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분께서 오늘은 내 남은 날의 첫날이라고 했습니다.
오늘도 남은 날의 첫날 잘 보내셨어요...?
해뜨기 전에 일어나고, 글 쓰는 습관을 들여라~
이번 여행에서 제가 기억하는 정약용 선생의 가르침 입니다.
아침 먹기 전 다산초당 오르기 전에 전임 강진 군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사실 전 집과 회사가 가깝기 때문에 매일 해가 뜬 다음에 일어나는 날이 대부분 입니다.
하저마을 가는 날(9/23) 아침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베란다 창문을 여는데
맞은 편 아파트에 다섯 집이 불이 켜져 있고,
아파트단지 너머로 해뜨는게 보였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 보기 좋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해뜨기 전에 일어나라는 말씀에 반성에 반성을 하였답니다.
붓빨러가는 모임에서 공지가 조금만 빨리 올라왔더라면
아마도 이번 하저마을 여행은 참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중독, 아마도 제가 어촌마을에 중독 되어 가나 봅니다.
아니 중독 될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힘든 산행에 비하면 어촌여행은 잘보고, 잘먹고, 잘자고, 아주 편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러다가 쉽고 편한 것만 찾게 될까봐 걱정도 앞섭니다.
산행에서는 느끼지 못한 묘한 매력이 저를 중독 시키려 하는 것 같습니다.
백령도 여행에서는 바다와 섬이 마냥 제 마음을 여유롭고 풍요롭게 해주었다면,
이번 강진 하저마을은 은빛 바닷가와 황금빛 벼들이 고개를 숙인 풍경이 한없이
평화롭고 풍족함을 안겨주었습니다.
하저마을
아주 옛날엔 외국과의 물물교환 장소로 이용을 했던 곳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전어 잡이 체험은 바닷물이 빠진 다음에 도착해서 조금은 어설픈 체험이 되었지만,
추암님의 큰숭어?를 잡아 들고 웃으시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여러 회원분들 덕분에 맛있는 전어구이에, 숭어, 우럭, 돔을 맛있게 배불리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전어구이와 회를 먹고 나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마신 한잔의 커피가 비록 종이컵이긴 했지만,
고급 커피솝과 비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good이었답니다...^^
체험장 들어가는 곳은 영화 ‘시월애’에서 나왔던 일마레 같다며 친구랑 좋아라 하며
사진도 여러장 찍었습니다. 밤에 가로등 불빛에서 보면 정말 분위기 있을 것 같은 곳이었습니다.
청자박물관
박물관 입구에서부터 푸른빛의 청자로 꾸며져 있는 모습이 청자박물관임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으며,
300여장의 청기와로 지어 놓은 곳이(이름이기억이 안나네요.^^) 기억에 남습니다.
군청 직원분께서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오셔서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시고,
감사하다는 말씀 이 자리를 빌어 드리고 싶습니다.
다산 수련원
큰 건물의 주인공은 일탈가족이었습니다.
방안에 들어가는 순간 다들 넘 좋다고 감탄을 하였습니다.
방안의 벽이 모두 나무로 되어 있어, 방에서 나는 나무 냄새가 정말 좋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베란다를 통해 바라본 풍경은 평화 그 자체였습니다.
마을에서 피어 오르던 뿌연 연기와 안개는 맑은 가을 날씨와 잘 어울렸습니다.
아침 산책 길에 들렸던 들꽃이야기라는 전통찻집이 참 예뻤습니다.
사진을 다 찍고 나서 알았는데 촬영은 하지 말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꽃무릇 사진도 찍었는데, 설마 저 잡혀 가는 건 아니겠죠..?^^
다산초당
다산초당을 오르기 전 입구 왼쪽으로 고마리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었습니다.
고마리를 보는 순간 예전에 친했던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어찌나 반갑고
좋았는지 모른답니다..^^
다산초당은 유배지라기보다는 요즘 표현대로라면 별장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가족과 고향을 떠나 머나먼 타향에서 어려움도 많았겠지만,
이런 곳으로 유배를 온다면 행운이었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다산초당으로 오르는 길은 산책을 하기에 적당한
높이와 거리였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매일 산책을 하고, 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로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썩 괜찮은 유배생활이 아니였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보랑께 박물관
단쑤시(수탕수수)도 먹고 옛날 어릴 적 기억이 났습니다.
‘단쑤시’ 전라도에서 자랐지만 도시생활을 하면서 까맣게 잊고 지냈던 단어였습니다.
