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외 허용하면 나라 후퇴>
- 1986년 3월 20일 9시 30분부터 10시 50분까지 全斗煥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사회정화위원회 鄭棹泳 위원장으로부터 새해 업무 계획을 보고 받았다.
정화위원이 정화되어야 할 경우도 있어
대통령:정화 업무라는 것이 잘못하면 전정부(全政府)의 일을 다하는 것으로 알기 쉽습니다. 검찰, 법무, 경찰, 행정 조직, 감사 위원회, 안기부, 군기관 등 전 국가 사정 기관이 하는 것을 정화위가 다하려고 대들면 의욕은 좋지만 한가지도 올바르게 못 해요. 정화위는 사정 기관도 아니고 남 해치는 기관도 아니고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발전적인 의식 개혁을 계몽하고 선도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해요.
정화 위원을 감축해서 현재는 50만 명 정도인데 그전에 100만 명이 있을 때는 활동 자체가 미흡해서 정화위원이 사회의 지탄 대상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어요. 조직 자체를 살아 움직이는 조직으로 내실화, 생활화 시켜야 합니다. 항상 다른 정부 기관에 의존한다면 그런 조직은 옥상옥(屋上屋)이고 있을 필요가 없어요.
정화위는 정부 기관으로보다는 민간 기구로, 자율적인 기구로 발전되어야 올바른 정화 기구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화위는 대통령 직속이기 때문에 조사 활동에 인력을 뺏기면 전체 방향을 잡아가는 데 문제가 생깁니다. 경찰, 검찰, 감사원이 하는 일에 정화위가 직접 개입하면 이해 관계가 있으니 유착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잇습니다. 이해 당사자가 다투는 일은 공직자가 공정하게 해도 모략을 받아요. 그래서 내가 청와대의 모든 비서관을 절대 일반 문제에는 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겁니다. 모든 집단은 이해가 상충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대통령: 정화(淨化)란 역사가 있어온 이래 옛날부터 해오는 것입니다. 정화하는 사람이 지치고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 돼요. 나는 제일 중요한 게 의식이라고 봐요. 물리적 척결은 쉽습니다. 의식 구조 개혁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확실히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는 아주 우수한 민족인데 전통적 가치관, 서양 가치관, 36년 간의 일본 가치관이 조금씩 섞여 있어서 민족 고유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정신적인 혼란기에 살고 있어요. 2세들 교육에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기성 세대는 이미 머리가 굳어있고 녹도 슬어서 닦아내기가 어려운데 쉬운 것은 싱싱한 머리를 가진 2세들을 교육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정화위가 한 차원 높여서 국가 전반의 물결을 잡는 일, 방향 잡는 일을 해야 합니다. 소소한 문제를 다루는 데 휘말려 들어가면 하나의 정부 기관으로 떨어집니다. 그래서는 안 돼요. 조사는 어디까지나 관계 기관이 해야 하고 정화위는 대통령이 특명을 주는 것만 해야 돼요.
적은 인원과 예산으로 최대의 성과를 올리려면 머리를 잘 써야 합니다. 개미 쳇바퀴 돌 듯이 작년에 했던 것 그대로 하면 안 돼요. 사회는 하루가 다릅니다. 사회 상황을 빨리 파악해서 중앙에서 분석하고 중점적으로 해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과외 허용한다고 대학생 데모가 없어지나
대통령: 학부모가 자녀들 학교 보내고 나서 불안해 하는 일이 없도록 정화위가 할 일을 찾아 해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불법 비밀 과외 수업을 지속적으로 단속해서 과외 금지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이번에 일본에서 우리의 과외 수업 폐지의 성공을 보러 수상 직속의 위원들이 두 번째로 옵니다. 일본도 과외 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모양인데 과외 수업만 없애주면 평생 수상시켜준다고 한다고 해요.
학생 데모가 과외 수업을 없앤 데에도 한 원인이 있다고 하면서 대학생들이 학비를 벌게 과외를 허용하자고 얄팍한 눈으로 보는 사람이 있어요. 과외가 허용되었던 자유당, 공화당 때 위수령까지 내릴 만큼 데모가 많았지만 5공화국에서 과외를 없앤 뒤로도 위수령 한번 없었는데 무슨 논리입니까. 어떤 명분으로도 과외를 허용하면 나라를 후퇴시키는 결과가 됩니다.
