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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으로 퍼갈 수 없습니다.* 발길이 닿는대로 7번국도를 걷는다. 글/사진: 이종원 황홀한 드라이브 코스 7번국도 신혼여행때 호주의 골드코스트를 찾았다. 결혼한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으니 세상에서 내 아내가 제일 예쁜줄 알았다. 그러나 골드코스트의 황홀한 해변을 보고 금방 그런 생각을 지워 버렸다. 신부보다 더 예쁜 바다가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남자의 눈은 간사하다. 어쨌든 그 꿈의 바다는 줄곧 마음 한켠을 차지하고 있었다. '돈 많이 벌어서 또 다시 골드코스트를 찾으리라.' 10년이 가까이 되었건만 그곳을 다시 찾지 않았다. 돈을 못 벌었던 이유가 가장 컸겠지만 몇 년전 우연히 만난 삼척의 해변을 보고 굳이 골드코스트를 찾아갈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태백의 준령이 대한민국 척추뼈를 지탱하고 있다면 그 허리살에 붙은 살점들은 바다를 만나면서 황홀한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푸른 바다, 빼어난 산맥, 맑은 호수, 울창한 소나무 숲등 주연과 조연이 한데 어우러져 대본 없는 드라마를 만들어 냈다. 골골히 이어진 해안선 사이에 비집고 자리잡고 있는 덕산, 부남, 궁촌, 용화 ,장호, 임원, 원덕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이는 포구와 해변이 눈을 멀게 할 정도다. 단지 경치가 좋아서 이곳을 사랑 한 것만은 아니었다. 민초들의 희망이 살아 있고 고단한 삶이 녹아 있었기에 삼척의 해변은 감동의 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함경도 용성에서 부산 영도다리까지 7번도로는 한반도의 동해지도를 그려내고 있었다. 국토의 윤곽을 더듬어 가고 있으니 희열과 감동이 따르는 것은 당연지사. 나의 발길이 닿았던 7번 국도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삼척의 해변들이었다. 목걸이로 따지면 가운데 매달려 있는 왕보석일 것이다. 찬바람이 불거나 을씨년스러울 때면 가슴속에 간직한 꿈의 바다를 꺼내 보고 싶어진다. 금년에도 그 바다를 보지 못했다면 시름시름 앓아 누었을지도 모른다. 떠나고픈 충동을 채워주는 곳은 삼척의 해변이었다. 그래서 미련없이 떠났다. 황량한 폐사지가 지금은 쓸모없어진 돌덩이를 보둠고 살아가듯 겨울바다는 무능한 나를 위로하고 있었다. 바다는 어머니가 되어 감미로운 귀엣말을 들려준다. 그런 소리는 몇시간이고 들어도 좋다. 바로 내가 겨울바다를 좋아하는 이유다.
바닷물과 산물의 만남- 맹방해수욕장 삼척에서 만난 첫번째 해수욕장이며 가장 큼직한 해수욕장이 맹방이다. 고속도로가 놓이기전 이곳까지는 8시간은 족히 걸린 곳이었다. 영동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의 길이 넓어졌고 삼척에서 근덕까지 이어지는 7번국도가 고속도로만큼이나 시원스레 뚫리면서 서울서 맹방까지는 3시간여면 닿을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문명은 이렇게 나를 빠른 시간에 동해 바다에 서게 만들었다. 푸른 바다에는 넘실거리는 포말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아득히 이어진 해변을 거니노라면 근심을 토로하기에 알맞다. 모래를 애타게 사랑하기에 파도는 춤을 추며 노래 하고 있었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와 이영애가 그 파도소리를 녹음기에 담았던 곳이 바로 이곳 맹방해수욕장이다. 남쪽 해변 끄트머리에 서면 초당동굴로부터 흘러 나온 마읍천이 바다로 빠지는 모습을 음미할 수 있다.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그곳엔 山에서 내려온 물을 환영하듯 기묘한 괴석들이 솟아 오르고 있었다. 마읍천 둑방을 따라 빙어를 낚는 강태공이 쭈그리고 앉아 있으며 맹방해변 역시 바다낚시를 즐기고 있는 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 바다에는 작은 복어가 잡힙니다. 우린 민물 낚시하는 사람을 낚시꾼으로 보지 않아요." 바다와 민물의 묘한 경쟁은 인간들이 만들고 있었다.
