊心), 어떤 일에 대하여 뜻한 대로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스스로의 능력을 믿는 굳센 마음을 일컫는 말을 자신감(自信感), 스스로 나서서 하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자발적(自發的), 자기의 언행이 전후 모순되어 일치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가당착(自家撞着), 자신을 스스로 해치고 버린다는 뜻으로 몸가짐이나 행동을 되는 대로 취한다는 말을 자포자기(自暴自棄), 스스로 힘을 쓰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쉬지 아니한다는 말을 자강불식(自强不息), 자기가 그린 그림을 스스로 칭찬한다는 뜻으로 자기가 한 일을 자기 스스로 자랑함을 이르는 말을 자화자찬(自畫自讚), 자기가 일을 해놓고 그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자격지심(自激之心), 물려받은 재산 없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가를 이룸 곧 스스로의 힘으로 사업을 이룩하거나 큰 일을 이룸을 일컫는 말을 자수성가(自手成家), 자기의 줄로 자기를 묶다는 뜻으로 자기가 자기를 망치게 한다는 말이다. 즉 자기의 언행으로 인하여 자신이 꼼짝 못하게 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자승자박(自繩自縛), 잘못을 뉘우쳐 다시는 그런 잘못이 없도록 함을 이르는 말을 자원자애(自怨自艾), 처음부터 끝까지 이르는 동안 또는 그 사실을 일컫는 말을 자초지종(自初至終), 스스로 묻고 스스로 대답한다는 뜻으로 마음속으로 대화함을 이르는 말을 자문자답(自問自答), 제 뜻이 항상 옳은 줄로만 믿는 버릇이라는 뜻으로 편벽된 소견을 고집하는 버릇을 이르는 말을 자시지벽(自是之癖) 등에 쓰인다.
▶️ 止(그칠 지)는 ❶상형문자로 止(지)는 사람 발자국의 모양으로, '발을 멈추고 그 자리에 있다'의 뜻과 '발을 움직여 나아간다'는 뜻의 두 가지로 썼으나, 나중에는 주로 '머문다'는 뜻으로 썼다. ❷상형문자로 止자는 '그치다'나 '멈추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갑골문을 나온 止자를 보면 엄지발가락이 길게 뻗어 있는 발이 그려졌었다. 이것은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지만 사전적으로는 '그치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발걸음이 멈추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止자는 '금지(禁止)하다'와 같이 무언가를 멈추거나 억제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止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가다'나 '이동하다'처럼 사람의 움직임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그렇기에 止자가 단독으로 쓰일 때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뜻이 달라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止(지)는 ①그치다, 끝나다 ②그만두다, 폐하다 ③금하다 ④멎다, 멈추다 ⑤억제하다 ⑥없어지다, 없애다 ⑦머무르다 ⑧숙박하다, 투숙하다 ⑨붙들다, 만류하다 ⑩모이다, 모여들다 ⑪사로잡다, 손에 넣다 ⑫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⑬되돌아오다 ⑭병이 낫다 ⑮떨어버리다 ⑯만족하다, 자리 잡다 ⑰꼭 붙잡다 ⑱기다리다 ⑲예의(禮義), 법(法) ⑳거동(擧動), 행동거지(行動擧止: 몸을 움직여 하는 모든 짓) ㉑한계(限界) ㉒겨우, 오직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칠 료(了), 머무를 정(停), 끝 말(末),끝 단(端), 마칠 종(終), 그칠 철(輟),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이다. 