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대라고 들어보셨나요? 부산시민들이야 대부분 아시겠지요. 저는 20년 전부터 뻔질나게 부산 출장을 다녔지만 이번에서야 처음으로 그런 멋진 곳이 아파트단지 인근에 있는 줄 처음 알았습니다. 그것도 해운대와 광안대교가 바라보이는 위치에 말입니다.
행정구역은 부산시 남구 용호동입니다. 도보로 5분 거리에 1만 여 세대 아파트단지가 있죠. 그곳에 사는 지인의 초정으로 애들 시험도 끝났고 해서 겸사겸사 지난주 부산엘 다녀왔습니다.
당초 애들 데리고 태종대를 들를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경성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지인이 태종대보다 이기대가 훨씬 낫고 여기서 가깝다고 말하더군요. 전날 교수님의 안내로 경성대학교 투어를 한 막내가 묻더군요. “아빠 이기대도 대학교에요?” ㅎㅎㅎ “글쎄다. 가보자꾸나”
아침식사 후 슬슬 걸어서 이기대가 과연 어떤 곳인지 가보았습니다. 아, 이런~~ ‘이곳을 수없이 지나다녔는데 왜 몰랐지?’ 생각이 들 정도로 비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애들도 감탄사 연발. 더욱 놀랄 일은 이기대(二妓臺)의 유래를 살피다가 논개를 발견했다는 거죠.
임진왜란 때 왜군이 수영성을 함락시키고 잔치를 열었는데 그때 기녀 두 명이 술 취한 왜장을 안고 물로 뛰어들어 함께 빠져죽었다는 스토리입니다. 그 두 명의 기생이 묻힌 곳이라 해서 이기대라 부른답니다.
거 참, 이런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왜 전 이제야 알게 된 걸까요? 학교 다닐 때 다른 과목은 몰라도 역사는 제법 챙겼는데 말입니다.
아마도 이기대의 유래를 설명한 팻말 하단에 답이 있을 지도 모르죠.(~~한다고 하나 그에 대한 자세한 것은 알 수 없다)
유래야 어쨌든 정말 가 볼만한 곳입니다. 산책로도 자기 몸 상태에 맞게 조절해서 30분, 1시간, 2시간 맘대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신선대유원지까지 다 둘러보고 오면 2~3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가는 길 중간 중간 볼거리도 있습니다. 낚시꾼들을 꽤 많이 볼 수 있는데 여기 강태공들은 절대 세월만 낚지 않습니다.
소라 등 해산물에 소주 한잔도 좋죠.
미니동굴 탐험, 구리광산과 초식공룡 울트라사우스에 대한 설명도 어린이에 큰 교육이 됩니다.
수영을 하기 적합한 곳은 아닙니다. 수심도 깊고 돌들도 사납습니다.
그래서 이런 팻말도 있지만 어딜 가나 용감한 무식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은 있더군요.
암석에 괸 물속에 올챙이와 개구리 생태를 관찰하는 것은 보너스입니다.
개구리를 괴롭히는 막내에게 농을 쳤습니다. “어이, 아들. 아무래도 그거 독성을 지닌 개구리 같다” 아들 왈 “어, 그래서인지 손가락이 자꾸 가려워요”
“아빠, 만약 손가락 사이에 갈퀴가 생기면 박태환 기록 싹 갈아 치울게요” "???"
한방 먹었네요. 어느새 컸는지....
이밖에도 야외공연장의 빼어난 경관과 약수터의 정겨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기대는 부산이 고향인 최지우와 유지태가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 ‘스타의 연인’의 촬영장소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일본관광객들도 많이 발걸음을 합니다. 그 관광객들도 이기대의 유래를 잘 배우고 가겠죠.
조만간 두 기생의 스토리를 주제로 한 미니시리즈가 제작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
Tip-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대연동에 무지 유명한 돼지국밥집이 있더군요.
점심시간을 피해갔는데도 25분 줄서서 기다렸습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영업하는데 그때까지 거의 내내 이런 줄이 이어진답니다. 먹어보니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가격도 착한 편이고 냄새 하나 없이... 결국 과식했습니다. 인근에 횟집 많은 거야 다 아실테고 이외 먹거리로 강추합니다.
늦은 아침이나 점심으로 제격이죠. (사진은 좀 그렇네요. 카메라를 안 가지고 가 이번 포스트는 아들 디카 빌려 찍은 거로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