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다 어쩐다 해도 봉급쟁이가 좋은 점도 많다
주 40시간제니 하며 주말 통째로 고민 없이 노는 것도 그중 하나.
물론 그 봉급이 당분간(50줄 감안) 제대로 나온다는 전제하에.
자영업 직접 운영하는 친구들도 많겠지만, 그게 여간한 일이 아니다.
열 명 봉급 주는 사장이면 일단 존경(?)할 만하다고 해도 된다.
직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비스 쪽이라면 주말에 더 바쁜 게 일반적이다.
나로서는 주말 이틀 논다는 게 늘 기다려지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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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시골에 김장하러 간다고 '압해도'에 2박3일로 갔다.
36년 띠 동갑 모친이 시골에 계시니 돕겠다고 하나, 실은 여행이나 다름 없다.
오가는 비용, 시간 등등 따지면.
하지만,
등 굽고, 무릅 절뚝이고, 숨소리 거친 마른 낙엽같은 시어머니와
밭에서 무 배추 뽑아 다듬고, 소금에 절이고, 양념 버무리고 또 독에 담으며,
도란도란 얘기도 하고.
이런 과정이 우리같은 소시민의 다정한 삶의 모습은 아닐까.
부모 여의고 통곡하고, 리무진 태우고, 산소 요란하게 데코레이션하는 것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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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집에 있다고 같이 어울리는 스탈이 아니라 특히 다를 건 없다.
그냥 늘상의 루틴으로.
토요일 아침 적절히 무장하고 석촌호수로 나간다.
비가 왔나?
주로에 낙엽이 물기로 달라붙어 있다.
뛰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래도 보는 눈이 생겼나.
대충 뛰는 품새나 장구 등을 보면 등급이 매겨진다.
골프연습장, 당구장, 캬바레에서도 선수들은 척 보면 안다.
천천히 두 바퀴 걷는다.
장경인대 쪽은 무리가 없는 듯한데, 6-7km 정도 걸으면 발목 앞쪽이 톡톡 쏘며 아파온다.
세상에 이게 무슨 병일까?
달리고 싶다.
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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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친구를 만난다.
25여 년의 직장생활을 접었다.
생명보험 쪽에서 일했는데, 6개월 봉급 먼저 줄테니 나가랬다나.
물론 실제로 정규직은 이미 그만뒀고 1년간인가 계약직으로 일했던 터다.
잠실역에서 만나 방이동 먹자골목으로 가서 거의 낮술을 먹기 시작했다.
꽤 먹고 다시 석촌호수로 가서 찬바람을 맞으며 술김에 둘이 걸었다.
그 결과 감기에 든 것 같다.
그가 쓸쓸해 보였다.
그간 무슨 마트에서 파킹한다며 100만원 받고 한 달 일한 적도 있고, 택시는 어떻게 하는지도 알아봤단다.
애 둘이 아직 대학에 다니고 집 담보 대출도 많단다.
에휴!
'옛날에 좀만 더 했으면 S대 갈 수도 있었는데...' 한다.
아 추억이여.
우린 또 술집으로 갔다.
싸구려 세코시 회에다 소주를 마셨다.
내가 지금 할 일은 같이 술 마시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가 핸폰 문자 하나를 보여준다.
아들이 회사 그만 둔다는 그에게 보냈다는.
오래전의 것을 안 지우고 있다.
'아빠 그동안 우리 때문에 수고 많으셨어요 ...'
결국 가정이고 가족인가.
춥고 외롭고 쓸쓸하고 병들고 약해질 때는 더욱.
헤어지며 마땅히 어울리게 해줄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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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과음으로 제대로 잠을 못 잤다.
마누라도 없으니 목이 말라도 물 먹으로 가야 되고 ..
실은 숙취가 이틀 가는 일은 없는데
지금도 여진이 느껴진다.
거의 하루 실내 골프연습장에서 보냈다.
12시 좀 넘어 가서 저녁 9시 다 되어 들어왔다.
내기(5천 또는 1만원 빵)바둑 네 판 두고, 스크린 하고 ..
나를 감시하는 헌병이 없으니 바로 생활이 개*판이 된 건가.
쪼매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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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천성으로 잠이 많다.
그래서 보통은 10시 반 전후로 취침.