용례로는 목마른 것이 그침 또는 그치게 함을 지갈(止渴), 하던 곡(哭)을 그침을 지곡(止哭), 전쟁을 멈춤을 지과(止戈), 흐르지 않고 괴어 있는 물을 지수(止水), 어떤 곳에서 머물러 잠 머물러 묵음을 지숙(止宿), 진행하여 오던 현상이나 병의 증세 따위가 잠시 그침을 지식(止息), 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하여 어떠한 것을 하지 아니함을 지양(止揚), 병으로 말미암아 생긴 열이 내리거나 또는 그 열을 내리게 함을 지열(止熱), 잠시 몸을 의탁하여 거주함을 지접(止接), 머물러 삶을 지주(止住), 피가 못 나오게 함 또는 피가 그침을 지혈(止血), 실시하던 제도나 법규 및 일을 그만두거나 없앰을 폐지(廢止), 금하여 못하게 함을 금지(禁止), 막아서 그치게 함을 저지(沮止), 하던 일을 중도에서 멈춤을 정지(停止), 어떤 일이나 현상이 일어나지 못하게 막음을 방지(防止), 내리 눌러서 제어함을 억지(抑止), 일을 중도에서 그만 둠을 중지(中止), 하려고 하는 일을 말리어서 못하게 함을 제지(制止), 지극히 선한 경지에 이르러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람은 최고의 선에 도달하여 그 상태를 유지함을 이상으로 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지어지선(止於至善), 제 분수를 알아 만족할 줄 아는 경계를 일컫는 말을 지족지계(止足之戒), 목마름을 그치게 하는 꾀라는 뜻으로 임시변통의 꾀를 이르는 말을 지갈지계(止渴之計), 일정한 숙소가 없이 어디든지 이르는 곳에서 머물러 잠 또는 어떤 일이나 행동을 마땅히 그쳐야 할 데서 알맞춰 그침을 이르는 말을 지어지처(止於止處),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이라는 뜻으로 사념이 전혀 없는 깨끗한 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명경지수(明鏡止水), 몸으로 움직이는 모든 것을 이르는 말을 행동거지(行動擧止), 매실은 시기 때문에 이야기만 나와도 침이 돌아 해갈이 된다는 뜻으로 매실의 맛이 아주 심 또는 공상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음을 일컫는 말을 망매지갈(望梅止渴), 행동을 덤비지 말고 형용과 행동거지를 조용히 생각하는 침착한 태도를 가져야 함을 이르는 말을 용지약사(容止若思),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자행자지(自行自止) 등에 쓰인다.
▶️ 棄(버릴 기)는 ❶회의문자로 마늘 모(厶; 나, 사사롭다, 마늘 모양)部와 葉(기; 쓰레 받기)와 卄(공; 양손)의 합자(合字)이다. 청소 도구를 양 손으로 밀고 감을 나타낸다. 따라서 널리 버림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棄자는 '버리다'나 '그만두다', '돌보지 않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棄자는 木(나무 목)자와 弃(버릴 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棄자의 갑골문을 보면 죽은 아이를 바구니에 담에 버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버리다'라는 뜻의 弃자이다. 해서에서는 바구니의 재질을 표현하기 위해 木자가 더해지면서 지금의 棄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棄(기)는 ①버리다 ②그만두다 ③돌보지 않다 ④꺼리어 멀리하다 ⑤물리치다 ⑥잊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가질 취(取)이다. 용례로는 내버려 문제 삼지 않음이나 어떤 사물을 버림을 기각(棄却), 권리를 버리고 행사하지 않음을 기권(棄權), 버림받은 아이나 어린아이를 내버림을 기아(棄兒), 쓸데없어 버린 물건 또는 버려 두고 쓰지 못할 물건을 기물(棄物), 약속을 지키지 않음을 기약(棄約), 버려 둠을 기치(棄置), 나라를 버렸다는 기국(棄國), 활을 버렸다는 기궁(棄弓), 시체를 내다 버림을 기시(棄屍), 아내를 버림을 기처(棄妻), 세상을 버림이라는 뜻으로 윗사람의 죽음을 일컫는 기세(棄世), 은애를 버림의 뜻으로 속세에 대한 집착을 끊고 진여의 길에 드는 일을 기은(棄恩), 하던 일을 중도에 그만두어 버림을 포기(抛棄), 못 쓰게 된 것을 버림을 폐기(廢棄), 내버리고 돌아보지 않음을 유기(遺棄), 깨뜨리거나 찢어서 내어버림 또는 계약이나 약속한 일 따위를 취소함을 파기(破棄), 버리고 돌아보지 아니함을 방기(放棄), 내던져 버림을 투기(投棄), 잊어 버림을 망기(忘棄), 남에게 버림을 받음을 견기(見棄), 탐탁하지 않게 여겨서 버림을 등기(等棄), 자기의 권리를 포기하는 사람을 기권자(棄權者), 근본을 버리고 변변치 못한 말기를 따름을 이르는 말을 기본축말(棄本逐末), 자신을 스스로 해치고 버린다는 뜻으로 몸가짐이나 행동을 되는 대로 취한다는 말을 자포자기(自暴自棄), 남편을 배반하고 집에서 나와 버린다는 말을 배부기가(背夫棄家), 남이 버리는 것을 나는 취하여 씀을 일컫는 말을 인기아취(人棄我取), 권세를 떨칠 때의 사람을 붙좇다가 그 권세가 쇠하면 버리고 떠난다는 인정의 가볍고 얕음을 뜻하는 말을 부염기한(附炎棄寒)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