동해바닷가의 경치 좋은 곳을 따라가면 수많은 무덤떼가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산이 별로 없는 전라도 평야 지대야 이해가 가지만 태백산 자락에 묏자리를 만들 곳이 참 많을 터인데 마을 근처 바닷가송림에 무덤을 만든 것이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만든다. 바다에서 태어나고 자랐기에 죽어서도 바다를 보고 싶은 심정 때문일까?
어머님의 품안 -남아포 맹방에서 덕산해수욕장을 지나 고개를 하나 넘으면 덕산항이 나온다. 이 곳 사람들은 남아포라고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포구는 어머님 품안같이 편안하다. 감미로운 젖내음을 맛 볼 수 있을 것 같아 오래도록 머리를 처박고 싶은 곳이다. 남아포도 마찬가지다. 고깃배는 바다를 들락거리며 갓난아이에게 줄 젖을 찾아 헤멘다.
포구는 사람들을 먹여 살려야 하지만 갈매기까지 먹여주고 놀이터 역할을 해야한다. 태백준령은 아직도 눈덮힌 겨울이다. 포구의 붉은 등대는 동해를 밝히는 성화다.
낚시꾼이 바다를 향한다. 고기를 낚을까? 하얀 산을 낚을까?
나는 포구의 낭만을 찾아왔건만 이들에게 그 단어는 사치다. 거친 바다로 나가 풍랑과 싸우며 고기를 건져오고 항구에 들어서면 고기를 나르고 그물까지 손질해야 한다. 이 들에겐 한시도 쉴틈이 없었다. 힘든 뱃일은 남자들 몫이지만 일할 사람이 없다보니 아내가 기꺼이 도맡아 한다. 남편이 선장이고 아내는 항법사며 선원역을 함께 한다. 몸은 천근만근 무겁지만 행복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하니까...
신선이 사는 곳-부남해수욕장 정말 어렵게 찾아간 부남이었다.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운 부남이다. 여행작가 양영훈선배님이 삼척에 가면 꼭 가보라고 추천했던 곳이다. 도무지 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주유소에 들러 넌지시 물어 보았다. "부남이란
곳이 그렇게 아름답습니까?"
용기를 얻고 부남을 찾아 산을 넘었다. 몇 번이나 길을 헤메다가 드디어 부남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낼 수 있었다. 밭을 끼고 50m를 내려가야 한다. 다행히 지키는 군인은 없었다. 작은 갯바위 수십 개가 해변에 다닥다닥 솟아 있었다. 해변이래야 200m도 채 되지 않는다. 인적이 끊겨서인지 모래는 밀가루처럼 곱고 물은 말그대로 초록빛 바다다. 바위엔 돌무덤이 쌓여 있고 해신을 모시는 서낭당도 있다.신선이 살았다면 분명 이런곳에 살았을 거야. 이런 곳에서 낚시나 하며 며칠 머물렀으면....
영화 '봄날은 간다'의 양리마을 부남을 벗어나 동막에서 427국도를 따라 태백산맥으로 거슬러 올라가라. 작은 고개를 넘어가면 어촌에서 금방 눈덮힌 산촌으로 바뀐다. 양리마을은 유지태가 대나무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들렀던 곳이다.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쏴쏴' 거리는 소리를 가슴속 녹음기에 간직해 보는 것도 좋은 추억거리다. 대숲 바로 옆이 영화에 나왔던 강화순 할머니의 집이다. 영화속 에피소드도 들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조금 더 들어가면 천년고찰 신흥사가 나온다. 이곳 역시 영화 속 배경지이기도 하다. 사찰을 거닐면서 은은한 산사의 풍경소리를 듣는 것은 바다여행의 덤이리라.
한의 눈물이 흩날리는 공양왕릉 7번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면 그 이름도 으시시한 '살해재'가 나온다. 이곳에서 누가 살해당했단 말인가?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면서 고려의 마지막 왕 공양왕은 원주로 보내 감시 당하다가 간성으로 귀양갔으며 다시 이곳 궁촌으로 귀양길에 오르게 된다. 쿠테타로 새왕조를 연 이성계는 늘 공양왕이 마음에 걸렸다. 결국 공양왕은 궁촌으로 온지 한 달만에 이성계가 보낸 자객에 의해 목졸라 죽게 된다. 고려의 마지막 왕은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갔으며 이에 고려왕조 500백년을 마감해야만 했다. 이때 공양왕의 나이는 45세 지난 달에 부여 의자왕의 능을 보고 아련한 느낌을 받았는데...공양왕의 무덤 역시 같은 느낌이다. 태백산맥 바라보며 그 너머 개경땅을 향하고 있는 왕의 심정을 엿보는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쓰라렸다. 그런 마음을 알아채렸는지 하늘에는 빗줄기가 쏟아지며 태백산맥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이 가슴팍을 파고 들었다. '아 ...춥다.' 맏아들 왕석, 둘째 왕우의 능과 말무덤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비석 하나 없지만 능이 일반 묘지보다 크고, 능 위치도 궁촌해수욕장이 내다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어 죽어서나마 복을 받은 것 같다. 궁촌, 살해재...모두 공양왕과 관련된 지명이다.