정화위 업무보고 내용을 힐난
全 대통령은 이날 보고에서 정화위의 업무 계획 중에 단속 위주의 활동 방향이 많이 포함 된 데 대해 신랄하게 힐난했다. 과외 문제에 대한 인식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
<통일 후에도 미국 붙잡고 있어야>
- 1986년 3월 23일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全斗煥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대미 활동을 하는 민정당 관계자들과 저녁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는 奉斗玩 국회외무 위원장, 李相玉 외무부 차관, 金基桓 일해 연구소장, 鄭善昊 의원, 金鍾仁 의원, 李鍾律, 都英心 씨 등이 참석했다.
미우나 고우나 붙들고 있어야 돼
대통령: 우리 나라에서는 자유 진영을 상대로 한 외교에서 대미 활동이 제일 중요해요. 개도국이란 경제, 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소련의 직, 간접 침략을 당하게 되어 있어요. 우리는 미국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에 생존권과 안보, 경제 성장 문제의 해결이 달려 있다고 나는 봅니다.
우리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있어도 미국을 계속 활용해야 돼요.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따온 사람도 얼른 보면 미국을 모르는 것이 없는 것 같지만 파고들면 미국을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5년 전 미국 문제가 시원치 않아서 내가 어떤 사람을 미국에 보냈어요. 이 사람이 미국에 가서 말썽만 일으켰어요. 내가 심부름을 시킨 사람이 미국의 공직자를 만나기 위해서 중간에 朴東宣을 넣은 모양이야. 그래서 정부가 상당한 오해를 받았어요. 한국 정부가 또 朴을 활용하느냐 하는 거였어요.
나는 외교의 기본을 원교근공(遠交近攻)정책에 두고 있습니다. 우리와 국경을 맞닿은 소련과 중공에 비해서 일본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요. 국경을 맞댄 나라와는 불가원 불가근이야.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먼 데 있는 힘을 끌어 들여서 대국을 견제해야겠다는 거예요. 소련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은 미국밖에 없어요. 영국이나 프랑스를 끌어 와봐야 되지가 않아요. 군사 경제적으로 그래. 미국은 우리가 밉든 곱든 가까이 지내야 돼.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그렇게 해야 돼요. 이다음 우리가 통일이 되더라도 미국이라는 세력을 잡고 있어야 한다고 나는 봐요. 그래가지고 우리가 주변국을 견제해야 됩니다. 미국이 소련에 지지 않도록 우리가 도와가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국가 이익에 부합해요.
미국은 기술을 주는데 日本은 안 줘
대통령: 우리도 진정한 의미에서 미국을 잘 아는 사람이 많이 나와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전통을 미국에 자꾸 이해시켜 나가야 해요. 당면한 문제만 보더라도 우리 수출의 40%가 미국이 시장이지 않아요? 미국은 덩치가 커서 돈만 주면 그만큼 기술도 주는데 일본은 안 줄 것은 안 줍니다. 미국은 우리와 오래오래 우방국으로 관계를 지속해 나갈 수 있어요.
奉 외무 위원장: (건배 제의) 盧 대표 등을 통해 격려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통령: <뉴욕 타임즈>에 우리 나라 상황이 필리핀과는 다르다는 내용이 보도된 걸 내가 봤어요. 우리가 미국 보도에 신경 과민이어서는 곤란해요. 신념이 없는 친구는 미국에서 눈짓만 해도 덜덜 떠는데 그렇게 뱃심이 없는 사람은 정치할 자격이 없어.
옛날에는 녹색 업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정치 자금과 연계되어서 대통령이 정치 자금으로 1년에 50억 원만 거두어도 기업들의 재무 구조가 흔들흔들 했어요. 과거에는 밤에는 여당, 낮에는 야당이 많았어요. 내가 그것을 고치겠다는 거야. 버릇을 고쳐야 돼요. 그러니까 정치하는 데 힘이 들지.
奉 외무 위원장: 아주 어렵습니다.