어찌 보면 잠을 즐긴다.
잠 자는 게 좋다.
특히 푹 자고 난 뒤 개운한 느낌이 좋다.
그래서 일료일은 뉴스 끝나면 어영부영 끝이다.
그런데 무슨 '7080 콘서트'인가 하는 프로가 10시 20분으로 앞당겨져 방영된다.
딱 애매한 시간대다. 끝나면 너무 늦은데.
내가 보는 테레비 프로는 대개 몇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언젠가부터 월요일 가요무대를 꼭 보면서부터 내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깜짝 놀라며 깨우친 적이 있다.
7080을 보니 노래가 내 몸속의 세포처럼 익숙하다.
조금씩 따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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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눌,
반죽음으로 돌아왔다.
거의 자정에.
무슨일인지 배추 100포기에 무에 ...
오는 고속버스는 막히고.
쪼그려 앉아서 일을 해선지 다리를 좀채로 못 움직이겠단다.
'여보, 변호사 좀 알아봐요. 사기죄로 고소 좀 하게.'
아래 시누가 도와주겠다고 내려오라 해 놓고는 안 도와줬다나 뭐라나.
'운동했다고 생각해.' 했다.
그 피곤이 싫지는 않은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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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가족
친구
그리고 58개떼들
내가 믿는 구석이다.
첫댓글 블루야 발목부상은 쬐매있으면 완치될테고,우리나이가 조금은 많은건가?,나 역시도 조그마한 자영업을 하면서도 나라경제까지 신경이 쓰인다,사회에선 우리가 참 많은일을 할나이인데....마눌이 시누이 고소한다는 대목이 쥑인다...ㅎㅎ 소중한가족, 행복한가정이루시게...^~^
블루의 일상이 가슴에 팍팍 와 닿는다....지금 부상중인 모양이네....빨리 부상에서 벗어나서, 땀과 거친 호흡을 통해 자유를 느끼시게나.....
요즘 나도 항간에 유명인사로 오르내리는 "미***"가 쓴 글모음(900 Page 분량쯤 되나), 1주일 내내 봤다. 소설책 보는 것보다 재미는 없었지만, 왜 이러한 글이 위정자들 말보다 사람들 마음을 잡는지 생각하며 읽다보니, 손에서 떨어지지 않더라. 이번 주 자영업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해 술이나 한잔해야겠다.(그나마 아직 월급나오는데 있다고 술값은 내가 내야하니까)
나도 미네르바 글 많이 봤지.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양반은 이른바 '천민' 즉 우매한 보통사람들을 위해 하는 말이니 진정성이 있지. 글의 재미를 위해 좀 과장해서 표현한 건 있지만서도. 세상에서 정보에 어두우면 낭패를 보기 십상. 깨어나라는 거지.
잡기에 능하니 킬링타임은 걱정이 없겠어. 취미가 거진 비슷한네. 하지만 어려운 경제때문에 도박, 골프끊고, 시력보호하느라 인터넷 바둑끊고, 이제 남은 하나 달리기 뿐이니 내 인생이 자네보다 훨씬 단촐하니 더 행복하겠지.
요즘은 정말 힘들다....우리같이 영업을 하는 사람은 가뜩이나 불경기에 계약을 체결하기도 어렵고, 생전 살면서 요즘같이 어려운적이 없던것 같다.. 그래서 다 잊으려고 나는 뛴다...뛸때는 머리속에서 생각 단어가 하나뿐이다...완주...
달리고 싶다. 달리고 싶다 .. 그 맘 어르니도 똑 같다 ㅡ.,ㅡ;; 가요무대 .. 이거 보면 몸이 뒤틀리고 .. 7080도 첨에 두어번 보다가 채널 돌렸다. 자꾸 마음이 나이 드는 것 같아서리 .. 되도록 요즘 아그들 꺼 억지로 듣는다. ^^
글도 재밌고 내용도 좋고.. 나두 수양딸이야.. 화이팅!!
나와야 수양딸이지.
^^
블루~화이팅~~~~~~`우리 아직 힘이있어 무슨일이닥쳐도 헤쳐 나갈수있는...힘내자구 모두들~~~~~~~~~힘~
장문의 글은 왠지 부상에서 얼른 훌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