궁촌해수욕장 해수욕장 가장 끄트머리엔 궁촌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공양왕이 죽으면서 궁촌리 사람들이 목숨을 내놓고 장사 지냈던 모습이 그려진다. 왕조가 바뀌고 일제를 거치고 수 많은 공화국이 지나갔건만 대를 이은 궁촌사람들의 착한 마음 씀씀이는 궁촌의 아름다운 해변만큼이나 아름다웠다. 마을을 끼고 부채꼴 모양으로 백사장이 조성되어 있어 아늑하다.
황영조의 고향 초곡마을 초곡마을 들어가는 솔숲 길에 들어서면 기분이 좋아진다. 바로 황영조가 초등학교 갈 때 달렸던 그 길이다. 가로수와 초곡해수욕장이 겹쳐지는 것이 마치 영화 필름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소나무 숲길을 지나면 차 한 대 간신히 들어갈 만한 터널이 나온다. 벽면에는 마라톤 선수의 달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면 바로 황영조 기념관이다. 황영조가 자랐던 집도 멀직이서 구경할 수 있고 마라톤 풀코스인 42.195km를 1천분의 1로 축소한 몬주익 언덕도 나온다. 가족과 함께 달리며 당시의 기쁨을 회상하는 것도 좋으리라. 황영조의 인간승리 과정과 마라톤에 관한 이야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황영조가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을 준 사람은 어머니이자 제주출신의 해녀 이만자씨의 폐활량을 대물림 받았기 때문이다. 초곡마을 앞바다에 물질을 나가고 밭을 일구며 황영조와 함께 호흡했기 때문이다.
초록빛 바닷물이다. 저 맑은 물에서 자란 해초는 보약과 다름없다.
외로운 갈매기는 무슨 상념에 빠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화해수욕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삼척의 '용화해수욕장'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어찌나 물이 맑고 깨끗한지.... 코발트 색이 그대로 드러난다. 부드러운 곡선은 활모양을 그대로 하고 있다. 해변의 양쪽엔 절벽이 자리잡고 있다. 어쩌면 이 장면이 그리워서 훌쩍 서울을 떠났는지 모른다. 용화해수욕장을 가장 멋지게 바라 볼 수 있는 포인트는 전망대가 놓여있는 북쪽 절벽이다. 수도 없이 셔터를 눌러 댔다. 마음속에 풍경이 각인될 때까지..... 이곳 경치에 반한 화가는 이젤을 세워 놓고 화폭에 그림을 담고 있었다. 이곳에 오면 누구나 가슴에 담고 싶은 그림이 있나보다.
'한국의 장호항에 미치지 못한 나폴리' 용화에서 1.5km쯤 가면 '한국의 나폴리'라고 푯말이 세워진 장호항이 나타난다. 몇 년전 잔뜩 기대를 갖고 이태리 나폴리항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명성에 비해 실망만 잔뜩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장호항은 기대도 하지 않고 찾았건만 그 아름다움은 나폴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 다음에 나폴리를 찾는다면 '한국의 장호항에 미치지 못한 나폴리' 라고 떠들고 싶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포구에서 쉬고 있는 배들이 많았다. 억척스런 뱃사람들의 팔뚝을 구경하는 것도 포구를 보는 또다른 맛이다. 새벽이면 밤새 낚아온 고기들의 경매가 이루어진다. 장호항은 SBS 드라마 '태양의 남쪽'에서 '고래무덤'으로 갑자기 유명해졌다. 하긴 해변의 기암괴석을 눈을 씻고 보면 고래가 누워 있는 모습 같기도 하다. 산 정상에서 보면 장호항이 내려다 보이는데, 드라마 '태양의 남쪽'에서 최민수와 최명길이 함께 산중턱에서 앉아 장호항을 내려다 보며 이곳이 유명해졌다. 언제 만들어 놓았는지 해안선을 따라 맨발 산책로가 놓여 있었다. 바다를 벗삼아 애인과 함께 맨발로 거닐면 묘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해돋이가 일품이기도 하다.