대통령: 30년이나 정치를 했으면 집에 가서 책이나 쓰고 살아야지, 평생 해먹으려고 해요. 나야 임기가 있으니 국회의원 나가겠어, 뭐 하겠어. 여러분은 그러지 마. 선거 때 상대를 욕하지 말도록 되어있는데 우리 나라는 욕을 막해야 국회 의원이 되는 것 같아. 욕하는 교육을 시켜야 할 판이야.
우리 국민은 평등 의식이 아주 높아요
대통령: 나는 묵을 참 좋아해요. 된장찌개, 상추쌈 그리고 충북에 가면 청국장도 맛이 있어요. 농촌 출신은 된장찌개를 안 좋아할 수 없어. 먹는 것이라고는 된장인데… 우리 어릴 때야 된장에 참외 껍데기, 수박 껍데기를 넣어서 끓여주니 국도 아니고 된장도 아니지. 제대로 된장을 끓이면 참 맛이 좋아요. 외국 방문 때 우리 공관에 가면 한식을 주는데 김치 냄새는 향수를 뿌려도 안 돼.
奉 외무 위원장: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 각하께서 보낸 전문을 낭독했습니다.
대통령: 나도 TV를 봤어요. 나도 이제는 정상 외교를 많이 해서 구라파 정도는 만만해요. 처음에 할 때는 긴장도 되고 했지만…
인도네시아는 교통 사고가 나면 사고 낸 운전사와 피해 차량 운전사가 그늘 밑에 앉아서 순경이 오기를 기다린다고 해요. 교도소에 있는 죄수들에게도 휴가를 주는데 일주일 지나면 도망가는 사람도 없이 모두 꼬박꼬박 돌아온다고 해요. 그만큼 국민성이 여유가 있다는 겁니다. 우리 나라는 더위와 추위가 번갈아 오니 부지런히 안 하면 얼어 죽지. 그런 걸 보면 세상이 공평하게 돼있어요.
우리는 88올림픽만 끝나고 외부 변화 없이 7% 성장을 지속해 나가면 1,000억 달러 국민소득 달성은 무난하게 됩니다. 올림픽 후에는 우리 나라 제품의 수출이 달라지게 돼요. 2000년대에 가면 국민 총생산은 2,000억 달러, 1인당 국민소득 5,000달러가 넘게 됩니다. 우리가 부익부 빈익빈이라고는 하지만 공산당보다도 소득 분배가 균형되었다고 외국인들이 평하고 있어요. 우리 나라의 5,000달러 소득은 웬만한 나라의 1만 달러보다도 생활 수준이 높아요. 우리 국민은 평등 의식이 아주 강해요. 돈이 있다고 해서 자가용 비행기를 타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나라에서는 못 삽니다.
가만 있었으면 야당이 호헌 데모를 할 거야
대통령: 외국 국가 원수들을 보면 정상 회담 때 호주머니에서 준비물을 꺼내놓고 얘기를 하는 사람이 많아요. 내 경우는 아무 자료도 없이 정상 회담을 하는데 그 방법이 좋은 것 같지는 않아. 안 보고 얘기하는 것이 실력 있다고 허세를 부리는 게 있는 거야. 준비된 것을 가지고 얘기를 하고 나중에 상대방에서 참고로 하라고 건네주면 그 사람들이 보고서 작성 등에 그것을 참고해서 결과적으로 우리 목적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돼요. 우리 나라 사람들이 유인물 가지고 얘기하는 것을 꺼리는 건 잘못이야. 외교 하면서 보면 원고대로 읽는 사람도 있어요. 그게 잘하는 거야.
우리와 미국과의 관계는 안보 문제로 미국 힘을 안 빌리면 안 되게 돼 있어요. 미국이 있어 주어야 전쟁을 억제할 수 있어요. 사실 자기 나라를 자기 힘으로 못 지키면 완전 독립이 되었다고 할 수가 없지. 미국 사람들이 인권 문제를 떠들어도 기분 나쁘게만 생각할 게 아니야. 인권으로 따진다면 그 사람들은 케네디 죽이고, 범인 죽이고 그래도 말하는 사람이 없어. 미국 교도소에는 죄수가 없나.
金瓊元 주미 대사가 그러는데 우리는 자동차끼리 충돌 사고가 났을 때 면허증을 보자 하는 것이 아니고 웃통을 벗는 문화예요.
