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을 생각하다
1. 얼마 전 국민 참여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방향이 정해졌지만 정치권의 합의 실패로 개혁 방향은 유보 상태로 남아있다. 국민 참여단에서 내린 결론은 부담은 조금 늘리더라도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결정났다. 즉 현재의 국민연금 지급수준에서 후퇴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노후의 소득대체율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진보 진영에서는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세계 최고이며 점점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통한 소득제공은 필수적이라는 견해가 자주 등장한다. 얼마 전 신문에 60세 이상 노인들의 생활비 충당에 관한 통계가 제시되었는데 돈 걱정에서 벗어나 있는 10%의 상류층과 22% 정도의 연금이나 은퇴자금으로 생활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약 2/3는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부정적 통계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는 논거의 핵심적 자료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2. 하지만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보아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점점 늘어나는 노인들과 반비례하여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지속될 수 있는가에 대한 불안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인구가 부양해야 하는 노인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부담은 더 커지고 연금 제도 자체의 지속성은 심각한 위험에 빠지기 때문에 최악의 위험을 막자는 취지에서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것이다. 즉 핵심은 ‘국민연금’ 지속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이 놓여있는 것이다. 하지만 논의 과정 속에서 결론은 제도의 지속성보다는 소득의 안정성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있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었다.
3. 어쩌면 이것은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다. 가능하다면 더 많은 이익을 얻고 싶고 더 나은 조간을 획득하고 싶은 것이 인간이다. 제도가 지속될 수 있다면 더 많은 연금을 받는 제도개혁을 찬성한 이유일 것이다. 만약 연금액이 부족하다면 국가의 지원을 통해서도 연금지급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가 등장하기도 한다. 최악의 상태에서 국가의 지원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최악의 상태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이 제도개혁의 방향이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이 되어야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우선되어야 했고 그런 방향으로 결정이 나야했다. 국민연금을 통해 노후소득의 대부분을 충당해야 한다는 것도 제도의 지속성을 위태롭게 하는 과장된 주장이다.
4. 가능하다면 국민연금이 ‘소득대체’의 기능을 발휘하면 좋겠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최악의 빈곤을 막기 위한 방파제의 역할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국가는 국민들의 삶을 보장하는 핵심적인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이 제도의 근본적인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만약 국민연금이 생활이 어려운 계층에게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우선 국민연금의 안정성을 확보한 후에 다른 형태의 지원을 통해 저소득층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통해 기본적인 소득을 제공하고 좀 더 여유있는 계층은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유도하고 그러한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국가의 지원이 집중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고소득층과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은 국가 정책을 추진할 충분한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5. 하나의 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탕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소득의 불균형을 완전하게 해결하거나 과거의 소득을 충분히 대체할 수는 없다. 다만 최소한의 도움을 제공할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를 통해 국가와 국민과의 연대를 확인시켜 주며 제도의 지속성을 연장시켜 국민들에게 안정성을 부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라는 최소한의 경제 베이스를 토대로 소득이 있는 집단에게는 각자의 경제적 역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특정한 지원은 저소득층에게 집중되어야 한다. 정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를 시행해야 하는 것이다.
6. 최근 ‘국민연금 개혁 공청회’의 결과는 노후의 삶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확대시켜 시민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평등’의 원리를 지나치게 강조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보편적 복지’로 표현되는 평등의 실현은 점점 변화되는 시대적 환경에 의해 위기를 맞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고 생산가능인력은 더 급격하게 감소되는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의 고집은 복지 정책 그 자체의 혼란과 반발을 가져오고 자칫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보장도 위협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약점을 과장하고 가능하다면 많은 이익을 획득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런 평등에 기초한 유혹을 남발할 때,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은 축소될 위험에 빠진다. 연금 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을 통하여 얼마큼 소득을 안정적으로 제공해줄 것인가 보다는 이 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사회적으로 살아갈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과 평등의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할 때, 사회적 약자의 상황은 은폐되고 발언은 축소되며 그들의 위기는 확대될 것이다.
첫댓글 - 연금 개혁, 의료 개혁, 세금, 교육, 외교..... 점점 더 혼란과 극한 대립으로 나타난다. 전문가 집단 이기주의가 판을 친다. 누구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지만 해결책은 찾아내기 쉽지 않다. 이해와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양보와 배려를 이야기하면서도, 함께 잘 살자고하면서도...... 혼돈 속의 삶이 될 수밖에 없다.