아이의 생일인가보다. 케익을 들고 뛰어가는 아이의 얼굴에 생기가 돋아있다. 찬거리를 가득 담은 시장바구니를 들고 가는 어머니가 그 뒤를 잇는다. 장호해수욕장 앞에 사는 민초들의 얼굴이었다. 갑자기 장호해수욕장이 둥근 케익처럼 보였다. 바로 앞의 등대는 생일을 축하하는 촛불이었다.
해신당 성민속 공원 " 에그머니나..고추공원이네." 힘쎈 남근들이 바다를 바라보고 태백산맥을 쳐다보며 공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수 십개의 거대한 남근목을 보고 이 곳을 찾은 아줌마들의 표정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수줍은 처녀들은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얼굴을 붉히고 있었고 , 대담한 아줌마들은 남근을 보듬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해신당 공원에 세워져 있는 대형 작품은 남근을 주제로 하여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제작한 예술품이다.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남근 숭배 민속이 전래되고 있는 신남마을은 북동쪽에 위치한 산 언덕에서 나무로 깍아 만든 남근을 엮어 매달아 놓고 매년 제사를 지내고 있다.
해신당 사당 제사상에 제물을
올려 놓고 제사를 지내는 것이 아니라 굴비두름처럼 엮어 만든
남근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았다. 마을 처녀의 초상도 보인다. 실물보다 조금 더 큰 남근을
걸어 놓았다고 안내판에 쓰여 있는데 .... 도대체 대한민국 평균 실물은
어떠길래...^^ 10월 午日에만 제사 지내는 이유는 午日이 12간지중에서 성기가 가장 큰 말의 날이기 때문이란다.
향나무 해신당 신목 이곳에도 남근이 매달려 있다. 아마 사당을 지키는 당산나무로 이해해도 좋을 듯 싶다. 이곳에는 복주머니가 달려있고 거기엔 동전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런 미신은 풍어와 다산을 의미한다. 제사를 통해 마을사람들의 결속을 다지며, 향촌을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가 분명하며 오늘날까지 고유의 전통이 이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해신당 옆 바위들. 미역을 캐러 갔다가 죽은 마을 처녀의 넋이 어려있는 곳. 어촌민속전시관에서 내려다본 바다. 바다 밑이 훤히 보인다.. 海玉 이 따로 없다.
삼척 어촌 민속전시관 해신당 북쪽에는 우리나라 수산업 발전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어촌 민속전시관이 있다. 대형 영상수족관과 동해어촌의 생활문화자료, 체험코너가 있으며 세계 성민속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대형 밍크고래 실제 뼈가 전시 되어 있다.
삼척의 성민속과 세계 여러 나라의 경이적인 민속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네 최초의 상설전시관이다.
저렴하고 푸짐하게 회를 먹고자 한다면 임원회센타 해신당에서 7번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가다보면 아름다운 포구 임원항이 나온다. 임원항에는 37곳이나 되는 즉석 횟집이 골목을 만들어 여행자의 입맛을 돋군다. 집집마다 놓여 있는 방한칸에 비집고 들어가서 바다를 바라 보며 회를 즐긴다. 밤에도 불야성을 이룰 정도로 성황이다. 동해안 여느 횟집보다 저렴하여 광어, 숭어, 우럭, 오징어등 3만원이면 배부르게 회를 즐 길 수 있다. 대부분 자연산이기 때문에 싱싱하며 맛 또한 기가 막히다. 요즈음엔 대게가 많이 들어 온다고 한다. 아름다운 바다와 방파제는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할만큼 아름답다. 특히 방파제는 전국 제일의 돔낚시터로 명성이 자자하다. 임원항 남쪽 가까이에 임원해수욕장이 있어 낚시와 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갈매기들의 휴식처- 호산항 7번국도를 따라 따뜻한 남쪽으로 남쪽으로... 이번에 나타난 항구는 호산항이다. 포구에 들어서자 조금은 답답했다. 그러고보니 방파제가 직사각형으로 포구를 덮고 있고 한쪽 귀퉁이만 조금 뚫려 있었다. 암만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걱정은 없다. 포구 가운데 배들이 드나들대 걸리적거릴 만한 돌섬이 솟아 있는 곳이 색다르다. 이곳이야말로 갈매기들의 휴식처다. 