우리 나라에서 건국 이래 내가 처음으로 평화적인 정부 이양 전통을 수립하겠다는데 헌법을 고친다고 민주주의가 되나. 개헌을 이번에 한다고 민주주의가 되나. 세계의 개도국 가운데 백 몇 개의 나라에서 집권자가 모두 죽을 때까지 집권하고 있어요. 내 나이가 지금 미국 나이로 쉰다섯인데 사실은 지금부터 대통령을 할 나이예요. 내가 지금까지 평화적인 정부 이양을 한다는 소리를 안 하고 가만히 있었으면 저 사람들이 나보고 헌법을 준수하라고 데모를 할 거라고. 나는 너무 양심적이야. 내가 너무 일찌감치 평화적인 정부 이양의 신념을 밝힌 거야. 나가는 것이 확실하니까 헌법을 고치라 뭐라고 하는 거요. 盧 총리가 지난 82년에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한 일이 있어요. 내가 평화적인 정권을 교체한다는 말을 자주 하니까 그런 말씀을 그만 하시라는 거요. 나중에 하시더라도 부작용이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라고. 민정당도 정치 초년생들이라 순진해서 그런 생각을 못 하는 거야. 내가 침묵을 지키면 야당이 개헌을 하자고 못 떠들어요. 내가 개헌을 할까 봐 그 사람들이 호헌을 들고 나올 사람들이요.
미국도 헌법이 큰 문제가 있지만 개헌을 안 하고 있어요. 해가 갈수록 미국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경제 문제만 해도 미국의 재정 적자가 큰 문제가 되고 있어요. 미국은 4년마다 선거를 하니 대통령이 권력 행사도 못 해요. 선거가 끝나고 1년 동안은 논공행상을 하고 임기 끝나기 1년 전에는 재선 준비를 해야 하니 언제 일을 하겠어. 지난 20년 간 미국은 대통령이 다섯 번 갈렸어요. 이것이 미국의 정치 불안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자민당처럼 같은 정당이 계속 집권하는 것도 아니고, 정권이 자주 바뀌니 미국 경제가 제대로 될 리가 있습니까.
만약에 미국이 대통령 7년 단임을 한다면 소련과 상대하는 데 있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요.
‘필리핀’ 식 민중 혁명은 안 돼
대통령: 앞으로 우리가 몇 백 년 동안은 올림픽을 다시 따올 수 없어요. 우리가 이것을 성공하면 공산권 국가가 우리 나라에 다 들어오고 그렇게 되면 金日成, 金正日 체제가 무너지게 되니까 북괴가 사활을 걸고 방해할 것은 뻔한 겁니다. 전 국민이 단합해서 방해를 못하게 해야 하는데 우리가 몇 년을 못 참아서야 되겠어요.
우리 야당이 우리 시국을 필리핀과 연계시키는 것은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얘기입니다. 어느 정권이라도 일단 수립되면 지도자가 무기력하고 독재를 해도 혁명을 일으키지 않으면 나가게 할 수가 없어요. 우리 나라에서는 군인 아니면 혁명을 일으킬 데가 없어. 군이야말로 보수 세력입니다. 야당이 합법적으로 정권을 잡으면 군인들이 승복하지만 혼란을 조성해서 정권을 잡으면 놓아둘 수가 있겠어요. 그것은 그들이 나를 지지해서가 아니에요. 그런 결과가 오면 불행이 와요.
야당 사람들은 미국에 별의별 소리를 다 해요
대통령: 미국 사람들과 얘기할 때, 연구하고 배워야 해요. 우리 야당 정치인은 미국 대사관의 서기관이 오라고 하면 밥도 안 먹고 뛰어갑니다. 야당이나 반 체제 쪽에서 미국 사람들한테 별의별 얘기를 다 해요. 많이 얘기하는 쪽, 먼저 얘기하는 쪽에 쏠리게 되어 있어요. 여당은 체면이 있으니까 잘 찾아가지 않아요.