전라도 사투리가 전라도에서 자란 저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조금만 정리를 하고 꾸며 놓으면 훌륭한 박물관이 될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릴 적 보고 자란 것들이라서 신기할 만 것은 없었지만,
어린 아이들에게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은 연못에서 보았던 자태곱고 색고운 수련이 눈앞에 선합니다.
그곳에서 메실짱아치? 사신분들 맛이 좋았나요...? ^^
김영랑 생가
강진 출생이신 영랑 김윤식 선생의 생가 뒤뜰엔 대나무가 울창하고
아주 오래된 동백나무도 몇 그루, 몇 십년은 됐을 법한 은행나무?와 담장이가
시인의 생가 다워 보였습니다. 초상화가 탤런트 김명민씨를 넘 많이 닮으셨더군요.
그런데, 그 옛날 훌륭했던 분들은 왜 모두들 외모 또한 훌륭한 걸까요...?
녹차밭
보성 녹차밭보다는 못하지만 진초록의 녹차 잎들이 편안함을 안겨 주었고,
녹차나무에서 꽃이 핀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렇게 저는 몰랐던 사실을 한가지 더 알게 되었답니다.
남의 녹차밭에서 녹차잎 따신분들 제가 다 봤습니다...^^
근데 그걸루 뭘하셨나요...?
저의 사치스런 수다가 넘 길었습니다.
전 왜 맨날 글을 쓰다보면 길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에서 정리할 건 정리를 하고 걸러내고 써야하는데
그거이가 잘 안되니 참 큰일 입니다.
여러분! 넘 길게 써서 죄송합니다.
오늘 지금 이 시간은 제 남은 날의 소중한 시간입니다.
여러분도 그러시죠..? ^^
편안한 밤 되세요~
첫댓글 완전 A+ 레포트네요. ^^ 친구랑 여행하는 모습 너무 좋아요. 오래 오래 소중한 서로의 친구가 되길...
소중한 친구와 꼬부랑 할머니가 될때까지 지금처럼 지낼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보고 느끼고 한편의 기행문을 잔잔하게 기록해주셨군요 영랑김윤식선생의 이름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었는데...아!매실장아찌는 새콤하게시고 달달한게 오묘한맛입니다 ㅎㅎㅎ 녹차잎은 아지메들이 짱아찌를 담는다고 쪼매애교로 넘어가죠 뭐^^*
너무 길게 써서 안올릴까하다가 올렸습니다...
정갈한 여행 후기에서 느끼듯 끌림님의 단정한 모습이 기억나네요^^
항상 밝은 표정의 왕언니님의 열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후기 너무 잘쓰는거 아닙니까? ㅎ
할말 없으시니까 이런말씀 하신거죠....^^ 그래도 감사합니다.
공감대란 것이 이토록 마음을 끄는 줄 몰랐습니다. 이젠 아에 이 창을 열어 놓고 일하면서 틈틈이 들어와보는 습관이 생겨버렸네요.ㅎㅎㅎ 한사람 한사람 개성과 박식함에 놀랍고 그런 분들과 같이 했고 이렇게 공감을 하는 것에 행복이 깃듭니다.^^
매초롬수니님! 중독 증상 같아 보이시는데요..^^ 항상 어디를 가서 누구를 만나도 배울점은 있는것 같아요...
최우수상이 몇 될듯 하네 ...심사하기 힘들겠네


후기 잘쓰면 상장 주나요...?^^ 그런줄 알았으면 좀더 신경써서 쓸걸 그랬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 뵙겠습니다..
상만 줄라고 덤으로 매번 의무적으로 참여 해야된다는 덤


님의 여행 기행문을 보노라니 마음이 한결 숙연해 집니다....소신 또한 남도가 고향인지라 모든걸 체험하면서 살아왔지요. 일의 노동이 싫어서 서울로 상경하여 살아가고 있지만 이렇게 일탈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골 여행이 어쩌면 잊고 살아왔던 내 유년시절의 추억을 되세김하는 귀한 시간이 아닐련지요.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님의 글을 읽고 가슴이 설레이고 눈물이 핑 도는군요....끌림님 감사합니다. ^^
저도 좋은 여행이였습니다.
후기상 감이군요^^ 정말 후기 잘 쓰셨습니다^^
난 이글을 지금 처음 보는데...9월27일 리플이 달려져있네... 그날은 뭘 본거람... 다음은 순천만이니 준비하세요
글을 넘 잘 쓰셔서 가이드 학위 논문인줄 알았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