호산항에서 남쪽으로 가다보면 호산해수욕장과 월전해수욕장이 나온다. 강원도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해수욕장이다. 이곳은 은모래가 아니라 자갈처럼 보이는 굵은 모래밭이 특이하다. 호산과 월전을 가로 지르는 하천이 흘러 민물욕과 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강원도 최남단항구-고포항 삼척의 제일 끝에 매달려 있으니 강원도 최남단 항구라고 해도 좋을 듯 싶다. 이 조그만 포구 가운데를 가로 질러 강원도와 경상도로 갈라진다. 한 쪽은 강원도 삼척이고 다른 쪽은 경북 울진지역이 된다. 길 건너 이웃집에 전화를 걸면 시외전화를 해야 한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
원덕 5일장 작년에 울진지역의 7번국도를 섭렵했고 이번에 삼척의 7번국도 구석구석 찾아 다녔다. 때묻지 않은 포구마을의 순결에 작은 감동이 일렁인다. 제대로 시선 조차 받지 않는 오지 땅에서 우리 민초들은 묵묵히 그들의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그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이번 동해 여로의 마지막은 원덕 오일장이 장식하였다. 내 할머니가 평생 장터에서 살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여러 장터를 떠돌아 다녔다. 어쩌면 이리 저리 흘러 다니는 나의 직업은 할머니 직업을 변형적으로 대물림 받았는지 모른다. 전국을 휘젖고 다니면서 장터가 나오면 묘한 감흥이 일어나며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릇이다. 장돌배기들은 내 할머니의 친구처럼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내 핏줄에 흐르고 있는 기질들 때문이겠지. 원덕의 오일장 역시 작은 장터였다. 시끌벅적한 시장분위기가 보이지 않아 못내 서운했다.
복조리를 팔고 있는 할아버지. 요즈음에는 주인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대문 안에 밀어 넣어놓고 나중에 돈을 받아 얼굴을 붉히는 일이 종종 있다. 조리 장수가 없을 때는 사람들은 새해의 첫 장날 장에 가서 사온다. 그해 마지막 장날인 대목장에서는 질그릇을 사오면 좋다고 하고, 새해 첫 장날에는 조리를 사면 좋다고 한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영 볼품은 없지만 그 내면에 담겨진 정성은 참 예쁘다. 복조리 안에
성냥이나 초, 실 등을 넣어두면 1년 내내 복을 받고 재물이
불어난다고 한다. 네모난 사각성냥은 시골장터 아니면 보기 힘든 물건이 되었다.
톱을 파는 아저씨 . 수리도 해준다.
동해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가자미와 가오리가 햇볕을 쬐고 있다.
시골의 아줌마들에게 장터는 만남의 장이다. 장보는 일을 잊은 채 소주 한병 올려 놓고 찐빵을 안주 삼아 얘기 꽃을 피우고 있다.
내가 그 추운 장터마다 할머니를 쫒아간 이유는 바로 짜장면을 먹기 위함이다.문틈으로 손으로 면발을 뽑아내는 것을 훔쳐 보면서 무척이나 신기했던 적이 있었다. 그 쫄깃쫄깃한 면발과 달콤한 짜장맛을 어찌 잊으리. 옛추억이 그리워서일까. 다른 집을 제끼고 허름한 중국집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앉았더니 곱게 늙으신 할머니께서 힘겹게 숫가락을 들며 볶음밥을 드시고 계셨다. 희미하게 간직했던 내 할머니의 잔영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그만 눈물을 왈칵 쏟을뻔 했다. 30년전의 추억! 강원도 남단 원덕장터에서 짜장면과 함께 하다. *주의 모든 원고와 사진의 저작권은 저작자에 있습니다. 사전동의 없이 무단게재 할 경우 저작권법에 저촉됩니다 |
첫댓글 정말 멋진 여행기 입니다 가고싶은 맘이 많이 들게합니다 ~다음 책에는 맨 앞장을 차지할수 있을것 같네요~
꼬~~옥 가보고 싶네요.....무엇보다 임원항이 나를 부르네요.모놀답사때 이런곳에는 안가나요?...ㅎㅎㅎㅎ
정월 보름이 오니 또 제사를 지내겠군요...사고 없이 고기도 많이잡혀 어민도 우리도 좋아야겠지요...
표현 하기가 겁납니다.. 그저 멋지십니다 .^^
고맙습니다.그리운 겨울바다의 추억과 옛기억들이 스쳐갑니다...할머니집이 맹방해수욕장과 아주가까운곳에있었는데 방학때만 되면 여러날을 지내고 왔던 기억들...버스를 타고 바다로 떨어질것같은 꼬불꼬불 한 재를 넘어가던기억들... 맹방,덕산,궁촌, 용화 ,장호, 임원...부남은 모르는곳이었는데 가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