우리 나라 대사관 직원이 올바른 현실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는 누구를 만나든지 설명 논리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하나씩 주도록 하시오. 지난번 <워싱턴 포스트> 간부진 6명이 우리 나라에 와서 나를 만나기 전에 李敏雨, 金泳三, 金大中을 만나서 그 사람들 얘기를 듣고 또 내 얘기를 듣고 갔어요. 나보고 한국 정부가 야당을 국사범으로 취급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린필드라는 여자가 물었어요. 미국에서는 소수당과 다수당이 토의를 하는데 투표를 해서 소수로는 관철이 안 될 때 어떻게 하느냐, 당신네 나라는 우리에 비하면 자유가 없는 나라라고 했어요. 우리는 소수당이 자기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의장석을 점거하고 그래도 안 되면 의사당에 드러눕는다, 그런 정도의 자유가 있다고 했어요.
외국 언론을 대할 때 여러분은 자유 자재로 얘기할 수 있지만 정부 공직자는 대화에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 공직자도 소신껏 말해야 돼요. 발언이 문제가 되면 그만두게 될까 봐 조심을 하는데… 내일이라도 내 말 한마디면 그만둘 텐데 말이야(웃음). 기왕이면 욕 안 먹으려고 몸을 사려요. 장, 차관쯤 되면 하고 싶은 말을 꽝꽝해야 돼요. 여러분은 미국 사람들이 섭섭하게 나오더라도 아량을 가지고 받아들이면서 이해를 시켜야 하고, 들은 얘기는 서로 정보 교환을 하면서 참고가 되도록 해야 됩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메모하는 습관이 없는데 반드시 적어야 돼요.
우리는 미국을 항상 붙들고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붙들어도 자기 국가 이익에 위배되면 떠나는 것이 나라의 관계예요. 우리와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일치하고 있어요. 미국은 한반도에서 한 번 뜨면 다시 못 들어오게 돼 있어요. 미국이 소련을 견제해야 하는데 5년만 군비 경쟁에 힘을 집중하면 소련은 손을 들게 되어 있어요. 의회가 예산을 자꾸 깎으니 소련에 재래 무기에서 월등히 강화된 겁니다. 우리가 미국을 잘 설득해서 명실공히 자주 국방이 될 때까지는 잘 끌어들여야 돼요. 구질구질하게 눈물을 흘리고 사정을 하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할 얘기는 다 해야 상대방이 존경을 합니다. 키신저가 말하기를 한국인을 접촉해 보면 사정조로 얘기한다는 거요. 그렇게 미국한테 사정하는 나라가 한 두 나라냐는 거지. 정정당당하게 이론적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겁니다. 앞에서는 싸워도 뒤에서는 존경을 한다는 거야.
미 대사관 이전 문제에 양보하면 바보야
대통령: 서울시와 미국 대사관이 땅 문제로 싸움이 붙어있는데 내가 양보하지 말라고 했어요. 우리가 양보를 해서 그 사람들이 땡큐 하고 가면 잊어버리게 돼요. 우리가 서울시 재산을 가지고 인심을 쓰면 바보가 됩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 주장대로 된 거야. 경기 여고로 옮기는데 그 돈만큼 자라서 가져가라고 했어요. 미국 사람들이 값을 깎고 아주 지독해요. 그걸 보면 저 사람들이 애국심이 강한 사람들이에요.
옛날 한, 일 의원 연맹 때 웃기는 일이 있었습니다. 일본에 의원 연맹 사무실을 두고 우리가 비용을 부담했어요. 그래서 내가 그 비용을 잘랐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우리 나라에 왔을 때는 술도 한잔하고 밥도 사줄 수 있지만 우리가 일본에 갔을 때 우리가 사주면 안 돼요. 내가 우리 의원 연맹 쪽에, 일본 가서 저 쪽이 대접을 안 해주면 여관에 있다가 오라고 했어요. 맨날 한국식으로 가서 절이나 하고 나이가 많다고 절하고 그러고는 돌아와서는 ‘내가 한마디 해 주었지’ 하고… 지금은 한, 일 의원 연맹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그야말로 수평적 동반자 관계가 됐어요. 우리가 불필요하게 저자세나 고자세를 취하는 것은 안 좋아요. 우리 예의대로 하면서 할 얘기는 다 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의 외교 원칙
이 대목에는 全 대통령이 대(對) 강대국 외교에 있어 원교근공(遠交近攻)이라는 우선 순위 아래 미국과의 관계를 가장 중시하고 그 다음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다져 소련과 중공을 견제한다는 생각이었음이 나타나 있다.
출처- <전두환 육성증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