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 모음
'木星'
박용하
확실히, 영혼도 중력을 느낀다. 쏟아지는 중력의 대양에서 삶과 죽음을 희롱하는 시를 그대는 썼는가. 삶이 시에 빚지는 그런 시를 말이다
지평선
쟈콥
그 소녀의 하얀 팔이 내 지평선의 모두였다.
*後記
천양희
시는 내 自作나무 네가 내 全集이다. 그러니 시여,제발 날 좀 덮어다오
*마른 나뭇잎
정현종
마른 나뭇잎을 본다.
살아서, 사람이 어떻게 마른 나뭇잎처럼 깨끗할 수 있으랴
*그리고 삶
이상희
입술을 깨물어도 참을 수 없이 터져나오는 재채기 삼창
에잇! 집어쳐! kitsch!
*시멘트
유용주
부드러운 것이 강하다 자신이 가루가 될 때 까지 철저하게 부서져본 사람만이 그걸 안다.
*서시
나희덕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도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사이
박덕규
사람들 사이에 사이가 있었다 그 사이에 있고 싶었다
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 정신은 한번 깨지면 붙이기 어렵다
*후회
황인숙
깊고 깊어라 행동 뒤 나의 생각. 내 혀는 마음 보다 정직했느니
*별
곽재구
모든 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머리칼을 지녔는지 난 알고 있다네 그 머리칼에 한번 영혼을 스친 사람이 어떤 노래를 부르게 되는지도
*아침이슬
고은
여기 어이할 수 없는 황홀! 아아 끝끝내 아침이슬 한방울로 돌아가야 할 내 욕망이여
*연탄재
안도현
발로 차지는 말아라 네가 언제 남을 위해 그렇게 타오른 적이 있었더냐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황지우
긴 외다리로 서 있는 물새가 졸리운 옆눈으로 맹하게 바라보네, 저물면서 더 빛나는 바다를
*꿈
황인숙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빵
장석주
누군가 이 육체의 삶, 더 이상 뜯어먹을 것이 없을 때 까지 아귀 아귀 뜯어먹고 있다! 이스트로 한없이 부풀어 오른 내 몸을 뜯어먹고 있다!
*방(榜)
함성호
천불 천탑 세우기 내 詩 쓰기는 그런 것이다.
*첫사랑
이윤학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 까지 들여다 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 까지
*우주를 건느는 법
박찬일
달팽이와 함께! 달팽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도달할 뿐이다
*일기
김형영
잘 익은 똥을 누고 난 다음 너, 가련한 육체여 살것 같으니 술 생각 나냐?
*사랑
정호승
무너지는 폭포 속에 탑 하나 서 있네 그 여자 치마를 걷어 올리고 폭포 속으로 걸어 들어가 탑이 되어 무너지네
*사랑
김명수
바다는 섬을 낳아 제 곁에 두고 파도와 바람에 맡겨 키우네
*눈물
정희성
초식동물 같이 착한 눈을 가진 아침 풀섶 이슬 같은 그녀 눈가에 언뜻 비친
*不倫
윤금초
가을날 몰래 핀 두어 송이 장미 그래도 꽃들은 감옥에 가지 않는다 위험한 이데올로기 저 반역의 開花 *행복
박세현
오늘 뉴스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오늘 뉴스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영방송의 초창기 일화다
나는 그 시대에 감히 행복이란 말을 적어 넣는다
*자화상
신현림
울음 끝에서 슬픔은 무너지고 길이 보인다 울음은 사람이 만드는 아주 작은 창문인것 창문 밖에서 한 여자가 삶의 극락을 꿈꾸며 잊을 수 없는 저녁 바다를 낚는다.
*전집
최승호
놀라워라.조개는 오직 조개 껍질만을 남겼다.
*내 청춘의 영원한
최승자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영원한 트라이 앵글
*세상에서 멀리 가려던
최하림
세상에서 멀리 가려던 寒山 같은 시인도 길위에서 비오면걸음을 멈추고 오던 길을 돌아본다지난 시간들이 축축이 젖은 채로 길바닥에 깔려있다
*꽃
조은
오래 울어본 사람은 체념할 때 터져 나오는 저 슬픔과도 닿을 수 있다.
*水墨 정원 _暮色(모색)
장석남
귀똘이들이 별의 운행을 맡아가지고는 수고로운 저녁입니다.가끔 단추처럼 핑글 떨어지는 별도 있습니다
*간봄
천상병
한 때는 우주 끝까지 갔단다. 사랑했던 여인 한 봄의 산 나무 뿌리에서 뜻 아니한 십 센티 쯤의 뱀 새끼 같이 사랑했던 여인. 그러나 이젠 나는 좀 잠자야곘다.
*겨울산
황지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어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덫에 걸린 쥐에게..
에리히케스트너
원을 긋고 달리면서 너는 빠져 나갈 구멍을 찾느냐? 알겠느냐? 네가 달리는 것은 헛일이라는 것을.
정신을 차려. 열린 출구는 단 하나밖에 없다.
네 속으로 파고 들어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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